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여중생 인터넷 모방 살인미수로 온라인 역기능 논란

입력 2014.06.05 (22:58)

읽어주기 기능은 크롬기반의
브라우저에서만 사용하실 수 있습니다.

미국 위스콘신주의 12세 여중생 2명이 인터넷 가상 인물을 흉내낸 잔혹한 방법으로 친구를 살해하려다 미수에 그친 사건이 발생하면서 온라인의 역기능에 대한 논란이 확산하고 있다.

5일 시카고 트리뷴은 "소설이나 TV드라마에 등장하는 악한 존재를 흉내낸 범죄가 오래전부터 있어왔고 비디오게임이 청소년 폭력에 미치는 영향도 목도해왔으나 12세밖에 안된 여중생들이 디지털 판타지에 심취해 살인을 시도한 이번 사건은 전혀 예상치 못했던 일"이라고 지적했다.

이 신문은 "어린 자녀를 둔 부모와 사회가 점점 더 강화되는 매스미디어의 영향력에 대해 의문과 두려움을 갖게 됐다"며 전문가 조언을 묶어 전했다.

베스트셀러 '여왕벌과 추종자들'(Queen Bees and Wannabes)의 저자인 청소년전문가 로잘린드 와이즈먼은 "12세 소녀들은 극적으로 환상적인 생각에 빠져들 수 있다"면서 "대부분 심각하게 생각하지 않아도 되지만 병적으로 발전하는 경우가 있다. 환상과 현실을 구분 못하게 된다"고 말했다.

경찰은 이번 사건의 용의자인 두 소녀가 '슬렌더맨'(Slender Man)이라는 가상 인물에 매료돼 모방 범죄를 자행했다고 밝혔다.

이들은 인터넷상의 공포스런 이야기, 이미지, 게임 등을 의미하는 '크리피파스타'(creepypasta) 웹사이트에서 슬렌더맨을 발견했다.

어린아이들을 납치해 피로 배를 채운다는 괴담의 주인공이다.

해당 웹사이트 운영진은 사건 발생 후 "관련 가족들에게 위로의 마음 전한다"면서도 "허구와 진실의 경계는 이용자 스스로 잘 판단할 수 있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초등학생이 웹서핑을 하고 취학전 어린이들이 스마트폰과 태블릿을 접하는 시대를 맞은 부모들은 난감하기만 하다.

펜실베이니아주립대학 파밀라 위스니우스키 박사는 "부모가 인터넷 사용을 강제로 막을 경우 자녀는 이에 따르는 대신 온라인 접속 사실을 감추려들게 된다"면서 "아이들이 온라인상에서 무엇을 하는지에 관심을 두는 편이 낫다"고 조언했다.

'인터넷 세이프티 101'이란 책을 펴낸 도나 라이스 휴스는 "인터넷 환경에서 자녀를 보호할 수 있는 소프트웨어와 모니터링 기술이 개발돼 있는데도 활용도가 매우 낮다"며 안타까워했다.

범죄 심리학자 아미트 캐커는 컴퓨터를 가급적 가족 공용 장소에 설치할 것을 권하면서 "자녀에게 어떤 사이트에 접속하면 안되는지 설명하고 온라인 접속시간을 제한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용의자들의 정신상태도 검사해봐야겠지만 이번 사건에서 인터넷이 비중있는 역할을 한 것은 사실"이라고 지적했다.

시카고대학병원 청소년 정신과 칼리드 아프잘 박사는 "온라인상의 환상적 폭력이 현실과 환상의 경계를 흐리게 만들어 혼란에 빠질 수 있다"면서 "게임 캐릭터는 죽었다가도 다시 살아나지만 현실에서는 일어날 수 없는 일"이라고 예를 들었다.

뉴욕 어린이 정서장애 치료센터 제이미 하워드 박사는 "일반적으로 12세가 되면 살인이 돌이킬 수 없는 행위라는 것을 이해하지만 인지발달이 늦는 경우 깨닫지 못할 수도 있다"며 "자신의 행동이 어떤 결과를 초래할 지 판단 못한다"고 설명했다

보스턴 어린이 병원 마이클 리치 박사는 "가상 폭력은 심리적 불안을 가중하고 인간이 겪는 고통에 둔감하게 만든다"면서 "누군가를 상대로 폭력을 자행하며 이들이 느끼는 것은 카타르시스적 쾌감일 뿐 피해자의 고통은 감지하지 못한다"고 전했다.

그는 "여기엔 분명 정신 건강상의 문제가 개입돼 있을 것이다. 친구를 19차례나 흉기로 공격하는 행위를 인터넷 탓으로만 이야기할 수는 없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 제보하기
▷ 카카오톡 : 'KBS제보' 검색, 채널 추가
▷ 전화 : 02-781-1234, 4444
▷ 이메일 : kbs1234@kbs.co.kr
▷ 유튜브, 네이버, 카카오에서도 KBS뉴스를 구독해주세요!


