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창극 “일, 위안부 문제 사과할 필요 없다” 발언 파문

입력 2014.06.12 (11:36) 수정 2014.06.12 (20: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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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창극 국무총리 후보자가 지명 이틀 만에 갖가지 구설에 휘말리며 혹독한 여론 검증의 시험대에 올랐다. 특히 전날(11일) “일본 식민 지배는 하나님의 뜻”이라는 강연 내용이 알려진 뒤에도 그는 오늘(12일) 출근길에 사과할 용의를 묻는 기자들의 질문에 “사과는 무슨 사과할게 있냐”는 반응을 보여 비판 여론이 증폭되고 있다. 게다가 그가 서울대 강연에서 “일본은 위안부 문제를 사과할 필요 없다"라고 발언한 내용이 한 인터넷 매체에 보도되면서 파문이 확산되고 있다.

문 후보자가 한 일련의 강연들은 가장 민감한 문제인 일본과의 민족 감정을 건드리고 있다는 점에서 폭발성이 클 것으로 보인다. 11일 KBS 9뉴스가 보도한 동영상을 보면, 그는 게으르고 자립심 부족한 게 우리 민족의 DNA라며 “일제의 식민지 지배는 하나님의 뜻이었다”고 주장했다.

□ “일본은 위안부 사과할 필요 없다”

그는 지난 4월경 서울대 강연에서 “일본으로부터 위안부 문제를 사과받을 필요가 없다”고 말했다고 노컷뉴스가 12일 보도했다. 이에 따르면 문 내정자는 올해 3월부터 '저널리즘의 이해'라는 수업을 진행하고 있었는데, 지난 4월 위안부 문제와 관련해 일본으로부터 굳이 사과를 받지 않아도 된다고 주장한 것으로 알려졌다.

당시 수업을 들었던 서울대 학생 A씨는 "문 교수님이 '우리나라는 예전과는 다르게 선진국 반열에 올랐기 때문에 굳이 일본의 사과를 받아 들일 정도로 나약하지 않은 국가가 됐다'고 말했다"고 밝혔다.

이어 A씨는 "당시 강의에서 문 교수님은 '우리는 위안부 문제를 충분히 고려하지 않아도 잘 살 수 있기 때문에 이를 자신있게 말할 수 있는 사람이 진정한 언론인이다'라고 강조했다"고 덧붙였다. 강의에서 문 내정자는 우리나라 사람들이 반일감정에 지나치게 사로잡혀 있다 보니까 좀 더 객관적인 시각으로 국제적 분위기를 파악하지 못하고 있는 것 같다는 주장도 한 것으로 전해졌다. 오바마 미국 대통령 조차 "지독한 인권침해"로 지적한 위안부 문제를 색다른 관점에서 보고 있다는 얘기다.

문 내정자의 이런 독특한 대 일본 인식은 칼럼에서도 여러차례 드러난 바 있다. 지난 2005년 3월 7일 ‘나라의 위신을 지켜라’는 중앙일보 칼럼에서 위안부 배상 문제와 관련해 “우리는 이미 도장을 찍었다. 할아버지가 무식하고 사정이 급해서 계약서에(한일청구권협정, 1965년) 도장을 찍었다”면서 “그런데 살만하게 된 손자 때 와서(2005년) 할아버지가 무식해 도장을 잘못 찍었으니 돈을 더 내라고 떼를 쓴다면 그 집안을 어떻게 보겠는가. 계약서는 팽개치고 뒤늦게 떼를 쓰는 모양이 아닐까"라고 적었다.

□ “6.25는 미국을 붙잡기 위해 하나님이 주신 것”

강연에서 그는 6.25를 가르쳐 “돌아보면 하나님이 미국을 붙잡기 위해 주신 것”이라고 말했다. 강연 내내 “친미하자는 것은 아니지만”이라고 말하면서도 6.25도 한미상호방위조약이라는 성과가 있었으니 결국 하나님의 뜻이라는 논지를 폈다. 그는 "하나님은 6.25를 만들어주셨다. 6.25가 있어 우리가 단련됐다"고 주장했다.

그는 우리의 경제개발에는 미국과 일본의 덕이 컸다는 발언도 했다. 심지어 일제 강점기에 국민계몽이 있었다는 취지의 말도 했다. 그는 “우리나라가 비록 일본한테 소위 ‘강탈’을 당했지만, 기독교로 인해서 우리나라가 일제 때 교회가 많이 생기고 우리나라 계몽하고 그런 것 아니겠느냐”고 했다. 문 후보자는 "(하나님이)분단을 시킨 것이 지금 와서는 오히려 분단이 됐기 때문에 한국이 이 정도 살게 된 것”이라는 독특한 견해도 피력했다.

