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쿠데타? 혁명?…박근혜 정부 장관들이 말하는 5·16의 성격
입력 2014.07.09 (09:28) 수정 2014.07.09 (15:06) 정치
“1961년 발생한 5.16에 대해 장관 후보자는 어떤 견해를 갖고 있습니까”

7일부터 사흘간 일정으로 국회에서 진행중인 박근혜 정부 2기 인사 청문회에서도 5.16 관련 질문이 단골로 등장하고 있다. 지난해 2월 실시된 박근혜 정부 1기 인사청문회때와 마찬가지로 야당 의원들은 장관 후보자에 대해 이 문제를 집요하게 파고들고 있다. 장관 후보자의 역사관과 사상을 검증하기 위한 것이지만 5.16의 부정적인 측면을 부각시키려는 의도가 있어 보인다.

야당 의원의 ‘창’에 맞선 장관 후보자들의‘방패’ 전략도 다양하다. 답변을 아예 회피하는 ‘회피파’부터 “명백한 쿠데타”라는 소신파, “공과 과를 함께 봐야 한다‘는 중립파 등 다양한 유형이다.

◆‘교과서파’가 가장 일반적인 대답 유형

8일 인사청문회를 한 정종섭 안전행정부 장관 후보자의 답변이 가장 일반적인 형태다. “교과서(저서)를 참고해달라”는 유형의 이른바 ‘교과서파’다. ‘군사정변’으로 대한 교과서 기술을 인정하면서도 그렇다고 5.16에 대한 교과서 기술을 인정하면서도 자신의 입으로는 ‘군사정변’이니 ‘쿠데타’란 말을 입에 담지 않는다.

서울대 법대 교수인 정 후보자는 5.16에 대한 야당의원들의 질문에 “제가 쓴 책을 참고해달라. 저서를 봐달라”는 답변만 반복했다. 그는 야당 의원들의 질문이 이어지자 “학자로서 개인적인 견해야 말씀드릴 수 있지만 장관 후보자로서 개인 견해를 얘기하는 것은 적절치 않다”며 “그런 차원에서 제 저서를 참고해달라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5.16을 쿠데타로 기술한 저서를 부인하지는 않지만 그렇다고 청문회 장에서 쿠데타라는 말은 굳이 쓰지 않겠다는 얘기다.

박근혜 정부 1기 인사청문회 때도 이런 류의 대답이 많았다.

서남수 교육부장관 후보자는 “교과서에 기술된 것을 존중한다. 그 문제에 대해 직답을 못 드리는 이유를 이해해달라”고 답했다. 정종섭 후보자와 같은 유형의 답변이다.

정홍원 국무총리 후보자도 “군사정변으로 교과서에 기술돼 있고, 저도 찬성한다”고 말했다. 현오석 경제부총리후보자는 “공과는 여러 평가가 있다”면서도 “교과서에 기술된 내용을 보면 정치발전을 지연시킨 측면이 있다. 교과서와 같은 인식이다”고 답했다.

◆“역사적 평가는 진행중” 유보파

“역사적 평가에 맡겨야 한다”는 식으로 넘어가는 답변도 많다. 5.16에 대한 부정적 평가를 자제하면서 ‘역사적 평가’라는 단어를 이용해 어물쩡 넘어가는 유형이다.

1기 청문회 때 조윤선 여성부장관 후보자는 “역사적 문제에 대해 판단을 할 만큼 공부가 안돼 있다”며 답을 피했다. 류길재 통일부장관 후보자도 “역사의 평가에 맡겨야 한다고 본다”고 말했다.

공안검사 출신인 황교안 법무장관 후보자는 “역사적으로, 정치적으로 다양한 평가가 진행중이므로 개인적 견해를 밝히는 것은 적절치 않다”는 입장을 내놨다. 그러면서 그는 이 문제에 대한 야당의원들의 집요한 추궁이 이어지자 “교과서 내용에 공감하는 부분이 있다고 생각한다”며 애매하게 답했다. 하지만 황 장관은 2009년 저서 ‘집회시위법 해설서’를 통해 “5.16은 혁명”이라고 표현했다.

