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로셴코, ‘초콜릿 왕’에서 우크라이나 대통령까지

입력 2014.05.26 (0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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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크라이나의 재벌 페트로 포로센코(48)가 대통령 권좌까지 오르게 됐다.

25일(현지시간) 치러진 대선에서 당선이 확실한 포로셴코는 '초콜릿 왕'으로 유명하지만 정치 경력도 상당하다.

우크라이나 남부 오데사주의 볼그라드에서 태어난 그는 키예프 국립대학 국제관계·국제법 학부를 졸업하자마자 초콜릿의 원료인 카카오 열매 판매로 사업을 시작했다.

이후 1990년대 제과회사 여러 개를 인수해 '로셴'으로 키우면서 사업 기틀을 잡았다.

로셴은 동유럽 최대 제과회사로 성장해 '초콜릿 왕'이라는 별명을 얻게 됐다.

로셴 제품의 절반 정도는 러시아로 수출되고 있다.

로셴의 성공을 발판으로 사업 영역을 자동차 생산, 조선, 미디어 등으로 넓혀 억만장자 대열에 올랐다.

지난 3월 미국 경제전문지 포브스에 따르면 포로셴코는 개인재산 13억 달러(약 1조3천330억원)로 우크라이나 갑부 7위에 올랐다.

그의 정치 이력은 34세 때인 1998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레오니트 쿠치마 대통령을 지지하는 사회민주당 소속으로 의회에 진출하면서 정치에 입문했다.

하지만 쿠치마와 결별하고 개혁 성향의 정치인 빅토르 유셴코와 인연을 맺었고 2004년 유셴코가 주도한 '오렌지 혁명'의 자금줄 역할을 했다.

유셴코 대통령 시절 국가안보국방위원회 서기(위원장)를 맡았고 2009년 말부터 2010년 초까지 외무장관을 지냈다.

그는 외무장관 때 우크라이나의 북대서양조약기구(나토) 가입을 적극적으로 추진하기도 했다.

2010년 초 유셴코 대통령의 정적 빅토르 야누코비치가 집권하자 외무장관직에서 해임됐으나 2년 뒤 야누코비치는 포로셴코를 경제개발·통상 장관으로 발탁했다.

이처럼 중립적 정치성향을 보인 포로셴코는 지난해 러시아가 우크라이나에 관세동맹 가입을 압박하며 로셴 초콜릿 수입금지 조치를 취한 것을 계기로 친서방 쪽으로 크게 기울었다.

그는 지난해 말부터 시작된 야권의 대규모 반정부 시위 과정에서 개혁 세력을 지지하면서 물질적 후원자 역할을 했고 결국 지난 3월 말 대권에 도전하겠다고 선포했다.

포로셴코는 대선 출마 선언에서 "1994년 부다페스트 양해각서를 대체하는 새로운 방위조약을 서방과 맺겠다"며 친서방 노선을 천명했다.

이번 대선에서 압도적 지지를 얻은 것은 재력가 중 유일하게 반정부 시위를 공개적으로 지지하고 야권의 자금줄 역할을 하는 등 인상깊은 행보를 보였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동시에 '실용주의자'나 '뛰어난 협상가'라는 평가를 받으면서 최악의 갈등을 겪는 우크라이나와 러시아와의 관계에서도 중재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이란 기대도 작용했다.

그는 우크라이나의 유럽 통합을 지지하면서도 나토 가입을 위한 주민 투표에는 반대하고 있다. 아직은 때가 아니라는 입장이다.

