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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정액으로 지워진 검사’ 누가 왜… 망신당한 검찰
입력 2014.07.15 (20:26) 수정 2014.07.15 (20:27) 연합뉴스
피살된 강서 재력가 송모(67)씨가 남긴 뇌물장부를 토대로 공무원들의 수뢰 의혹을 수사하는 검찰이 제대로 망신을 당했다.

검찰은 숱한 언론의 의혹 제기가 있었음에도 장부에 적힌 검사 이름이 수정액으로 가려져 알아보기 어려웠다는 이유로 검사의 수뢰 액수를 대폭 축소해 공개하다 이를 스스로 번복해야 했다.

경찰도 수정액으로 지워지기 전의 뇌물장부 사본을 갖고 있으면서 이를 숨겨 검찰의 수사 혼선을 부추겼다는 따가운 시선을 받고 있다.

◇ 눈가리고 아웅? 수정액 핑계 대는 검찰

서울 남부지검은 15일 긴급 기자간담회를 열고 송씨가 작성한 뇌물장부인 '매일기록부'를 다시 검토한 결과 송씨가 수도권 검찰청의 A 부부장 검사에게 10차례에 걸쳐 1천780만원을 줬다고 기록한 내용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앞서 검찰은 장부에 있는 A검사의 이름 옆에 적힌 금액은 200만원이라고 했다가 300만원이라고 정정한 바 있다.

하지만 검찰은 이날에서야 "장부 일부에 수정액으로 지워진 부분이 있다"는 새로운 사실을 공개하며 "수정액 밑 이름을 다시 확인해 보니 A검사가 있었고 금액도 훨씬 크다는 것을 확인했다"고 정정했다.

그동안 계속된 의혹 제기에도 부인으로 일관해온 검찰은 이날 경찰을 불러 경찰이 갖고 있던 장부 사본을 입수해 원본과 대조한 끝에 '백기'를 들었다.

송씨 유족이 장부를 검찰에 내기 전 A검사의 이름 등을 지웠는데, 경찰은 원본이 훼손되기 전 깔끔한 장부를 입수해 복사본을 확보해 놓은 것이다.

검찰의 뇌물 장부에 대한 소극적인 태도에 석연찮은 시선이 쏠리고 있다.

A검사의 수뢰 의혹이 초미의 관심사가 됐고 검찰이 파악한 장부상 금액과 언론 보도 내용에 큰 차이가 났지만 검찰이 과연 수정액 밑의 이름이 A검사일 것이라는 생각을 전혀 하지 못했을까 하는 강한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수정액으로 지운 글씨는 뒷장을 불빛에 비춰보면 흐릿하게나마 글씨의 윤곽을 볼 수 있고 진작에 송씨 유족을 불러 이 내용을 조사할 수도 있었다는 점에서, 검찰이 애써 조직의 명예가 실추되는 것이 두려워 수정액 밑 글씨를 확인하려는 노력을 게을리한 것이 아니냐는 것이다.

검찰은 이날 "종이를 불빛에 비춰서 내용을 보려고 했는데 안 보였고, 오늘 다시 좀 더 강한 불빛에 보니까 비로소 이름이 보였다"는 궁색한 변명을 했다.

◇ 자료 안 주고 버틴 경찰… 검사 수사하려고?

경찰의 태도도 논란거리다. 경찰은 완벽한 형태의 장부 사본을 갖고 있었음에도 이날까지 "장부 사본은 없고 경찰관이 장부를 보면서 기록한 메모밖에 없다"고 언론과 검찰에 거짓말해 온 사실이 들통났다.

수사권 조정 등 문제로 검찰과 긴장 관계를 이어왔던 경찰이 검사가 연루된 뇌물 사건을 자체 수사하려는 욕심을 부리다 보니 수사 정보를 애써 감췄을 것이라는 분석이 제기되고 있다.

