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리보기] 비키니 섬 주민들, 핵실험의 상처 (7월 26일 방송)

입력 2014.07.24 (15:15) 수정 2014.07.24 (16: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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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흘 남짓 후면 일본 히로시마에 인류 역사상 첫 번째 원자폭탄이 투하된 지 69주년이 된다. 핵폭탄은 2차 세계대전을 종식시키며 우리나라 같은 식민 통치를 받던 민족에게 해방을 선사했다. 그러나 냉전시기 미국과 옛 소련 등 강대국들이 군사적 우위를 차지하기 위해 핵 경쟁을 벌이면서 남태평양 핵실험 지역은 지금까지 고통에 시달리고 있다.

일본의 지배를 받으며 참혹한 희생을 치러야 했던 남태평양 마셜 제도. 히로시마와 나가사키에 원자폭탄이 투하되고 일본의 패망과 함께 마셜제도에도 평화가 찾아오는 듯했다. 비키니 섬 주민들은 자신들에게 해방을 안겼던 핵폭탄이 고향 땅에서 터질 줄 주민들은 상상도 못했다. 1946년, 비키니 섬에 들어온 미군의 움직임이 심상치 않더니 핵무기 실험을 시작했고, 정확히 60년 전인 1954년, 미국은 가장 강력한 폭발로 기록된 수소폭탄 실험까지 진행했다. 이 같은 핵실험은 1958년까지 모두 67차례나 이어졌고 비키니는 재앙의 땅이 되고 말았다.

핵실험 당시 주민들은 인근 섬으로 대피했지만 방사능을 피할 수는 없었다. 방사능 낙진은 주변 수천 킬로미터를 오염시켰고, 비키니 원주민 1세대 상당수는 방사능 피폭으로 인해 암 같은 질병으로 세상을 떠났다. 수십 년 뒤 증상이 나타나는 방사능 피해는 마셜 제도 사람들 사이에 유산처럼 세대를 넘어 이어졌다. 핵실험 피해자를 위해 설립된 병원에는 방사능 의심 질환을 앓는 2세대, 3세대 환자들이 찾아온다. 핵실험의 불꽃이 사그라진 지 반세기 넘게 흘렀지만 지금도 비키니 섬의 방사능 수치는 사람이 한 달 이상은 살 수 없을 정도로 위험한 수준이다.

또 다른 섬나라 프랑스령 폴리네시아에는 반핵 단체가 세운 핵실험 기념비가 있다. 모루로아 섬에서 프랑스 정부는 2백여 차례나 핵실험을 벌였고, 마지막 실험은 불과 18년 전이었다. 폴리네시아인 4천여 명이 핵실험장 관리에 동원됐는데 상당수가 방사능 피해를 입었다. 프랑스 정부는 핵실험이 안전하다고 말하며 노동자들에게 방사능 보호 장구도 지급하지 않았다. 핵실험 피해에 대해 줄곧 발뺌만 하던 프랑스 정부. 2010년 핵실험 피해자 보상법이 뒤늦게 통과됐지만 청구인 2천여 명 가운데 실제 보상을 받은 사람은 지금까지 7명뿐이다.

마셜 제도 정부는 최근 국제적인 싸움을 시작했다. 미국과 중국, 러시아, 프랑스 등 핵무기를 보유한 9개 나라를 국제사법재판소에 제소한 것이다. 미국 정부에 대해서는 핵확산금지조약 위반 혐의로 미국 법정에 별도로 제소했다. 마셜 제도가 국제 소송전까지 불사하는 건 지구상의 어느 누구도 자신들을 비롯한 태평양 섬나라들처럼 또 다시 핵무기의 희생양이 되는 것을 원치 않기 때문이다. 하지만 힘의 논리가 지배하는 국제사회의 현실 속에 이번 소송은 다윗과 골리앗의 싸움에 비유되고 있다.

대기 아동수 '제로'에 도전하다

담당 : 이재호 특파원


일본 도쿄의 지바 현이 올 들어 어린이집과 유치원의 대기 아동수 ‘제로’를 선언했다. 2009년 1,290명에서 점차 대기 아동수를 줄여가기 시작해 2011년에는 971명, 드디어 올해는 단 한 명도 없게 된 것이다. 우리나라는 어린이집이나 유치원이 크게 부족해 추첨을 하거나 긴 시간을 막연히 기다려야 하는 실정이다. 대기 아동수 ‘제로’에 도전하는 일본의 비법을 취재했다.

대기 아동을 획기적으로 줄일 수 있었던 것은 사정이 각기 다른 부모들의 다양한 요구에 맞춤형 서비스를 제공한 데 있다. 지바 시 육아지원 담당 공무원 미즈시마 씨는 “모든 부모의 요구에 맞춰 섬세하게 소개해서 선택의 폭을 넓혔더니 맡길 곳이 늘어나서 대기 아동이 줄어 드는 것 같다”고 말한다. 집과 먼 어린이집에 맡겨야 하는 부모들을 위해서는 가까운 곳에서 일단 아이를 맡은 다음 여유가 있는 어린이집에 데려다 주는 서비스도 한다.

