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디지털 유산, 가족에 물려줄 수 있을까?

입력 2014.06.10 (17: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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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유럽사법재판소(ECJ)가 인터넷 이용자의 '잊혀질 권리'를 인정해 디지털 콘텐츠를 둘러싼 권리 논쟁이 격렬한 가운데 디지털 콘텐츠의 상속 여부에도 관심이 쏠린다.

현행법상 대부분의 디지털 콘텐츠는 사용자 본인을 제외하고 가족을 비롯한 타인에게 양도될 수 없지만 콘텐츠의 가치를 인정해 가족이 상속받도록 해야 한다는 의견도 제기된다.



오늘(11일) 각 인터넷 기업에 따르면 이메일, 블로그 게시물 등 개인의 디지털 콘텐츠를 사후에 가족들이 받기는 쉽지 않다.

'네이버'는 '디지털 유산 관련 정책'에서 아이디와 비밀번호와 같은 계정정보를 (유족에게) 제공하지 않는다고 명시했다. 비공개로 적용된 모든 정보는 제공되지 않는다.

유족은 로그인하지 않고도 누구나 볼 수 있는 블로그 글 등 공개 성격의 정보만 받을 수 있다.

'다음'도 계정 소유자의 사망 사실과 가족 관계를 확인한 후 유족의 요구에 의한 계정 삭제만 허용할 뿐 아이디, 비밀번호를 공개하지 않는다. 유족은 자료 열람이나 이메일 백업(저장)도 할 수 없다.

이 같은 규정은 상속권 등 유족이 보유한 권리보다 이용자의 사생활 보호권을 중시한 결과다.

'네이버'는 회원의 아이디 등 계정정보는 일신전속적(특정한 자에게만 귀속되며 타인에게 양도되지 않는 속성) 정보로 판단돼 유족의 요청이 있더라도 제공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다음'은 계정에 있는 메일들은 지극히 개인적인 것으로 당사자 외에 다른 사람이 열람하지 않을 것을 전제로 한다고 강조했다.

'다음'은 "메일 내용은 재산권적인 측면보다 인격권적인 측면이 강하고 인격권은 일신전속권인 것으로 사망과 함께 소멸된다"며 "계정 삭제는 가능하지만 열람은 할 수 없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지난 2010년 천안함 침몰 사고로 희생된 장병의 유족들은 자녀의 미니홈피 및 이메일 계정에 접근할 수 있도록 요구했다.

하지만 해당 기업은 이용자 동의 없이 타인에게 정보를 제공할 수 없도록 한 정보통신법 등을 들어 거절했다.

반면 해외에서는 소송을 통해 유족에게 비공개 콘텐츠가 전달된 사례가 있다.

지난 2004년 이라크에 파병됐다 전사한 한 미국 병사의 아버지는 아들을 추억하기 위해 이메일 계정에 접근할 수 있도록 해달라고 '야후'에 요구했다.

'야후'는 사생활 보호 정책에 맞지 않는다며 유족의 요구를 거절했지만 법원은 아버지가 아들의 이메일을 받을 수 있도록 판결했다.

국내에서는 아직까지 디지털 유산을 둘러싼 소송이 진행된 경우는 없다. 하지만 앞으로 이 문제를 둘러싼 논란이 언제든지 발생할 수 있다는 게 중론이다.

특히 세월호 침몰 사고로 200명이 넘는 학생이 희생된 가운데 이들의 부모가 자녀의 디지털 유산에 대한 접근을 요구할 수 있다는 예상도 나온다.

따라서 대법원은 지난달부터 사법제도 비교연구회를 중심으로 디지털 유산의 적절한 처리 방안에 대해 연구하고 있다.

이 과정에서 정보통신서비스 이용 계약 시 이용자가 사후 디지털 유산에 대한 처리 방법을 정하도록 하는 방안이 제시된 것으로 전해졌다.

또 사망한 자의 계정을 직접적으로 접근할 수는 없어도 유족이 고인의 홈페이지 등에 수록된 내용을 전달받을 수 있어야 한다는 데 공감대가 형성된 것으로 알려졌다.

아울러 국회에서도 디지털 유산 처리 방안과 관련한 법안이 제출돼 계류 중이다.

새누리당 손인춘 의원은 지난해 7월 정보통신서비스 이용자가 사망 후 개인정보 처리 방법을 지정하도록 하는 내용의 정보통신법 개정안을 대표 발의했다.

손 의원은 "이용자가 사망한 경우 정보통신서비스 제공자 등이 수집한 개인정보에 대한 관련 규정이 미비해 개인정보 이용 및 처리와 관련한 논란이 제기된다"며 법안의 필요성을 역설했다.

이에 국회 미래창조과학방송통신위원회 이인용 수석전문위원은 검토보고서를 통해 "사망 이후 개인정보 처리 방법을 스스로 결정하게 해 이용자의 권리를 적극 보장하는 것은 필요한 입법조치"라고 평가했다.

