터키, 반정부 시위 1주년 앞두고 긴장 고조

입력 2014.05.24 (00: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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터키에서 지난해 여름 전국을 달군 반정부 시위 발발 1주년을 앞두고 시위대와 경찰 간 충돌로 2명이 숨지는 등 긴장이 고조되고 있다.

당국은 시위대가 아닌 시민이 경찰의 오발로 추정되는 총탄에 맞아 숨지자 신속하게 수사에 착수해 수습에 나섰으나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총리는 시위대의 과격행동을 강조하며 "경찰이 너무 참는다"고 말해 여론이 악화하고 있다.

휴세인 아브니 무틀루 이스탄불 주지사는 23일(현지시간) 전날 이스탄불 옥메이다느 지역에서 시위대와 경찰의 충돌하면서 생긴 사망자가 2명으로 늘었다고 밝혔다.

옥메이다느에서는 지난해 6월 반정부 시위 때 경찰이 쏜 최루탄에 맞아 혼수상태에 빠졌다가 지난 3월 숨진 15세 소년 베르킨 엘반과 지난 13일 발생한 소마탄광 참사의 희생자를 추모하는 집회가 열렸다.

현지 언론 보도에 따르면 집회 후 청년 15명이 경찰 진압차량에 화염병과 돌을 던져 차량에 불이 붙자 경찰관이 차에서 내려 권총을 꺼내 공중으로 위협사격을 하는 순간 유우르 쿠르트씨가 얼굴에 총을 맞고 쓰러졌다. 그는 병원에서 치료 중 숨졌다.

구청 소속 청소노동자인 쿠르트씨는 시위에 참가한 것이 아니라 젬에비(이슬람 알레비파의 사원)에서 열린 장례식에 참석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이 사고 이후 시위대는 경찰과 대치하면서 사제폭탄을 던졌고 이 폭발로 시민 1명이 숨지고 경찰관 8명이 부상했다.

검찰은 사고 발생 27시간 만에 현장 조사를 벌였고 당시 출동한 경찰관 20명의 총기를 압수하는 등 이례적으로 신속하게 수사를 벌였다.

무틀루 주지사도 전날 경찰관이 손에 권총을 든 사진들이 인터넷 등에 개재된 사실을 시인하고 "모든 사안들을 사법적, 행정적 측면에서 조사할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이스탄불과 국가의 안전을 위해서 모두가 침착하게 행동할 필요가 있다"며 사태 수습을 강조했다.

그러나 에르도안 총리는 이날 집권 정의개발당(AKP) 회의에서 경찰 진압차가 화염병 공격을 받고 경찰관이 부상했다며 "이런 모든 것에도 경찰이 가만히 보고 있어야만 했느냐, 경찰이 그렇게 참을성이 있는지 이해할 수 없다"고 말했다.

에르도안 총리는 또 "그들(시위대)은 엘반을 추모하는 기념식을 원했는데, 그는 죽었고 이미 끝난 일"이라고 말했다.

옥메이다느에서는 이날도 시위대가 화염병과 돌로 진압차량을 공격했고 이에 경찰관 1명이 권총을 꺼내 위협하는 등 격한 충돌을 빚었다.

이번 시위는 옥메이다느 지역에 한정됐으며 지난해 반정부 시위의 중심인 탁심광장과 수도 앙카라 등은 평온한 분위기였다.

다만 터키 시민단체와 야당 등이 반정부 시위 1주년 기념행사를 탁심광장에서 치르자는 움직임을 보여 시위가 격화할 가능성도 있다.

지난해 5월 31일 탁심광장의 게지공원 재개발 계획에 반대한 환경운동가들의 시위를 경찰이 과격 진압한 것을 계기로 에르도안 총리의 권위적 통치에 반발하는 전국적 반정부 시위로 번져 1개월 이상 이어졌다.