하지만 이 과정에서 송씨 유족이 뇌물 사건의 중요한 단서가 될 수 있는 장부에 수정액을 칠하고 일부 페이지를 찢는 등 훼손하는 일이 벌어졌다.

검찰이 혼선을 빚으며 질타를 당하는 모습을 경찰이 은근히 즐긴 것이 아니냐는 시각도 있다.

뇌물 장부와 관련한 논란이 커지자 검찰은 전날에도 경찰에 관련 자료를 제출해 달라고 요청했지만 경찰은 "자료가 없다"고 버틴 것으로 알려져 이 문제는 새로운 검경 갈등의 도화선으로 작용할 소지가 다분하다.

경찰 내부에서는 살인 사건을 처음 수사한 강서경찰서가 사본을 갖고 있으면서 서울지방경찰청 등 상부에는 보고하지 않았다는 이야기가 나오고 있지만 신빙성이 크지 않다는 것이 대체적인 시각이다.

◇ 수정액으로 가려진 이름… 당사자는 몰랐을까

뇌물 장부에 수정액을 칠하고 일부 페이지를 찢은 것은 송씨의 유족인 것으로 검찰 조사 결과 확인됐다.

하지만 과연 유족이 과연 독단적인 판단으로 그런 일을 한 것인지는 명확하지 않다.

유족이 A검사 등 장부에 등장한 공무원들과 교감이 있어서 일부의 부탁을 받고 이름을 지워줬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기 때문이다.

송씨 유족은 "해당 공무원이 아버지와 친분이 있어서 이들이 피해보지 않게 하려고 이름을 지웠다"는 취지로 검찰에 진술했다.

특히 A검사의 이름과 기재된 금액이 2천만원에 육박하지만 떡값 수준의 300만원만 남겨놓은 것은 석연치 않다.

이 때문에 검찰은 뇌물 장부에서 이름이 지워진 A검사 등 공무원들과 유족의 통화내역 추적 등을 통해 증거인멸 모의 개연성에 대한 철저한 수사를 해야 하는 상황이다.
  • ‘수정액으로 지워진 검사’ 누가 왜… 망신당한 검찰
    • 입력 2014-07-15 20:26:32
    • 수정2014-07-15 20:27:50
    연합뉴스
피살된 강서 재력가 송모(67)씨가 남긴 뇌물장부를 토대로 공무원들의 수뢰 의혹을 수사하는 검찰이 제대로 망신을 당했다.

검찰은 숱한 언론의 의혹 제기가 있었음에도 장부에 적힌 검사 이름이 수정액으로 가려져 알아보기 어려웠다는 이유로 검사의 수뢰 액수를 대폭 축소해 공개하다 이를 스스로 번복해야 했다.

경찰도 수정액으로 지워지기 전의 뇌물장부 사본을 갖고 있으면서 이를 숨겨 검찰의 수사 혼선을 부추겼다는 따가운 시선을 받고 있다.

◇ 눈가리고 아웅? 수정액 핑계 대는 검찰

서울 남부지검은 15일 긴급 기자간담회를 열고 송씨가 작성한 뇌물장부인 '매일기록부'를 다시 검토한 결과 송씨가 수도권 검찰청의 A 부부장 검사에게 10차례에 걸쳐 1천780만원을 줬다고 기록한 내용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앞서 검찰은 장부에 있는 A검사의 이름 옆에 적힌 금액은 200만원이라고 했다가 300만원이라고 정정한 바 있다.

하지만 검찰은 이날에서야 "장부 일부에 수정액으로 지워진 부분이 있다"는 새로운 사실을 공개하며 "수정액 밑 이름을 다시 확인해 보니 A검사가 있었고 금액도 훨씬 크다는 것을 확인했다"고 정정했다.

그동안 계속된 의혹 제기에도 부인으로 일관해온 검찰은 이날 경찰을 불러 경찰이 갖고 있던 장부 사본을 입수해 원본과 대조한 끝에 '백기'를 들었다.

