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화점 ‘땡처리’ 세일에도 싼 상품 코너만 북적

입력 2014.07.18 (13:42) 수정 2014.07.18 (21: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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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만원 이하의 잡화 코너는 북적, 5만원 넘는 의류 코너는 한산.

18일 오전 서울 소공동 롯데호텔 2층 크리스탈볼룸.

롯데백화점이 긴 내수 침체를 타개하기 위해 야심차게 준비한 '바캉스 블랙 프라이데이' 행사가 열렸다.

롯데백화점은 이날 하루 잡화, 패션, 식품, 주방용품 등 120여 개 브랜드의 제품을 정가보다 최대 80% 저렴하게 판매했다.

긴 불황으로 얼어붙은 소비 심리가 좀처럼 녹을 줄 모르자 백화점이 고육지책으로 '눈물의 땡처리'를 기획한 것이다.

작년 연말 첫 블랙프라이데이 행사 당시 준비한 물건이 일찌감치 동나고 매출은 목표치보다 3배 많은 12억9천만원을 기록하자, 백화점측은 이번에도 '대박'이 날 것을 기대하며 행사를 진행했다.

행사장 규모도 작년보다 290㎡ 넓은 1천120㎡로 확대했으며 참여 브랜드 수도 80개에서 122개로 늘렸다.

당시 시작 전부터 인산인해를 이룬 고객의 안전을 고려해 롯데백화점이 행사를 예정한 시간보다 20분 먼저 진행하면서 화제가 되기도 했다.

이날도 행사장 입구는 판매 시작 전부터 선착순으로 주는 화장품 샘플과 무료 커피 쿠폰을 받으려는 고객들로 가득해 작년처럼 좋은 실적이 되풀이될 것이라는 기대를 키웠다.

그러나 판매를 시작한 결과, 분위기는 작년과 조금 달랐다.

많은 고객이 행사장을 찾았지만, 고객이 몰린 곳은 1만원대의 저렴한 상품을 판매하는 코너였다.

9천원에 파는 양산과 우산 코너, 2만원에 판매하는 핸드백 코너는 시장통이 연상될 정도로 붐벼 발 디딜 틈이 없었지만, 5만원이 넘는 의류나 10만원대의 수입 신발 코너는 비교적 한산했다.

닫힌 소비자의 지갑은 '세일 속 세일'이라는 백화점의 강수에도 쉽게 열리지 않아 보였다.

행사 전단지를 들고 구입할 품목을 꼼꼼하게 확인하며 쇼핑하던 한영숙(69) 씨는 "가격이 저렴해 양산은 하나 구입했지만, 몇만원씩 하는 옷이나 화장품은 아무래도 선뜻 구매하기가 꺼려진다"고 말했다.

롯데백화점은 오후 6시 현재 고객 1만여 명이 행사장을 찾아 7억8천만원의 매출을 기록하고 있다고 밝혔다.

마감 시간 매출까지 합산하면 당초 목표치인 6억원을 훌쩍 넘겨 10억원을 기록할 것으로 롯데백화점은 추정했다.

이날 웅가로 양산(9천원), 엠폴햄 반팔 티셔츠(3천원), 리스트 가방(3만원), 오브엠 여성 샌들(5만원) 등은 일찌감치 완판됐다.

박찬우 롯데백화점 본점 영업총괄팀 매니저는 "가을·겨울 상품에 비해 여름 상품은 객단가는 낮지만 고객은 전년보다 많이 몰려 기대 이상의 매출을 기록했다"며 "전년에도 퇴근 이후에 고객이 많이 몰려 올해도 6시 이후에 2억 이상의 매출을 기록할 것으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

이날부터 대대적인 '클리어런스 세일'에 들어간 갤러리아 명품관도 한산하기는 마찬가지였다.

개점 시간을 약 5분 앞두고 웨스트관과 이스트관 입구에는 각각 5∼6명 정도가 대기할 뿐이었다. 그나마 이들 가운데 절반은 중국인이었다.

곳곳에 조용히 쇼핑하는 '큰 손' 고객이 있었지만 매장은 대체로 한산했다.

이스트관 입구에서 만난 오수연(29) 씨는 "세일 폭은 큰 것 같은데 원래 다 값나가는 것들이라 아무리 할인을 해도 선뜻 손이 가지 않는다"며 "80% 세일이라고 써 붙인 브랜드도 실제 매장에 들어가 보면 80% 할인하는 제품은 일부뿐"이라고 말했다.

오히려 가장 사람이 많이 몰린 곳은 명품 세일과는 관계없는 식품관 고메494였다.

점심 무렵 고메494가 있는 웨스트관 지하 1층에서 식사를 하거나 먹을거리를 둘러보는 고객이 지상 명품 매장을 구경하는 고객을 합친 인원보다 더 많아 보였다.

푸드코트에서 만난 주부 정모(50) 씨는 "명품관에서 세일하는 줄 몰랐다"면서 "고가의 명품이 세일을 한다고한들 얼마나 싸겠냐"고 되물었다.

