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e Ansan!’ OK저축은행, 위안의 승리

입력 2014.07.20 (20:52) 수정 2014.07.20 (22: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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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자 프로배구 막내구단 OK저축은행인 컵대회에서 구단의 연고지인 안산과 함께 '위안'의 승리를 나눴다.

2014 안산·우리카드컵 프로배구대회 남자부 B조 조별리그 1차전이 벌어진 20일 경기도 안산시 상록수체육관.

지난 시즌 정규리그에 러시앤캐시의 팀명으로 참가했다가 이번 대회부터 새 이름을 선보인 OK저축은행 선수들은 특별한 새 유니폼을 입고 경기에 나섰다.

몸에 달라붙는 노란색 유니폼에는 팀 이름 대신에 'We Ansan!'이라는 문구가 크게 적혔다.

OK저축은행인 '우리는 안산이다'라는 의미를 강조하기 위해 발표한 슬로건이다.

OK저축은행은 연고지와 한마음으로 뛴다는 진정성을 알리기 위해 기업 홍보나 광고, 스폰서명 등을 배제하고 슬로건만 새긴 특별 유니폼을 착용했다고 설명했다.

물론, 여기에는 또 하나의 의미가 담겼다.

유니폼의 문구 가운데 첫 철자 네 개(We An)'만 붉은색이다. '위안'이다.

유니폼 뒷면 허리 부분에는 붉은색으로 '기적을 일으키자!'는 표어도 적혔다.

안산 단원고 학생들의 숱한 목숨을 앗아간 세월호 침몰 참사를 떠올리지 않을 수 없다.

코트에서의 투혼 넘치는 경기를 통해 실의에 빠진 안산 시민에 작은 위안이나마 안기려는 마음이 숨어 있는 듯하다.

물론, 이날 경기를 앞두고 OK저축은행의 김세진 감독은 이와 관련한 질문에 "'위로하겠다'는 것은 말도 되지 않는다"고 했다.

김 감독은 이어 "그분들의 슬픔과 아픔의 깊이를 나 같은 사람은 가늠조차 할 수 없는데, 어찌 쉽게 그런 말을 하겠느냐"며 "그냥 안산 시민과 하나가 된다는 마음으로 뛸 것"이라고 덧붙였다.

'위로'라는 표현을 거부한 것은, 자칫 주제넘게 내미는 손길처럼 느껴질 것을 조심스러워하는 반어적인 말이었던 셈이다.

선수들 역시 섣부른 위로의 표현보다는, 어느 때보다 활력 넘치는 경기를 선보이며 한국전력에 3-0 완승을 거뒀다.

선수들의 유니폼과 같은 문구가 적인 티셔츠를 입은 관중의 응원 속에 하나가 됐다.

물론, 이날 하나가 된 것은 OK저축은행만은 아니었다.

이날 경기를 치른 팀의 선수·코치들은 저마다 노란색 리본을 가슴 부근에 달아 추모의 뜻을 표현했다.

한국배구연맹(KOVO)은 안산에서 열리는 이번 대회에 고교 이하 학생·어린이들을 무료 입장시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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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4-07-20 20:52:35
    • 수정2014-07-20 22:09:16
    연합뉴스
남자 프로배구 막내구단 OK저축은행인 컵대회에서 구단의 연고지인 안산과 함께 '위안'의 승리를 나눴다.

2014 안산·우리카드컵 프로배구대회 남자부 B조 조별리그 1차전이 벌어진 20일 경기도 안산시 상록수체육관.

지난 시즌 정규리그에 러시앤캐시의 팀명으로 참가했다가 이번 대회부터 새 이름을 선보인 OK저축은행 선수들은 특별한 새 유니폼을 입고 경기에 나섰다.

몸에 달라붙는 노란색 유니폼에는 팀 이름 대신에 'We Ansan!'이라는 문구가 크게 적혔다.

OK저축은행인 '우리는 안산이다'라는 의미를 강조하기 위해 발표한 슬로건이다.

OK저축은행은 연고지와 한마음으로 뛴다는 진정성을 알리기 위해 기업 홍보나 광고, 스폰서명 등을 배제하고 슬로건만 새긴 특별 유니폼을 착용했다고 설명했다.

물론, 여기에는 또 하나의 의미가 담겼다.

유니폼의 문구 가운데 첫 철자 네 개(We An)'만 붉은색이다. '위안'이다.

유니폼 뒷면 허리 부분에는 붉은색으로 '기적을 일으키자!'는 표어도 적혔다.

안산 단원고 학생들의 숱한 목숨을 앗아간 세월호 침몰 참사를 떠올리지 않을 수 없다.

코트에서의 투혼 넘치는 경기를 통해 실의에 빠진 안산 시민에 작은 위안이나마 안기려는 마음이 숨어 있는 듯하다.

물론, 이날 경기를 앞두고 OK저축은행의 김세진 감독은 이와 관련한 질문에 "'위로하겠다'는 것은 말도 되지 않는다"고 했다.

김 감독은 이어 "그분들의 슬픔과 아픔의 깊이를 나 같은 사람은 가늠조차 할 수 없는데, 어찌 쉽게 그런 말을 하겠느냐"며 "그냥 안산 시민과 하나가 된다는 마음으로 뛸 것"이라고 덧붙였다.

'위로'라는 표현을 거부한 것은, 자칫 주제넘게 내미는 손길처럼 느껴질 것을 조심스러워하는 반어적인 말이었던 셈이다.

선수들 역시 섣부른 위로의 표현보다는, 어느 때보다 활력 넘치는 경기를 선보이며 한국전력에 3-0 완승을 거뒀다.

선수들의 유니폼과 같은 문구가 적인 티셔츠를 입은 관중의 응원 속에 하나가 됐다.

물론, 이날 하나가 된 것은 OK저축은행만은 아니었다.

이날 경기를 치른 팀의 선수·코치들은 저마다 노란색 리본을 가슴 부근에 달아 추모의 뜻을 표현했다.

한국배구연맹(KOVO)은 안산에서 열리는 이번 대회에 고교 이하 학생·어린이들을 무료 입장시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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