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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C으로 본 독일의 힘] ③사회통합으로 이룬 우승
입력 2014.07.16 (13:08) 수정 2014.07.16 (15:19) 연합뉴스
지난달 16일 브라질 월드컵 첫 경기 상대인 포르투갈을 4-0으로 누른 독일팀 탈의실에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가 전격 방문했다.

독일팀 공격수 루카스 포돌스키(아스날)는 메르켈 총리와 어깨를 두른 모습의 '셀카' 사진을 페이스북에 올렸다.

메르켈이 금녀의 장소인 독일 대표팀 탈의실을 찾은 것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2010년 유럽선수권대회 예선전 승리 후에도 탈의실로 찾아가 웃통을 벗은 미드필더 메수트 외질과 정겹게 악수를 했다.

메르켈의 탈의실 방문은 다분히 의도적인 것으로 보인다. 하필 많은 선수 중 외질과 포돌스키를 사진촬영 파트너로 삼은 것이다. 이들은 각각 터키계와 폴란드계 독일인이다.

메르켈 정부는 이민자들에게 문호를 개방하고 사회통합을 이루는데 역점을 두고 있다. 지난해 12월 메르켈 3기 정부 출범 이후 외국계 자녀에 대해 이중국적을 처음으로 허용한 것이 대표적인 예다.

요아힘 가우크 대통령은 기회가 있을 때마다 독일이 이민 사회로 나아가는 것을 받아들이고 이를 준비해야 한다고 강조하고 있다.

실제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가 지난 5월 발표한 보고서를 보면 2012년 한 해 동안 독일에서 영주권을 얻은 영구 이민자 수는 40만명으로, OECD 34개 회원국 가운데 미국에 이어 2번째로 많다.

독일은 지난 2009년까지만 해도 이민자 수가 OECD 전체 회원국 가운데 9번째에 그쳤지만, 2007년부터 2012년 사이 72% 불어났고 2011년에만 38% 급증했다.

또 작년에는 이민자를 포함해 독일로 넘어온 이주자 수가 지난 20년 사이 최대 규모인 120만명에 달했다. 독일은 이미 빠른 속도로 이민 사회로 변화해가고 있다.

외국 혈통 중 가장 많은 터키계는 전체 인구 8천200만명 중 5% 이상인 400만∼500만명에 이른다. 독일 정부의 이민·난민·통합 담당 특임 장관인 아이단 외조쿠즈(46·여) 역시 터키 이민자 가정 출신이다.

독일 정부가 이처럼 이민자들을 적극적으로 받아들이는 것은 여성 1명당 출산율이 1.4명으로 유럽 내 최저 수준이기 때문이다.

유럽 정책 싱크탱크인 '오픈 유럽 베를린' 연구소의 미하엘 볼게무스 소장은 연합뉴스에 "독일은 유럽 통합을 추구하면서 더욱 개방을 확대해 왔다"면서 "제조업 중심의 산업구조를 가진 독일로서는 외국 고급 인력의 유치가 지속적인 경제 성장을 위한 필수 동력"이라고 말했다.

독일의 개방화는 대학 교육에서도 잘 드러난다. 유럽의 대학 학위 과정에 대한 정보를 제공하는 스터디포털(studyportals.eu)에 따르면 독일에서 영어로 수업하는 석사 과정이 650개에 이른다. 이는 최근 2년간 전 유럽에서 가장 빠른 증가세다.

독일이 개방의 길을 걸어온 것은 역설적으로 나치 정권의 유산이기도 하다. 과거의 만행에 대한 굴레가 외국인 차별 등의 폐해를 야기할 수 있는 민족주의 발호 에 재갈을 물렸기 때문이다.

한네스 모슬러 베를린 자유대 교수는 "독일은 2차 대전 후 초대 총리인 아데나워 시대부터 개방 노선을 유지해오고 있다"면서 "경제·사회·문화 등 다양한 분야에서 이민자 출신들이 자리를 잡으면서 국가 경쟁력을 높여왔고, 이번 월드컵 우승도 그 같은 사례로 볼 수 있다"고 말했다.
  • [WC으로 본 독일의 힘] ③사회통합으로 이룬 우승
    • 입력 2014-07-16 13:08:30
    • 수정2014-07-16 15:19:57
    연합뉴스
지난달 16일 브라질 월드컵 첫 경기 상대인 포르투갈을 4-0으로 누른 독일팀 탈의실에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가 전격 방문했다.

