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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절한 남자들의 멜로’ 이성계-정몽주-정도전
입력 2014.06.01 (07:10) 수정 2014.06.01 (09:46) 연합뉴스
이런 절절한 멜로가 없다. 서로를 향한 마음은 절박하고 상대를 잃고싶지 않은 간절함은 어느덧 눈물이 되어 하염없이 흘러내린다.

이쯤되면 다음 수순은 사랑에 목숨 걸고 불륜이라도 불사하는 것이다.

하지만 거기까지. 다음 수순은 정반대로 흘러갔다. '내 것이 안 된다면 너는 사라져줘야' 했다. 불륜도, 희생도, 양보도 없다.

KBS 1TV 대하사극 '정도전'이 이성계-정몽주-정도전의 삼각관계를 그 어떤 멜로드라마보다 진하고 애절하게 그리며 지난달 2라운드를 마감했다.

정치 9단 이인임(박영규 분)의 강렬한 카리스마가 1라운드를 이끌었다면 지난달 24일 선죽교의 거사로 막을 내린 2라운드는 이성계(유동근)-정몽주(임호)-정도전(조재현)의 '가슴아픈 사랑이야기'로 요약된다.

실제로 '정도전'의 2라운드는 이들 세 인물이 서로의 마음을 얻고, 돌리기 위해 총력을 기울이는 내용을 전개하면서 이들이 서로에게 뿜어내는 마음을 여느 남녀의 사랑 못지않게 묘사했다.

이성계-정몽주-정도전은 서로를 존중하고 신뢰하는 사이다. 인간 대 인간으로서 상대를 가슴 깊이 아끼고 평생 함께 하고픈 동지이자 벗으로 여긴다.

하지만 운이 다해가는 고려를 앞에 두고 셋은 같은 하늘을 이고 살 수 없는 처지가 된다. 백성이 잘 먹고 잘 사는 나라를 만들자는 데는 세 사람 모두 두말없이 합일점을 이룬다. 하지만 그 나라가 고려여야하는지에 대해서는 의견이 갈린다.

국회의원 보좌관 출신으로 정치가 무엇이며, 정치판의 생리가 어떠한지를 이인임을 통해 신랄하게 구현했던 정현민 작가는 이성계-정몽주-정도전의 관계를 그리면서 기존의 스테레오타입을 깨버렸다. 단순한 이해관계의 충돌로 그리는 것에서 벗어나 '이들이 나누었을 것으로 짐작되는' 동지애, 인간애, 우정에 초점을 맞춰 그것이 역성혁명 앞에서 어떻게 깨져가는지를 '가슴 아프게' 추적했다.

그래서 이성계는 정몽주의 마음을 끝내 얻지 못하자 가슴 찢어지는 고통에 포효했고, 정몽주는 정도전에게 참형이 내려질 것을 예고하며 오열했으며, 정도전은 피를 흘리며 쓰러진 정몽주를 끌어안고 사무치게 울부짖었다.

정 작가는 이들이 서로를 향해 칼을 갈았을 것으로 보지 않았다. 상대를 끝까지 설득시키고자 최선을 다했고, 어느 정도 상대를 이해도 하지만 끝내 같은 길은 갈 수 없는 처지로 묘사해 시청자의 마음을 움직였다.

상대를 품기 위해 체력을 바닥까지 고갈시키는 '칼없는 칼싸움'이 이어졌고 "왜 너는 내 마음을 몰라주니?"라는 원망섞인 애원이 서로를 향했다.

정몽주를 연기한 임호는 "셋은 사람으로서 서로를 사랑하지 않았을까 싶다"고 말했다.

작가는 그러나 이들이 서로를 향해 '구애'만 하고 있게 내버려두지 않았다. 이들 사이에 이방원(안재모)이라는 늑대를 들이밀어 이간의 촉매제로 삼았다.

늑대는 "이런들 어떠하리 저런들 어떠하리 만수산 드렁츩이 얽혀진듯 어떠하리 우리도 이같이 얽혀 백년까지 누리리라"라며 고려 충신의 옆구리를 찔렀더니 "이 몸이 죽고 죽어 일백번 고쳐 죽어 백골이 진토되어 넋이라도 있고 없고 임 향한 일편단심이야 가실 줄이 있으랴"라는 충성스러운 답변이 돌아오자 망설임 없이 칼을 빼들었다.

이제 '정도전'은 이방원이 숨겼던 발톱을 활짝 드러내 야심을 향해 몸을 불사르고, 정도전이 정몽주의 죽음을 뒤로 한 채 새로운 나라를 건설하기 위해 전면에 나서는 이야기를 마지막 3라운드에 풀어놓는다.

