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국의 달 기획] ‘고객 만족은 뒷전’ 보훈 위탁병원 관리 실태
입력 2014.06.25 (01:15)
수정 2014.06.25 (15: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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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지은(가명)씨는 3개월에 한 번씩 서울에 사는 아버지를 모시고 서울 강동구 보훈병원에 간다. 노환을 겪고 있는 아버지는 베트남 참전 유공자로 보훈병원이나 위탁병원에 가면 진료비 전액을 국가로부터 지원받을 수 있다.
사실 최씨 아버지의 집 근처에는 A 위탁병원이 있다. A 병원은 집에서 자동차로 10~20분이면 갈 거리에 있다. 하지만 최씨는 그 병원을 두 차례 가보고는 1시간 거리의 보훈병원으로 아버지의 진료 병원을 옮겼다. 최씨는 "집 근처 위탁병원은 시설이 낙후됐고 직원들이 불친절해 아버지를 모시고 가기 싫다"며 "예약이 어렵고 오가는 시간은 2배지만 여러모로 괜찮은 보훈병원에 오는 게 마음 편하다"고 말했다.
국가유공자를 위한 의료기관인 보훈 위탁병원이 '비용 절감'에만 초점이 맞춰져 관리되고 있다.
친절도 등 고객 만족은 위탁병원 평가에서 사실상 배제된 가운데 병원을 이용하는 환자의 불쾌감은 높아지고 있다.
오늘(25일) 국가보훈처에 따르면 현재 보훈 위탁병원은 309개가 지정돼 운영 중이다. 위탁병원은 보훈병원이 서울, 부산, 광주 등 대도시에 5개밖에 없는 점을 보완해 국가유공자의 의료 접근성을 높이기 위해 1986년부터 운영됐다. 국가유공자는 위탁병원 이용 비용을 국가로부터 지원받는다.
위탁병원은 시.군.구 단위로 1개 기관 지정을 원칙으로 한다. 309개 위탁병원 중 종합병원급은 82개, 병원급은 139개며 의원급과 요양병원급은 각각 77개, 11개다.
국가보훈처는 위탁병원의 관리.감독을 위해 지난 2011년 3월 보훈공단 내 위탁병원 관리단을 신설했다.
관리단은 1년에 한 번씩 위탁병원 평가를 진행하고 있다. 이 평가에서 2년 연속 하위 5% 점수를 기록한 위탁병원을 대상으로 현장 점검이 진행되며 그 결과 개선 가능성이 낮다고 판단되면 계약 해지가 건의된다. 하지만 위탁병원 평가가 지나치게 비용 절감에만 초점이 맞춰져 시행된 것으로 나타났다.
위탁병원 적정성 평가 항목을 보면 총 110점 가운데 진료비(36점) 및 약제사용(34점) 등 적정성 부문은 총 70점이다.
적정성이란 같은 유형(병원급.의원급 등)의 위탁병원들의 평균 진료비와 해당 병원의 진료비가 얼마나 비슷한지를 따진 것이다.
반면 의료서비스 부문은 적정성의 절반도 안 되는 30점에 그쳤다. 특히 위탁병원 이용자가 느끼는 만족도 점수는 고작 5점이었다. 이는 의료수준(10점), 편의 및 정보(7점), 의료 서비스(5점) 부문보다 작거나 같은 비중이다.
관리단은 고객 만족도 점수의 반영 비중이 낮다는 점을 인정하면서도 예산 제약상 어쩔 수 없다는 입장이다. 지난 2009년 무공수훈자.참전유공자(75세 이상) 등 21만명이 위탁병원 혜택 대상에 새로 포함됐다. 2012년 독립유공자 유족(75세 이상) 2280명도 추가되면서 위탁병원 진료비는 2000억원을 넘었다.
이러한 가운데 위탁진료 예산은 지난 2012년 2034억원에서 2013년 2124억원으로 늘었지만 2014년에는 1979억원으로 감소했다.
예산에 맞춰 위탁 진료비를 운용하기 위해서는 과잉 진료, 약품 과다 처방 등을 막아 세는 진료비를 없애야 한다는 것이다.
