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초연금 지급 앞두고 형평성 논란 증폭
입력 2014.06.11 (11:00)
수정 2014.06.11 (11: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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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월 기초연금 시행을 앞둔 가운데 일각에서 형평성 문제를 제기하며 시행령 개정안을 요구하고 있어 논란이 증폭되고 있다.
오랜 논쟁 끝에 지난달 기초연금법이 국회에서 처리돼 다음달부터 만 65세 이상, 소득 하위 70% 노인에게 매월 최대 20만원의 기초연금이 차등적으로 지급된다.
정부는 7월초 신청을 받아 조사를 거쳐 25일부터 기초연금을 지급할 계획이다. 이에 따라 기존의 기초노령연금제는 폐지된다.
하지만 가장 가난한 노인층이라고 할 수 있는 65세 이상 기초생활 수급 노인들 사이에선 기초연금의 혜택을 받지 못하게 됐다는 불만의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기초연금을 받으면 그만큼 기초생활 생계비가 깎이기 때문이다.
보건복지부에 따르면 소득과 자산을 바탕으로 정해지는 ‘소득인정액’이 노인 단독가구 87만원, 부부가구 139만2000원 이하인 경우 기초연금을 받을 수 있다.
특히 국민연금을 못 받거나 가입기간이 짧아 30만원 이하를 받는 노인은 모두 20만원을 받을 수 있고 일부는 10~19만원까지 받을 수 있게 설계됐다.
다만 소득인정액에 따라 기초연금 일부가 감액될 수 있는데, 바로 이 부분이 논란의 핵심이다.

<사진 1.박명희씨가 10일 오후 열린 ‘빈곤노인 기초연금 보장 노인대회’에서 발언을 하고 있다>
94세 노모와 함께 살고 있는 박명희(68세, 기초생활수급자) 씨는 최근 기초연금의 혜택을 못 받게 돼 억울하다며 거리시위에 나섰다.
광화문 1인 시위에 이어 어제(10일)는 4개 시민사회단체 공동 주최로 열린 ‘빈곤노인 기초연금 보장 노인대회’에도 참석했다.
박 씨는 “지난 5년간 기초생활 급여 액수를 제대로 따져보지 않고 있다가 뒤늦게 노령연금 액수만큼 삭감된 급여를 받고 있었다는 사실을 알았다”며 “가난한 것도 서러운데 노인복지에서도 차별대우를 받고 있다는 생각에 울화통이 치민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는 이어 “억울한 마음에 동사무소와 구청 복지과에 따져 물었더니 법이 그렇게 돼있어서 어쩔 수 없다는 답변만 받았다. 이것이 제대로 된 법인지 의심스럽다”고 덧붙였다.
서울 동자동에 거주하는 김호태(68세. 기초생활수급자) 씨는 “은행 통장을 보면 기초생활 생계비에서 노령연금 9만4000원이 항상 공제돼서 나온다”며 “7월부터 최대 20만원의 기초연금을 준다고 하지만 고스란히 삭감될 텐데 이는 줬다 뺏는 것이나 다름없다”고 한탄했다.

현재 기초생활수급자이면서 기초노령연금을 받고 있는 65세 이상 노인은 총 40만 명에 달한다. 이들은 매월 최대 9만9100원의 노령연금을 지급받는다.
하지만 기초생활 생계비는 노령연금 액수만큼 삭감돼 지급된다. 노령연금이 기초생활보장 생계비를 정하는 기준인 ‘소득’으로 인정되기 때문이다.
기초연금으로 전환돼도 상황은 같다. 기초생활수급자 노인들의 상대적 박탈감이 큰 이유다.
이에 대한 복지부의 입장은 단호하다. 기초연금액은 수급자의 가구 소득에 포함되는 것이 맞다는 것이다.
기초생활보장제도는 소득과 재산, 공적지원을 더해도 최저생계비에 못 미칠 때 그 부족분을 보충해주는 공적 부조이기 때문에 기초연금을 가감 없이 지급할 경우 중복지원이 된다는 설명이다.
경우에 따라선 기초생활보장을 받지 못하는 차상위계층 노인들보다 소득이 많아질 수 있다고 강조한다.
복지부는 기초생활보장수급 노인들에게 기초연금을 추가로 지원하려면 연간 8천억 원이 더 필요할 것으로 보고 있다. 때문에 한정된 예산을 특정 대상에 집중하기보다는 부양의무자 기준완화 등 제도 개선에 활용하는 것이 더 낫다는 생각이다.
하지만 일부 시민사회단체와 기초생활수급 대상 노인들은 기초연금액을 소득 기준에서 제외해주길 희망하고 있다.
국민기초생활 보장법 시행령 제3조를 보면 보육료와 학자금, 그 밖에 이와 유사한 금품은 소득으로 인정하지 않는다는 규정이 있는 만큼 기초연금도 예외 조항으로 넣어달라는 요구다.
이들은 모든 노인 가구 소득에서 기초연금을 제외하면 형평성 문제가 발생하지 않을 것이라는 주장을 굽히지 않고 있다.
‘내가 만드는 복지국가’와 ‘노년 유니온’등 5개 복지 관련 단체들은 시행령 개정을 위한 정치권 간담회와 범 국민운동을 지속적으로 벌여 사회적 담론을 형성한다는 계획이다.
기초수급 노인층과 정부 간 입장이 팽팽하게 맞서고 있는 만큼 기초연금을 둘러싼 형평성 논란은 당분간 계속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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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기초연금 지급 앞두고 형평성 논란 증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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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입력 2014-06-11 11:00:46
- 수정2014-06-11 11:20:57

