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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짧아야 산다’ 가요제목 길이 25년 만에 절반으로
입력 2014.06.01 (08:09) 연합뉴스
레코드판에서 콤팩트디스크(CD)로, 다시 디지털 파일로 음악 콘텐츠를 담는 주력 매체의 크기가 작아지는 동안 줄어든 것이 또 있다.

노래 제목의 길이다.

1일 연합뉴스가 음원 사이트 멜론의 지난 25년간 '시대별 차트'를 분석한 결과 상위권을 차지한 가요의 제목이 시대가 흐를수록 전반적으로 짧아지는 경향을 보이는 것으로 나타났다.

최근 25년간 5년 단위로 1~10위 노래 제목의 평균 글자 수(한글로 표기된 제목 기준)는 1989년 7자에서 1994년 5.1자, 1999년 4.8자, 2004년과 2009년 4자에 이어 올해(4월 기준)는 3.6자로 지속적으로 줄어든 것으로 파악됐다.

사반세기 만에 노래 제목이 절반 정도로 짧아진 것.

2009년에는 1~10위 가운데 차트 기준 한글로 표기된 곡이 세 곡('심장이 없어'·'사랑비'·'쏘리쏘리') 뿐이어서 사실상 통계적인 의미가 없는 만큼 매년 어김없이 감소세를 보인 셈이다.

주된 음악 콘텐츠 유통 형식이 음반에서 음원으로 변하면서 순위 집계 방식 자체가 바뀌어 엄밀한 비교가 어려운 점을 고려해도 전반적으로 노래 제목이 짧아지는 추세는 명확했다.

굳이 평균을 내지 않아도 상위권 노래의 제목을 일별하는 것만으로도 쉽게 알 수 있다.

예를 들어 1989년 노래를 보면 1위와 4위를 기록한 이승철의 '마지막 나의 모습'과 '안녕이라고 말하지마'가 모두 여러 어절로 이뤄졌고, 이상우의 '바람에 옷깃이 날리듯'(6위)과 변진섭의 '네게 줄수 있는건 오직 사랑뿐'(9위)은 더욱 길다.

반면 한 어절 제목은 주현미의 '짝사랑'뿐이었다.

1994년에는 눈에 띄는 긴 제목의 노래는 없지만 전체적으로 고르게 제목이 길었다. 1위 곡은 김건모의 '핑계'로 두 글자이지만, 2~10위 곡이 모두 넉 자 이상이다.

반면 올해 4월 월간 차트를 보면 1위는 박효신의 '야생화', 5위는 소유와 정기고의 '썸', 6위는 윤민수의 '인연'으로 상당수 곡이 석 자 안쪽이다. 그나마 가장 긴 제목이 하이포와 아이유가 부른 '봄 사랑 벚꽃 말고'로 일곱자다.

가까운 2013년 연간 차트를 봐도 '자니', '눈물', '눈물샤워' 등으로 상위권 곡은 모두 제목이 짧다. '이름이 뭐예요'나 '있다 없으니까'처럼 비교적 긴 제목의 노래도 두 어절을 넘지 않는다.

이처럼 제목 길이가 짧아지는 현상은 음악의 소비 주기가 짧아지는 전반적인 가요계의 추세와 무관하지 않은 것으로 분석된다.

노래의 수명이 짧아지는 만큼 현실적으로 창작자로서도 최대한 듣는 사람이 기억하기 쉬운 제목을 선택할 수밖에 없다는 것.

멜론 관계자는 "요즘에는 발표되는 곡들이 워낙 많아 경쟁도 심하고 인터넷을 통해 음악을 감상하는 패턴이 확산하면서 각각의 노래를 듣는 주기가 짧아지는 경향을 보인다"고 설명했다.

한 음반제작사 관계자도 "세월이 흐르면서 노래의 홍보 주기가 급격히 짧아졌다"면서 "제작자들 사이에서는 현실적으로 팬들이 쉽게 노래를 기억하게 하려면 제목이 2~3자 정도여야 한다는 공감대가 있다"고 전했다.

물론 제목이 길다고 좋은 것이 아니며 함축적인 제목이 더 예술성을 지닐 수도 있다. 하지만 '나보다 조금 더 높은 곳에 니가 있을 뿐'이나 '거꾸로 강을 거슬러 오르는 저 힘찬 연어들처럼' 같이 오래 기억되는 문학적 제목은 이제 나오기 어려운 시대가 된 게 아니냐는 아쉬움도 있다.

강태규 음악평론가는 "제목이 짧아지는 것은 하나의 생존 전략"이라며 "특히 싱어송라이터보다 노래 자체에 중심을 두는 전문 작곡·작사가의 작품에서 두드러지는 현상"이라고 분석했다.

