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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C으로 본 독일의 힘] ①비상하는 “슈퍼 독일!”
입력 2014.07.16 (11:16) 수정 2014.07.16 (15:20) 연합뉴스
"슈퍼 도이칠란트!"

독일이 브라질 월드컵 결승전에서 축구 천재 리오넬 메시의 아르헨티나를 꺾고 우승을 차지한 순간 베를린 도심으로 쏟아져 나온 젊은이들은 이렇게 연호했다.

다음 날 조간신문들은 약속이나 한 듯 대부분 '세계 챔피언'이라고 머리기사 제목을 뽑았다.

축구에서 세계 최강의 자리에 오른 국가로서 당연한 일이겠지만, 두 번의 세계대전을 일으킨 패전국 독일이 그간 고개를 숙여온 행보와 비교할 때 새삼스럽게 비친다.

미국 일간지 피츠버그 포스트-가젯은 15일(현지시간) '독일의 월드컵 우승은 국가가 비상하고 있음을 반영한다'는 제목의 기사에서 유럽의 중심은 유럽연합(EU) 본부가 있는 브뤼셀이 아니라 베를린이라고 선언했다.

독일은 최근 몇 년 사이 정치·경제적 위상이 급상승했다. 독일은 2011년 하반기 유로존(유로화 사용 18개국) 재정위기가 심화하자 그리스, 이탈리아, 스페인 등 빚이 많은 남유럽 국가들을 긴축을 통한 구조조정에 나서게 함으로써 유럽의 체질을 개선하고 동시에 유럽 통합을 주도하고 있다.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는 최근 영국 등의 반대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유럽통합파인 장-클로드 융커를 EU 집행위원장에 오르도록 EU 회원국들을 규합했다. 유럽의 중요한 사안에 대해서는 사실상 메르켈이 결정권을 행사한다는 말까지 나온다.

최근 베를린 주재 미국 중앙정보국(CIA) 요원들이 독일 정부를 상대로 스파이 활동을 해온 정황이 드러나자 독일 정부는 그 책임자를 추방키로 전격 결정했다.

미국은 2차 대전후 잿더미로 변한 독일에 마셜플랜으로 구원의 손길을 내밀었고 나토(북대서양조약기구)의 수장으로 독일의 공산화를 막아준 구세주이자 맹방이다. 그런 미국의 주요 인사를 독일 정부가 일언반구 상의도 없이 일방적으로 내쫓기로 결정한 것은 파격적인 사건이다.

일간지인 프랑크푸르터 알게마이네 차이퉁(FAZ)은 이를 두고 "메르켈은 오바마의 푸들이 아니다. 이 같은 메시지를 명확하게 전달한 조치"라고 반겼고, 다른 언론들도 일제히 "올바른 결정"이라고 환영했다.

우크라이나 위기를 가져온 러시아의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에게 수시로 전화를 걸어 문제 해결에 나서도록 요구하는 서방의 지도자는 오바마 대통령이 아니라 메르켈 총리다.

메르켈은 중국 방문 중인 지난 8일 칭화대학 연설에서 학생들에게 "중국에서도 자유로운 대화가 중요하다고 생각한다"면서 중국의 아킬레스건인 인권 문제를 건드리기도 했다. 유럽 각국이 막강한 경제력을 가진 중국의 눈치 보기에 급급한 것과는 대조적이다.

메르켈이 이끄는 독일 정부는 미국이든 러시아든 중국이든 적어도 할 말은 한다는 점에서 독일인들의 자긍심을 높였다는 것이 독일내 시각이다.

독일의 정치적인 위상이 높아진 것은 탄탄한 경제에 기반을 둔다. 작년 무역 수지 흑자는 1천989억 유로로 전년보다 4.9% 증가하며 사상 최대를 기록했다.

미국과 다른 유럽 국가들로부터 유럽 내 무역 불균형을 해결해야 한다는 압력에 시달릴 정도로 독일의 수출 경쟁력은 독보적이다.

무엇보다도 실업률이 6.8%로 통일 이후 최저 수준을 보이며 유럽 내 가장 견고한 고용시장을 유지하고 있다.

볼프강 쇼이블레 재무장관이 최근 작성한 독일 정부의 중기 예산안에는 내년부터 국채 발행을 통한 차입을 하지 않는 것으로 돼 있다. 통일 전 서독 정부가 1969년 무차입을 달성한 후 46년 만에 빚을 지지 않는 국가가 되는 것이다.

15일 베를린에서 열린 월드컵 독일 대표팀 환영식에는 20만명이 넘는 시민들이 행사장인 브란덴부르크문 주변으로 몰려들었다.

독일팀은 지난 1954년, 1974년, 1990년에 이어 4번째 월드컵 챔피언이 됐지만, 이번 우승은 1990년 통일을 이룬 이후 24년 만이다.

역대 최대 규모의 환영인파가 몰린 가운데 축구팬들이 자신있게 독일 국기를 흔들어대고 얼굴이나 몸을 국기 그림으로 장식한 것도 과거와 눈에 띄게 달라진 모습이다. 이들에게서 패전국의 멍에는 더이상 찾아볼 수 없었다.

환영식 무대에 오른 요아힘 뢰브 감독은 "우리 모두가 세계 챔피언"이라고 외쳤다. 월드컵 우승을 이뤄낸 독일의 저력을 강조한 것이지만, 단지 축구 얘기만으로 들리지 않는다는 것이 독일 우승을 지켜본 세계의 평가다.
  • [WC으로 본 독일의 힘] ①비상하는 “슈퍼 독일!”
    • 입력 2014-07-16 11:16:58
    • 수정2014-07-16 15:20:33
    연합뉴스
"슈퍼 도이칠란트!"