독일팀 공격수 루카스 포돌스키(아스날)는 메르켈 총리와 어깨를 두른 모습의 '셀카' 사진을 페이스북에 올렸다.

메르켈이 금녀의 장소인 독일 대표팀 탈의실을 찾은 것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2010년 유럽선수권대회 예선전 승리 후에도 탈의실로 찾아가 웃통을 벗은 미드필더 메수트 외질과 정겹게 악수를 했다.

메르켈의 탈의실 방문은 다분히 의도적인 것으로 보인다. 하필 많은 선수 중 외질과 포돌스키를 사진촬영 파트너로 삼은 것이다. 이들은 각각 터키계와 폴란드계 독일인이다.

메르켈 정부는 이민자들에게 문호를 개방하고 사회통합을 이루는데 역점을 두고 있다. 지난해 12월 메르켈 3기 정부 출범 이후 외국계 자녀에 대해 이중국적을 처음으로 허용한 것이 대표적인 예다.

요아힘 가우크 대통령은 기회가 있을 때마다 독일이 이민 사회로 나아가는 것을 받아들이고 이를 준비해야 한다고 강조하고 있다.

실제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가 지난 5월 발표한 보고서를 보면 2012년 한 해 동안 독일에서 영주권을 얻은 영구 이민자 수는 40만명으로, OECD 34개 회원국 가운데 미국에 이어 2번째로 많다.

독일은 지난 2009년까지만 해도 이민자 수가 OECD 전체 회원국 가운데 9번째에 그쳤지만, 2007년부터 2012년 사이 72% 불어났고 2011년에만 38% 급증했다.

또 작년에는 이민자를 포함해 독일로 넘어온 이주자 수가 지난 20년 사이 최대 규모인 120만명에 달했다. 독일은 이미 빠른 속도로 이민 사회로 변화해가고 있다.

외국 혈통 중 가장 많은 터키계는 전체 인구 8천200만명 중 5% 이상인 400만∼500만명에 이른다. 독일 정부의 이민·난민·통합 담당 특임 장관인 아이단 외조쿠즈(46·여) 역시 터키 이민자 가정 출신이다.

독일 정부가 이처럼 이민자들을 적극적으로 받아들이는 것은 여성 1명당 출산율이 1.4명으로 유럽 내 최저 수준이기 때문이다.

유럽 정책 싱크탱크인 '오픈 유럽 베를린' 연구소의 미하엘 볼게무스 소장은 연합뉴스에 "독일은 유럽 통합을 추구하면서 더욱 개방을 확대해 왔다"면서 "제조업 중심의 산업구조를 가진 독일로서는 외국 고급 인력의 유치가 지속적인 경제 성장을 위한 필수 동력"이라고 말했다.

독일의 개방화는 대학 교육에서도 잘 드러난다. 유럽의 대학 학위 과정에 대한 정보를 제공하는 스터디포털(studyportals.eu)에 따르면 독일에서 영어로 수업하는 석사 과정이 650개에 이른다. 이는 최근 2년간 전 유럽에서 가장 빠른 증가세다.

독일이 개방의 길을 걸어온 것은 역설적으로 나치 정권의 유산이기도 하다. 과거의 만행에 대한 굴레가 외국인 차별 등의 폐해를 야기할 수 있는 민족주의 발호 에 재갈을 물렸기 때문이다.

한네스 모슬러 베를린 자유대 교수는 "독일은 2차 대전 후 초대 총리인 아데나워 시대부터 개방 노선을 유지해오고 있다"면서 "경제·사회·문화 등 다양한 분야에서 이민자 출신들이 자리를 잡으면서 국가 경쟁력을 높여왔고, 이번 월드컵 우승도 그 같은 사례로 볼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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