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반기 문화계 뜨겁게 달군 ‘정도전’

입력 2014.06.25 (08: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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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상반기 문화계를 뜨겁게 달군 관심사를 논할 때 '정도전'의 재조명을 빼놓을 수 없다.

지난 1월 4일 방영을 시작해 이달말 종영 예정인 KBS의 50부작 대하사극 '정도전'은 퓨전사극의 유행을 멀리 한 채 역사의 복원에 충실한 '정공법'으로 승부하면서도 시청자들의 몰입을 끌어내는데 성공한 이례적인 사례로 꼽힌다.

사극의 성공은 관련 서적의 출판 러시 등 문화적 '팬덤(fandom)' 현상으로까지 이어졌다.

이는 무엇보다 충실한 기획과 제작비 지원, 배우들의 호연이 뒷받침이 된 결과로 분석된다.

하지만 정도전 현상의 실체는 역사적 인물 '정도전'이 우리 시대와 사회에 던지는 묵직한 메시지, 특히 우리 정치권에 던지는 함의에서 찾아야 한다는 지적들 또한 적지 않다.

◇ 정통 사극의 '화려한' 부활

KBS 드라마 '정도전'은 올 상반기 최고의 성공을 거둔 드라마로 꼽힌다. 대부분 지상파 드라마들이 전반적인 부진을 겪는 상황에서도 유일하게 체면을 세웠으며, 그 덕택에 KBS가 사극 명가의 자존심을 회복했다는 평가로도 이어졌다.

바야흐로 '별에서 온 그대' 등 퓨전사극이 인기몰이를 하는 시대.

그러나 '정도전'은 이와 달리 정통사극을 표방했다.

왕조 조선을 설계한 정치사상가 삼봉 정도전과 주변 인물들의 파란만장한 정치 역정을 군더더기 없는 역사적 사실에 입각해 정공법으로 다룬 것.

KBS 1TV가 애초 2년의 준비기간, 총 제작비 135억원을 쏟아부을 때만 해도 '정도전'이 이 같은 성공을 거두리란 기대는 많지 않았다.

앞서 KBS 1TV가 선보인 '근초고왕'(2010.11 ~ 2011.05)과 '광개토태왕'(2011.06 ~ 2012.04), '대왕의 꿈'(2012.09 ~ 2013.06) 등 대하사극의 시청률과 반응이 신통치 않았던 탓이다.

하지만 '정도전'은 달랐다.

제작팀은 구체적으로 공민왕이 시해되기 직전인 1374년 가을부터 정도전이 죽음을 맞이하는 1398년까지 24년간의 이야기를 철저한 고증 위에 전개했다.

매회 드라마가 끝날 때마다 역사적 고증을 곁들인 해설을 덧붙인 기획도 시청자들의 흥미를 자극했다.

국회의원 보좌관 출신의 정현민 작가는 이 시대 정치적 화두로 되뇌일 만한 명대사를 잇따라 제조해냈고, 조재현(정도전 역)·박영규(이인임 역)·유동근(이성계 역)·임호(정몽주 역) 등 중견 연기자들의 호연은 극에의 몰입감을 높였다.

3월 이후부터는 동시간대 강자인 KBS 2TV의 '개그콘서트'를 시청률 경쟁에서 밀어냈고, 최고 시청률 49%, 평균 시청률 20% 대의 성공을 거둔 '용의 눈물'(1996~1998년 방송)이 경쟁 상대로 부각됐다.

경쟁사인 MBC가 자사 예능 프로그램 '별바라기'를 홍보하면서 '정도전'을 패러디한 동영상을 내보냈을 정도로 그 관심은 뜨겁게 달아올랐다.

◇ 소설 등 출간 러시…'정도전 현상'으로

역사의 새 장을 열어젖힌 혁명가 정도전에 대한 관심은 드라마에 그치지 않았다.