위탁병원이 진료 수익을 늘리기 위해 불필요한 검진을 늘리고 약품 처방을 남발한다는 지적이 꾸준히 있었다.
관리단은 "위탁병원 평가 시 고객 만족 비중이 작다고 볼 수 있다"면서도 "최근 들어 증가한 진료비를 예산에 맞추기 위해서는 비용 적정성을 높이는 데 초점을 맞춰야 한다"고 말했다.
‘고객 만족’이라는 가치가 비용 문제 뒤로 밀리면서 위탁병원 이용자의 볼멘소리는 점점 커지고 있다. 위탁병원을 이용하면서 심리적으로 불쾌한 대우를 받는다는 불만이다.
상이군경회 경북 경주시지부는 지난해부터 위탁병원 교체를 요구하고 있다. 현재 지정된 위탁병원의 진료 과목이 줄었으며 의료진이 보훈 대상자를 '공짜 환자'라며 불친절하게 응대한다는 것이다.
국가 유공자 가족 A씨는 "위탁병원은 서비스의 질 뿐 아니라 의료진이 환자를 대하는 태도도 현저히 떨어진다"며 "위탁병원에 가면 기분이 상하는 경우가 많아 거리가 멀지만 친절한 보훈병원을 가는 유공자도 있다"고 전했다.
관리단은 이 같은 불만을 해소하기 위해서는 충분한 예산 확보가 선행돼야 한다는 입장이다.
현재 위탁병원의 고객 만족도 평가는 9명의 심사간호사가 전화 조사로 진행하고 있다. 위탁병원이 300개 이상인 것을 고려하면 매우 부족한 조사 인력이다.
따라서 위탁병원 1개당 10명 미만의 이용자를 대상으로 만족도 조사가 시행된다. 조사의 신뢰도가 떨어질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관리단은 만족도 조사의 객관성을 높이기 위해 외부 전문기관에 용역을 주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지만 예산상 여의치 않다.
관리단 관계자는 "엄격한 기준을 가진 외부 기관이 위탁병원 만족도를 조사하기 위해서는 더 많은 예산을 확보해야 한다"며 "그렇게 되면 고객 만족도 비중 확대 등으로 고객 불만을 어느 정도 해소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사실 최씨 아버지의 집 근처에는 A 위탁병원이 있다. A 병원은 집에서 자동차로 10~20분이면 갈 거리에 있다. 하지만 최씨는 그 병원을 두 차례 가보고는 1시간 거리의 보훈병원으로 아버지의 진료 병원을 옮겼다. 최씨는 "집 근처 위탁병원은 시설이 낙후됐고 직원들이 불친절해 아버지를 모시고 가기 싫다"며 "예약이 어렵고 오가는 시간은 2배지만 여러모로 괜찮은 보훈병원에 오는 게 마음 편하다"고 말했다.
국가유공자를 위한 의료기관인 보훈 위탁병원이 '비용 절감'에만 초점이 맞춰져 관리되고 있다.
친절도 등 고객 만족은 위탁병원 평가에서 사실상 배제된 가운데 병원을 이용하는 환자의 불쾌감은 높아지고 있다.
오늘(25일) 국가보훈처에 따르면 현재 보훈 위탁병원은 309개가 지정돼 운영 중이다. 위탁병원은 보훈병원이 서울, 부산, 광주 등 대도시에 5개밖에 없는 점을 보완해 국가유공자의 의료 접근성을 높이기 위해 1986년부터 운영됐다. 국가유공자는 위탁병원 이용 비용을 국가로부터 지원받는다.
위탁병원은 시.군.구 단위로 1개 기관 지정을 원칙으로 한다. 309개 위탁병원 중 종합병원급은 82개, 병원급은 139개며 의원급과 요양병원급은 각각 77개, 11개다.
국가보훈처는 위탁병원의 관리.감독을 위해 지난 2011년 3월 보훈공단 내 위탁병원 관리단을 신설했다.