□ “동성애는 집에서 혼자 해라”

이밖에도 문 후보자가 각종 강연에서 한 보수 발언들이 인터넷 상에서 속속 등장하고 있다.

문 후보자는 11일 서울대 IBK커뮤니케이션센터에서 진행한 언론정보학과 전공선택과목 '저널리즘의 이해' 종강연에서, 지난 7일 신촌 일대에서 진행된 성소수자 축제를 원색적으로 비난하기도 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는 "무슨 게이 퍼레이드를 한다며 신촌 도로를 왔다갔다 하느냐"며 "나라가 망하려고 하는 것"이라며 "젊은 사람들이 바른 생각을 해야 한다. (동성애가) 좋으면 집에서 혼자 하면 되지 왜 퍼레이드를 하느냐"고 강한 불만을 토로했다고 한다.

거침없는 그의 소신 발언들이 알려지면서 비판 여론이 높아지자 야당은 문 후보자가 극우 본색을 드러냈다며 지명 철회를 요구했다.

새정치민주연합 박광온 대변인은 12일 국회 브리핑에서 "일본 극우 교과서보다 더 반역사적이고 반민족적 발언이다. 국민을 모독하고 국격을 조롱했다"고 맹비난했다. 이어 "이번 인사는 건국 이래 최대의 인사참사"라며 "종교관 문제로 설명하려 하지만, 종교인의 기본은 민족정신을 고양하는 것“이라며 즉각적인 지명 철회를 요구했다.

□ “책임총리는 무슨…”

그가 출퇴근길에 기자들과 만나 책임총리를 사실상 부인하는 취지의 발언을 한 것도 논란이 되고 있다. 그는 11일 창성동 별관으로 출근하면서 책임총리를 어떻게 구현할 것이냐는 취지의 기자들 질문에 "책임총리 그런 것은 저는 지금 처음 들어보는 얘기"라고 말했다.

11일 오후에도 그는 기자들과 만나 "책임총리라는 말을 아예 처음 들었나"라는 질문에 "그렇다. 책임총리라는게 뭐가 있겠나. 나는 모르겠다"고 거듭 강조했다. 효율적인 국정운영을 위해 총리가 실질적인 인사권과 행정 통할 기능을 행사하는 책임총리제가 필요하다는 여론이 높아지고 있지만 문 후보자가 이를 부인하는 취지로 발언한 셈이다.

이처럼 해석이 분분하고 논란이 일자 문 후보자는 부랴부랴 보도자료를 내고 발언의 취지에 대해 "'책임총리'는 법에서 정한 용어가 아니라는 의미"라고 서둘러 해명에 나서기도 했다.

□ ‘문창극 엄호’ 속 여권서 ‘용퇴론’도

새누리당도 일단 문 후보자에 대한 방어에 나서고 있지만 곤혹스러운 표정이다. 윤상현 사무총장은 “말 몇 마디를 갖고 그의 삶을 재단하고 생각을 규정하려 한다면 그것은 민주주의를 부정하는 것”이라며 “정치인이 마음껏 말하듯 언론인도 자유롭게 이야기한다. 총리 후보자든 장관후보자든 있는 그대로 보고 차분하게 검증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문 후보자가 제주 4.3사건에 대해 “4.3폭동은 공산주의자들이 제주도에서 반란을 일으킨 것”이라고 언급한 것에 대해서도 하태경 새누리당 의원은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문 후보자가 제주 4.3을 폭동이라고 규정한 것은 지당한 얘기”라고 주장했다.

하지만 여권 일각에서는 문 후보자가 한 일련의 소신 발언이 자칫 국민 정서를 자극할 수 있다며 여론의 추이를 예의주시하고 있다. 박근혜 대통령이 계획했던 중앙아시아 3개국 순방 이전의 내각 개편작업은 유동적인 상황으로 변할 가능성이 커졌다.

새누리당 정문헌 의원은 “인사 청문회 절차도 있겠지만 이를 통과하더라도 이런 역사 인식을 갖고 있다면 국정운영의 앞날에 걱정이 든다”면서 “안 후보자 검증도 실패했는데 인사검증시스템에 심각한 오류가 있다”고 비판했다.

