클로델 “영화 찍기는 마약과도 같아”

입력 2014.05.26 (08:21) 수정 2014.05.26 (08: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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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랑스의 중견 필립 클로델은 잔잔한 일상에 숨어 있는 격랑의 조짐을 포착하는데 능숙한 감독이다.

국내에 지난 2010년 개봉한 데뷔작 '당신을 오랫동안 사랑했어요'는 감정의 과잉 없이 상처를 주고받는 가족 구성원들의 이야기를 풀어내 주목받았다.

오는 29일 국내 개봉하는 그의 세 번째 장편 영화 '차가운 장미'는 한 성공한 의사가 신비로운 젊은 여자를 만나면서 바쁘게 살아온 삶을 되돌아본다는 내용을 담은 잔잔한 영화다.

"'내가 내 인생을 벗어난 것이 아닐까?'라는 질문에서 출발한 영화입니다. 이 같은 질문은 내가 영화 속 폴이라는 인물과 공유하는 질문이기도 합니다. 나 역시 자신에게 계속해서 올바른 선택을 해 왔는지를 자문하곤 했습니다. 그런 점에서 자전적인 면이 조금 있다고 볼 수 있습니다."

클로델 감독은 영화 개봉을 앞두고 최근 연합뉴스와 한 이메일 인터뷰에서 이렇게 말했다.

영화는 주인공 폴(다니엘 오테유)의 무료한 일상을 정갈하게 보여준다.

유복자로 태어나 한 계단씩 밟아 성공한 그는 휴가 한 번 가지 않고, 일에만 중독돼 살아간다.

앞만 보고 내달려 왔으니 폴이 자신의 삶을 제대로 가꾸었을 리 만무하다.

아들과는 대화조차 시작할 수 없을 정도로 사이가 벌어졌고, "배려할 줄 모르는" 성격 탓에 소중한 친구 제라르(리처드 베리)와는 점점 멀어진다.

"폴은 다른 이들의 뇌를 고치는 일을 하지만, 정작 자신의 머릿속에서 벌어지는 일을 정확하게 보지 못합니다. 인생의 어느 순간, 자기 자신의 생각을 알지 못했다는 것을 깨닫는 이를 주인공으로 설정하는 게 상징적으로 흥미로울 거라 생각했어요. 이 영화는 이러한 모순에서 시작된 영화이기도 합니다."

폴의 일상을 차곡차곡 보여주는 영화는 막판 예상외의 반전을 보여준다.

가정의 울타리를 벗어날 각오까지 하는 폴과 그런 폴을 사랑하게 되는 루(라일라 벡티)는 끝으로 가면서 전혀 예상하기 어려운 관계로 치닫는다.

"영화는 다양한 장르의 언저리에 걸쳐 있습니다. 내 책에서 자주 사용하는 방식이기도 한데, 장르의 코드를 섞어서 내면적인 드라마와 스릴러가 함께 어우러지게 하는 겁니다. 영화를 보는 관객이 엉뚱한 길로 들어서게 하려는 것이 아니라, 관객들이 폴이라는 인물의 입장에 서서 무엇보다 인물의 현실을 제대로 느낄 수 있게 하려고 마련한 장치입니다."

클로델은 영화뿐 아니라 저명한 소설가로도 유명하다. 소설 '회색 영혼'과 '브로덱의 보고서' 등을 통해 르노도상·서점대상 등의 상을 받았다.

영화 데뷔작 '당신을 오랫동안 사랑했어요'로는 세자르영화제 신인상을 받았다.

"소설을 쓸 때는 혼자 작업을 하고, 영화를 만들 때는 팀과 함께 작업합니다. 둘은 정말 다른 즐거움을 안겨 줍니다. 글쓰기의 즐거움은 무한해요. 영화를 만들 때는 돈·시간 등 여러 가지 장벽이 있다는 점이 소설 쓰기와 다릅니다. 하지만, 스태프·배우들과 함께 영화를 찍는 건 정말 신나는 일입니다. 강도가 센 마약과도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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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클로델 “영화 찍기는 마약과도 같아”
    • 입력 2014-05-26 08:21:09
    • 수정2014-05-26 08:22:44
    연합뉴스
프랑스의 중견 필립 클로델은 잔잔한 일상에 숨어 있는 격랑의 조짐을 포착하는데 능숙한 감독이다.