이번 2기 청문회에서는 김명수 교육부장관 후보자가 ‘역사적 평가파’다. 그는 이번 인사청문회에서 논문 표절 등으로 낙마 가능성이 가장 큰 인물로 꼽힌다. 9일 인사청문회가 예정돼 있는 그는 청문회에 앞서 국회에 보낸 청문회 서면 답변서에서 “(5.16과 유신헌법은) 현 시점에서 평가가 적절치 않다”고 밝혔다. 청문회가 열리면 야당의원들의 집중 추궁이 예상되는 대목이다.

이번 6.4 지방선거에서 당선된 유정복 인천시장의 경우 평가를 아예 거부했다. 박 대통령의 측근인 그는 지난해 2월 안전행정부 장관 청문회에서 이 질문이 나오자 “답변이 어렵다”고 일축했다.

◆소신파 남재준, 이병기…박 대통령은?

장관 후보자들이에겐 한없이 조심스러운 5.16 평가지만, 법원 판결이나 역사적 평가로 보면 5.16은 ‘쿠데타’라는 게 명백한 사건이다.

헌법재판소는 1993년 3월, 1995년 5월, 2003년 8월에 각각 내린 결정문에서 5.16을 쿠데타로 분명하게 규정했다. 대법원도 2011년 6월 국가보도연맹 피해자들이 국가를 상대로 제기한 손해배상 청구 소송의 판결문에서 5.16을 쿠데타로 규정했다.

두산 백과사전에는 5.16을 “박정희 장군의 주도로 군인들이 제2공화국을 폭력적으로 무너뜨리고 정권을 장악한 군사정변”으로 규정하고 한다.

이처럼 법적, 역사적 평가가 명확한 5.16이지만 국회 인사청문회장에서 명확하게 “쿠데타‘로 얘기한 후보자는 단 2명 뿐이다.

지난해 2월 인사청문회에 나온 남재준 국정원장 후보자는 5.16에 대해 “쿠데타다. 그런데 당시 잘 살고자 하는 국민 열망을 결집해 산업화를 달성해서 풍요를 이루었다”고 밝혔다. 직설화법을 구사하는 그의 어법대로 ‘쿠데타’라는 명백한 언급을 하면서도 공과 과를 함께 봐야한다는 얘기다.

남 원장보다 더 단호한 어조로 5.16을 쿠데타로 규정한 사람은 7일 인사청문회를 한 이병기 국정원장 후보자다. 그는 질문이 나오자 단호히 “학술적으로 보나 뭐로 보나 쿠데타임이 분명하다. 그로 인해 대한민국의 정치발전이 조금 늦어진 것은 사실”이라고 답변했다. 예상밖의 소신 발언이었다.

정치권에 따르면 그는 평소 사석에서도 5.16 문제에 대해 명확한 입장을 밝혀왔다고 한다.

이 후보자는 2012년 여름 무렵 5.16과 인혁당 사건에 대한 논란이 정치쟁점화했을 때도 “이 기회에 5.16에 대한 입장을 정리해야 한다”고 박근혜 후보를 설득한 핵심 측근으로 알려져 있다. 결국 5.16에 대한 언급을 하지 않았던 박근혜 후보는 2012년 9월 “5.16과 유신, 인혁당 사건 등으로 상처와 피해를 입은 가족분들게 사과드린다. 헌법 가치가 훼손되고, 대한민국 정치 발전을 지연시키는 결과를 가져왔다"고 대국민 사과를 했다. 이 때의 사과를 계기로 박 후보자에 대한 5. 16 문제는 조금씩 수그러들었고, 그해 연말 대통령 선거 승리에 밑걸음이 됐다.

◆5.16 질문에 집착하는 야당 의원들

5.16에 대한 질문이 청문회장으로 단골 메뉴로 등장하는 것은 다분히 정치적인 이유다. 장관 후보자들의 역사관을 검증하겠다는 명분을 걸고 있지만, 박근혜 대통령의 아버지가 불법적으로 권력을 창출했다는 점을 다시 한번 상기시키려는 의도도 있는 것으로 보인다.