한 정치권 관계자는 “인사검증이 전관예우, 재산, 병역 등에 초점을 맞추다보니 이번에 역사인식 등의 검증은 소홀했던 것 같다”며 “앞으로 후보측 대응과 추가로 드러나는 사실관계 등이 여론의 향방을 좌우할 것”으로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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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문창극 “일, 위안부 문제 사과할 필요 없다” 발언 파문
    • 입력 2014-06-12 11:36:07
    • 수정2014-06-12 20:37:23
    정치


문창극 국무총리 후보자가 지명 이틀 만에 갖가지 구설에 휘말리며 혹독한 여론 검증의 시험대에 올랐다. 특히 전날(11일) “일본 식민 지배는 하나님의 뜻”이라는 강연 내용이 알려진 뒤에도 그는 오늘(12일) 출근길에 사과할 용의를 묻는 기자들의 질문에 “사과는 무슨 사과할게 있냐”는 반응을 보여 비판 여론이 증폭되고 있다. 게다가 그가 서울대 강연에서 “일본은 위안부 문제를 사과할 필요 없다"라고 발언한 내용이 한 인터넷 매체에 보도되면서 파문이 확산되고 있다.

문 후보자가 한 일련의 강연들은 가장 민감한 문제인 일본과의 민족 감정을 건드리고 있다는 점에서 폭발성이 클 것으로 보인다. 11일 KBS 9뉴스가 보도한 동영상을 보면, 그는 게으르고 자립심 부족한 게 우리 민족의 DNA라며 “일제의 식민지 지배는 하나님의 뜻이었다”고 주장했다.

□ “일본은 위안부 사과할 필요 없다”

그는 지난 4월경 서울대 강연에서 “일본으로부터 위안부 문제를 사과받을 필요가 없다”고 말했다고 노컷뉴스가 12일 보도했다. 이에 따르면 문 내정자는 올해 3월부터 '저널리즘의 이해'라는 수업을 진행하고 있었는데, 지난 4월 위안부 문제와 관련해 일본으로부터 굳이 사과를 받지 않아도 된다고 주장한 것으로 알려졌다.

당시 수업을 들었던 서울대 학생 A씨는 "문 교수님이 '우리나라는 예전과는 다르게 선진국 반열에 올랐기 때문에 굳이 일본의 사과를 받아 들일 정도로 나약하지 않은 국가가 됐다'고 말했다"고 밝혔다.

이어 A씨는 "당시 강의에서 문 교수님은 '우리는 위안부 문제를 충분히 고려하지 않아도 잘 살 수 있기 때문에 이를 자신있게 말할 수 있는 사람이 진정한 언론인이다'라고 강조했다"고 덧붙였다. 강의에서 문 내정자는 우리나라 사람들이 반일감정에 지나치게 사로잡혀 있다 보니까 좀 더 객관적인 시각으로 국제적 분위기를 파악하지 못하고 있는 것 같다는 주장도 한 것으로 전해졌다. 오바마 미국 대통령 조차 "지독한 인권침해"로 지적한 위안부 문제를 색다른 관점에서 보고 있다는 얘기다.

문 내정자의 이런 독특한 대 일본 인식은 칼럼에서도 여러차례 드러난 바 있다. 지난 2005년 3월 7일 ‘나라의 위신을 지켜라’는 중앙일보 칼럼에서 위안부 배상 문제와 관련해 “우리는 이미 도장을 찍었다. 할아버지가 무식하고 사정이 급해서 계약서에(한일청구권협정, 1965년) 도장을 찍었다”면서 “그런데 살만하게 된 손자 때 와서(2005년) 할아버지가 무식해 도장을 잘못 찍었으니 돈을 더 내라고 떼를 쓴다면 그 집안을 어떻게 보겠는가. 계약서는 팽개치고 뒤늦게 떼를 쓰는 모양이 아닐까"라고 적었다.

□ “6.25는 미국을 붙잡기 위해 하나님이 주신 것”

강연에서 그는 6.25를 가르쳐 “돌아보면 하나님이 미국을 붙잡기 위해 주신 것”이라고 말했다. 강연 내내 “친미하자는 것은 아니지만”이라고 말하면서도 6.25도 한미상호방위조약이라는 성과가 있었으니 결국 하나님의 뜻이라는 논지를 폈다. 그는 "하나님은 6.25를 만들어주셨다. 6.25가 있어 우리가 단련됐다"고 주장했다.

그는 우리의 경제개발에는 미국과 일본의 덕이 컸다는 발언도 했다. 심지어 일제 강점기에 국민계몽이 있었다는 취지의 말도 했다. 그는 “우리나라가 비록 일본한테 소위 ‘강탈’을 당했지만, 기독교로 인해서 우리나라가 일제 때 교회가 많이 생기고 우리나라 계몽하고 그런 것 아니겠느냐”고 했다. 문 후보자는 "(하나님이)분단을 시킨 것이 지금 와서는 오히려 분단이 됐기 때문에 한국이 이 정도 살게 된 것”이라는 독특한 견해도 피력했다.