갤러리아는 이날 하루 매출이 평소 금요일보다 25% 많은 것으로 잠정 집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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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백화점 ‘땡처리’ 세일에도 싼 상품 코너만 북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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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수정2014-07-18 21:02:47
    연합뉴스
1만원 이하의 잡화 코너는 북적, 5만원 넘는 의류 코너는 한산.

18일 오전 서울 소공동 롯데호텔 2층 크리스탈볼룸.

롯데백화점이 긴 내수 침체를 타개하기 위해 야심차게 준비한 '바캉스 블랙 프라이데이' 행사가 열렸다.

롯데백화점은 이날 하루 잡화, 패션, 식품, 주방용품 등 120여 개 브랜드의 제품을 정가보다 최대 80% 저렴하게 판매했다.

긴 불황으로 얼어붙은 소비 심리가 좀처럼 녹을 줄 모르자 백화점이 고육지책으로 '눈물의 땡처리'를 기획한 것이다.

작년 연말 첫 블랙프라이데이 행사 당시 준비한 물건이 일찌감치 동나고 매출은 목표치보다 3배 많은 12억9천만원을 기록하자, 백화점측은 이번에도 '대박'이 날 것을 기대하며 행사를 진행했다.

행사장 규모도 작년보다 290㎡ 넓은 1천120㎡로 확대했으며 참여 브랜드 수도 80개에서 122개로 늘렸다.

당시 시작 전부터 인산인해를 이룬 고객의 안전을 고려해 롯데백화점이 행사를 예정한 시간보다 20분 먼저 진행하면서 화제가 되기도 했다.

이날도 행사장 입구는 판매 시작 전부터 선착순으로 주는 화장품 샘플과 무료 커피 쿠폰을 받으려는 고객들로 가득해 작년처럼 좋은 실적이 되풀이될 것이라는 기대를 키웠다.

그러나 판매를 시작한 결과, 분위기는 작년과 조금 달랐다.

많은 고객이 행사장을 찾았지만, 고객이 몰린 곳은 1만원대의 저렴한 상품을 판매하는 코너였다.

9천원에 파는 양산과 우산 코너, 2만원에 판매하는 핸드백 코너는 시장통이 연상될 정도로 붐벼 발 디딜 틈이 없었지만, 5만원이 넘는 의류나 10만원대의 수입 신발 코너는 비교적 한산했다.

닫힌 소비자의 지갑은 '세일 속 세일'이라는 백화점의 강수에도 쉽게 열리지 않아 보였다.

행사 전단지를 들고 구입할 품목을 꼼꼼하게 확인하며 쇼핑하던 한영숙(69) 씨는 "가격이 저렴해 양산은 하나 구입했지만, 몇만원씩 하는 옷이나 화장품은 아무래도 선뜻 구매하기가 꺼려진다"고 말했다.

롯데백화점은 오후 6시 현재 고객 1만여 명이 행사장을 찾아 7억8천만원의 매출을 기록하고 있다고 밝혔다.

마감 시간 매출까지 합산하면 당초 목표치인 6억원을 훌쩍 넘겨 10억원을 기록할 것으로 롯데백화점은 추정했다.

이날 웅가로 양산(9천원), 엠폴햄 반팔 티셔츠(3천원), 리스트 가방(3만원), 오브엠 여성 샌들(5만원) 등은 일찌감치 완판됐다.

박찬우 롯데백화점 본점 영업총괄팀 매니저는 "가을·겨울 상품에 비해 여름 상품은 객단가는 낮지만 고객은 전년보다 많이 몰려 기대 이상의 매출을 기록했다"며 "전년에도 퇴근 이후에 고객이 많이 몰려 올해도 6시 이후에 2억 이상의 매출을 기록할 것으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

이날부터 대대적인 '클리어런스 세일'에 들어간 갤러리아 명품관도 한산하기는 마찬가지였다.

개점 시간을 약 5분 앞두고 웨스트관과 이스트관 입구에는 각각 5∼6명 정도가 대기할 뿐이었다. 그나마 이들 가운데 절반은 중국인이었다.

곳곳에 조용히 쇼핑하는 '큰 손' 고객이 있었지만 매장은 대체로 한산했다.

이스트관 입구에서 만난 오수연(29) 씨는 "세일 폭은 큰 것 같은데 원래 다 값나가는 것들이라 아무리 할인을 해도 선뜻 손이 가지 않는다"며 "80% 세일이라고 써 붙인 브랜드도 실제 매장에 들어가 보면 80% 할인하는 제품은 일부뿐"이라고 말했다.

오히려 가장 사람이 많이 몰린 곳은 명품 세일과는 관계없는 식품관 고메494였다.

점심 무렵 고메494가 있는 웨스트관 지하 1층에서 식사를 하거나 먹을거리를 둘러보는 고객이 지상 명품 매장을 구경하는 고객을 합친 인원보다 더 많아 보였다.

푸드코트에서 만난 주부 정모(50) 씨는 "명품관에서 세일하는 줄 몰랐다"면서 "고가의 명품이 세일을 한다고한들 얼마나 싸겠냐"고 되물었다.

갤러리아는 이날 하루 매출이 평소 금요일보다 25% 많은 것으로 잠정 집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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