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카우트 자제 담합’ 실리콘밸리 기업들, 3천500억원 합의금

입력 2014.05.24 (0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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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력 스카우트를 자제하자고 담합한 혐의로 집단소송에 걸렸던 실리콘밸리 대기업들이 우리나라 돈으로 3천500억원이 넘는 합의금을 지불하고 소송을 끝내기로 했다.

이에 따라 이 회사들에서 일하던 엔지니어·디자이너 등 기술분야 인력 6만4천명이 집단소송 합의에 따른 배상을 받을 것으로 예상된다.

다만 원고 중 일부가 합의에 반대하고 있어 이번 합의안이 최종 결정과 사건 종결로 이어질지는 좀 더 두고 봐야 하는 상황이다.

24일(현지시간) 연합뉴스가 열람한 미국 연방법원 전자사건기록(ECF)에 따르면 이번 사건 피고 7개 기업 중 애플, 구글, 인텔, 어도비가 지난 23일 캘리포니아 북부 연방지방법원 새너제이지원에 합의 서류를 제출했다.

합의안에 따르면 이 4개 기업은 3억2천450만 달러(3천360억원)을 합의금으로 내놓기로 했다.

합의안에 동의한 원고측 변호인들은 "이번 합의안을 받아들이는 것이 집단소송 원고들의 이익을 대변하는 최선의 방법"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나 집단소송 대표원고 4명 중 한 명은 "회사들이 너무나 쉽게 법망을 빠져나가도록 해서는 안 된다"며 합의안에 반대하는 뜻을 밝혔다.

이에 따라 재판장 루시 고 판사는 다음 달 16일 재판 기일을 잡아 이번 합의안을 심리하기로 했다.

이에 앞서 피고 기업들 픽사와 루카스필름은 집단소송 합의금으로 900만 달러를, 인튜이트는 1천100만 달러를 각각 내놓겠다고 제안했고 재판장 루시 고 판사는 이달 16일 합의안을 승인했다.

7개 기업이 내야 할 집단소송 취하 합의금 총액은 3억4천450만 달러(3천531억원) 이상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

이번 소송의 원고는 이 업체들에 2005년 초부터 2009년 말까지 근무했던 기술 분야 피고용인들이었다.

이에 따라 소프트웨어 엔지니어, 하드웨어 엔지니어, 부품 설계자, 애플리케이션 개발자, 제품 개발자, 유저 인터페이스 설계자, 품질 분석 담당자, 연구개발 담당자, 애니메이터, IT 전문가, 시스템 엔지니어, 그래픽 아티스트 등 기술·창작 분야 근로자 약 6만4천명이 보상을 받을 수 있게 될 전망이다.

집단소송의 손해배상 청구금액은 자그마치 약 30억 달러(3조1천200억원)였으며 반독점법에 따라 징벌적 배상이 이뤄지면 배상액이 90억 달러(9조3천600억원)를 넘는 것도 이론상 가능한 상황이었다.

이번에 합의로 종결될 것으로 보이는 집단 민사소송은 지난 2010년 미국 법무부가 이 회사들을 반독점법 위반 혐의로 기소한 데 이어 별도로 진행돼 온 것이다.

당시 법무부의 기소 내용에 따르면 이 회사들은 서로 '콜드 콜'(cold call)을 하지 않기로 담합함으로써 반독점법을 위반했다.

'콜드 콜'이란 특정 근로자가 이직 의사를 밝히고 접촉해 오지 않은 상태에서 상대편 회사가 먼저 이 근로자를 접촉해 스카우트를 제안하는 것을 뜻한다.

이후 이 회사들은 법무부와 합의하고 콜드 콜을 포함한 어떤 수단으로도 피고용인의 이직을 막으려고 시도하거나 기업간 인력 확보 경쟁을 제한하는 담합행위를 아예 하지 않겠다고 서약했다.

다만 당시 형사재판 합의에는 불법 담합행위 피해자인 근로자에 대한 배상 조항이 들어 있지 않았고, 손해배상을 위한 민사 소송은 따로 진행돼 왔다.

이번 사건은 연구개발 인력의 이직을 인위적으로 제한하는 것 자체가 공정경쟁을 해치는 불법 행위라고 보는 미국 실리콘 밸리 지역의 분위기를 잘 보여 주는 사례다.