관리단은 1년에 한 번씩 위탁병원 평가를 진행하고 있다. 이 평가에서 2년 연속 하위 5% 점수를 기록한 위탁병원을 대상으로 현장 점검이 진행되며 그 결과 개선 가능성이 낮다고 판단되면 계약 해지가 건의된다. 하지만 위탁병원 평가가 지나치게 비용 절감에만 초점이 맞춰져 시행된 것으로 나타났다.
위탁병원 적정성 평가 항목을 보면 총 110점 가운데 진료비(36점) 및 약제사용(34점) 등 적정성 부문은 총 70점이다.
적정성이란 같은 유형(병원급.의원급 등)의 위탁병원들의 평균 진료비와 해당 병원의 진료비가 얼마나 비슷한지를 따진 것이다.
반면 의료서비스 부문은 적정성의 절반도 안 되는 30점에 그쳤다. 특히 위탁병원 이용자가 느끼는 만족도 점수는 고작 5점이었다. 이는 의료수준(10점), 편의 및 정보(7점), 의료 서비스(5점) 부문보다 작거나 같은 비중이다.
관리단은 고객 만족도 점수의 반영 비중이 낮다는 점을 인정하면서도 예산 제약상 어쩔 수 없다는 입장이다. 지난 2009년 무공수훈자.참전유공자(75세 이상) 등 21만명이 위탁병원 혜택 대상에 새로 포함됐다. 2012년 독립유공자 유족(75세 이상) 2280명도 추가되면서 위탁병원 진료비는 2000억원을 넘었다.
이러한 가운데 위탁진료 예산은 지난 2012년 2034억원에서 2013년 2124억원으로 늘었지만 2014년에는 1979억원으로 감소했다.
예산에 맞춰 위탁 진료비를 운용하기 위해서는 과잉 진료, 약품 과다 처방 등을 막아 세는 진료비를 없애야 한다는 것이다.
위탁병원이 진료 수익을 늘리기 위해 불필요한 검진을 늘리고 약품 처방을 남발한다는 지적이 꾸준히 있었다.
관리단은 "위탁병원 평가 시 고객 만족 비중이 작다고 볼 수 있다"면서도 "최근 들어 증가한 진료비를 예산에 맞추기 위해서는 비용 적정성을 높이는 데 초점을 맞춰야 한다"고 말했다.
‘고객 만족’이라는 가치가 비용 문제 뒤로 밀리면서 위탁병원 이용자의 볼멘소리는 점점 커지고 있다. 위탁병원을 이용하면서 심리적으로 불쾌한 대우를 받는다는 불만이다.
상이군경회 경북 경주시지부는 지난해부터 위탁병원 교체를 요구하고 있다. 현재 지정된 위탁병원의 진료 과목이 줄었으며 의료진이 보훈 대상자를 '공짜 환자'라며 불친절하게 응대한다는 것이다.
국가 유공자 가족 A씨는 "위탁병원은 서비스의 질 뿐 아니라 의료진이 환자를 대하는 태도도 현저히 떨어진다"며 "위탁병원에 가면 기분이 상하는 경우가 많아 거리가 멀지만 친절한 보훈병원을 가는 유공자도 있다"고 전했다.
관리단은 이 같은 불만을 해소하기 위해서는 충분한 예산 확보가 선행돼야 한다는 입장이다.
현재 위탁병원의 고객 만족도 평가는 9명의 심사간호사가 전화 조사로 진행하고 있다. 위탁병원이 300개 이상인 것을 고려하면 매우 부족한 조사 인력이다.
따라서 위탁병원 1개당 10명 미만의 이용자를 대상으로 만족도 조사가 시행된다. 조사의 신뢰도가 떨어질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관리단은 만족도 조사의 객관성을 높이기 위해 외부 전문기관에 용역을 주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지만 예산상 여의치 않다.
