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대 건설사 상반기 수주 부진…실적 ‘빨간불’

입력 2014.06.25 (07:42) 수정 2014.06.25 (08: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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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상반기 국내 대형 건설사의 수주 실적이 '낙제점'인 것으로 나타났다.

연초 대형 해외공사 수주에 성공한 건설사는 체면치레를 했지만 그렇지 못한 업체들은 연초 목표에 크게 미달했다.

올해 들어 대형 국책사업이 없는데다 건설사들도 담합 등의 파장을 우려해 공공공사 입찰 참여를 하지 않았거나 소극적으로 임한 영향이 크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한다.

◇ 10대 건설사 수주, 목표액의 20∼30% 수두룩

25일 현대건설·삼성물산·대우건설 등 국내 시공능력평가 상위 10위 건설사의 올해 상반기(일부는 1∼5월) 수주실적을 조사한 결과 올 한해 수주 목표액의 50% 이상을 달성한 곳은 2개사에 불과했다.

나머지 8개사는 목표대비 수주 달성율이 20∼30%대에 그쳐 기대 이하의 실적을 올렸다.

시공능력평가 1위인 현대건설의 경우 올해 5월말까지 수주한 공사가 총 3조365억원으로 부진했다. 연초 수립한 올 한해 수주 목표액(16조원) 대비 19%에 불과한 수치다.

현대건설은 알제리, 칠레, 이라크 등지에서 2조3천억여원의 해외 플랜트 공사를 따냈으나 예년에 비해서는 저조한 실적이다. 국내 수주액은 7천36억원으로 1조원에도 못미쳤다.

올해 15조원의 수주 목표를 수립한 대우건설은 5월말 현재 34%인 5조1천545억원을 따냈다.

대우 역시 올해 쿠웨이트, 알제리 등 해외에서 3조2천849억원을 수주하며 양호한 성적을 냈으나 국내 공공·민간공사 수주액이 1조8천696억원에 그쳤다.

포스코건설은 6월 현재 수주액이 2조4천억원으로 수주 목표액(10조7천억원)의 22%를 달성했다. 해외 공사 수주액이 1조901억원으로 기대에 못미쳤다.

대림산업은 올해 해외 1조8천700억원을 포함해 6월 현재까지 3조5천800억원의 공사를 따냈다. 수주 목표액의 38% 수준이다.

한화건설(1조4천100억원), 롯데건설(2조1천억원), 현대산업개발(7천892억원) 등도 올해 수주 목표대비 실적이 22∼34% 선에 그쳤다.

이에 비해 올해 상반기 해외수주 실적 1, 2위를 기록한 GS건설과 SK건설은 해외에서 각각 5조6천505억원, 4조3천억원을 따낸 것에 힘입어 올해 상반기 수주액도 각각 7조1천925억원, 6조5천328억원으로 타사보다 높았다.

양사의 올해 수주 목표액은 GS건설이 14조원, SK건설이 12조원으로 상반기에 이미 수주목표의 절반 이상(GS건설 51%, SK건설 54%)을 달성했다.

◇ 담합 우려·수익성 없는 공공공사 '기피'…해외서 만회 노려

올해 상반기 '톱10' 건설사의 수주실적이 저조한 것에 대해 업계는 국내 공공공사 수주 부진을 주요 원인 가운데 하나로 꼽는다.

올해 들어 대형 건설사들은 공공공사 입찰에 매우 소극적인 태도를 보이고 있다.

공정거래위원회가 공공공사에 대한 담합 조사를 전방위에 걸쳐 진행하면서 공공공사 기피 현상이 두드러진 것이다.

이 때문에 대한건설협회가 조사한 올해 건설업 전체 공공공사 수주액은 지난해보다 증가추세를 보였으나 대형 건설사는 수주액이 예년에 비해 저조하다.

한 대형 건설사 관계자는 "공공공사를 따봤자 입찰 예정가가 낮아 수익성도 없고 잘못하면 담합으로 몰려 과징금에 손해배상, 임직원 구속 등의 핵폭탄이 떨어진다"며 "최대한 수익성 있는 현장중에서 담합 의심을 받지 않을 만한 곳만 골라서 참여하려다보니 낙찰 횟수가 줄고, 수주액도 적을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한 때 '공공공사 수주 포기설'이 돌기도 했던 삼성물산은 실제 올해 상반기까지 공공공사 수주 실적이 단 한 건도 없다.

