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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의도에 운전기사 ‘주의령’…은밀한 비밀 파일
입력 2014.06.21 (01:57) 수정 2014.06.21 (16:33) 정치
여의도 정치권에 운전기사 ‘주의령’이 발령됐다. 과거에도 몇몇 정치인 비리 사건이 운전기사의 은밀한 폭로로 시작되곤했는데, 이번에 터진 박상은 의원의 괴자금 사건도 박 의원 운전기사의 제보로 시작됐기 때문이다.


<사진1. 지난 16일  당직자 회에 참석해 자신의 차량에서 도난당한 2000만원에 대한 입장을 밝히고 있는 박상은 의원.>

박 의원 운전기사는 박 의원 에쿠스 자동차에서 현금 3000만원과 서류가 담긴 가방을 검찰에 들고와 불법 정치자금이라고 신고했다. 혐의를 포착한 검찰은 박 의원 아들 자택을 압수수색해 6억의 현금 뭉친돈을 찾아냈다. 검찰은 20일 박 의원 아들이 돈을 인출했다는 강남의 한 저축은행을 압수수색하는 등 수사를 확대하고 있다. 박 의원의 관련 단체 등으로부터 불법적으로 돈을 받았을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검찰이나 경찰도 못잡는 정치인들의 내밀한 돈 거래가 유독 운전기사에게 들키는 것은 지역구 행사나 외부 활동으로 운전기사와 보내는 시간이 월등히 많기 때문이다.


<사진2. 부산지검을 나서는 현영희 전 의원.(2012년 9월)>

■ 현영희 악몽이 재현된 새누리

운전사의 제보로 정치권이 발칵 뒤집혔던 것이 2012년 공천헌금 사건이다. 새누리당 비례대표 의원이던 현영희 전 의원이 비례대표 공천을 부탁하며 조모 전 부산시당 홍보위원장에게 5000만을 준 혐의로 기소돼, 의원직을 잃었다.

이 사건도 현 전 의원의 운전기사가 쇼핑백에 담긴 5000만원을 전달하는 과정을 폭로하면서 사건이 불거졌다. 돈을 준 사람과 받은 사람이 모두 혐의를 강력 부인했지만, 운전사는 시간대별 상황을 기록한 일지와 은색 쇼핑백 사진까지 제출하자, 현 전 의원은 손을 들었다.

이렇게 결정적인 제보를 한 운전기사에게는 거액의 포상금이 지급된다. 선관위는 선거범죄의 위반 유형에 따라 제보자에게 5억원까지 포상금을 준다. 단, 신고할 때 결정적 증거자료를 갖고 있어야 하며 선관위가 '인지하기 전'에 혐의사실을 구체적으로 신고할 때만 지급된다. 이 정도의 결정적인 증거를 확보할 수 있는 사람은 운전기사나 수행비서 정도 뿐이다. 현 전 의원 비리를 제보했던 운전사에겐 3억원의 포상금이 지급됐다.


<사진3. 서울중앙지검에 출석한 홍사덕 전 의원.(2012년10월)>

■ 홍사덕도 운전기사 제보로 몰락

홍사덕 민화협 상임의장이 19대 대선을 앞두고 기업인으로부터 불법 정치자금 6000만원을 받은 것도 운전기사의 제보로 드러났다. 돈을 준 기업인의 운전기사는 불법적인 돈이 오가는 결정적인 증거를 선관위에 신고했고, 박근혜 대선 캠프의 핵심이던 좌장 격이던 홍 의장의 불법행위로 박 대통령 후보의 이미지도 훼손됐다. 이 사건 제보로 운전기사는 포상금 2억원을 챙겼다.

■ 이명박, 김대중 정권에 치명타 가한 운전기사

이명박 정부와 김대중 정부의 도덕성에 치명타를 입혔던 최시중 사건과 최규선 게이트도 모두 운전기사의 폭로로 시작된 사건이다.


