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30 현장 취재] ① 권은희 후보, 주민들에게 혼쭐 난 사연은?

입력 2014.07.21 (11:14) 수정 2014.07.23 (09: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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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30 재보선 현장을 가다] ①'광주 광산을'



17일 오전 11시 광주에 들어서니 세찬 비가 내렸다.
7.30 재보선의 공식 선거운동이 시작된 이날 오전, 광주 광산을 재보선 취재를 위해 새벽 일찍 서울을 출발했다.

스마트폰으로 들여다본 정치 기사는 온통 광주 광산을 관련 뉴스다. 이 지역에 출마한 새정치민주연합 권은희 후보(광주 광산을)를 ‘정조준’한 새누리당의 총공세가 이어지고 있다.

윤상현 사무총장 등 새누리당 지도부는 권 후보자의 변호사 시절 위증 교사 의혹과 연세대 법학과 석사논문 표절 의혹 등을 연일 거론하며 맹비난했다. “그를 공천한 것은 새정치를 새정치로 볼 수 없는 대표적 사례”라고 독설을 퍼부었다. 야당의 '세월호 책임론'에 맞서 새누리당은 권은희 공천을 거론하며 보수표 결집을 시도하고 있다.

이런 의혹들에 대해 권 후보는 어떻게 해명할까.

오전 11시20분쯤 권 후보자의 광주 광산구 수완동 선거사무소에서 들어서니 그는 서서 TV를 시청하고 있었다. 30분전쯤 선거사무소에서 차로 불과 10분내의 거리에서 발생한 헬기추락 사고 속보를 걱정스러운 표정으로 바라보고 있다.

권 후보는 공식 선거운동이 시작된 이날 오전 발대식을 연 뒤 북구 운정동 국립 5.18 민주묘지를 참배했다. 방명록에는 '불의에 맞선 정의, 거짓에 맞선 진실'이라고 남겼다. 첫 거리 유세에서 그는 “광주정신의 가치를 추구해온 제가 시민 여러분의 바람을 실현시키기 위해 온몸을 던지고자 한다. 희망이 움트는 광주, 정의로운 대한민국을 만드는데 앞장서겠다"고 사자후를 토했다.

하지만 선거운동 도중 갑작스런 헬기 추락 사고 소식을 접한 뒤 사무실로 복귀해 상황을 파악한뒤, 11시 30분쯤 사고 현장으로 달려갔다. 현장에서 다시 만나 몇 마디를 물어봤다.

-사고현장에 빨리 왔다?
“충격적인 사고다. ”

-선거운동은 어떻게 되나.
“오늘 모든 일정 중단하고, 사고 수습 과정을 지켜보기로 했다.”

-새누리당이 권 후보에 대해 맹공을 퍼붓고 있는데.
“일일히 대응하지 않으려고 한다.”

그와의 대화는 짧게 끝났다. 몇 차례 인터뷰를 시도했지만 그는 응하지 않았다. 주위 참모들도 극구 말렸다. 안현주 공보팀장은 “언론 인터뷰를 요청한 매체가 30개가 넘는다”며 “지금으로선 일일이 인터뷰해서 해명해봐야 도움이 되지 않는다. 당분간 인터뷰를 하지 않을 방침”이라고 말했다. 선거 취재를 여러번 해본 기자에게, 권 후보는 공식 선거 운동 중에 언론 인터뷰를 거부한 흔치 않은 정치인으로 기억될 듯 하다.

그가 달려간 사고 현장은 폭우 속에도 헬기 잔해가 뿜어내는 연기가 모락모락 나는 아비규환의 모습이었다. 그는 사고 수습에 방해가 된다고 판단했던지 현장에 잠시 머물다 인근에 주차돼 있는 봉고차에서 몇 시간을 머물렀다. "관계자들을 만나 사고 수습 대책을 논의했다"고 한다.

거리에서 시민들을 만나 권 후보자에 대한 평가를 물으니 양극단으로 갈렸다.

15일 저녁 7시경 수완지구 대표자회의라는 모임이 열렸다. 광산구의 신도시인 수완동은 인구 7만명의 거대동으로(광산을 전체 인구는 40만명), 이번 선거의 최대 승부처다. 수완동의 아파트 단지 대표들이 정기적으로 모여 지역현안을 논의하는 이 모임은 국회의원 출마자에게는 놓쳐서는 안될 중요한 자리다.