뉴욕타임스(NYT)는 최근 포로셴코가 우크라이나 갈등 국면을 바꿔놓고 있다며 "러시아가 그에게서 분명한 협상 파트너를 얻을 것으로 기대하면서 (우크라이나에 대한) 블라디미르 푸틴의 입장을 완화하는 데도 기여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사업적 이해관계나 다른 '올리가르히'(신흥재벌)와의 유대관계를 고려했을 때 포로셴코가 적극적으로 우크라이나 위기를 돌파하기보다는 현상유지 수준에 그칠 수 있다는 우려도 있다고 NYT는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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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포로셴코, ‘초콜릿 왕’에서 우크라이나 대통령까지
    • 입력 2014-05-26 05:00:49
    연합뉴스
우크라이나의 재벌 페트로 포로센코(48)가 대통령 권좌까지 오르게 됐다. 25일(현지시간) 치러진 대선에서 당선이 확실한 포로셴코는 '초콜릿 왕'으로 유명하지만 정치 경력도 상당하다. 우크라이나 남부 오데사주의 볼그라드에서 태어난 그는 키예프 국립대학 국제관계·국제법 학부를 졸업하자마자 초콜릿의 원료인 카카오 열매 판매로 사업을 시작했다. 이후 1990년대 제과회사 여러 개를 인수해 '로셴'으로 키우면서 사업 기틀을 잡았다. 로셴은 동유럽 최대 제과회사로 성장해 '초콜릿 왕'이라는 별명을 얻게 됐다. 로셴 제품의 절반 정도는 러시아로 수출되고 있다. 로셴의 성공을 발판으로 사업 영역을 자동차 생산, 조선, 미디어 등으로 넓혀 억만장자 대열에 올랐다. 지난 3월 미국 경제전문지 포브스에 따르면 포로셴코는 개인재산 13억 달러(약 1조3천330억원)로 우크라이나 갑부 7위에 올랐다. 그의 정치 이력은 34세 때인 1998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레오니트 쿠치마 대통령을 지지하는 사회민주당 소속으로 의회에 진출하면서 정치에 입문했다. 하지만 쿠치마와 결별하고 개혁 성향의 정치인 빅토르 유셴코와 인연을 맺었고 2004년 유셴코가 주도한 '오렌지 혁명'의 자금줄 역할을 했다. 유셴코 대통령 시절 국가안보국방위원회 서기(위원장)를 맡았고 2009년 말부터 2010년 초까지 외무장관을 지냈다. 그는 외무장관 때 우크라이나의 북대서양조약기구(나토) 가입을 적극적으로 추진하기도 했다. 2010년 초 유셴코 대통령의 정적 빅토르 야누코비치가 집권하자 외무장관직에서 해임됐으나 2년 뒤 야누코비치는 포로셴코를 경제개발·통상 장관으로 발탁했다. 이처럼 중립적 정치성향을 보인 포로셴코는 지난해 러시아가 우크라이나에 관세동맹 가입을 압박하며 로셴 초콜릿 수입금지 조치를 취한 것을 계기로 친서방 쪽으로 크게 기울었다. 그는 지난해 말부터 시작된 야권의 대규모 반정부 시위 과정에서 개혁 세력을 지지하면서 물질적 후원자 역할을 했고 결국 지난 3월 말 대권에 도전하겠다고 선포했다. 포로셴코는 대선 출마 선언에서 "1994년 부다페스트 양해각서를 대체하는 새로운 방위조약을 서방과 맺겠다"며 친서방 노선을 천명했다. 이번 대선에서 압도적 지지를 얻은 것은 재력가 중 유일하게 반정부 시위를 공개적으로 지지하고 야권의 자금줄 역할을 하는 등 인상깊은 행보를 보였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동시에 '실용주의자'나 '뛰어난 협상가'라는 평가를 받으면서 최악의 갈등을 겪는 우크라이나와 러시아와의 관계에서도 중재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이란 기대도 작용했다. 그는 우크라이나의 유럽 통합을 지지하면서도 나토 가입을 위한 주민 투표에는 반대하고 있다. 아직은 때가 아니라는 입장이다. 뉴욕타임스(NYT)는 최근 포로셴코가 우크라이나 갈등 국면을 바꿔놓고 있다며 "러시아가 그에게서 분명한 협상 파트너를 얻을 것으로 기대하면서 (우크라이나에 대한) 블라디미르 푸틴의 입장을 완화하는 데도 기여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사업적 이해관계나 다른 '올리가르히'(신흥재벌)와의 유대관계를 고려했을 때 포로셴코가 적극적으로 우크라이나 위기를 돌파하기보다는 현상유지 수준에 그칠 수 있다는 우려도 있다고 NYT는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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