7월 기초연금 시행을 앞둔 가운데 일각에서 형평성 문제를 제기하며 시행령 개정안을 요구하고 있어 논란이 증폭되고 있다.
오랜 논쟁 끝에 지난달 기초연금법이 국회에서 처리돼 다음달부터 만 65세 이상, 소득 하위 70% 노인에게 매월 최대 20만원의 기초연금이 차등적으로 지급된다.
정부는 7월초 신청을 받아 조사를 거쳐 25일부터 기초연금을 지급할 계획이다. 이에 따라 기존의 기초노령연금제는 폐지된다.
하지만 가장 가난한 노인층이라고 할 수 있는 65세 이상 기초생활 수급 노인들 사이에선 기초연금의 혜택을 받지 못하게 됐다는 불만의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기초연금을 받으면 그만큼 기초생활 생계비가 깎이기 때문이다.
보건복지부에 따르면 소득과 자산을 바탕으로 정해지는 ‘소득인정액’이 노인 단독가구 87만원, 부부가구 139만2000원 이하인 경우 기초연금을 받을 수 있다.
특히 국민연금을 못 받거나 가입기간이 짧아 30만원 이하를 받는 노인은 모두 20만원을 받을 수 있고 일부는 10~19만원까지 받을 수 있게 설계됐다.
다만 소득인정액에 따라 기초연금 일부가 감액될 수 있는데, 바로 이 부분이 논란의 핵심이다.

<사진 1.박명희씨가 10일 오후 열린 ‘빈곤노인 기초연금 보장 노인대회’에서 발언을 하고 있다>
94세 노모와 함께 살고 있는 박명희(68세, 기초생활수급자) 씨는 최근 기초연금의 혜택을 못 받게 돼 억울하다며 거리시위에 나섰다.
광화문 1인 시위에 이어 어제(10일)는 4개 시민사회단체 공동 주최로 열린 ‘빈곤노인 기초연금 보장 노인대회’에도 참석했다.
박 씨는 “지난 5년간 기초생활 급여 액수를 제대로 따져보지 않고 있다가 뒤늦게 노령연금 액수만큼 삭감된 급여를 받고 있었다는 사실을 알았다”며 “가난한 것도 서러운데 노인복지에서도 차별대우를 받고 있다는 생각에 울화통이 치민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는 이어 “억울한 마음에 동사무소와 구청 복지과에 따져 물었더니 법이 그렇게 돼있어서 어쩔 수 없다는 답변만 받았다. 이것이 제대로 된 법인지 의심스럽다”고 덧붙였다.
서울 동자동에 거주하는 김호태(68세. 기초생활수급자) 씨는 “은행 통장을 보면 기초생활 생계비에서 노령연금 9만4000원이 항상 공제돼서 나온다”며 “7월부터 최대 20만원의 기초연금을 준다고 하지만 고스란히 삭감될 텐데 이는 줬다 뺏는 것이나 다름없다”고 한탄했다.

현재 기초생활수급자이면서 기초노령연금을 받고 있는 65세 이상 노인은 총 40만 명에 달한다. 이들은 매월 최대 9만9100원의 노령연금을 지급받는다.
하지만 기초생활 생계비는 노령연금 액수만큼 삭감돼 지급된다. 노령연금이 기초생활보장 생계비를 정하는 기준인 ‘소득’으로 인정되기 때문이다.
기초연금으로 전환돼도 상황은 같다. 기초생활수급자 노인들의 상대적 박탈감이 큰 이유다.
이에 대한 복지부의 입장은 단호하다. 기초연금액은 수급자의 가구 소득에 포함되는 것이 맞다는 것이다.
기초생활보장제도는 소득과 재산, 공적지원을 더해도 최저생계비에 못 미칠 때 그 부족분을 보충해주는 공적 부조이기 때문에 기초연금을 가감 없이 지급할 경우 중복지원이 된다는 설명이다.
경우에 따라선 기초생활보장을 받지 못하는 차상위계층 노인들보다 소득이 많아질 수 있다고 강조한다.
복지부는 기초생활보장수급 노인들에게 기초연금을 추가로 지원하려면 연간 8천억 원이 더 필요할 것으로 보고 있다. 때문에 한정된 예산을 특정 대상에 집중하기보다는 부양의무자 기준완화 등 제도 개선에 활용하는 것이 더 낫다는 생각이다.
하지만 일부 시민사회단체와 기초생활수급 대상 노인들은 기초연금액을 소득 기준에서 제외해주길 희망하고 있다.
국민기초생활 보장법 시행령 제3조를 보면 보육료와 학자금, 그 밖에 이와 유사한 금품은 소득으로 인정하지 않는다는 규정이 있는 만큼 기초연금도 예외 조항으로 넣어달라는 요구다.
이들은 모든 노인 가구 소득에서 기초연금을 제외하면 형평성 문제가 발생하지 않을 것이라는 주장을 굽히지 않고 있다.
‘내가 만드는 복지국가’와 ‘노년 유니온’등 5개 복지 관련 단체들은 시행령 개정을 위한 정치권 간담회와 범 국민운동을 지속적으로 벌여 사회적 담론을 형성한다는 계획이다.
기초수급 노인층과 정부 간 입장이 팽팽하게 맞서고 있는 만큼 기초연금을 둘러싼 형평성 논란은 당분간 계속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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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주현 기자 leg@k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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