<사진4. 파이시티 로비 사건에 연루돼 실형을 선고 받았던 최시중 전 방통위원장.>

이명박 정권 실세였던 최시중 전 방송통신위원장은 파이시티 인허가 과정에서 돈을 받은 사실이 밝혀지면서 추락했다.

이 사건은 엉뚱한 곳에서 불거졌다. 검찰이 하이마트 선 모 대표의 리베이트 사건을 수사하던 중 인테리어 업체 사장의 집에서 최 전 위원장의 이름이 쓰인 서류 한 장을 찾아냈다. 이 서류에는 인테리어 업체 사장의 전 운전기사가 인테리어업체 사장에게 최 위원장에 대한 파이시티 로비를 폭로하겠다고 협박한 사건의 전모가 담겨 있었다. 검찰 수사 결과 운전기사는 최 전 위원장에게 ‘내용증명’형식의 협박 편지까지 보낸 것으로 밝혀졌다. 편지에는 돈을 싼 보자기를 찍은 사진까지 담겨 있었다.


<사진5. '최규선 게이트'로 처벌 받았던 최규선씨(왼), 김대중 전 대통령의 3남 김홍걸씨.(2002년 05월)>

김대중(DJ) 정권에 치명타를 입혔던 2002년 최규선 게이트도 최씨와 운전기사의 갈등에서 시작됐다. 운전기사가 사업문제로 최 씨와 갈등을 빚는 과정에서 최 씨의 비리를 폭로하겠다고 하면서 문제가 커졌다. 결국 이 사건은 최규선 게이트로 비화되며 김대중 대통령의 3남 홍걸씨가 구속되면서 DJ 정부의 도덕성은 크게 훼손됐다.

노무현 정부 시절이던 2003년 대북송금 의혹 사건 당시 현대그룹과 박지원 전 청와대 비서실장의 연결고리였던 무기중개상 김영완씨가 부각된 계기도 운전기사였다. 당시 김씨 자택에 떼강도가 들어 90억원대의 현금, 달러가 도난당한 사건이 발생하자 자금 성격에 대한 의혹이 증폭됐다. 이 강도 사건도 김씨의 운전기사가 현금 상자의 존재를 알리며 외부인을 사주해 발생한 일이었다.

■ 별정직 공무원인 국회의원 운전기사

운전기사는 정치인과 동선을 같이 하기 때문에 많은 비밀 파일을 공유할 수밖에 없다. 특히 검은 돈이 오갈 때는 사과 상자나 쇼핑백 등에 담긴 현찰을 주고 받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차 트렁크 문을 열고 닫는 운전기사는 직감적으로 불법자금을 눈치챌 가능성이 크다.

이 때문에 은밀한 돈 거래 사건이 운전기사에 의해 폭로되기도 하고, 또 수뢰여부를 놓고 법정 공방이 펼쳐질 때 운전사가 중요 증인으로 출석하기도 한다. 충청도 지역 한 국회의원의 운전기사는 “지역구를 일주일에 몇 번씩 오가는 국회의원의 업무 특성상 국회의원이 누구를 만나고 어떤 얘기를 나누는지 다 알 수 있다”며 “하지만 직업윤리상 외부에 발설하지는 않는다”고 말했다.

국회의원의 운전기사는 별정직 공무원 신분이다. 통상 6, 7급의 대우를 받지만 의원 배려에 따라서 4, 5급의 대우를 받는 사람도 있다. 의원 의지에 따라 의원실에 배정되는 상위직급을 배정하기도, 하위직급을 배정하기도 한다는 얘기다.