회사 관계자는 "공공공사 수주를 포기한 것은 아니고 수익성 위주의 선별 수주를 하자는 게 회사 방침"이라며 "수익성 없는 현장은 입찰을 포기하고, 입찰에 참여해도 과거처럼 낮은 금액으로 무리하게 공사를 따내는 것은 지양하고 있다"고 말했다.

현대건설은 5월 말까지 공공공사 수주액이 2천423억원으로 연간 목표치(1조7천453억원)의 14%에 그치고 있다.

대우건설 역시 공공공사 수주액이 연간 목표액(1조240억원)의 23%인 2천332억원에 서 멈춰있다.

이처럼 대형 건설사들이 몸을 사리면서 최근 발주된 공공공사 가운데 유찰되는 사업장도 속출하고 있다.

지난해 9월 발주된 부산도시철도 사상∼하단선 1공구 건설공사(턴키)는 현재 3회 유찰된 후 아직 낙찰자가 가려지지 않았다.

연초 대형 공공공사로 주목받았던 인천국제공항 3단계 확장사업인 제2여객터미널 골조·외장공사는 수익성 문제로 대형 건설사들이 줄줄이 수주를 포기하면서 두차례 유찰 후에 최근 한진중공업 컨소시엄이 수의계약으로 공사를 가져가기도 했다.

지난 정부처럼 대형 건설사만이 수행할 수 있는 대규모 국책사업이 없다는 것도 수주실적 감소로 이어지고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올해 발주될 공공공사중 '최대어'로 꼽히는 신고리 원전 5·6호기는 연내 발주가 불투명한 상황이다.

건설사들은 이에 따라 올해 공공공사의 부진을 해외 건설공사와 국내 민간 공사 등에서 만회한다는 계획이다.

삼성물산 관계자는 "회사가 강점이 있는 해외 철도·도로·발전 플랜트 등 인프라 공사의 발주가 하반기로 연기된 경우가 많아 후반기에 가야 수주 목표에 근접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대한건설협회 관계자는 "하반기 들어 공공공사 등 공사 발주물량이 상반기에 비해 줄어들 것으로 예상돼 대형 업체의 수주 전망이 밝지만은 않다"며 "연초 수립한 목표에 미달하는 건설사들이 많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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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4-06-25 07:42:53
    • 수정2014-06-25 08:26:40
    연합뉴스
올해 상반기 국내 대형 건설사의 수주 실적이 '낙제점'인 것으로 나타났다.

연초 대형 해외공사 수주에 성공한 건설사는 체면치레를 했지만 그렇지 못한 업체들은 연초 목표에 크게 미달했다.

올해 들어 대형 국책사업이 없는데다 건설사들도 담합 등의 파장을 우려해 공공공사 입찰 참여를 하지 않았거나 소극적으로 임한 영향이 크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한다.

◇ 10대 건설사 수주, 목표액의 20∼30% 수두룩

25일 현대건설·삼성물산·대우건설 등 국내 시공능력평가 상위 10위 건설사의 올해 상반기(일부는 1∼5월) 수주실적을 조사한 결과 올 한해 수주 목표액의 50% 이상을 달성한 곳은 2개사에 불과했다.

나머지 8개사는 목표대비 수주 달성율이 20∼30%대에 그쳐 기대 이하의 실적을 올렸다.

시공능력평가 1위인 현대건설의 경우 올해 5월말까지 수주한 공사가 총 3조365억원으로 부진했다. 연초 수립한 올 한해 수주 목표액(16조원) 대비 19%에 불과한 수치다.

현대건설은 알제리, 칠레, 이라크 등지에서 2조3천억여원의 해외 플랜트 공사를 따냈으나 예년에 비해서는 저조한 실적이다. 국내 수주액은 7천36억원으로 1조원에도 못미쳤다.

올해 15조원의 수주 목표를 수립한 대우건설은 5월말 현재 34%인 5조1천545억원을 따냈다.

대우 역시 올해 쿠웨이트, 알제리 등 해외에서 3조2천849억원을 수주하며 양호한 성적을 냈으나 국내 공공·민간공사 수주액이 1조8천696억원에 그쳤다.

포스코건설은 6월 현재 수주액이 2조4천억원으로 수주 목표액(10조7천억원)의 22%를 달성했다. 해외 공사 수주액이 1조901억원으로 기대에 못미쳤다.