이 자리에는 기호 2, 3, 4번 후보 3명이 참석했다. 기호 2번 권 후보 외에 기호 3번 장원석 후보(통합진보당), 기호 4번 문정은 후보(정의당) 등 진보계열 후보들만 참석을 허락받았다.

예상치 못한 해프닝은 3분씩의 자기 소개 시간이 끝난 뒤, 벌어졌다.
권 후보자가 자신의 경력과 출마 배경 등을 설명하자 참석자들의 거센 항의가 이어졌다. 시민들은 “중앙당이 윤장현 광주시장에 이어 또 다른 전략공천을 한 것은 이 지역을 무시한 처사”라며 강도높게 권 후보를 질타했다. 쓴소리가 이어지자 결국 권 후보는 “죄송하다. 다시는 가슴 아프게 하지 않겠다”고 사과하며 회의가 마무리됐다고 한다.

장원섭 후보는 “(당선이 유력해) 조만간 슈퍼갑이 될 새정치민주연합 후보 면전 앞에서 저렇게 쓴소리를 하는 것은 과거 같으면 상상할 수도 없는 일”이라며 “이번 전략공천이 광주시민들을 얼마나 실망시켰는지를 잘 보여주고 있다”고 말했다. 문정은 후보도 “(권 후보가) 경쟁자이긴 하지만, 너무 시민들이 분노를 쏟아내 당황했다. 나도 민망했다"고 말했다.

수완지구내 롯데마트에서 만난 시민들은 대체로 권 후보자의 당선을 점치면서도 지역 민심은 좋지 않다고 말했다.

주부 김정은(39)씨는 이 지역 출마가 예정됐던 기동민 후보의 동작을 차출을 비판했다. 그는 “의원 수십명이 참석해 기동민 후보 사무실 개소식이 열리더니 다음날 (기동민 후보는)서울 동작을에 전략공천되고, 여기는 이름도 잘 모르는 권은희 후보가 공천됐다”며 “지역주민들의 뜻과 정서는 무시한 일방적 공천”이라고 말했다.

권 후보 공천을 긍정적으로 평가한 시민도 있었다.

익명을 요구한 한 40대 직장인은 “(권 후보 때문에) 천정배 전 의원과 이근우 변호사 등 모두 지역에서 아까운 인물이 떨어졌다는 아쉬움들은 있다”면서도 “권 후보자가 광주 지역기반도 있고, 낙선할 경우 야당의 타격이 커 내키진 않지만 그래도 권 후보자를 찍을 생각”이라고 강조했다.



이날 취재중 의외였던 것은 선거 캠프 관계자들 사이에서도 권 후보 개인 신상 문제는 거의 알려지지 않았다는 사실이다. 권 후보 남편에 대해 묻자 관계자들은 사무실에 걸려 있는 한 신문 기사를 참조하라며 “우리도 저 이상 알지 못한다”고 말했다. 해당 기사는 권 후보가 청주에서 변호사 개업을 한 것은 그곳이 남편 고향이기 때문이라는 내용을 담고 있다.

이 곳 선거사무실에 파견나온 김정현 새정치민주연합 부대변인은 “(기사에) 권 후보가 전남대 시절 학생운동을 했다는 것은 잘못 알려진 사실”이라고 말했다. 그는 “학생운동은 하지 않았지만, 야학과 농활에 참여했다고 지인으로부터 들었다”고 소개했다.

권 후보는 2001년 사법시험(23회)에 합격하고, 2004년 결혼한 뒤 청주에서 1년의 변호사 생활을 하다 2005년 경정 특별채용에 응시, 용인경찰서 수사과장이 된다. 그가 변호사 생활을 접게 된 것은 판검사 경력이 없고, 경력이 일천해 사무실 경영이 쉽지 않았다고 한다. 그도 인터뷰에서 변호사 시절 수입에 대해서는 “경찰직과 저울질 할 때 솔직히 고민했을 수준”이라고 말한 바 있다.