관리단 관계자는 "엄격한 기준을 가진 외부 기관이 위탁병원 만족도를 조사하기 위해서는 더 많은 예산을 확보해야 한다"며 "그렇게 되면 고객 만족도 비중 확대 등으로 고객 불만을 어느 정도 해소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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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입력 2014-06-25 01:15:10
- 수정2014-06-25 15:22:53
최지은(가명)씨는 3개월에 한 번씩 서울에 사는 아버지를 모시고 서울 강동구 보훈병원에 간다. 노환을 겪고 있는 아버지는 베트남 참전 유공자로 보훈병원이나 위탁병원에 가면 진료비 전액을 국가로부터 지원받을 수 있다.
사실 최씨 아버지의 집 근처에는 A 위탁병원이 있다. A 병원은 집에서 자동차로 10~20분이면 갈 거리에 있다. 하지만 최씨는 그 병원을 두 차례 가보고는 1시간 거리의 보훈병원으로 아버지의 진료 병원을 옮겼다. 최씨는 "집 근처 위탁병원은 시설이 낙후됐고 직원들이 불친절해 아버지를 모시고 가기 싫다"며 "예약이 어렵고 오가는 시간은 2배지만 여러모로 괜찮은 보훈병원에 오는 게 마음 편하다"고 말했다.
국가유공자를 위한 의료기관인 보훈 위탁병원이 '비용 절감'에만 초점이 맞춰져 관리되고 있다.
친절도 등 고객 만족은 위탁병원 평가에서 사실상 배제된 가운데 병원을 이용하는 환자의 불쾌감은 높아지고 있다.
오늘(25일) 국가보훈처에 따르면 현재 보훈 위탁병원은 309개가 지정돼 운영 중이다. 위탁병원은 보훈병원이 서울, 부산, 광주 등 대도시에 5개밖에 없는 점을 보완해 국가유공자의 의료 접근성을 높이기 위해 1986년부터 운영됐다. 국가유공자는 위탁병원 이용 비용을 국가로부터 지원받는다.
위탁병원은 시.군.구 단위로 1개 기관 지정을 원칙으로 한다. 309개 위탁병원 중 종합병원급은 82개, 병원급은 139개며 의원급과 요양병원급은 각각 77개, 11개다.
국가보훈처는 위탁병원의 관리.감독을 위해 지난 2011년 3월 보훈공단 내 위탁병원 관리단을 신설했다.
관리단은 1년에 한 번씩 위탁병원 평가를 진행하고 있다. 이 평가에서 2년 연속 하위 5% 점수를 기록한 위탁병원을 대상으로 현장 점검이 진행되며 그 결과 개선 가능성이 낮다고 판단되면 계약 해지가 건의된다. 하지만 위탁병원 평가가 지나치게 비용 절감에만 초점이 맞춰져 시행된 것으로 나타났다.
위탁병원 적정성 평가 항목을 보면 총 110점 가운데 진료비(36점) 및 약제사용(34점) 등 적정성 부문은 총 70점이다.
적정성이란 같은 유형(병원급.의원급 등)의 위탁병원들의 평균 진료비와 해당 병원의 진료비가 얼마나 비슷한지를 따진 것이다.
반면 의료서비스 부문은 적정성의 절반도 안 되는 30점에 그쳤다. 특히 위탁병원 이용자가 느끼는 만족도 점수는 고작 5점이었다. 이는 의료수준(10점), 편의 및 정보(7점), 의료 서비스(5점) 부문보다 작거나 같은 비중이다.
관리단은 고객 만족도 점수의 반영 비중이 낮다는 점을 인정하면서도 예산 제약상 어쩔 수 없다는 입장이다. 지난 2009년 무공수훈자.참전유공자(75세 이상) 등 21만명이 위탁병원 혜택 대상에 새로 포함됐다. 2012년 독립유공자 유족(75세 이상) 2280명도 추가되면서 위탁병원 진료비는 2000억원을 넘었다.
이러한 가운데 위탁진료 예산은 지난 2012년 2034억원에서 2013년 2124억원으로 늘었지만 2014년에는 1979억원으로 감소했다.
예산에 맞춰 위탁 진료비를 운용하기 위해서는 과잉 진료, 약품 과다 처방 등을 막아 세는 진료비를 없애야 한다는 것이다.