대기 아동수 ‘제로’를 위해서는 장기적인 수요 예측은 필수다. 출생과 전입 아동수를 수시로 파악하는 것은 물론, 택지 개발이나 아파트 건설에 따른 추가 수요 등을 미리 예측해서 어린이집을 증축하거나 신설하고 있다. 하지만 시설을 만들어도 수요는 늘어난다. 필요하다고 해서 보육시설을 무한정 늘릴 수는 없는 일, 지바 현만의 비법은 따로 있다. 기업체가 운영하고 있는 어린이집을 이용하는 것이다. 직원들에게 우선 이용권이 주어지지만 빈 곳이 많기 때문에 이를 이용할 수 있도록 한 것이다.

지난해 일본 최초로 대기아동 ‘제로’를 선언했던 요코하마 시. 아이를 맡기고도 일할 수 있다는 기대감 때문인지 1년 만에 다시 대기 아동이 20명으로 늘었다. 어린이집을 늘리기 위해 예산을 1,500억 원으로 2배 늘렸지만 수요가 더 빠르게 늘어난 것이다. 더 큰 문제는 보육사의 부족이다. 일본에서 지난해 퇴직한 보육사는 3만 2천여 명으로 5명 가운데 1명꼴이다. 월급은 적은 반면 노동시간은 길고, 아이들을 돌보면서 스트레스를 많이 받기 때문이다. 보육사 확보는 가히 전쟁 수준이다.

현재 일본 전국의 어린이집 대기아동 수는 2만 5천여 명이다. 일본 정부는 30만 명을 추가 수용하도록 어린이집을 크게 늘려 5년 안에 전국의 대기아동을 ‘제로’로 만든다는 계획이다. 아베노믹스의 주요 성장 동력으로 여성 인력을 최대한 활용하겠다는 복안인데, 이를 위해 육아휴직 기간을 1년 6개월에서 3년으로 늘렸다. 국·공립 어린이집에 들어가기 위해 1~2년씩 마냥 기다려야 하고 유치원 추첨에 온 가족이 며칠씩 노심초사해야 하는 것이 우리의 현실이다. 일본은 적극적인 육아 정책으로 여성들의 경제활동을 끌어내면서 저출산 고령화라는 사회문제까지 해결해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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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4-07-24 15:15:17
    • 수정2014-07-24 16:49: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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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흘 남짓 후면 일본 히로시마에 인류 역사상 첫 번째 원자폭탄이 투하된 지 69주년이 된다. 핵폭탄은 2차 세계대전을 종식시키며 우리나라 같은 식민 통치를 받던 민족에게 해방을 선사했다. 그러나 냉전시기 미국과 옛 소련 등 강대국들이 군사적 우위를 차지하기 위해 핵 경쟁을 벌이면서 남태평양 핵실험 지역은 지금까지 고통에 시달리고 있다.

일본의 지배를 받으며 참혹한 희생을 치러야 했던 남태평양 마셜 제도. 히로시마와 나가사키에 원자폭탄이 투하되고 일본의 패망과 함께 마셜제도에도 평화가 찾아오는 듯했다. 비키니 섬 주민들은 자신들에게 해방을 안겼던 핵폭탄이 고향 땅에서 터질 줄 주민들은 상상도 못했다. 1946년, 비키니 섬에 들어온 미군의 움직임이 심상치 않더니 핵무기 실험을 시작했고, 정확히 60년 전인 1954년, 미국은 가장 강력한 폭발로 기록된 수소폭탄 실험까지 진행했다. 이 같은 핵실험은 1958년까지 모두 67차례나 이어졌고 비키니는 재앙의 땅이 되고 말았다.

핵실험 당시 주민들은 인근 섬으로 대피했지만 방사능을 피할 수는 없었다. 방사능 낙진은 주변 수천 킬로미터를 오염시켰고, 비키니 원주민 1세대 상당수는 방사능 피폭으로 인해 암 같은 질병으로 세상을 떠났다. 수십 년 뒤 증상이 나타나는 방사능 피해는 마셜 제도 사람들 사이에 유산처럼 세대를 넘어 이어졌다. 핵실험 피해자를 위해 설립된 병원에는 방사능 의심 질환을 앓는 2세대, 3세대 환자들이 찾아온다. 핵실험의 불꽃이 사그라진 지 반세기 넘게 흘렀지만 지금도 비키니 섬의 방사능 수치는 사람이 한 달 이상은 살 수 없을 정도로 위험한 수준이다.