송씨 유족이 장부를 검찰에 내기 전 A검사의 이름 등을 지웠는데, 경찰은 원본이 훼손되기 전 깔끔한 장부를 입수해 복사본을 확보해 놓은 것이다.

검찰의 뇌물 장부에 대한 소극적인 태도에 석연찮은 시선이 쏠리고 있다.

A검사의 수뢰 의혹이 초미의 관심사가 됐고 검찰이 파악한 장부상 금액과 언론 보도 내용에 큰 차이가 났지만 검찰이 과연 수정액 밑의 이름이 A검사일 것이라는 생각을 전혀 하지 못했을까 하는 강한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수정액으로 지운 글씨는 뒷장을 불빛에 비춰보면 흐릿하게나마 글씨의 윤곽을 볼 수 있고 진작에 송씨 유족을 불러 이 내용을 조사할 수도 있었다는 점에서, 검찰이 애써 조직의 명예가 실추되는 것이 두려워 수정액 밑 글씨를 확인하려는 노력을 게을리한 것이 아니냐는 것이다.

검찰은 이날 "종이를 불빛에 비춰서 내용을 보려고 했는데 안 보였고, 오늘 다시 좀 더 강한 불빛에 보니까 비로소 이름이 보였다"는 궁색한 변명을 했다.

◇ 자료 안 주고 버틴 경찰… 검사 수사하려고?

경찰의 태도도 논란거리다. 경찰은 완벽한 형태의 장부 사본을 갖고 있었음에도 이날까지 "장부 사본은 없고 경찰관이 장부를 보면서 기록한 메모밖에 없다"고 언론과 검찰에 거짓말해 온 사실이 들통났다.

수사권 조정 등 문제로 검찰과 긴장 관계를 이어왔던 경찰이 검사가 연루된 뇌물 사건을 자체 수사하려는 욕심을 부리다 보니 수사 정보를 애써 감췄을 것이라는 분석이 제기되고 있다.

하지만 이 과정에서 송씨 유족이 뇌물 사건의 중요한 단서가 될 수 있는 장부에 수정액을 칠하고 일부 페이지를 찢는 등 훼손하는 일이 벌어졌다.

검찰이 혼선을 빚으며 질타를 당하는 모습을 경찰이 은근히 즐긴 것이 아니냐는 시각도 있다.

뇌물 장부와 관련한 논란이 커지자 검찰은 전날에도 경찰에 관련 자료를 제출해 달라고 요청했지만 경찰은 "자료가 없다"고 버틴 것으로 알려져 이 문제는 새로운 검경 갈등의 도화선으로 작용할 소지가 다분하다.

경찰 내부에서는 살인 사건을 처음 수사한 강서경찰서가 사본을 갖고 있으면서 서울지방경찰청 등 상부에는 보고하지 않았다는 이야기가 나오고 있지만 신빙성이 크지 않다는 것이 대체적인 시각이다.

◇ 수정액으로 가려진 이름… 당사자는 몰랐을까

뇌물 장부에 수정액을 칠하고 일부 페이지를 찢은 것은 송씨의 유족인 것으로 검찰 조사 결과 확인됐다.

하지만 과연 유족이 과연 독단적인 판단으로 그런 일을 한 것인지는 명확하지 않다.

유족이 A검사 등 장부에 등장한 공무원들과 교감이 있어서 일부의 부탁을 받고 이름을 지워줬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기 때문이다.

송씨 유족은 "해당 공무원이 아버지와 친분이 있어서 이들이 피해보지 않게 하려고 이름을 지웠다"는 취지로 검찰에 진술했다.

특히 A검사의 이름과 기재된 금액이 2천만원에 육박하지만 떡값 수준의 300만원만 남겨놓은 것은 석연치 않다.

이 때문에 검찰은 뇌물 장부에서 이름이 지워진 A검사 등 공무원들과 유족의 통화내역 추적 등을 통해 증거인멸 모의 개연성에 대한 철저한 수사를 해야 하는 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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