위탁병원이 진료 수익을 늘리기 위해 불필요한 검진을 늘리고 약품 처방을 남발한다는 지적이 꾸준히 있었다.
관리단은 "위탁병원 평가 시 고객 만족 비중이 작다고 볼 수 있다"면서도 "최근 들어 증가한 진료비를 예산에 맞추기 위해서는 비용 적정성을 높이는 데 초점을 맞춰야 한다"고 말했다.
‘고객 만족’이라는 가치가 비용 문제 뒤로 밀리면서 위탁병원 이용자의 볼멘소리는 점점 커지고 있다. 위탁병원을 이용하면서 심리적으로 불쾌한 대우를 받는다는 불만이다.
상이군경회 경북 경주시지부는 지난해부터 위탁병원 교체를 요구하고 있다. 현재 지정된 위탁병원의 진료 과목이 줄었으며 의료진이 보훈 대상자를 '공짜 환자'라며 불친절하게 응대한다는 것이다.
국가 유공자 가족 A씨는 "위탁병원은 서비스의 질 뿐 아니라 의료진이 환자를 대하는 태도도 현저히 떨어진다"며 "위탁병원에 가면 기분이 상하는 경우가 많아 거리가 멀지만 친절한 보훈병원을 가는 유공자도 있다"고 전했다.
관리단은 이 같은 불만을 해소하기 위해서는 충분한 예산 확보가 선행돼야 한다는 입장이다.
현재 위탁병원의 고객 만족도 평가는 9명의 심사간호사가 전화 조사로 진행하고 있다. 위탁병원이 300개 이상인 것을 고려하면 매우 부족한 조사 인력이다.
따라서 위탁병원 1개당 10명 미만의 이용자를 대상으로 만족도 조사가 시행된다. 조사의 신뢰도가 떨어질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관리단은 만족도 조사의 객관성을 높이기 위해 외부 전문기관에 용역을 주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지만 예산상 여의치 않다.
관리단 관계자는 "엄격한 기준을 가진 외부 기관이 위탁병원 만족도를 조사하기 위해서는 더 많은 예산을 확보해야 한다"며 "그렇게 되면 고객 만족도 비중 확대 등으로 고객 불만을 어느 정도 해소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사실 최씨 아버지의 집 근처에는 A 위탁병원이 있다. A 병원은 집에서 자동차로 10~20분이면 갈 거리에 있다. 하지만 최씨는 그 병원을 두 차례 가보고는 1시간 거리의 보훈병원으로 아버지의 진료 병원을 옮겼다. 최씨는 "집 근처 위탁병원은 시설이 낙후됐고 직원들이 불친절해 아버지를 모시고 가기 싫다"며 "예약이 어렵고 오가는 시간은 2배지만 여러모로 괜찮은 보훈병원에 오는 게 마음 편하다"고 말했다.
국가유공자를 위한 의료기관인 보훈 위탁병원이 '비용 절감'에만 초점이 맞춰져 관리되고 있다.
친절도 등 고객 만족은 위탁병원 평가에서 사실상 배제된 가운데 병원을 이용하는 환자의 불쾌감은 높아지고 있다.
오늘(25일) 국가보훈처에 따르면 현재 보훈 위탁병원은 309개가 지정돼 운영 중이다. 위탁병원은 보훈병원이 서울, 부산, 광주 등 대도시에 5개밖에 없는 점을 보완해 국가유공자의 의료 접근성을 높이기 위해 1986년부터 운영됐다. 국가유공자는 위탁병원 이용 비용을 국가로부터 지원받는다.
위탁병원은 시.군.구 단위로 1개 기관 지정을 원칙으로 한다. 309개 위탁병원 중 종합병원급은 82개, 병원급은 139개며 의원급과 요양병원급은 각각 77개, 11개다.
국가보훈처는 위탁병원의 관리.감독을 위해 지난 2011년 3월 보훈공단 내 위탁병원 관리단을 신설했다.