대림산업은 올해 해외 1조8천700억원을 포함해 6월 현재까지 3조5천800억원의 공사를 따냈다. 수주 목표액의 38% 수준이다.

한화건설(1조4천100억원), 롯데건설(2조1천억원), 현대산업개발(7천892억원) 등도 올해 수주 목표대비 실적이 22∼34% 선에 그쳤다.

이에 비해 올해 상반기 해외수주 실적 1, 2위를 기록한 GS건설과 SK건설은 해외에서 각각 5조6천505억원, 4조3천억원을 따낸 것에 힘입어 올해 상반기 수주액도 각각 7조1천925억원, 6조5천328억원으로 타사보다 높았다.

양사의 올해 수주 목표액은 GS건설이 14조원, SK건설이 12조원으로 상반기에 이미 수주목표의 절반 이상(GS건설 51%, SK건설 54%)을 달성했다.

◇ 담합 우려·수익성 없는 공공공사 '기피'…해외서 만회 노려

올해 상반기 '톱10' 건설사의 수주실적이 저조한 것에 대해 업계는 국내 공공공사 수주 부진을 주요 원인 가운데 하나로 꼽는다.

올해 들어 대형 건설사들은 공공공사 입찰에 매우 소극적인 태도를 보이고 있다.

공정거래위원회가 공공공사에 대한 담합 조사를 전방위에 걸쳐 진행하면서 공공공사 기피 현상이 두드러진 것이다.

이 때문에 대한건설협회가 조사한 올해 건설업 전체 공공공사 수주액은 지난해보다 증가추세를 보였으나 대형 건설사는 수주액이 예년에 비해 저조하다.

한 대형 건설사 관계자는 "공공공사를 따봤자 입찰 예정가가 낮아 수익성도 없고 잘못하면 담합으로 몰려 과징금에 손해배상, 임직원 구속 등의 핵폭탄이 떨어진다"며 "최대한 수익성 있는 현장중에서 담합 의심을 받지 않을 만한 곳만 골라서 참여하려다보니 낙찰 횟수가 줄고, 수주액도 적을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한 때 '공공공사 수주 포기설'이 돌기도 했던 삼성물산은 실제 올해 상반기까지 공공공사 수주 실적이 단 한 건도 없다.

회사 관계자는 "공공공사 수주를 포기한 것은 아니고 수익성 위주의 선별 수주를 하자는 게 회사 방침"이라며 "수익성 없는 현장은 입찰을 포기하고, 입찰에 참여해도 과거처럼 낮은 금액으로 무리하게 공사를 따내는 것은 지양하고 있다"고 말했다.

현대건설은 5월 말까지 공공공사 수주액이 2천423억원으로 연간 목표치(1조7천453억원)의 14%에 그치고 있다.

대우건설 역시 공공공사 수주액이 연간 목표액(1조240억원)의 23%인 2천332억원에 서 멈춰있다.

이처럼 대형 건설사들이 몸을 사리면서 최근 발주된 공공공사 가운데 유찰되는 사업장도 속출하고 있다.

지난해 9월 발주된 부산도시철도 사상∼하단선 1공구 건설공사(턴키)는 현재 3회 유찰된 후 아직 낙찰자가 가려지지 않았다.

연초 대형 공공공사로 주목받았던 인천국제공항 3단계 확장사업인 제2여객터미널 골조·외장공사는 수익성 문제로 대형 건설사들이 줄줄이 수주를 포기하면서 두차례 유찰 후에 최근 한진중공업 컨소시엄이 수의계약으로 공사를 가져가기도 했다.

지난 정부처럼 대형 건설사만이 수행할 수 있는 대규모 국책사업이 없다는 것도 수주실적 감소로 이어지고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올해 발주될 공공공사중 '최대어'로 꼽히는 신고리 원전 5·6호기는 연내 발주가 불투명한 상황이다.

건설사들은 이에 따라 올해 공공공사의 부진을 해외 건설공사와 국내 민간 공사 등에서 만회한다는 계획이다.

삼성물산 관계자는 "회사가 강점이 있는 해외 철도·도로·발전 플랜트 등 인프라 공사의 발주가 하반기로 연기된 경우가 많아 후반기에 가야 수주 목표에 근접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대한건설협회 관계자는 "하반기 들어 공공공사 등 공사 발주물량이 상반기에 비해 줄어들 것으로 예상돼 대형 업체의 수주 전망이 밝지만은 않다"며 "연초 수립한 목표에 미달하는 건설사들이 많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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