24일 교보문고에 따르면 올해 1월 이후 지난 22일까지 약 6개월 간 서점가에서 출간된 정도전 관련 서적만 18권에 이른다.

지난 한 해에 걸쳐 두 권, 2012년에는 세 권의 관련 서적이 출간된 것과 비교하면 조명 열기를 짐작케 한다.

교보문고 집계에 따르면 출간된 서적 가운데 역사학자인 이덕일 한가람역사문제연구소장이 쓴 '정도전과 그의 시대'가 가장 높은 인기를 누렸다.

이 소장은 정 작가와 배우들에게 직접 정도전 관련 강의를 한 내용을 책으로 엮었다.

이외에도 소설가 김탁환 씨의 '혁명: 광활한 인간 정도전' 1권과 2권이 각각 2위와 4위에 올랐으며, 조유식의 '정도전을 위한 변명' 개정판은 3위의 판매고를 보였다.

재조명의 움직임은 학계에서도 이어졌다.

소설가 고(故) 이병주 선생 추모를 위해 지난 20일 국문학계 원로 김윤식 서울대 명예교수와 안경환 서울대 법학대학원 명예교수 등이 참석해 열린 학술대회의 주제 또한 '정도전'이었다.

이병주 선생은 생전 소설 '포은 정몽주'를 출간했고, 소설 '정도전'의 원고를 남겨 이 또한 사후에 출간되는 등 일찌감치 이 시대에 주목한 작가다.

학술대회에도 발제자로 참석했던 작가 정현민 씨는 정도전 재조명 열기에 대해 "정도전이 전환기를 맞아 창조적 지성의 롤모델이 되고 있기 때문"이라고 진단했다.