그는 "이러한 경향 자체를 긍정적 또는 부정적이라고 단정하기는 어렵다"면서도 "가장 적절한 제목이 아닌 시류에 맞는 제목을 붙이도록 반강제한다는 점에서 창작자의 자유로운 상상력을 제한하는 측면은 있다"고 지적했다.
  • ‘짧아야 산다’ 가요제목 길이 25년 만에 절반으로
    • 입력 2014-06-01 08:09:58
    연합뉴스
레코드판에서 콤팩트디스크(CD)로, 다시 디지털 파일로 음악 콘텐츠를 담는 주력 매체의 크기가 작아지는 동안 줄어든 것이 또 있다.

노래 제목의 길이다.

1일 연합뉴스가 음원 사이트 멜론의 지난 25년간 '시대별 차트'를 분석한 결과 상위권을 차지한 가요의 제목이 시대가 흐를수록 전반적으로 짧아지는 경향을 보이는 것으로 나타났다.

최근 25년간 5년 단위로 1~10위 노래 제목의 평균 글자 수(한글로 표기된 제목 기준)는 1989년 7자에서 1994년 5.1자, 1999년 4.8자, 2004년과 2009년 4자에 이어 올해(4월 기준)는 3.6자로 지속적으로 줄어든 것으로 파악됐다.

사반세기 만에 노래 제목이 절반 정도로 짧아진 것.

2009년에는 1~10위 가운데 차트 기준 한글로 표기된 곡이 세 곡('심장이 없어'·'사랑비'·'쏘리쏘리') 뿐이어서 사실상 통계적인 의미가 없는 만큼 매년 어김없이 감소세를 보인 셈이다.

주된 음악 콘텐츠 유통 형식이 음반에서 음원으로 변하면서 순위 집계 방식 자체가 바뀌어 엄밀한 비교가 어려운 점을 고려해도 전반적으로 노래 제목이 짧아지는 추세는 명확했다.

굳이 평균을 내지 않아도 상위권 노래의 제목을 일별하는 것만으로도 쉽게 알 수 있다.

예를 들어 1989년 노래를 보면 1위와 4위를 기록한 이승철의 '마지막 나의 모습'과 '안녕이라고 말하지마'가 모두 여러 어절로 이뤄졌고, 이상우의 '바람에 옷깃이 날리듯'(6위)과 변진섭의 '네게 줄수 있는건 오직 사랑뿐'(9위)은 더욱 길다.

반면 한 어절 제목은 주현미의 '짝사랑'뿐이었다.

1994년에는 눈에 띄는 긴 제목의 노래는 없지만 전체적으로 고르게 제목이 길었다. 1위 곡은 김건모의 '핑계'로 두 글자이지만, 2~10위 곡이 모두 넉 자 이상이다.

반면 올해 4월 월간 차트를 보면 1위는 박효신의 '야생화', 5위는 소유와 정기고의 '썸', 6위는 윤민수의 '인연'으로 상당수 곡이 석 자 안쪽이다. 그나마 가장 긴 제목이 하이포와 아이유가 부른 '봄 사랑 벚꽃 말고'로 일곱자다.

가까운 2013년 연간 차트를 봐도 '자니', '눈물', '눈물샤워' 등으로 상위권 곡은 모두 제목이 짧다. '이름이 뭐예요'나 '있다 없으니까'처럼 비교적 긴 제목의 노래도 두 어절을 넘지 않는다.

이처럼 제목 길이가 짧아지는 현상은 음악의 소비 주기가 짧아지는 전반적인 가요계의 추세와 무관하지 않은 것으로 분석된다.

노래의 수명이 짧아지는 만큼 현실적으로 창작자로서도 최대한 듣는 사람이 기억하기 쉬운 제목을 선택할 수밖에 없다는 것.

멜론 관계자는 "요즘에는 발표되는 곡들이 워낙 많아 경쟁도 심하고 인터넷을 통해 음악을 감상하는 패턴이 확산하면서 각각의 노래를 듣는 주기가 짧아지는 경향을 보인다"고 설명했다.

한 음반제작사 관계자도 "세월이 흐르면서 노래의 홍보 주기가 급격히 짧아졌다"면서 "제작자들 사이에서는 현실적으로 팬들이 쉽게 노래를 기억하게 하려면 제목이 2~3자 정도여야 한다는 공감대가 있다"고 전했다.

물론 제목이 길다고 좋은 것이 아니며 함축적인 제목이 더 예술성을 지닐 수도 있다. 하지만 '나보다 조금 더 높은 곳에 니가 있을 뿐'이나 '거꾸로 강을 거슬러 오르는 저 힘찬 연어들처럼' 같이 오래 기억되는 문학적 제목은 이제 나오기 어려운 시대가 된 게 아니냐는 아쉬움도 있다.

강태규 음악평론가는 "제목이 짧아지는 것은 하나의 생존 전략"이라며 "특히 싱어송라이터보다 노래 자체에 중심을 두는 전문 작곡·작사가의 작품에서 두드러지는 현상"이라고 분석했다.

그는 "이러한 경향 자체를 긍정적 또는 부정적이라고 단정하기는 어렵다"면서도 "가장 적절한 제목이 아닌 시류에 맞는 제목을 붙이도록 반강제한다는 점에서 창작자의 자유로운 상상력을 제한하는 측면은 있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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