  • 미 여중생 인터넷 모방 살인미수로 온라인 역기능 논란
    • 입력 2014-06-05 22:58:53
    연합뉴스
미국 위스콘신주의 12세 여중생 2명이 인터넷 가상 인물을 흉내낸 잔혹한 방법으로 친구를 살해하려다 미수에 그친 사건이 발생하면서 온라인의 역기능에 대한 논란이 확산하고 있다. 5일 시카고 트리뷴은 "소설이나 TV드라마에 등장하는 악한 존재를 흉내낸 범죄가 오래전부터 있어왔고 비디오게임이 청소년 폭력에 미치는 영향도 목도해왔으나 12세밖에 안된 여중생들이 디지털 판타지에 심취해 살인을 시도한 이번 사건은 전혀 예상치 못했던 일"이라고 지적했다. 이 신문은 "어린 자녀를 둔 부모와 사회가 점점 더 강화되는 매스미디어의 영향력에 대해 의문과 두려움을 갖게 됐다"며 전문가 조언을 묶어 전했다. 베스트셀러 '여왕벌과 추종자들'(Queen Bees and Wannabes)의 저자인 청소년전문가 로잘린드 와이즈먼은 "12세 소녀들은 극적으로 환상적인 생각에 빠져들 수 있다"면서 "대부분 심각하게 생각하지 않아도 되지만 병적으로 발전하는 경우가 있다. 환상과 현실을 구분 못하게 된다"고 말했다. 경찰은 이번 사건의 용의자인 두 소녀가 '슬렌더맨'(Slender Man)이라는 가상 인물에 매료돼 모방 범죄를 자행했다고 밝혔다. 이들은 인터넷상의 공포스런 이야기, 이미지, 게임 등을 의미하는 '크리피파스타'(creepypasta) 웹사이트에서 슬렌더맨을 발견했다. 어린아이들을 납치해 피로 배를 채운다는 괴담의 주인공이다. 해당 웹사이트 운영진은 사건 발생 후 "관련 가족들에게 위로의 마음 전한다"면서도 "허구와 진실의 경계는 이용자 스스로 잘 판단할 수 있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초등학생이 웹서핑을 하고 취학전 어린이들이 스마트폰과 태블릿을 접하는 시대를 맞은 부모들은 난감하기만 하다. 펜실베이니아주립대학 파밀라 위스니우스키 박사는 "부모가 인터넷 사용을 강제로 막을 경우 자녀는 이에 따르는 대신 온라인 접속 사실을 감추려들게 된다"면서 "아이들이 온라인상에서 무엇을 하는지에 관심을 두는 편이 낫다"고 조언했다. '인터넷 세이프티 101'이란 책을 펴낸 도나 라이스 휴스는 "인터넷 환경에서 자녀를 보호할 수 있는 소프트웨어와 모니터링 기술이 개발돼 있는데도 활용도가 매우 낮다"며 안타까워했다. 범죄 심리학자 아미트 캐커는 컴퓨터를 가급적 가족 공용 장소에 설치할 것을 권하면서 "자녀에게 어떤 사이트에 접속하면 안되는지 설명하고 온라인 접속시간을 제한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용의자들의 정신상태도 검사해봐야겠지만 이번 사건에서 인터넷이 비중있는 역할을 한 것은 사실"이라고 지적했다. 시카고대학병원 청소년 정신과 칼리드 아프잘 박사는 "온라인상의 환상적 폭력이 현실과 환상의 경계를 흐리게 만들어 혼란에 빠질 수 있다"면서 "게임 캐릭터는 죽었다가도 다시 살아나지만 현실에서는 일어날 수 없는 일"이라고 예를 들었다. 뉴욕 어린이 정서장애 치료센터 제이미 하워드 박사는 "일반적으로 12세가 되면 살인이 돌이킬 수 없는 행위라는 것을 이해하지만 인지발달이 늦는 경우 깨닫지 못할 수도 있다"며 "자신의 행동이 어떤 결과를 초래할 지 판단 못한다"고 설명했다 보스턴 어린이 병원 마이클 리치 박사는 "가상 폭력은 심리적 불안을 가중하고 인간이 겪는 고통에 둔감하게 만든다"면서 "누군가를 상대로 폭력을 자행하며 이들이 느끼는 것은 카타르시스적 쾌감일 뿐 피해자의 고통은 감지하지 못한다"고 전했다. 그는 "여기엔 분명 정신 건강상의 문제가 개입돼 있을 것이다. 친구를 19차례나 흉기로 공격하는 행위를 인터넷 탓으로만 이야기할 수는 없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 기사가 좋으셨다면

오늘의 핫 클릭

실시간 뜨거운 관심을 받고 있는 뉴스

이 기사에 대한 의견을 남겨주세요.

수신료 수신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