그는 "(정도전은) 성균관이라는 최고 학부에서 연마된 성리학자로서 지성과 오랜 변방생활에서 다져진 현실감각을 통해 당대 모순을 정확히 진단했고, 또 역성혁명이라는 파격적 해법을 이끌어낼 수 있었다"고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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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상반기 문화계 뜨겁게 달군 ‘정도전’
    • 입력 2014-06-25 08:31:43
    연합뉴스
올해 상반기 문화계를 뜨겁게 달군 관심사를 논할 때 '정도전'의 재조명을 빼놓을 수 없다. 지난 1월 4일 방영을 시작해 이달말 종영 예정인 KBS의 50부작 대하사극 '정도전'은 퓨전사극의 유행을 멀리 한 채 역사의 복원에 충실한 '정공법'으로 승부하면서도 시청자들의 몰입을 끌어내는데 성공한 이례적인 사례로 꼽힌다. 사극의 성공은 관련 서적의 출판 러시 등 문화적 '팬덤(fandom)' 현상으로까지 이어졌다. 이는 무엇보다 충실한 기획과 제작비 지원, 배우들의 호연이 뒷받침이 된 결과로 분석된다. 하지만 정도전 현상의 실체는 역사적 인물 '정도전'이 우리 시대와 사회에 던지는 묵직한 메시지, 특히 우리 정치권에 던지는 함의에서 찾아야 한다는 지적들 또한 적지 않다. ◇ 정통 사극의 '화려한' 부활 KBS 드라마 '정도전'은 올 상반기 최고의 성공을 거둔 드라마로 꼽힌다. 대부분 지상파 드라마들이 전반적인 부진을 겪는 상황에서도 유일하게 체면을 세웠으며, 그 덕택에 KBS가 사극 명가의 자존심을 회복했다는 평가로도 이어졌다. 바야흐로 '별에서 온 그대' 등 퓨전사극이 인기몰이를 하는 시대. 그러나 '정도전'은 이와 달리 정통사극을 표방했다. 왕조 조선을 설계한 정치사상가 삼봉 정도전과 주변 인물들의 파란만장한 정치 역정을 군더더기 없는 역사적 사실에 입각해 정공법으로 다룬 것. KBS 1TV가 애초 2년의 준비기간, 총 제작비 135억원을 쏟아부을 때만 해도 '정도전'이 이 같은 성공을 거두리란 기대는 많지 않았다. 앞서 KBS 1TV가 선보인 '근초고왕'(2010.11 ~ 2011.05)과 '광개토태왕'(2011.06 ~ 2012.04), '대왕의 꿈'(2012.09 ~ 2013.06) 등 대하사극의 시청률과 반응이 신통치 않았던 탓이다. 하지만 '정도전'은 달랐다. 제작팀은 구체적으로 공민왕이 시해되기 직전인 1374년 가을부터 정도전이 죽음을 맞이하는 1398년까지 24년간의 이야기를 철저한 고증 위에 전개했다. 매회 드라마가 끝날 때마다 역사적 고증을 곁들인 해설을 덧붙인 기획도 시청자들의 흥미를 자극했다. 국회의원 보좌관 출신의 정현민 작가는 이 시대 정치적 화두로 되뇌일 만한 명대사를 잇따라 제조해냈고, 조재현(정도전 역)·박영규(이인임 역)·유동근(이성계 역)·임호(정몽주 역) 등 중견 연기자들의 호연은 극에의 몰입감을 높였다. 3월 이후부터는 동시간대 강자인 KBS 2TV의 '개그콘서트'를 시청률 경쟁에서 밀어냈고, 최고 시청률 49%, 평균 시청률 20% 대의 성공을 거둔 '용의 눈물'(1996~1998년 방송)이 경쟁 상대로 부각됐다. 경쟁사인 MBC가 자사 예능 프로그램 '별바라기'를 홍보하면서 '정도전'을 패러디한 동영상을 내보냈을 정도로 그 관심은 뜨겁게 달아올랐다. ◇ 소설 등 출간 러시…'정도전 현상'으로 역사의 새 장을 열어젖힌 혁명가 정도전에 대한 관심은 드라마에 그치지 않았다. 24일 교보문고에 따르면 올해 1월 이후 지난 22일까지 약 6개월 간 서점가에서 출간된 정도전 관련 서적만 18권에 이른다. 지난 한 해에 걸쳐 두 권, 2012년에는 세 권의 관련 서적이 출간된 것과 비교하면 조명 열기를 짐작케 한다. 교보문고 집계에 따르면 출간된 서적 가운데 역사학자인 이덕일 한가람역사문제연구소장이 쓴 '정도전과 그의 시대'가 가장 높은 인기를 누렸다. 이 소장은 정 작가와 배우들에게 직접 정도전 관련 강의를 한 내용을 책으로 엮었다. 이외에도 소설가 김탁환 씨의 '혁명: 광활한 인간 정도전' 1권과 2권이 각각 2위와 4위에 올랐으며, 조유식의 '정도전을 위한 변명' 개정판은 3위의 판매고를 보였다. 재조명의 움직임은 학계에서도 이어졌다. 소설가 고(故) 이병주 선생 추모를 위해 지난 20일 국문학계 원로 김윤식 서울대 명예교수와 안경환 서울대 법학대학원 명예교수 등이 참석해 열린 학술대회의 주제 또한 '정도전'이었다. 이병주 선생은 생전 소설 '포은 정몽주'를 출간했고, 소설 '정도전'의 원고를 남겨 이 또한 사후에 출간되는 등 일찌감치 이 시대에 주목한 작가다. 학술대회에도 발제자로 참석했던 작가 정현민 씨는 정도전 재조명 열기에 대해 "정도전이 전환기를 맞아 창조적 지성의 롤모델이 되고 있기 때문"이라고 진단했다. 그는 "(정도전은) 성균관이라는 최고 학부에서 연마된 성리학자로서 지성과 오랜 변방생활에서 다져진 현실감각을 통해 당대 모순을 정확히 진단했고, 또 역성혁명이라는 파격적 해법을 이끌어낼 수 있었다"고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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