에르도안 총리는 집권당을 겨냥한 사상 최대 비리사건 수사, 각종 부패와 독재적 통치를 드러내는 감청자료 폭로 등에도 지난 3월 말 지방선거에서 집권당의 압승을 이끌었으며 오는 8월 사상 첫 직선제로 치르는 대통령선거에 출마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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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터키, 반정부 시위 1주년 앞두고 긴장 고조
    • 입력 2014-05-24 00:18:27
    연합뉴스
터키에서 지난해 여름 전국을 달군 반정부 시위 발발 1주년을 앞두고 시위대와 경찰 간 충돌로 2명이 숨지는 등 긴장이 고조되고 있다. 당국은 시위대가 아닌 시민이 경찰의 오발로 추정되는 총탄에 맞아 숨지자 신속하게 수사에 착수해 수습에 나섰으나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총리는 시위대의 과격행동을 강조하며 "경찰이 너무 참는다"고 말해 여론이 악화하고 있다. 휴세인 아브니 무틀루 이스탄불 주지사는 23일(현지시간) 전날 이스탄불 옥메이다느 지역에서 시위대와 경찰의 충돌하면서 생긴 사망자가 2명으로 늘었다고 밝혔다. 옥메이다느에서는 지난해 6월 반정부 시위 때 경찰이 쏜 최루탄에 맞아 혼수상태에 빠졌다가 지난 3월 숨진 15세 소년 베르킨 엘반과 지난 13일 발생한 소마탄광 참사의 희생자를 추모하는 집회가 열렸다. 현지 언론 보도에 따르면 집회 후 청년 15명이 경찰 진압차량에 화염병과 돌을 던져 차량에 불이 붙자 경찰관이 차에서 내려 권총을 꺼내 공중으로 위협사격을 하는 순간 유우르 쿠르트씨가 얼굴에 총을 맞고 쓰러졌다. 그는 병원에서 치료 중 숨졌다. 구청 소속 청소노동자인 쿠르트씨는 시위에 참가한 것이 아니라 젬에비(이슬람 알레비파의 사원)에서 열린 장례식에 참석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이 사고 이후 시위대는 경찰과 대치하면서 사제폭탄을 던졌고 이 폭발로 시민 1명이 숨지고 경찰관 8명이 부상했다. 검찰은 사고 발생 27시간 만에 현장 조사를 벌였고 당시 출동한 경찰관 20명의 총기를 압수하는 등 이례적으로 신속하게 수사를 벌였다. 무틀루 주지사도 전날 경찰관이 손에 권총을 든 사진들이 인터넷 등에 개재된 사실을 시인하고 "모든 사안들을 사법적, 행정적 측면에서 조사할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이스탄불과 국가의 안전을 위해서 모두가 침착하게 행동할 필요가 있다"며 사태 수습을 강조했다. 그러나 에르도안 총리는 이날 집권 정의개발당(AKP) 회의에서 경찰 진압차가 화염병 공격을 받고 경찰관이 부상했다며 "이런 모든 것에도 경찰이 가만히 보고 있어야만 했느냐, 경찰이 그렇게 참을성이 있는지 이해할 수 없다"고 말했다. 에르도안 총리는 또 "그들(시위대)은 엘반을 추모하는 기념식을 원했는데, 그는 죽었고 이미 끝난 일"이라고 말했다. 옥메이다느에서는 이날도 시위대가 화염병과 돌로 진압차량을 공격했고 이에 경찰관 1명이 권총을 꺼내 위협하는 등 격한 충돌을 빚었다. 이번 시위는 옥메이다느 지역에 한정됐으며 지난해 반정부 시위의 중심인 탁심광장과 수도 앙카라 등은 평온한 분위기였다. 다만 터키 시민단체와 야당 등이 반정부 시위 1주년 기념행사를 탁심광장에서 치르자는 움직임을 보여 시위가 격화할 가능성도 있다. 지난해 5월 31일 탁심광장의 게지공원 재개발 계획에 반대한 환경운동가들의 시위를 경찰이 과격 진압한 것을 계기로 에르도안 총리의 권위적 통치에 반발하는 전국적 반정부 시위로 번져 1개월 이상 이어졌다. 에르도안 총리는 집권당을 겨냥한 사상 최대 비리사건 수사, 각종 부패와 독재적 통치를 드러내는 감청자료 폭로 등에도 지난 3월 말 지방선거에서 집권당의 압승을 이끌었으며 오는 8월 사상 첫 직선제로 치르는 대통령선거에 출마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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