땡볕에 노출된 쇼윈도 강아지들…“우리도 더워요”

입력 2014.07.28 (06:35) 수정 2014.07.28 (07: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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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1일 낮 서울 충무로 애견거리.

섭씨 32∼33도를 웃도는 찜통더위에 행인들도 연신 가쁜 숨을 몰아쉬는 가운데 10여개의 애견숍 전면에 놓인 유리 칸막이 장에는 강아지가 한 마리씩 들어 있다.

강아지들은 유리를 통과하는 뜨거운 햇볕에 그대로 노출돼 있지만, 차단막을 설치하거나 강아지를 안쪽으로 들여다 놓은 곳은 없었다. 유리 칸막이에 갇힌 강아지들은 힘없이 퍼져 있거나 괴롭기라도 한 듯 한참을 짖어댔다.

한 애견숍 업주 A씨는 "햇볕이 강할 땐 강아지가 짖거나 맥을 못 추고 쓰러져 있다"며 "더위에 지치는 걸 막으려 칸막이에 얼음물통을 넣어주고 있다"고 말했다.

서초구에서 15년째 애견숍을 운영한다는 B씨는 "얼마 전 평소보다 한두 시간 늦게 출근했더니 강아지들이 눈이 뒤집힌 채 초점을 못 맞추고 쓰러져 있어 깜짝 놀랐다"며 "얼음물통을 넣어주자 한 시간여 만에 정신이 돌아왔다"고 했다.

땡볕에 허덕이는 건 사람만이 아니다. 주인을 만나면 반려동물이라고 환영받는 개들도 애견숍에서 주인을 기다릴 땐 쇼윈도에 진열된 처량한 신세다.

개는 발바닥에 있는 땀샘 외에는 체온조절 수단이 없어 더위에 치명적이다. 사람이 조금만 관심을 두지 않으면 열사병을 앓는 경우가 허다하다.

실내에 에어컨을 틀어도 진열장에 갇힌 강아지들이 냉기를 느끼긴 쉽지 않다.

한국펫샵협회 관계자는 28일 "원래 윗면이 뚫린 칸막이 장을 사용했지만 최근엔 강아지들 감기나 홍역 등 전염성 질병에 걸리는 걸 막으려 사방을 막아놓은 칸막이를 사용하는 추세"라고 설명했다.

동물사랑실천협회 관계자는 "스스로 체온 조절이 어려운 강아지들을 공기순환도 잘 안 되는 사방이 막힌 칸막이 장에서 직사광선 아래 그대로 두는 건 학대"라며 "강아지를 진열의 대상으로만 생각하다 보니 일어나는 일"이라고 비판했다.

전문가들도 문제 제기에 공감했다.

건국대 수의학과 박희명 교수는 "강아지는 체온조절 능력이 발달하지 않아 유리창 바로 앞에서 열을 받고 칸막이 안에서 더위에 시달리면 중추기관에 악영향을 받을 수 있다"며 "장시간 햇볕에 노출되면 백내장 위험도 있다"고 말했다.

서울종합동물병원의 김태환 원장은 "분양받고 1∼2일 내에 예방접종하러 오는 강아지의 10%는 애견숍에 갇혀 빛과 더위로 받은 스트레스 때문에 설사나 구토를 하는 등 상태가 좋지 않다"고 말했다.

그는 "애견숍에 아늑한 방을 마련하고 사람들이 방 밖의 창으로 강아지를 볼 수 있게끔 해 강아지가 최대한 스트레스를 받지 않도록 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사단법인 한국동물복지협회는 동물의 건강 문제를 고려해 애견숍에서 동물을 거래하지 않도록 하는 캠페인을 진행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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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땡볕에 노출된 쇼윈도 강아지들…“우리도 더워요”
    • 입력 2014-07-28 06:35:26
    • 수정2014-07-28 07:48:00
    연합뉴스
지난 21일 낮 서울 충무로 애견거리.

섭씨 32∼33도를 웃도는 찜통더위에 행인들도 연신 가쁜 숨을 몰아쉬는 가운데 10여개의 애견숍 전면에 놓인 유리 칸막이 장에는 강아지가 한 마리씩 들어 있다.

강아지들은 유리를 통과하는 뜨거운 햇볕에 그대로 노출돼 있지만, 차단막을 설치하거나 강아지를 안쪽으로 들여다 놓은 곳은 없었다. 유리 칸막이에 갇힌 강아지들은 힘없이 퍼져 있거나 괴롭기라도 한 듯 한참을 짖어댔다.

한 애견숍 업주 A씨는 "햇볕이 강할 땐 강아지가 짖거나 맥을 못 추고 쓰러져 있다"며 "더위에 지치는 걸 막으려 칸막이에 얼음물통을 넣어주고 있다"고 말했다.

서초구에서 15년째 애견숍을 운영한다는 B씨는 "얼마 전 평소보다 한두 시간 늦게 출근했더니 강아지들이 눈이 뒤집힌 채 초점을 못 맞추고 쓰러져 있어 깜짝 놀랐다"며 "얼음물통을 넣어주자 한 시간여 만에 정신이 돌아왔다"고 했다.

땡볕에 허덕이는 건 사람만이 아니다. 주인을 만나면 반려동물이라고 환영받는 개들도 애견숍에서 주인을 기다릴 땐 쇼윈도에 진열된 처량한 신세다.

개는 발바닥에 있는 땀샘 외에는 체온조절 수단이 없어 더위에 치명적이다. 사람이 조금만 관심을 두지 않으면 열사병을 앓는 경우가 허다하다.

실내에 에어컨을 틀어도 진열장에 갇힌 강아지들이 냉기를 느끼긴 쉽지 않다.

한국펫샵협회 관계자는 28일 "원래 윗면이 뚫린 칸막이 장을 사용했지만 최근엔 강아지들 감기나 홍역 등 전염성 질병에 걸리는 걸 막으려 사방을 막아놓은 칸막이를 사용하는 추세"라고 설명했다.

동물사랑실천협회 관계자는 "스스로 체온 조절이 어려운 강아지들을 공기순환도 잘 안 되는 사방이 막힌 칸막이 장에서 직사광선 아래 그대로 두는 건 학대"라며 "강아지를 진열의 대상으로만 생각하다 보니 일어나는 일"이라고 비판했다.

전문가들도 문제 제기에 공감했다.

건국대 수의학과 박희명 교수는 "강아지는 체온조절 능력이 발달하지 않아 유리창 바로 앞에서 열을 받고 칸막이 안에서 더위에 시달리면 중추기관에 악영향을 받을 수 있다"며 "장시간 햇볕에 노출되면 백내장 위험도 있다"고 말했다.

서울종합동물병원의 김태환 원장은 "분양받고 1∼2일 내에 예방접종하러 오는 강아지의 10%는 애견숍에 갇혀 빛과 더위로 받은 스트레스 때문에 설사나 구토를 하는 등 상태가 좋지 않다"고 말했다.

그는 "애견숍에 아늑한 방을 마련하고 사람들이 방 밖의 창으로 강아지를 볼 수 있게끔 해 강아지가 최대한 스트레스를 받지 않도록 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사단법인 한국동물복지협회는 동물의 건강 문제를 고려해 애견숍에서 동물을 거래하지 않도록 하는 캠페인을 진행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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