하지만 최근 불거지고 있는 그의 남편 남모(48)씨 재산 축소 의혹을 보면, 권 후보 부부가 상당한 재력가라는 사실이 드러나고 있다. 남씨는 권 후보의 공직자 재산 신고 당시 충주시 D빌딩의 상가 3곳과 경기도 화성시 P빌딩의 상가 2곳 등 부동산 5곳을 신고했다. 이들 부동산 가액은 9억5000만원이다. 반면 남씨는 자신의 사실상 소유한 법인 명의의 상가 9곳은 신고하지 않았다. 신고되지 않은 상가 가치만 30억원에 달하는 것으로 보인다. 법인 소유라 신고하지 않았다는 해명인데, 논란이 확산될 것으로 보인다.



권 후보 사무실을 나오니 ‘광산에서만 25년’이란 플래카드가 눈에 들어온다. 통합진보당 장원섭 후보다. 그는 민노당의 마지막 사무총장과 통진당 첫 사무총장을 진보정당의 영원한 사무총장으로 불린다. 이곳 광산에서 오랫동안 노동운동을 해왔다.

광산을은 관내 하남산단과 첨단 산업단지 등 제조공장들이 많이 위치해 있다. 통진당의 지지기반인 민노총 산하의 동부대우전자와 금호타이어, 기아차 하청업체 등이 통진당의 든든한 우군이다.

그는 권은희 후보 대해 실망한 민심이 새정치민주연합에서 통합진보당으로 오게 될 것이라며 “당선 가능성이 충분하다”고 주장했다. 새정치민주연합 후보의 당선을 기정사실화하는 언론 보도에 발끈하기도 했다. 장 후보는 “권은희 후보는 불의에 항거한 정의로운 경찰로 남았어야 했다”며 “새정치민주연합의 자멸공천으로 수도권에서 야당이 전패할 위기에 처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윤장현 광주시장 공천에 이은 이번 공천이 지역 주민의 자존심이 상처를 줬다는 거였다.



권은희 후보 사무실 바로 옆은 정의당 문정은 후보 사무실이다. 정의당은 2012년 중앙위원회 폭력 사태를 계기로 통합진보당에서 분리된 진보정당이다. 외모부터 앳된 1986년생, 만 27세의 여성 청년이었다. 그는 “(이 곳 광산에서 국회의원이) 될때까지 해보려 한다”고 했다. 이번 출마가 당선 가능성보다는 미래를 위한 도전임을 솔직히 인정했다.

그는 “새로운 씨앗이 정치권에 뿌리 내리는데 제도적인 걸림돌이 많다”며 “그런 쪽으로 좀 기사를 써달라”고 기자에게 부탁했다. 현행 득표율이 15%를 넘어야 선거비용이 전액보전되고, 10%를 넘어야 반액 보조가 가능한 기준이 좀 엄격하다는 얘기였다.

문 후보는 “이 곳 광주 지역 어른들 만나보면 (새정치민주연합에) 몰아주는 몰표에 대한 부담감들을 가지고 있다”고 말했다. “광주분들은 정치에 관심도 많고 수준도 높다. 예를 들어 이번 지방선거 때 영남에서 새정치민주연합이 얻은 표만큼 광주나 전남에서도 새누리당에 표를 줘야하는 것 아니냐는 식의 전략적인 고민까지 하고 계시더라”고 소개했다.



새누리당 기호 1번 송환기 후보 사무실에 들어서니 정몽준 전 의원과 함께 찍은 사진이 크게 걸려 있다. 그는 광주 기업인 출신으로 정몽준 전 의원이 서울 동작을에 2차례 출마했을 때 호남표 공략을 위해 발벗고 나섰다고 자신을 소개했다.

단도직입적으로 출마 의도를 물었다. 과반의 국회의석을 가진 제 1당 새누리당의 지난 6. 4지방선거 광주시장 후보(이정재)의 득표율은 3.4%에 불과하다. 새누리당에게 광주는 불모의 땅이다. 의외의 답이 돌아 왔다.

-당선을 목표로 나온 건가.
“처음엔 아니었다. 20% 정도 득표 목표로 나왔다. 하지만 이젠 달라졌다.
권은희 후보 전략공천이후 민심이 확 바뀌고 있다”

-당선이 가능할까.
“가능하다고 본다. 그래도 이젠 조직도 당선을 목표로 다시 꾸리고 있다.