장관 후보자의 답변에 따른 야당 의원들의 반응도 오락가락이다. 5.16에 대한 평가를 어물쩡 넘어가는 후보자에 대해서는 "왜 쿠데타라고 말하지 못하냐"고 질타하고, 반대로 쿠데타로 규정하는 후보자에 대해서는 "대통령과 생각이 달라 어떻게 하겠느냐"는 식으로 반응한다.
  • 쿠데타? 혁명?…박근혜 정부 장관들이 말하는 5·16의 성격
    • 입력 2014-07-09 09:28:18
    • 수정2014-07-09 15:06:00
    정치
“1961년 발생한 5.16에 대해 장관 후보자는 어떤 견해를 갖고 있습니까”

7일부터 사흘간 일정으로 국회에서 진행중인 박근혜 정부 2기 인사 청문회에서도 5.16 관련 질문이 단골로 등장하고 있다. 지난해 2월 실시된 박근혜 정부 1기 인사청문회때와 마찬가지로 야당 의원들은 장관 후보자에 대해 이 문제를 집요하게 파고들고 있다. 장관 후보자의 역사관과 사상을 검증하기 위한 것이지만 5.16의 부정적인 측면을 부각시키려는 의도가 있어 보인다.

야당 의원의 ‘창’에 맞선 장관 후보자들의‘방패’ 전략도 다양하다. 답변을 아예 회피하는 ‘회피파’부터 “명백한 쿠데타”라는 소신파, “공과 과를 함께 봐야 한다‘는 중립파 등 다양한 유형이다.

◆‘교과서파’가 가장 일반적인 대답 유형

8일 인사청문회를 한 정종섭 안전행정부 장관 후보자의 답변이 가장 일반적인 형태다. “교과서(저서)를 참고해달라”는 유형의 이른바 ‘교과서파’다. ‘군사정변’으로 대한 교과서 기술을 인정하면서도 그렇다고 5.16에 대한 교과서 기술을 인정하면서도 자신의 입으로는 ‘군사정변’이니 ‘쿠데타’란 말을 입에 담지 않는다.

서울대 법대 교수인 정 후보자는 5.16에 대한 야당의원들의 질문에 “제가 쓴 책을 참고해달라. 저서를 봐달라”는 답변만 반복했다. 그는 야당 의원들의 질문이 이어지자 “학자로서 개인적인 견해야 말씀드릴 수 있지만 장관 후보자로서 개인 견해를 얘기하는 것은 적절치 않다”며 “그런 차원에서 제 저서를 참고해달라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5.16을 쿠데타로 기술한 저서를 부인하지는 않지만 그렇다고 청문회 장에서 쿠데타라는 말은 굳이 쓰지 않겠다는 얘기다.

박근혜 정부 1기 인사청문회 때도 이런 류의 대답이 많았다.

서남수 교육부장관 후보자는 “교과서에 기술된 것을 존중한다. 그 문제에 대해 직답을 못 드리는 이유를 이해해달라”고 답했다. 정종섭 후보자와 같은 유형의 답변이다.

정홍원 국무총리 후보자도 “군사정변으로 교과서에 기술돼 있고, 저도 찬성한다”고 말했다. 현오석 경제부총리후보자는 “공과는 여러 평가가 있다”면서도 “교과서에 기술된 내용을 보면 정치발전을 지연시킨 측면이 있다. 교과서와 같은 인식이다”고 답했다.

◆“역사적 평가는 진행중” 유보파

“역사적 평가에 맡겨야 한다”는 식으로 넘어가는 답변도 많다. 5.16에 대한 부정적 평가를 자제하면서 ‘역사적 평가’라는 단어를 이용해 어물쩡 넘어가는 유형이다.

1기 청문회 때 조윤선 여성부장관 후보자는 “역사적 문제에 대해 판단을 할 만큼 공부가 안돼 있다”며 답을 피했다. 류길재 통일부장관 후보자도 “역사의 평가에 맡겨야 한다고 본다”고 말했다.

공안검사 출신인 황교안 법무장관 후보자는 “역사적으로, 정치적으로 다양한 평가가 진행중이므로 개인적 견해를 밝히는 것은 적절치 않다”는 입장을 내놨다. 그러면서 그는 이 문제에 대한 야당의원들의 집요한 추궁이 이어지자 “교과서 내용에 공감하는 부분이 있다고 생각한다”며 애매하게 답했다. 하지만 황 장관은 2009년 저서 ‘집회시위법 해설서’를 통해 “5.16은 혁명”이라고 표현했다.