독일이 브라질 월드컵 결승전에서 축구 천재 리오넬 메시의 아르헨티나를 꺾고 우승을 차지한 순간 베를린 도심으로 쏟아져 나온 젊은이들은 이렇게 연호했다.

다음 날 조간신문들은 약속이나 한 듯 대부분 '세계 챔피언'이라고 머리기사 제목을 뽑았다.

축구에서 세계 최강의 자리에 오른 국가로서 당연한 일이겠지만, 두 번의 세계대전을 일으킨 패전국 독일이 그간 고개를 숙여온 행보와 비교할 때 새삼스럽게 비친다.

미국 일간지 피츠버그 포스트-가젯은 15일(현지시간) '독일의 월드컵 우승은 국가가 비상하고 있음을 반영한다'는 제목의 기사에서 유럽의 중심은 유럽연합(EU) 본부가 있는 브뤼셀이 아니라 베를린이라고 선언했다.

독일은 최근 몇 년 사이 정치·경제적 위상이 급상승했다. 독일은 2011년 하반기 유로존(유로화 사용 18개국) 재정위기가 심화하자 그리스, 이탈리아, 스페인 등 빚이 많은 남유럽 국가들을 긴축을 통한 구조조정에 나서게 함으로써 유럽의 체질을 개선하고 동시에 유럽 통합을 주도하고 있다.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는 최근 영국 등의 반대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유럽통합파인 장-클로드 융커를 EU 집행위원장에 오르도록 EU 회원국들을 규합했다. 유럽의 중요한 사안에 대해서는 사실상 메르켈이 결정권을 행사한다는 말까지 나온다.

최근 베를린 주재 미국 중앙정보국(CIA) 요원들이 독일 정부를 상대로 스파이 활동을 해온 정황이 드러나자 독일 정부는 그 책임자를 추방키로 전격 결정했다.

미국은 2차 대전후 잿더미로 변한 독일에 마셜플랜으로 구원의 손길을 내밀었고 나토(북대서양조약기구)의 수장으로 독일의 공산화를 막아준 구세주이자 맹방이다. 그런 미국의 주요 인사를 독일 정부가 일언반구 상의도 없이 일방적으로 내쫓기로 결정한 것은 파격적인 사건이다.

일간지인 프랑크푸르터 알게마이네 차이퉁(FAZ)은 이를 두고 "메르켈은 오바마의 푸들이 아니다. 이 같은 메시지를 명확하게 전달한 조치"라고 반겼고, 다른 언론들도 일제히 "올바른 결정"이라고 환영했다.

우크라이나 위기를 가져온 러시아의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에게 수시로 전화를 걸어 문제 해결에 나서도록 요구하는 서방의 지도자는 오바마 대통령이 아니라 메르켈 총리다.

메르켈은 중국 방문 중인 지난 8일 칭화대학 연설에서 학생들에게 "중국에서도 자유로운 대화가 중요하다고 생각한다"면서 중국의 아킬레스건인 인권 문제를 건드리기도 했다. 유럽 각국이 막강한 경제력을 가진 중국의 눈치 보기에 급급한 것과는 대조적이다.

메르켈이 이끄는 독일 정부는 미국이든 러시아든 중국이든 적어도 할 말은 한다는 점에서 독일인들의 자긍심을 높였다는 것이 독일내 시각이다.

독일의 정치적인 위상이 높아진 것은 탄탄한 경제에 기반을 둔다. 작년 무역 수지 흑자는 1천989억 유로로 전년보다 4.9% 증가하며 사상 최대를 기록했다.

미국과 다른 유럽 국가들로부터 유럽 내 무역 불균형을 해결해야 한다는 압력에 시달릴 정도로 독일의 수출 경쟁력은 독보적이다.

무엇보다도 실업률이 6.8%로 통일 이후 최저 수준을 보이며 유럽 내 가장 견고한 고용시장을 유지하고 있다.

볼프강 쇼이블레 재무장관이 최근 작성한 독일 정부의 중기 예산안에는 내년부터 국채 발행을 통한 차입을 하지 않는 것으로 돼 있다. 통일 전 서독 정부가 1969년 무차입을 달성한 후 46년 만에 빚을 지지 않는 국가가 되는 것이다.

15일 베를린에서 열린 월드컵 독일 대표팀 환영식에는 20만명이 넘는 시민들이 행사장인 브란덴부르크문 주변으로 몰려들었다.

독일팀은 지난 1954년, 1974년, 1990년에 이어 4번째 월드컵 챔피언이 됐지만, 이번 우승은 1990년 통일을 이룬 이후 24년 만이다.

역대 최대 규모의 환영인파가 몰린 가운데 축구팬들이 자신있게 독일 국기를 흔들어대고 얼굴이나 몸을 국기 그림으로 장식한 것도 과거와 눈에 띄게 달라진 모습이다. 이들에게서 패전국의 멍에는 더이상 찾아볼 수 없었다.

환영식 무대에 오른 요아힘 뢰브 감독은 "우리 모두가 세계 챔피언"이라고 외쳤다. 월드컵 우승을 이뤄낸 독일의 저력을 강조한 것이지만, 단지 축구 얘기만으로 들리지 않는다는 것이 독일 우승을 지켜본 세계의 평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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