정치권의 한 인사는 “운전기사를 잘 대우하거나 반대로 운전기사를 자주 갈아치우는 정치인들이 감출게 많은 사람이라는 얘기도 있었지만 꼭 그런것은 아닐 것”이라면서 “좀 더 투명한 사회, 깨끗한 정치문화가 이뤄져야 ‘운전기사 경계령’ 같은 말이 사라질 것”이라고 말했다. 
  • 여의도에 운전기사 ‘주의령’…은밀한 비밀 파일
    • 입력 2014-06-21 01:57:25
    • 수정2014-06-21 16:33:05
    정치
여의도 정치권에 운전기사 ‘주의령’이 발령됐다. 과거에도 몇몇 정치인 비리 사건이 운전기사의 은밀한 폭로로 시작되곤했는데, 이번에 터진 박상은 의원의 괴자금 사건도 박 의원 운전기사의 제보로 시작됐기 때문이다.


<사진1. 지난 16일  당직자 회에 참석해 자신의 차량에서 도난당한 2000만원에 대한 입장을 밝히고 있는 박상은 의원.>

박 의원 운전기사는 박 의원 에쿠스 자동차에서 현금 3000만원과 서류가 담긴 가방을 검찰에 들고와 불법 정치자금이라고 신고했다. 혐의를 포착한 검찰은 박 의원 아들 자택을 압수수색해 6억의 현금 뭉친돈을 찾아냈다. 검찰은 20일 박 의원 아들이 돈을 인출했다는 강남의 한 저축은행을 압수수색하는 등 수사를 확대하고 있다. 박 의원의 관련 단체 등으로부터 불법적으로 돈을 받았을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검찰이나 경찰도 못잡는 정치인들의 내밀한 돈 거래가 유독 운전기사에게 들키는 것은 지역구 행사나 외부 활동으로 운전기사와 보내는 시간이 월등히 많기 때문이다.


<사진2. 부산지검을 나서는 현영희 전 의원.(2012년 9월)>

■ 현영희 악몽이 재현된 새누리

운전사의 제보로 정치권이 발칵 뒤집혔던 것이 2012년 공천헌금 사건이다. 새누리당 비례대표 의원이던 현영희 전 의원이 비례대표 공천을 부탁하며 조모 전 부산시당 홍보위원장에게 5000만을 준 혐의로 기소돼, 의원직을 잃었다.

이 사건도 현 전 의원의 운전기사가 쇼핑백에 담긴 5000만원을 전달하는 과정을 폭로하면서 사건이 불거졌다. 돈을 준 사람과 받은 사람이 모두 혐의를 강력 부인했지만, 운전사는 시간대별 상황을 기록한 일지와 은색 쇼핑백 사진까지 제출하자, 현 전 의원은 손을 들었다.

이렇게 결정적인 제보를 한 운전기사에게는 거액의 포상금이 지급된다. 선관위는 선거범죄의 위반 유형에 따라 제보자에게 5억원까지 포상금을 준다. 단, 신고할 때 결정적 증거자료를 갖고 있어야 하며 선관위가 '인지하기 전'에 혐의사실을 구체적으로 신고할 때만 지급된다. 이 정도의 결정적인 증거를 확보할 수 있는 사람은 운전기사나 수행비서 정도 뿐이다. 현 전 의원 비리를 제보했던 운전사에겐 3억원의 포상금이 지급됐다.


<사진3. 서울중앙지검에 출석한 홍사덕 전 의원.(2012년10월)>

■ 홍사덕도 운전기사 제보로 몰락

홍사덕 민화협 상임의장이 19대 대선을 앞두고 기업인으로부터 불법 정치자금 6000만원을 받은 것도 운전기사의 제보로 드러났다. 돈을 준 기업인의 운전기사는 불법적인 돈이 오가는 결정적인 증거를 선관위에 신고했고, 박근혜 대선 캠프의 핵심이던 좌장 격이던 홍 의장의 불법행위로 박 대통령 후보의 이미지도 훼손됐다. 이 사건 제보로 운전기사는 포상금 2억원을 챙겼다.

■ 이명박, 김대중 정권에 치명타 가한 운전기사

이명박 정부와 김대중 정부의 도덕성에 치명타를 입혔던 최시중 사건과 최규선 게이트도 모두 운전기사의 폭로로 시작된 사건이다.