이번 2기 청문회에서는 김명수 교육부장관 후보자가 ‘역사적 평가파’다. 그는 이번 인사청문회에서 논문 표절 등으로 낙마 가능성이 가장 큰 인물로 꼽힌다. 9일 인사청문회가 예정돼 있는 그는 청문회에 앞서 국회에 보낸 청문회 서면 답변서에서 “(5.16과 유신헌법은) 현 시점에서 평가가 적절치 않다”고 밝혔다. 청문회가 열리면 야당의원들의 집중 추궁이 예상되는 대목이다.

이번 6.4 지방선거에서 당선된 유정복 인천시장의 경우 평가를 아예 거부했다. 박 대통령의 측근인 그는 지난해 2월 안전행정부 장관 청문회에서 이 질문이 나오자 “답변이 어렵다”고 일축했다.

◆소신파 남재준, 이병기…박 대통령은?

장관 후보자들이에겐 한없이 조심스러운 5.16 평가지만, 법원 판결이나 역사적 평가로 보면 5.16은 ‘쿠데타’라는 게 명백한 사건이다.

헌법재판소는 1993년 3월, 1995년 5월, 2003년 8월에 각각 내린 결정문에서 5.16을 쿠데타로 분명하게 규정했다. 대법원도 2011년 6월 국가보도연맹 피해자들이 국가를 상대로 제기한 손해배상 청구 소송의 판결문에서 5.16을 쿠데타로 규정했다.

두산 백과사전에는 5.16을 “박정희 장군의 주도로 군인들이 제2공화국을 폭력적으로 무너뜨리고 정권을 장악한 군사정변”으로 규정하고 한다.

이처럼 법적, 역사적 평가가 명확한 5.16이지만 국회 인사청문회장에서 명확하게 “쿠데타‘로 얘기한 후보자는 단 2명 뿐이다.

지난해 2월 인사청문회에 나온 남재준 국정원장 후보자는 5.16에 대해 “쿠데타다. 그런데 당시 잘 살고자 하는 국민 열망을 결집해 산업화를 달성해서 풍요를 이루었다”고 밝혔다. 직설화법을 구사하는 그의 어법대로 ‘쿠데타’라는 명백한 언급을 하면서도 공과 과를 함께 봐야한다는 얘기다.

남 원장보다 더 단호한 어조로 5.16을 쿠데타로 규정한 사람은 7일 인사청문회를 한 이병기 국정원장 후보자다. 그는 질문이 나오자 단호히 “학술적으로 보나 뭐로 보나 쿠데타임이 분명하다. 그로 인해 대한민국의 정치발전이 조금 늦어진 것은 사실”이라고 답변했다. 예상밖의 소신 발언이었다.

정치권에 따르면 그는 평소 사석에서도 5.16 문제에 대해 명확한 입장을 밝혀왔다고 한다.

이 후보자는 2012년 여름 무렵 5.16과 인혁당 사건에 대한 논란이 정치쟁점화했을 때도 “이 기회에 5.16에 대한 입장을 정리해야 한다”고 박근혜 후보를 설득한 핵심 측근으로 알려져 있다. 결국 5.16에 대한 언급을 하지 않았던 박근혜 후보는 2012년 9월 “5.16과 유신, 인혁당 사건 등으로 상처와 피해를 입은 가족분들게 사과드린다. 헌법 가치가 훼손되고, 대한민국 정치 발전을 지연시키는 결과를 가져왔다"고 대국민 사과를 했다. 이 때의 사과를 계기로 박 후보자에 대한 5. 16 문제는 조금씩 수그러들었고, 그해 연말 대통령 선거 승리에 밑걸음이 됐다.

◆5.16 질문에 집착하는 야당 의원들

5.16에 대한 질문이 청문회장으로 단골 메뉴로 등장하는 것은 다분히 정치적인 이유다. 장관 후보자들의 역사관을 검증하겠다는 명분을 걸고 있지만, 박근혜 대통령의 아버지가 불법적으로 권력을 창출했다는 점을 다시 한번 상기시키려는 의도도 있는 것으로 보인다.

장관 후보자의 답변에 따른 야당 의원들의 반응도 오락가락이다. 5.16에 대한 평가를 어물쩡 넘어가는 후보자에 대해서는 "왜 쿠데타라고 말하지 못하냐"고 질타하고, 반대로 쿠데타로 규정하는 후보자에 대해서는 "대통령과 생각이 달라 어떻게 하겠느냐"는 식으로 반응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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