이는 우리나라의 주요 대기업들이 근로계약을 체결할 때 '경업금지 약정'이나 '동종업체 취업금지 서약' 등을 받는 방식으로 연구·개발 인력의 이직을 제한하고 '몸값'을 인위적으로 낮추는 관행과는 매우 큰 차이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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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스카우트 자제 담합’ 실리콘밸리 기업들, 3천500억원 합의금
    • 입력 2014-05-24 05:00:15
    연합뉴스
인력 스카우트를 자제하자고 담합한 혐의로 집단소송에 걸렸던 실리콘밸리 대기업들이 우리나라 돈으로 3천500억원이 넘는 합의금을 지불하고 소송을 끝내기로 했다. 이에 따라 이 회사들에서 일하던 엔지니어·디자이너 등 기술분야 인력 6만4천명이 집단소송 합의에 따른 배상을 받을 것으로 예상된다. 다만 원고 중 일부가 합의에 반대하고 있어 이번 합의안이 최종 결정과 사건 종결로 이어질지는 좀 더 두고 봐야 하는 상황이다. 24일(현지시간) 연합뉴스가 열람한 미국 연방법원 전자사건기록(ECF)에 따르면 이번 사건 피고 7개 기업 중 애플, 구글, 인텔, 어도비가 지난 23일 캘리포니아 북부 연방지방법원 새너제이지원에 합의 서류를 제출했다. 합의안에 따르면 이 4개 기업은 3억2천450만 달러(3천360억원)을 합의금으로 내놓기로 했다. 합의안에 동의한 원고측 변호인들은 "이번 합의안을 받아들이는 것이 집단소송 원고들의 이익을 대변하는 최선의 방법"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나 집단소송 대표원고 4명 중 한 명은 "회사들이 너무나 쉽게 법망을 빠져나가도록 해서는 안 된다"며 합의안에 반대하는 뜻을 밝혔다. 이에 따라 재판장 루시 고 판사는 다음 달 16일 재판 기일을 잡아 이번 합의안을 심리하기로 했다. 이에 앞서 피고 기업들 픽사와 루카스필름은 집단소송 합의금으로 900만 달러를, 인튜이트는 1천100만 달러를 각각 내놓겠다고 제안했고 재판장 루시 고 판사는 이달 16일 합의안을 승인했다. 7개 기업이 내야 할 집단소송 취하 합의금 총액은 3억4천450만 달러(3천531억원) 이상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 이번 소송의 원고는 이 업체들에 2005년 초부터 2009년 말까지 근무했던 기술 분야 피고용인들이었다. 이에 따라 소프트웨어 엔지니어, 하드웨어 엔지니어, 부품 설계자, 애플리케이션 개발자, 제품 개발자, 유저 인터페이스 설계자, 품질 분석 담당자, 연구개발 담당자, 애니메이터, IT 전문가, 시스템 엔지니어, 그래픽 아티스트 등 기술·창작 분야 근로자 약 6만4천명이 보상을 받을 수 있게 될 전망이다. 집단소송의 손해배상 청구금액은 자그마치 약 30억 달러(3조1천200억원)였으며 반독점법에 따라 징벌적 배상이 이뤄지면 배상액이 90억 달러(9조3천600억원)를 넘는 것도 이론상 가능한 상황이었다. 이번에 합의로 종결될 것으로 보이는 집단 민사소송은 지난 2010년 미국 법무부가 이 회사들을 반독점법 위반 혐의로 기소한 데 이어 별도로 진행돼 온 것이다. 당시 법무부의 기소 내용에 따르면 이 회사들은 서로 '콜드 콜'(cold call)을 하지 않기로 담합함으로써 반독점법을 위반했다. '콜드 콜'이란 특정 근로자가 이직 의사를 밝히고 접촉해 오지 않은 상태에서 상대편 회사가 먼저 이 근로자를 접촉해 스카우트를 제안하는 것을 뜻한다. 이후 이 회사들은 법무부와 합의하고 콜드 콜을 포함한 어떤 수단으로도 피고용인의 이직을 막으려고 시도하거나 기업간 인력 확보 경쟁을 제한하는 담합행위를 아예 하지 않겠다고 서약했다. 다만 당시 형사재판 합의에는 불법 담합행위 피해자인 근로자에 대한 배상 조항이 들어 있지 않았고, 손해배상을 위한 민사 소송은 따로 진행돼 왔다. 이번 사건은 연구개발 인력의 이직을 인위적으로 제한하는 것 자체가 공정경쟁을 해치는 불법 행위라고 보는 미국 실리콘 밸리 지역의 분위기를 잘 보여 주는 사례다. 이는 우리나라의 주요 대기업들이 근로계약을 체결할 때 '경업금지 약정'이나 '동종업체 취업금지 서약' 등을 받는 방식으로 연구·개발 인력의 이직을 제한하고 '몸값'을 인위적으로 낮추는 관행과는 매우 큰 차이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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