관리단은 1년에 한 번씩 위탁병원 평가를 진행하고 있다. 이 평가에서 2년 연속 하위 5% 점수를 기록한 위탁병원을 대상으로 현장 점검이 진행되며 그 결과 개선 가능성이 낮다고 판단되면 계약 해지가 건의된다. 하지만 위탁병원 평가가 지나치게 비용 절감에만 초점이 맞춰져 시행된 것으로 나타났다.
위탁병원 적정성 평가 항목을 보면 총 110점 가운데 진료비(36점) 및 약제사용(34점) 등 적정성 부문은 총 70점이다.
적정성이란 같은 유형(병원급.의원급 등)의 위탁병원들의 평균 진료비와 해당 병원의 진료비가 얼마나 비슷한지를 따진 것이다.
반면 의료서비스 부문은 적정성의 절반도 안 되는 30점에 그쳤다. 특히 위탁병원 이용자가 느끼는 만족도 점수는 고작 5점이었다. 이는 의료수준(10점), 편의 및 정보(7점), 의료 서비스(5점) 부문보다 작거나 같은 비중이다.
관리단은 고객 만족도 점수의 반영 비중이 낮다는 점을 인정하면서도 예산 제약상 어쩔 수 없다는 입장이다. 지난 2009년 무공수훈자.참전유공자(75세 이상) 등 21만명이 위탁병원 혜택 대상에 새로 포함됐다. 2012년 독립유공자 유족(75세 이상) 2280명도 추가되면서 위탁병원 진료비는 2000억원을 넘었다.
이러한 가운데 위탁진료 예산은 지난 2012년 2034억원에서 2013년 2124억원으로 늘었지만 2014년에는 1979억원으로 감소했다.
예산에 맞춰 위탁 진료비를 운용하기 위해서는 과잉 진료, 약품 과다 처방 등을 막아 세는 진료비를 없애야 한다는 것이다.
위탁병원이 진료 수익을 늘리기 위해 불필요한 검진을 늘리고 약품 처방을 남발한다는 지적이 꾸준히 있었다.
관리단은 "위탁병원 평가 시 고객 만족 비중이 작다고 볼 수 있다"면서도 "최근 들어 증가한 진료비를 예산에 맞추기 위해서는 비용 적정성을 높이는 데 초점을 맞춰야 한다"고 말했다.
‘고객 만족’이라는 가치가 비용 문제 뒤로 밀리면서 위탁병원 이용자의 볼멘소리는 점점 커지고 있다. 위탁병원을 이용하면서 심리적으로 불쾌한 대우를 받는다는 불만이다.
상이군경회 경북 경주시지부는 지난해부터 위탁병원 교체를 요구하고 있다. 현재 지정된 위탁병원의 진료 과목이 줄었으며 의료진이 보훈 대상자를 '공짜 환자'라며 불친절하게 응대한다는 것이다.
국가 유공자 가족 A씨는 "위탁병원은 서비스의 질 뿐 아니라 의료진이 환자를 대하는 태도도 현저히 떨어진다"며 "위탁병원에 가면 기분이 상하는 경우가 많아 거리가 멀지만 친절한 보훈병원을 가는 유공자도 있다"고 전했다.
관리단은 이 같은 불만을 해소하기 위해서는 충분한 예산 확보가 선행돼야 한다는 입장이다.
현재 위탁병원의 고객 만족도 평가는 9명의 심사간호사가 전화 조사로 진행하고 있다. 위탁병원이 300개 이상인 것을 고려하면 매우 부족한 조사 인력이다.
따라서 위탁병원 1개당 10명 미만의 이용자를 대상으로 만족도 조사가 시행된다. 조사의 신뢰도가 떨어질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관리단은 만족도 조사의 객관성을 높이기 위해 외부 전문기관에 용역을 주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지만 예산상 여의치 않다.
관리단 관계자는 "엄격한 기준을 가진 외부 기관이 위탁병원 만족도를 조사하기 위해서는 더 많은 예산을 확보해야 한다"며 "그렇게 되면 고객 만족도 비중 확대 등으로 고객 불만을 어느 정도 해소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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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재현 기자 honor@k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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