-믿기지 않는다.
”나는 이 지역에서 자동차 100만대 생산이라는 공약을 내걸었다. 집권당 후보로 오랜 기업경력을 가진 나만 이 지역 경제를 확 끌어올릴 수 있다.“



양청석 후보 사무실은 무소속 후보였지만 제법 많은 사람들로 붐볐다. 그는 다음날 지역 방송국에서 실시하는 TV토론회에 지지도 기준 미달로 참석하지 못한다며 아쉬움을 표했다. 대신 10분간 개인 연설 시간이 주어지는데 이때 강렬한 인상을 주겠다며 원고를 다듬고 있었다.

-본인 소개를 해달라.
“나는 조선대 공학박사 출신으로 119 구조대장을 지낸 대한민국 최고 안전전문가다. 안전이 화두로 떠오른 지금, 내가 최고 전문가다. ”

양 후보는 새정치민주연합에 몰표가 나오는 선거 구도를 ‘지역패권주의’라며 강도높게 비판했다. 그는 ‘호남과 영남에는 누구를 꽂아도 특정정당 후보가 당선된다’는 공식은 민주주의를 가장한 독재일 뿐이라며 “이번 선거가 그런 잘못된 관행이 바뀌는 계기가 되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세찬 장맛비가 하루종일 내린 광주 광산을 선거구에서, 다섯 후보 사무실을 모두 돌고 나와니 비는 잠잠해졌다.

솔직히 이번 재보선에서 광주 광산을이 격전지라고 보긴 어렵다.
서울 동작을, 그리고 수원 벨트로 불리는 3곳에서의 승부가 이번 재보선의승부처다.
그럼에도 이 곳 광주 광산을 선거에 더 많은 관심이 쏠리고 있는 건 왜 일까. 권은희 후보에게 인터뷰를 요청한 30곳이 넘은 언론의 관심은 무슨 연유일까. 뻔한 승부, 그래서 가장 재미없는, 하지만 가장 재미있는 광산을 재보선 선거는 무엇을 말하고 있을까.
이 기묘한 현상을 곰곰히 생각해 본 하루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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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4-07-21 11:14:48
    • 수정2014-07-23 09:44:13
    정치
[7·30 재보선 현장을 가다] ①'광주 광산을'



17일 오전 11시 광주에 들어서니 세찬 비가 내렸다.
7.30 재보선의 공식 선거운동이 시작된 이날 오전, 광주 광산을 재보선 취재를 위해 새벽 일찍 서울을 출발했다.

스마트폰으로 들여다본 정치 기사는 온통 광주 광산을 관련 뉴스다. 이 지역에 출마한 새정치민주연합 권은희 후보(광주 광산을)를 ‘정조준’한 새누리당의 총공세가 이어지고 있다.

윤상현 사무총장 등 새누리당 지도부는 권 후보자의 변호사 시절 위증 교사 의혹과 연세대 법학과 석사논문 표절 의혹 등을 연일 거론하며 맹비난했다. “그를 공천한 것은 새정치를 새정치로 볼 수 없는 대표적 사례”라고 독설을 퍼부었다. 야당의 '세월호 책임론'에 맞서 새누리당은 권은희 공천을 거론하며 보수표 결집을 시도하고 있다.

이런 의혹들에 대해 권 후보는 어떻게 해명할까.

오전 11시20분쯤 권 후보자의 광주 광산구 수완동 선거사무소에서 들어서니 그는 서서 TV를 시청하고 있었다. 30분전쯤 선거사무소에서 차로 불과 10분내의 거리에서 발생한 헬기추락 사고 속보를 걱정스러운 표정으로 바라보고 있다.

권 후보는 공식 선거운동이 시작된 이날 오전 발대식을 연 뒤 북구 운정동 국립 5.18 민주묘지를 참배했다. 방명록에는 '불의에 맞선 정의, 거짓에 맞선 진실'이라고 남겼다. 첫 거리 유세에서 그는 “광주정신의 가치를 추구해온 제가 시민 여러분의 바람을 실현시키기 위해 온몸을 던지고자 한다. 희망이 움트는 광주, 정의로운 대한민국을 만드는데 앞장서겠다"고 사자후를 토했다.