<사진4. 파이시티 로비 사건에 연루돼 실형을 선고 받았던 최시중 전 방통위원장.>

이명박 정권 실세였던 최시중 전 방송통신위원장은 파이시티 인허가 과정에서 돈을 받은 사실이 밝혀지면서 추락했다.

이 사건은 엉뚱한 곳에서 불거졌다. 검찰이 하이마트 선 모 대표의 리베이트 사건을 수사하던 중 인테리어 업체 사장의 집에서 최 전 위원장의 이름이 쓰인 서류 한 장을 찾아냈다. 이 서류에는 인테리어 업체 사장의 전 운전기사가 인테리어업체 사장에게 최 위원장에 대한 파이시티 로비를 폭로하겠다고 협박한 사건의 전모가 담겨 있었다. 검찰 수사 결과 운전기사는 최 전 위원장에게 ‘내용증명’형식의 협박 편지까지 보낸 것으로 밝혀졌다. 편지에는 돈을 싼 보자기를 찍은 사진까지 담겨 있었다.


<사진5. '최규선 게이트'로 처벌 받았던 최규선씨(왼), 김대중 전 대통령의 3남 김홍걸씨.(2002년 05월)>

김대중(DJ) 정권에 치명타를 입혔던 2002년 최규선 게이트도 최씨와 운전기사의 갈등에서 시작됐다. 운전기사가 사업문제로 최 씨와 갈등을 빚는 과정에서 최 씨의 비리를 폭로하겠다고 하면서 문제가 커졌다. 결국 이 사건은 최규선 게이트로 비화되며 김대중 대통령의 3남 홍걸씨가 구속되면서 DJ 정부의 도덕성은 크게 훼손됐다.

노무현 정부 시절이던 2003년 대북송금 의혹 사건 당시 현대그룹과 박지원 전 청와대 비서실장의 연결고리였던 무기중개상 김영완씨가 부각된 계기도 운전기사였다. 당시 김씨 자택에 떼강도가 들어 90억원대의 현금, 달러가 도난당한 사건이 발생하자 자금 성격에 대한 의혹이 증폭됐다. 이 강도 사건도 김씨의 운전기사가 현금 상자의 존재를 알리며 외부인을 사주해 발생한 일이었다.

■ 별정직 공무원인 국회의원 운전기사

운전기사는 정치인과 동선을 같이 하기 때문에 많은 비밀 파일을 공유할 수밖에 없다. 특히 검은 돈이 오갈 때는 사과 상자나 쇼핑백 등에 담긴 현찰을 주고 받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차 트렁크 문을 열고 닫는 운전기사는 직감적으로 불법자금을 눈치챌 가능성이 크다.

이 때문에 은밀한 돈 거래 사건이 운전기사에 의해 폭로되기도 하고, 또 수뢰여부를 놓고 법정 공방이 펼쳐질 때 운전사가 중요 증인으로 출석하기도 한다. 충청도 지역 한 국회의원의 운전기사는 “지역구를 일주일에 몇 번씩 오가는 국회의원의 업무 특성상 국회의원이 누구를 만나고 어떤 얘기를 나누는지 다 알 수 있다”며 “하지만 직업윤리상 외부에 발설하지는 않는다”고 말했다.

국회의원의 운전기사는 별정직 공무원 신분이다. 통상 6, 7급의 대우를 받지만 의원 배려에 따라서 4, 5급의 대우를 받는 사람도 있다. 의원 의지에 따라 의원실에 배정되는 상위직급을 배정하기도, 하위직급을 배정하기도 한다는 얘기다.

정치권의 한 인사는 “운전기사를 잘 대우하거나 반대로 운전기사를 자주 갈아치우는 정치인들이 감출게 많은 사람이라는 얘기도 있었지만 꼭 그런것은 아닐 것”이라면서 “좀 더 투명한 사회, 깨끗한 정치문화가 이뤄져야 ‘운전기사 경계령’ 같은 말이 사라질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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