□ “동성애는 집에서 혼자 해라”

이밖에도 문 후보자가 각종 강연에서 한 보수 발언들이 인터넷 상에서 속속 등장하고 있다.

문 후보자는 11일 서울대 IBK커뮤니케이션센터에서 진행한 언론정보학과 전공선택과목 '저널리즘의 이해' 종강연에서, 지난 7일 신촌 일대에서 진행된 성소수자 축제를 원색적으로 비난하기도 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는 "무슨 게이 퍼레이드를 한다며 신촌 도로를 왔다갔다 하느냐"며 "나라가 망하려고 하는 것"이라며 "젊은 사람들이 바른 생각을 해야 한다. (동성애가) 좋으면 집에서 혼자 하면 되지 왜 퍼레이드를 하느냐"고 강한 불만을 토로했다고 한다.

거침없는 그의 소신 발언들이 알려지면서 비판 여론이 높아지자 야당은 문 후보자가 극우 본색을 드러냈다며 지명 철회를 요구했다.

새정치민주연합 박광온 대변인은 12일 국회 브리핑에서 "일본 극우 교과서보다 더 반역사적이고 반민족적 발언이다. 국민을 모독하고 국격을 조롱했다"고 맹비난했다. 이어 "이번 인사는 건국 이래 최대의 인사참사"라며 "종교관 문제로 설명하려 하지만, 종교인의 기본은 민족정신을 고양하는 것“이라며 즉각적인 지명 철회를 요구했다.

□ “책임총리는 무슨…”

그가 출퇴근길에 기자들과 만나 책임총리를 사실상 부인하는 취지의 발언을 한 것도 논란이 되고 있다. 그는 11일 창성동 별관으로 출근하면서 책임총리를 어떻게 구현할 것이냐는 취지의 기자들 질문에 "책임총리 그런 것은 저는 지금 처음 들어보는 얘기"라고 말했다.

11일 오후에도 그는 기자들과 만나 "책임총리라는 말을 아예 처음 들었나"라는 질문에 "그렇다. 책임총리라는게 뭐가 있겠나. 나는 모르겠다"고 거듭 강조했다. 효율적인 국정운영을 위해 총리가 실질적인 인사권과 행정 통할 기능을 행사하는 책임총리제가 필요하다는 여론이 높아지고 있지만 문 후보자가 이를 부인하는 취지로 발언한 셈이다.

이처럼 해석이 분분하고 논란이 일자 문 후보자는 부랴부랴 보도자료를 내고 발언의 취지에 대해 "'책임총리'는 법에서 정한 용어가 아니라는 의미"라고 서둘러 해명에 나서기도 했다.

□ ‘문창극 엄호’ 속 여권서 ‘용퇴론’도

새누리당도 일단 문 후보자에 대한 방어에 나서고 있지만 곤혹스러운 표정이다. 윤상현 사무총장은 “말 몇 마디를 갖고 그의 삶을 재단하고 생각을 규정하려 한다면 그것은 민주주의를 부정하는 것”이라며 “정치인이 마음껏 말하듯 언론인도 자유롭게 이야기한다. 총리 후보자든 장관후보자든 있는 그대로 보고 차분하게 검증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문 후보자가 제주 4.3사건에 대해 “4.3폭동은 공산주의자들이 제주도에서 반란을 일으킨 것”이라고 언급한 것에 대해서도 하태경 새누리당 의원은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문 후보자가 제주 4.3을 폭동이라고 규정한 것은 지당한 얘기”라고 주장했다.

하지만 여권 일각에서는 문 후보자가 한 일련의 소신 발언이 자칫 국민 정서를 자극할 수 있다며 여론의 추이를 예의주시하고 있다. 박근혜 대통령이 계획했던 중앙아시아 3개국 순방 이전의 내각 개편작업은 유동적인 상황으로 변할 가능성이 커졌다.

새누리당 정문헌 의원은 “인사 청문회 절차도 있겠지만 이를 통과하더라도 이런 역사 인식을 갖고 있다면 국정운영의 앞날에 걱정이 든다”면서 “안 후보자 검증도 실패했는데 인사검증시스템에 심각한 오류가 있다”고 비판했다.

한 정치권 관계자는 “인사검증이 전관예우, 재산, 병역 등에 초점을 맞추다보니 이번에 역사인식 등의 검증은 소홀했던 것 같다”며 “앞으로 후보측 대응과 추가로 드러나는 사실관계 등이 여론의 향방을 좌우할 것”으로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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