하지만 선거운동 도중 갑작스런 헬기 추락 사고 소식을 접한 뒤 사무실로 복귀해 상황을 파악한뒤, 11시 30분쯤 사고 현장으로 달려갔다. 현장에서 다시 만나 몇 마디를 물어봤다.

-사고현장에 빨리 왔다?
“충격적인 사고다. ”

-선거운동은 어떻게 되나.
“오늘 모든 일정 중단하고, 사고 수습 과정을 지켜보기로 했다.”

-새누리당이 권 후보에 대해 맹공을 퍼붓고 있는데.
“일일히 대응하지 않으려고 한다.”

그와의 대화는 짧게 끝났다. 몇 차례 인터뷰를 시도했지만 그는 응하지 않았다. 주위 참모들도 극구 말렸다. 안현주 공보팀장은 “언론 인터뷰를 요청한 매체가 30개가 넘는다”며 “지금으로선 일일이 인터뷰해서 해명해봐야 도움이 되지 않는다. 당분간 인터뷰를 하지 않을 방침”이라고 말했다. 선거 취재를 여러번 해본 기자에게, 권 후보는 공식 선거 운동 중에 언론 인터뷰를 거부한 흔치 않은 정치인으로 기억될 듯 하다.

그가 달려간 사고 현장은 폭우 속에도 헬기 잔해가 뿜어내는 연기가 모락모락 나는 아비규환의 모습이었다. 그는 사고 수습에 방해가 된다고 판단했던지 현장에 잠시 머물다 인근에 주차돼 있는 봉고차에서 몇 시간을 머물렀다. "관계자들을 만나 사고 수습 대책을 논의했다"고 한다.

거리에서 시민들을 만나 권 후보자에 대한 평가를 물으니 양극단으로 갈렸다.

15일 저녁 7시경 수완지구 대표자회의라는 모임이 열렸다. 광산구의 신도시인 수완동은 인구 7만명의 거대동으로(광산을 전체 인구는 40만명), 이번 선거의 최대 승부처다. 수완동의 아파트 단지 대표들이 정기적으로 모여 지역현안을 논의하는 이 모임은 국회의원 출마자에게는 놓쳐서는 안될 중요한 자리다.

이 자리에는 기호 2, 3, 4번 후보 3명이 참석했다. 기호 2번 권 후보 외에 기호 3번 장원석 후보(통합진보당), 기호 4번 문정은 후보(정의당) 등 진보계열 후보들만 참석을 허락받았다.

예상치 못한 해프닝은 3분씩의 자기 소개 시간이 끝난 뒤, 벌어졌다.
권 후보자가 자신의 경력과 출마 배경 등을 설명하자 참석자들의 거센 항의가 이어졌다. 시민들은 “중앙당이 윤장현 광주시장에 이어 또 다른 전략공천을 한 것은 이 지역을 무시한 처사”라며 강도높게 권 후보를 질타했다. 쓴소리가 이어지자 결국 권 후보는 “죄송하다. 다시는 가슴 아프게 하지 않겠다”고 사과하며 회의가 마무리됐다고 한다.

장원섭 후보는 “(당선이 유력해) 조만간 슈퍼갑이 될 새정치민주연합 후보 면전 앞에서 저렇게 쓴소리를 하는 것은 과거 같으면 상상할 수도 없는 일”이라며 “이번 전략공천이 광주시민들을 얼마나 실망시켰는지를 잘 보여주고 있다”고 말했다. 문정은 후보도 “(권 후보가) 경쟁자이긴 하지만, 너무 시민들이 분노를 쏟아내 당황했다. 나도 민망했다"고 말했다.

수완지구내 롯데마트에서 만난 시민들은 대체로 권 후보자의 당선을 점치면서도 지역 민심은 좋지 않다고 말했다.

주부 김정은(39)씨는 이 지역 출마가 예정됐던 기동민 후보의 동작을 차출을 비판했다. 그는 “의원 수십명이 참석해 기동민 후보 사무실 개소식이 열리더니 다음날 (기동민 후보는)서울 동작을에 전략공천되고, 여기는 이름도 잘 모르는 권은희 후보가 공천됐다”며 “지역주민들의 뜻과 정서는 무시한 일방적 공천”이라고 말했다.

