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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독한 도시인 ‘옛말’…SNS로 살아나는 마을공동체
입력 2014.06.08 (16:07) 연합뉴스
아파트 생활로 파편화된 현대 도시인들의 삶이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매개로 과거 마을 공동체의 끈끈함을 되찾고 있다.

공간적 단절을 뛰어넘은 주민들은 생활용품 등을 공유하는데 그치지 않고 지역 내 범법자를 신속히 잡아내는 수준에 이르렀다.

8일 현재 서울 송파구의 한 아파트에서는 5천여 가구 주민 상당수가 포털 네이버에 개설된 주민 카페에 가입해 활동하고 있다.

카페 게시판에 주로 올라오는 단어는 '드림'이다.

아이가 크면서 쓸 일이 없지만 여전히 새것이나 마찬가지인 장난감이나 가전제품, 급한 사정으로 쓸 수 없게 된 공연표 등을 이웃에게 공짜로 주겠다는 내용 등이다.

할인매장에서 대용량으로만 파는 상품을 구입한 뒤 필요한 만큼만 갖고 나머지를 다른 주민들에게 파는 이른바 '소분'(少分) 글을 비롯해 직접 구운 쿠키나 수제 리본 등을 재료 값만 받고 넘긴다는 글도 올라온다.

심지어 인근 롯데월드가 현재 얼마나 붐비는지, 백화점 주차에 필요한 시간은 얼마인지 등을 묻는 말도 매일같이 볼 수 있다.

이러한 글 대부분에는 거의 즉각적으로 다른 주민들의 댓글이 달린다.

스마트폰 보급률이 높아지면서 주민들이 시간과 장소에 구애받지 않고 카페에 접속할 수 있게 된 덕분이다.

수천 명의 주민이 실시간으로 정보를 공유하면서 생겨난 '집단지성'은 아파트 인근에서 벌어지는 각종 사건·사고를 불과 20∼30분 만에 파악해 내고 있다.

지난 4월 26일 새벽 이 아파트에서 검거된 '바바리맨' 황모(26)씨의 사례가 대표적이다.

황씨는 지난 3월 말부터 잠실 일대 아파트 단지들을 배회하며 수차례 아파트 계단에 숨어 있다가 귀가 중인 여성이 탄 엘리베이터를 멈춘 뒤 바지를 벗고 자위행위를 벌였다.

신출귀몰하던 그가 덜미를 잡힌 것은 한 주민이 피해 사실을 카페에 공개하면서였다.

하루 이틀 만에 아파트 전체에 황씨의 존재와 범행수법이 알려졌고, 나흘째 되는 날 이 아파트에서 다시 범행을 시도하려던 황씨는 곧바로 아파트 주민의 신고로 쇠고랑을 찼다.

주부 김모(30·여)씨는 "신고자는 카페를 통해 바바리맨이 활개를 친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다"며 "아파트에 함께 들어선 남자가 계단으로 향하기에 엘리베이터에 타지 않고 지켜봤더니 행동이 수상해 경찰에 신고했다고 한다"고 전했다.

전문가들은 이러한 현상이 빠르게 확산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나영 중앙대 사회학과 교수는 "사람들이 파편화, 분절화된 삶이 지겹고 힘들어진 것"이라면서 "젊은 주부들 사이에선 몇 년 전부터 내가 살고 있는 공동체를 다른 방식으로 재구성하자는 문제의식이 제기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현재는 일부 대형 아파트 단지에서 한정적으로 나타나는 현상이라지만 앞으로 우리 사회 전체로 확대되는 흐름이 될 가능성이 크다"고 덧붙였다.
  • 고독한 도시인 ‘옛말’…SNS로 살아나는 마을공동체
    • 입력 2014-06-08 16:07:35
    연합뉴스
아파트 생활로 파편화된 현대 도시인들의 삶이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매개로 과거 마을 공동체의 끈끈함을 되찾고 있다.

공간적 단절을 뛰어넘은 주민들은 생활용품 등을 공유하는데 그치지 않고 지역 내 범법자를 신속히 잡아내는 수준에 이르렀다.

8일 현재 서울 송파구의 한 아파트에서는 5천여 가구 주민 상당수가 포털 네이버에 개설된 주민 카페에 가입해 활동하고 있다.

카페 게시판에 주로 올라오는 단어는 '드림'이다.

아이가 크면서 쓸 일이 없지만 여전히 새것이나 마찬가지인 장난감이나 가전제품, 급한 사정으로 쓸 수 없게 된 공연표 등을 이웃에게 공짜로 주겠다는 내용 등이다.

할인매장에서 대용량으로만 파는 상품을 구입한 뒤 필요한 만큼만 갖고 나머지를 다른 주민들에게 파는 이른바 '소분'(少分) 글을 비롯해 직접 구운 쿠키나 수제 리본 등을 재료 값만 받고 넘긴다는 글도 올라온다.

심지어 인근 롯데월드가 현재 얼마나 붐비는지, 백화점 주차에 필요한 시간은 얼마인지 등을 묻는 말도 매일같이 볼 수 있다.

이러한 글 대부분에는 거의 즉각적으로 다른 주민들의 댓글이 달린다.

스마트폰 보급률이 높아지면서 주민들이 시간과 장소에 구애받지 않고 카페에 접속할 수 있게 된 덕분이다.

수천 명의 주민이 실시간으로 정보를 공유하면서 생겨난 '집단지성'은 아파트 인근에서 벌어지는 각종 사건·사고를 불과 20∼30분 만에 파악해 내고 있다.

지난 4월 26일 새벽 이 아파트에서 검거된 '바바리맨' 황모(26)씨의 사례가 대표적이다.

황씨는 지난 3월 말부터 잠실 일대 아파트 단지들을 배회하며 수차례 아파트 계단에 숨어 있다가 귀가 중인 여성이 탄 엘리베이터를 멈춘 뒤 바지를 벗고 자위행위를 벌였다.

신출귀몰하던 그가 덜미를 잡힌 것은 한 주민이 피해 사실을 카페에 공개하면서였다.

하루 이틀 만에 아파트 전체에 황씨의 존재와 범행수법이 알려졌고, 나흘째 되는 날 이 아파트에서 다시 범행을 시도하려던 황씨는 곧바로 아파트 주민의 신고로 쇠고랑을 찼다.

주부 김모(30·여)씨는 "신고자는 카페를 통해 바바리맨이 활개를 친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다"며 "아파트에 함께 들어선 남자가 계단으로 향하기에 엘리베이터에 타지 않고 지켜봤더니 행동이 수상해 경찰에 신고했다고 한다"고 전했다.

전문가들은 이러한 현상이 빠르게 확산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나영 중앙대 사회학과 교수는 "사람들이 파편화, 분절화된 삶이 지겹고 힘들어진 것"이라면서 "젊은 주부들 사이에선 몇 년 전부터 내가 살고 있는 공동체를 다른 방식으로 재구성하자는 문제의식이 제기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현재는 일부 대형 아파트 단지에서 한정적으로 나타나는 현상이라지만 앞으로 우리 사회 전체로 확대되는 흐름이 될 가능성이 크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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