국내에 지난 2010년 개봉한 데뷔작 '당신을 오랫동안 사랑했어요'는 감정의 과잉 없이 상처를 주고받는 가족 구성원들의 이야기를 풀어내 주목받았다.

오는 29일 국내 개봉하는 그의 세 번째 장편 영화 '차가운 장미'는 한 성공한 의사가 신비로운 젊은 여자를 만나면서 바쁘게 살아온 삶을 되돌아본다는 내용을 담은 잔잔한 영화다.

"'내가 내 인생을 벗어난 것이 아닐까?'라는 질문에서 출발한 영화입니다. 이 같은 질문은 내가 영화 속 폴이라는 인물과 공유하는 질문이기도 합니다. 나 역시 자신에게 계속해서 올바른 선택을 해 왔는지를 자문하곤 했습니다. 그런 점에서 자전적인 면이 조금 있다고 볼 수 있습니다."

클로델 감독은 영화 개봉을 앞두고 최근 연합뉴스와 한 이메일 인터뷰에서 이렇게 말했다.

영화는 주인공 폴(다니엘 오테유)의 무료한 일상을 정갈하게 보여준다.

유복자로 태어나 한 계단씩 밟아 성공한 그는 휴가 한 번 가지 않고, 일에만 중독돼 살아간다.

앞만 보고 내달려 왔으니 폴이 자신의 삶을 제대로 가꾸었을 리 만무하다.

아들과는 대화조차 시작할 수 없을 정도로 사이가 벌어졌고, "배려할 줄 모르는" 성격 탓에 소중한 친구 제라르(리처드 베리)와는 점점 멀어진다.

"폴은 다른 이들의 뇌를 고치는 일을 하지만, 정작 자신의 머릿속에서 벌어지는 일을 정확하게 보지 못합니다. 인생의 어느 순간, 자기 자신의 생각을 알지 못했다는 것을 깨닫는 이를 주인공으로 설정하는 게 상징적으로 흥미로울 거라 생각했어요. 이 영화는 이러한 모순에서 시작된 영화이기도 합니다."

폴의 일상을 차곡차곡 보여주는 영화는 막판 예상외의 반전을 보여준다.

가정의 울타리를 벗어날 각오까지 하는 폴과 그런 폴을 사랑하게 되는 루(라일라 벡티)는 끝으로 가면서 전혀 예상하기 어려운 관계로 치닫는다.

"영화는 다양한 장르의 언저리에 걸쳐 있습니다. 내 책에서 자주 사용하는 방식이기도 한데, 장르의 코드를 섞어서 내면적인 드라마와 스릴러가 함께 어우러지게 하는 겁니다. 영화를 보는 관객이 엉뚱한 길로 들어서게 하려는 것이 아니라, 관객들이 폴이라는 인물의 입장에 서서 무엇보다 인물의 현실을 제대로 느낄 수 있게 하려고 마련한 장치입니다."

클로델은 영화뿐 아니라 저명한 소설가로도 유명하다. 소설 '회색 영혼'과 '브로덱의 보고서' 등을 통해 르노도상·서점대상 등의 상을 받았다.

영화 데뷔작 '당신을 오랫동안 사랑했어요'로는 세자르영화제 신인상을 받았다.

"소설을 쓸 때는 혼자 작업을 하고, 영화를 만들 때는 팀과 함께 작업합니다. 둘은 정말 다른 즐거움을 안겨 줍니다. 글쓰기의 즐거움은 무한해요. 영화를 만들 때는 돈·시간 등 여러 가지 장벽이 있다는 점이 소설 쓰기와 다릅니다. 하지만, 스태프·배우들과 함께 영화를 찍는 건 정말 신나는 일입니다. 강도가 센 마약과도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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