권 후보 공천을 긍정적으로 평가한 시민도 있었다.

익명을 요구한 한 40대 직장인은 “(권 후보 때문에) 천정배 전 의원과 이근우 변호사 등 모두 지역에서 아까운 인물이 떨어졌다는 아쉬움들은 있다”면서도 “권 후보자가 광주 지역기반도 있고, 낙선할 경우 야당의 타격이 커 내키진 않지만 그래도 권 후보자를 찍을 생각”이라고 강조했다.



이날 취재중 의외였던 것은 선거 캠프 관계자들 사이에서도 권 후보 개인 신상 문제는 거의 알려지지 않았다는 사실이다. 권 후보 남편에 대해 묻자 관계자들은 사무실에 걸려 있는 한 신문 기사를 참조하라며 “우리도 저 이상 알지 못한다”고 말했다. 해당 기사는 권 후보가 청주에서 변호사 개업을 한 것은 그곳이 남편 고향이기 때문이라는 내용을 담고 있다.

이 곳 선거사무실에 파견나온 김정현 새정치민주연합 부대변인은 “(기사에) 권 후보가 전남대 시절 학생운동을 했다는 것은 잘못 알려진 사실”이라고 말했다. 그는 “학생운동은 하지 않았지만, 야학과 농활에 참여했다고 지인으로부터 들었다”고 소개했다.

권 후보는 2001년 사법시험(23회)에 합격하고, 2004년 결혼한 뒤 청주에서 1년의 변호사 생활을 하다 2005년 경정 특별채용에 응시, 용인경찰서 수사과장이 된다. 그가 변호사 생활을 접게 된 것은 판검사 경력이 없고, 경력이 일천해 사무실 경영이 쉽지 않았다고 한다. 그도 인터뷰에서 변호사 시절 수입에 대해서는 “경찰직과 저울질 할 때 솔직히 고민했을 수준”이라고 말한 바 있다.

하지만 최근 불거지고 있는 그의 남편 남모(48)씨 재산 축소 의혹을 보면, 권 후보 부부가 상당한 재력가라는 사실이 드러나고 있다. 남씨는 권 후보의 공직자 재산 신고 당시 충주시 D빌딩의 상가 3곳과 경기도 화성시 P빌딩의 상가 2곳 등 부동산 5곳을 신고했다. 이들 부동산 가액은 9억5000만원이다. 반면 남씨는 자신의 사실상 소유한 법인 명의의 상가 9곳은 신고하지 않았다. 신고되지 않은 상가 가치만 30억원에 달하는 것으로 보인다. 법인 소유라 신고하지 않았다는 해명인데, 논란이 확산될 것으로 보인다.



권 후보 사무실을 나오니 ‘광산에서만 25년’이란 플래카드가 눈에 들어온다. 통합진보당 장원섭 후보다. 그는 민노당의 마지막 사무총장과 통진당 첫 사무총장을 진보정당의 영원한 사무총장으로 불린다. 이곳 광산에서 오랫동안 노동운동을 해왔다.

광산을은 관내 하남산단과 첨단 산업단지 등 제조공장들이 많이 위치해 있다. 통진당의 지지기반인 민노총 산하의 동부대우전자와 금호타이어, 기아차 하청업체 등이 통진당의 든든한 우군이다.

그는 권은희 후보 대해 실망한 민심이 새정치민주연합에서 통합진보당으로 오게 될 것이라며 “당선 가능성이 충분하다”고 주장했다. 새정치민주연합 후보의 당선을 기정사실화하는 언론 보도에 발끈하기도 했다. 장 후보는 “권은희 후보는 불의에 항거한 정의로운 경찰로 남았어야 했다”며 “새정치민주연합의 자멸공천으로 수도권에서 야당이 전패할 위기에 처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윤장현 광주시장 공천에 이은 이번 공천이 지역 주민의 자존심이 상처를 줬다는 거였다.



권은희 후보 사무실 바로 옆은 정의당 문정은 후보 사무실이다. 정의당은 2012년 중앙위원회 폭력 사태를 계기로 통합진보당에서 분리된 진보정당이다. 외모부터 앳된 1986년생, 만 27세의 여성 청년이었다. 그는 “(이 곳 광산에서 국회의원이) 될때까지 해보려 한다”고 했다. 이번 출마가 당선 가능성보다는 미래를 위한 도전임을 솔직히 인정했다.