또 다른 섬나라 프랑스령 폴리네시아에는 반핵 단체가 세운 핵실험 기념비가 있다. 모루로아 섬에서 프랑스 정부는 2백여 차례나 핵실험을 벌였고, 마지막 실험은 불과 18년 전이었다. 폴리네시아인 4천여 명이 핵실험장 관리에 동원됐는데 상당수가 방사능 피해를 입었다. 프랑스 정부는 핵실험이 안전하다고 말하며 노동자들에게 방사능 보호 장구도 지급하지 않았다. 핵실험 피해에 대해 줄곧 발뺌만 하던 프랑스 정부. 2010년 핵실험 피해자 보상법이 뒤늦게 통과됐지만 청구인 2천여 명 가운데 실제 보상을 받은 사람은 지금까지 7명뿐이다.

마셜 제도 정부는 최근 국제적인 싸움을 시작했다. 미국과 중국, 러시아, 프랑스 등 핵무기를 보유한 9개 나라를 국제사법재판소에 제소한 것이다. 미국 정부에 대해서는 핵확산금지조약 위반 혐의로 미국 법정에 별도로 제소했다. 마셜 제도가 국제 소송전까지 불사하는 건 지구상의 어느 누구도 자신들을 비롯한 태평양 섬나라들처럼 또 다시 핵무기의 희생양이 되는 것을 원치 않기 때문이다. 하지만 힘의 논리가 지배하는 국제사회의 현실 속에 이번 소송은 다윗과 골리앗의 싸움에 비유되고 있다.

대기 아동수 '제로'에 도전하다

담당 : 이재호 특파원


일본 도쿄의 지바 현이 올 들어 어린이집과 유치원의 대기 아동수 ‘제로’를 선언했다. 2009년 1,290명에서 점차 대기 아동수를 줄여가기 시작해 2011년에는 971명, 드디어 올해는 단 한 명도 없게 된 것이다. 우리나라는 어린이집이나 유치원이 크게 부족해 추첨을 하거나 긴 시간을 막연히 기다려야 하는 실정이다. 대기 아동수 ‘제로’에 도전하는 일본의 비법을 취재했다.

대기 아동을 획기적으로 줄일 수 있었던 것은 사정이 각기 다른 부모들의 다양한 요구에 맞춤형 서비스를 제공한 데 있다. 지바 시 육아지원 담당 공무원 미즈시마 씨는 “모든 부모의 요구에 맞춰 섬세하게 소개해서 선택의 폭을 넓혔더니 맡길 곳이 늘어나서 대기 아동이 줄어 드는 것 같다”고 말한다. 집과 먼 어린이집에 맡겨야 하는 부모들을 위해서는 가까운 곳에서 일단 아이를 맡은 다음 여유가 있는 어린이집에 데려다 주는 서비스도 한다.

대기 아동수 ‘제로’를 위해서는 장기적인 수요 예측은 필수다. 출생과 전입 아동수를 수시로 파악하는 것은 물론, 택지 개발이나 아파트 건설에 따른 추가 수요 등을 미리 예측해서 어린이집을 증축하거나 신설하고 있다. 하지만 시설을 만들어도 수요는 늘어난다. 필요하다고 해서 보육시설을 무한정 늘릴 수는 없는 일, 지바 현만의 비법은 따로 있다. 기업체가 운영하고 있는 어린이집을 이용하는 것이다. 직원들에게 우선 이용권이 주어지지만 빈 곳이 많기 때문에 이를 이용할 수 있도록 한 것이다.

지난해 일본 최초로 대기아동 ‘제로’를 선언했던 요코하마 시. 아이를 맡기고도 일할 수 있다는 기대감 때문인지 1년 만에 다시 대기 아동이 20명으로 늘었다. 어린이집을 늘리기 위해 예산을 1,500억 원으로 2배 늘렸지만 수요가 더 빠르게 늘어난 것이다. 더 큰 문제는 보육사의 부족이다. 일본에서 지난해 퇴직한 보육사는 3만 2천여 명으로 5명 가운데 1명꼴이다. 월급은 적은 반면 노동시간은 길고, 아이들을 돌보면서 스트레스를 많이 받기 때문이다. 보육사 확보는 가히 전쟁 수준이다.

현재 일본 전국의 어린이집 대기아동 수는 2만 5천여 명이다. 일본 정부는 30만 명을 추가 수용하도록 어린이집을 크게 늘려 5년 안에 전국의 대기아동을 ‘제로’로 만든다는 계획이다. 아베노믹스의 주요 성장 동력으로 여성 인력을 최대한 활용하겠다는 복안인데, 이를 위해 육아휴직 기간을 1년 6개월에서 3년으로 늘렸다. 국·공립 어린이집에 들어가기 위해 1~2년씩 마냥 기다려야 하고 유치원 추첨에 온 가족이 며칠씩 노심초사해야 하는 것이 우리의 현실이다. 일본은 적극적인 육아 정책으로 여성들의 경제활동을 끌어내면서 저출산 고령화라는 사회문제까지 해결해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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