다만 그는 "현행 법령상 정보통신서비스 제공자가 이용자의 사망 여부를 직접 확인하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해 이에 대한 논의가 필요하다"며 "서비스 제공자가 국가기관에게 행정정보를 요청할 수 있는 근거 규정을 둬 이용자의 신분 변동사항이 즉시 반영되도록 하는 방안을 검토할 수 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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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내 디지털 유산, 가족에 물려줄 수 있을까?
    • 입력 2014-06-10 17:21:04
    사회
최근 유럽사법재판소(ECJ)가 인터넷 이용자의 '잊혀질 권리'를 인정해 디지털 콘텐츠를 둘러싼 권리 논쟁이 격렬한 가운데 디지털 콘텐츠의 상속 여부에도 관심이 쏠린다. 현행법상 대부분의 디지털 콘텐츠는 사용자 본인을 제외하고 가족을 비롯한 타인에게 양도될 수 없지만 콘텐츠의 가치를 인정해 가족이 상속받도록 해야 한다는 의견도 제기된다. 오늘(11일) 각 인터넷 기업에 따르면 이메일, 블로그 게시물 등 개인의 디지털 콘텐츠를 사후에 가족들이 받기는 쉽지 않다. '네이버'는 '디지털 유산 관련 정책'에서 아이디와 비밀번호와 같은 계정정보를 (유족에게) 제공하지 않는다고 명시했다. 비공개로 적용된 모든 정보는 제공되지 않는다. 유족은 로그인하지 않고도 누구나 볼 수 있는 블로그 글 등 공개 성격의 정보만 받을 수 있다. '다음'도 계정 소유자의 사망 사실과 가족 관계를 확인한 후 유족의 요구에 의한 계정 삭제만 허용할 뿐 아이디, 비밀번호를 공개하지 않는다. 유족은 자료 열람이나 이메일 백업(저장)도 할 수 없다. 이 같은 규정은 상속권 등 유족이 보유한 권리보다 이용자의 사생활 보호권을 중시한 결과다. '네이버'는 회원의 아이디 등 계정정보는 일신전속적(특정한 자에게만 귀속되며 타인에게 양도되지 않는 속성) 정보로 판단돼 유족의 요청이 있더라도 제공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다음'은 계정에 있는 메일들은 지극히 개인적인 것으로 당사자 외에 다른 사람이 열람하지 않을 것을 전제로 한다고 강조했다. '다음'은 "메일 내용은 재산권적인 측면보다 인격권적인 측면이 강하고 인격권은 일신전속권인 것으로 사망과 함께 소멸된다"며 "계정 삭제는 가능하지만 열람은 할 수 없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지난 2010년 천안함 침몰 사고로 희생된 장병의 유족들은 자녀의 미니홈피 및 이메일 계정에 접근할 수 있도록 요구했다. 하지만 해당 기업은 이용자 동의 없이 타인에게 정보를 제공할 수 없도록 한 정보통신법 등을 들어 거절했다. 반면 해외에서는 소송을 통해 유족에게 비공개 콘텐츠가 전달된 사례가 있다. 지난 2004년 이라크에 파병됐다 전사한 한 미국 병사의 아버지는 아들을 추억하기 위해 이메일 계정에 접근할 수 있도록 해달라고 '야후'에 요구했다. '야후'는 사생활 보호 정책에 맞지 않는다며 유족의 요구를 거절했지만 법원은 아버지가 아들의 이메일을 받을 수 있도록 판결했다. 국내에서는 아직까지 디지털 유산을 둘러싼 소송이 진행된 경우는 없다. 하지만 앞으로 이 문제를 둘러싼 논란이 언제든지 발생할 수 있다는 게 중론이다. 특히 세월호 침몰 사고로 200명이 넘는 학생이 희생된 가운데 이들의 부모가 자녀의 디지털 유산에 대한 접근을 요구할 수 있다는 예상도 나온다. 따라서 대법원은 지난달부터 사법제도 비교연구회를 중심으로 디지털 유산의 적절한 처리 방안에 대해 연구하고 있다. 이 과정에서 정보통신서비스 이용 계약 시 이용자가 사후 디지털 유산에 대한 처리 방법을 정하도록 하는 방안이 제시된 것으로 전해졌다. 또 사망한 자의 계정을 직접적으로 접근할 수는 없어도 유족이 고인의 홈페이지 등에 수록된 내용을 전달받을 수 있어야 한다는 데 공감대가 형성된 것으로 알려졌다. 아울러 국회에서도 디지털 유산 처리 방안과 관련한 법안이 제출돼 계류 중이다. 새누리당 손인춘 의원은 지난해 7월 정보통신서비스 이용자가 사망 후 개인정보 처리 방법을 지정하도록 하는 내용의 정보통신법 개정안을 대표 발의했다. 손 의원은 "이용자가 사망한 경우 정보통신서비스 제공자 등이 수집한 개인정보에 대한 관련 규정이 미비해 개인정보 이용 및 처리와 관련한 논란이 제기된다"며 법안의 필요성을 역설했다. 이에 국회 미래창조과학방송통신위원회 이인용 수석전문위원은 검토보고서를 통해 "사망 이후 개인정보 처리 방법을 스스로 결정하게 해 이용자의 권리를 적극 보장하는 것은 필요한 입법조치"라고 평가했다. 다만 그는 "현행 법령상 정보통신서비스 제공자가 이용자의 사망 여부를 직접 확인하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해 이에 대한 논의가 필요하다"며 "서비스 제공자가 국가기관에게 행정정보를 요청할 수 있는 근거 규정을 둬 이용자의 신분 변동사항이 즉시 반영되도록 하는 방안을 검토할 수 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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