그는 “새로운 씨앗이 정치권에 뿌리 내리는데 제도적인 걸림돌이 많다”며 “그런 쪽으로 좀 기사를 써달라”고 기자에게 부탁했다. 현행 득표율이 15%를 넘어야 선거비용이 전액보전되고, 10%를 넘어야 반액 보조가 가능한 기준이 좀 엄격하다는 얘기였다.

문 후보는 “이 곳 광주 지역 어른들 만나보면 (새정치민주연합에) 몰아주는 몰표에 대한 부담감들을 가지고 있다”고 말했다. “광주분들은 정치에 관심도 많고 수준도 높다. 예를 들어 이번 지방선거 때 영남에서 새정치민주연합이 얻은 표만큼 광주나 전남에서도 새누리당에 표를 줘야하는 것 아니냐는 식의 전략적인 고민까지 하고 계시더라”고 소개했다.



새누리당 기호 1번 송환기 후보 사무실에 들어서니 정몽준 전 의원과 함께 찍은 사진이 크게 걸려 있다. 그는 광주 기업인 출신으로 정몽준 전 의원이 서울 동작을에 2차례 출마했을 때 호남표 공략을 위해 발벗고 나섰다고 자신을 소개했다.

단도직입적으로 출마 의도를 물었다. 과반의 국회의석을 가진 제 1당 새누리당의 지난 6. 4지방선거 광주시장 후보(이정재)의 득표율은 3.4%에 불과하다. 새누리당에게 광주는 불모의 땅이다. 의외의 답이 돌아 왔다.

-당선을 목표로 나온 건가.
“처음엔 아니었다. 20% 정도 득표 목표로 나왔다. 하지만 이젠 달라졌다.
권은희 후보 전략공천이후 민심이 확 바뀌고 있다”

-당선이 가능할까.
“가능하다고 본다. 그래도 이젠 조직도 당선을 목표로 다시 꾸리고 있다.

-믿기지 않는다.
”나는 이 지역에서 자동차 100만대 생산이라는 공약을 내걸었다. 집권당 후보로 오랜 기업경력을 가진 나만 이 지역 경제를 확 끌어올릴 수 있다.“



양청석 후보 사무실은 무소속 후보였지만 제법 많은 사람들로 붐볐다. 그는 다음날 지역 방송국에서 실시하는 TV토론회에 지지도 기준 미달로 참석하지 못한다며 아쉬움을 표했다. 대신 10분간 개인 연설 시간이 주어지는데 이때 강렬한 인상을 주겠다며 원고를 다듬고 있었다.

-본인 소개를 해달라.
“나는 조선대 공학박사 출신으로 119 구조대장을 지낸 대한민국 최고 안전전문가다. 안전이 화두로 떠오른 지금, 내가 최고 전문가다. ”

양 후보는 새정치민주연합에 몰표가 나오는 선거 구도를 ‘지역패권주의’라며 강도높게 비판했다. 그는 ‘호남과 영남에는 누구를 꽂아도 특정정당 후보가 당선된다’는 공식은 민주주의를 가장한 독재일 뿐이라며 “이번 선거가 그런 잘못된 관행이 바뀌는 계기가 되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세찬 장맛비가 하루종일 내린 광주 광산을 선거구에서, 다섯 후보 사무실을 모두 돌고 나와니 비는 잠잠해졌다.

솔직히 이번 재보선에서 광주 광산을이 격전지라고 보긴 어렵다.
서울 동작을, 그리고 수원 벨트로 불리는 3곳에서의 승부가 이번 재보선의승부처다.
그럼에도 이 곳 광주 광산을 선거에 더 많은 관심이 쏠리고 있는 건 왜 일까. 권은희 후보에게 인터뷰를 요청한 30곳이 넘은 언론의 관심은 무슨 연유일까. 뻔한 승부, 그래서 가장 재미없는, 하지만 가장 재미있는 광산을 재보선 선거는 무엇을 말하고 있을까.
이 기묘한 현상을 곰곰히 생각해 본 하루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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