이미 그 기승전결을 익히 알고 있는 이야기도 놀랍도록 새롭게 조명할 수 있음을 새삼 확인시킨 '정도전'. 그 마지막 라운드도 기대하지 않을 수 없다.
  • ‘절절한 남자들의 멜로’ 이성계-정몽주-정도전
    • 입력 2014-06-01 07:10:44
    • 수정2014-06-01 09:46:59
    연합뉴스
이런 절절한 멜로가 없다. 서로를 향한 마음은 절박하고 상대를 잃고싶지 않은 간절함은 어느덧 눈물이 되어 하염없이 흘러내린다.

이쯤되면 다음 수순은 사랑에 목숨 걸고 불륜이라도 불사하는 것이다.

하지만 거기까지. 다음 수순은 정반대로 흘러갔다. '내 것이 안 된다면 너는 사라져줘야' 했다. 불륜도, 희생도, 양보도 없다.

KBS 1TV 대하사극 '정도전'이 이성계-정몽주-정도전의 삼각관계를 그 어떤 멜로드라마보다 진하고 애절하게 그리며 지난달 2라운드를 마감했다.

정치 9단 이인임(박영규 분)의 강렬한 카리스마가 1라운드를 이끌었다면 지난달 24일 선죽교의 거사로 막을 내린 2라운드는 이성계(유동근)-정몽주(임호)-정도전(조재현)의 '가슴아픈 사랑이야기'로 요약된다.

실제로 '정도전'의 2라운드는 이들 세 인물이 서로의 마음을 얻고, 돌리기 위해 총력을 기울이는 내용을 전개하면서 이들이 서로에게 뿜어내는 마음을 여느 남녀의 사랑 못지않게 묘사했다.

이성계-정몽주-정도전은 서로를 존중하고 신뢰하는 사이다. 인간 대 인간으로서 상대를 가슴 깊이 아끼고 평생 함께 하고픈 동지이자 벗으로 여긴다.

하지만 운이 다해가는 고려를 앞에 두고 셋은 같은 하늘을 이고 살 수 없는 처지가 된다. 백성이 잘 먹고 잘 사는 나라를 만들자는 데는 세 사람 모두 두말없이 합일점을 이룬다. 하지만 그 나라가 고려여야하는지에 대해서는 의견이 갈린다.

국회의원 보좌관 출신으로 정치가 무엇이며, 정치판의 생리가 어떠한지를 이인임을 통해 신랄하게 구현했던 정현민 작가는 이성계-정몽주-정도전의 관계를 그리면서 기존의 스테레오타입을 깨버렸다. 단순한 이해관계의 충돌로 그리는 것에서 벗어나 '이들이 나누었을 것으로 짐작되는' 동지애, 인간애, 우정에 초점을 맞춰 그것이 역성혁명 앞에서 어떻게 깨져가는지를 '가슴 아프게' 추적했다.

그래서 이성계는 정몽주의 마음을 끝내 얻지 못하자 가슴 찢어지는 고통에 포효했고, 정몽주는 정도전에게 참형이 내려질 것을 예고하며 오열했으며, 정도전은 피를 흘리며 쓰러진 정몽주를 끌어안고 사무치게 울부짖었다.

정 작가는 이들이 서로를 향해 칼을 갈았을 것으로 보지 않았다. 상대를 끝까지 설득시키고자 최선을 다했고, 어느 정도 상대를 이해도 하지만 끝내 같은 길은 갈 수 없는 처지로 묘사해 시청자의 마음을 움직였다.

상대를 품기 위해 체력을 바닥까지 고갈시키는 '칼없는 칼싸움'이 이어졌고 "왜 너는 내 마음을 몰라주니?"라는 원망섞인 애원이 서로를 향했다.

정몽주를 연기한 임호는 "셋은 사람으로서 서로를 사랑하지 않았을까 싶다"고 말했다.

작가는 그러나 이들이 서로를 향해 '구애'만 하고 있게 내버려두지 않았다. 이들 사이에 이방원(안재모)이라는 늑대를 들이밀어 이간의 촉매제로 삼았다.

늑대는 "이런들 어떠하리 저런들 어떠하리 만수산 드렁츩이 얽혀진듯 어떠하리 우리도 이같이 얽혀 백년까지 누리리라"라며 고려 충신의 옆구리를 찔렀더니 "이 몸이 죽고 죽어 일백번 고쳐 죽어 백골이 진토되어 넋이라도 있고 없고 임 향한 일편단심이야 가실 줄이 있으랴"라는 충성스러운 답변이 돌아오자 망설임 없이 칼을 빼들었다.

이제 '정도전'은 이방원이 숨겼던 발톱을 활짝 드러내 야심을 향해 몸을 불사르고, 정도전이 정몽주의 죽음을 뒤로 한 채 새로운 나라를 건설하기 위해 전면에 나서는 이야기를 마지막 3라운드에 풀어놓는다.

이미 그 기승전결을 익히 알고 있는 이야기도 놀랍도록 새롭게 조명할 수 있음을 새삼 확인시킨 '정도전'. 그 마지막 라운드도 기대하지 않을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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