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 따라잡기] 개·염소 불법 도축 여전…현장 적발

입력 2014.07.28 (08:39) 수정 2014.07.28 (09: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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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멘트>

불법으로 개와 염소를 도축해 유통시킨 업자가 경찰에 적발됐습니다.

위생상태도 엉망이었고, 도축과정도 잔인했는데요.

이승훈 기자가 자세한 내용 취재했습니다.

항상 지적하는 문제지만 고쳐지지 않고 있네요.

실태가 어떻던가요?

<기자 멘트>

네, 한 두 해 문제는 아닙니다만 여름철만 되면 보양식으로 팔리는 동물의 불법 도축과 위생 문제가 수면위에 오르는 것 같습니다.

몰래 행해지는 도축의 경우 아무래도 위생이 불량할 수밖에 없고, 또 도축 방법도 잔인한 경우가 많은데요.

오늘 뉴스따라잡기에서는 반복되고 있는 도축 위생 문제를 따라가봤습니다.

충청북도의 한 한적한 농촌마을.

축사 안, 비좁은 철장 속에서 길러지고 있는 건 흑염소입니다.

그리고 그 옆.. 다른 축사에서는 개들의 모습이 눈에 들어옵니다.

한 마리 겨우 들어갈 정도의 좁은 철장 안에 갇혀 사육되고 있습니다.

한 업자는 고압 전류가 흐르는 전기 기구를 철장 안으로 밀어 넣습니다.

도축을 할 때 쓰는 기구입니다.

<녹취> 도축업자 (음성변조) : "개가 호기심이 있어서 겁을 안내요."

<인터뷰> 고범식(팀장/청주 상당경찰서 수사과 지능범죄팀) : "고압 전기 도구를 개장 안에 넣으면, 개들이 호기심이 많아서 그걸 물거든요. 스위치를 누르면 순간 6000W가 흘려서 즉사하게 되는 거죠."

축사 한 쪽에 놓여진 커다란 통.

통 안에는 도축을 끝낸 고기가 한 가득입니다.

<녹취> 도축업자 (음성변조) : "개인한테 팔고, 식당에 몇 마리 팔고, 사오십 마리 했죠. (도축) 해 달라고 식당에서 연락하다 보니까 하게 되죠."

축사 한 쪽에 놓여있는 각종 장비들은 그동안 이곳에서 공공연하게 도축이 이뤄져 왔음을 말해줍니다.

<인터뷰> 고범식(팀장/청주 상당경찰서 수사과 지능범죄팀) : "창고에 도축할 수 있는 작업대라든지 산소통, 토치 이런 걸 설치해놨고 거기서 직접 도축이나 도살을 해서 옆에 있는 식당에서 판매하고..."

허가 받지 않은 개인 공간에서 이뤄지는 마구잡이식 도축.

위생관리가 제대로 될 리 없습니다.

축사 곳곳에서 눈살을 찌푸리게 하는 광경이 눈에 들어옵니다.

<인터뷰> 고범식(팀장/청주 상당경찰서 수사과 지능범죄팀) : "털을 토치램프로 태울 수 있는 작업대, 그 밑의 수도, 바닥의 시멘트 이런 곳에서 염소를 도축하고 해체를 하다 보니까... 또 축사에서 날아드는 파리... 위생적으로는 상당히 좋지 않은 상태였습니다."

도축과정에서 나온 폐수를 인근 하천에 그대로 흘려보내기까지 하는 상황.

도축업자 김모 씨 등은 지난 2012년부터 이런 식으로 개와 염소 60여 마리를 불법으로 도축한 혐의를 받고 있습니다.

<인터뷰> 고범식(팀장/청주 상당경찰서 수사과 지능범죄팀) : "좀 더 수사를 확대해서, 다른 곳에서도 이런 범행이 이루어질 수 있을 거라는 생각이 들어서 계속 다른 지역도 수사할 예정입니다."

<기자 멘트>

개를 식용으로 먹는 문제에 대한 찬반 논란 만큼, 개고기의 유통과 위생을 둘러싼 논란도 오래 반복돼 온 문제입니다.

문제는 이렇게 오래 논란이 됐는데도, 여전히 개선점을 찾지 못하고 있다는 겁니다.

<리포트>

취재팀은 식용견의 유통 실태를 좀 더 알아보기 위해 한 재래시장을 찾았습니다.

한 보양식 식당.

개고기를 어디서 구입하는지 물었습니다.

<녹취> 판매점 주인 (음성변조) : "(이건 어디서 잡아 온 건지?) 우리 작업장, 거기서만 잡아 와요. 장사꾼이 사오는 사람이 있고, 작업하는 데가 따로 있어요."

대목을 맞아 눈코 뜰 새 없이 바빠진 다른 판매점.

점포 앞에는 팔기 위해 내놓은 개고기가 한가득 쌓여 있습니다.

<녹취> 건강원 관계자 (음성변조) : "(들어온 물건은 이게 다인지?) 있지, 다... (복날 앞두고 많아진 건지?) 중복이니까. 이렇게 물건을 준비해 놔야지."

판매점을 다니며 고기 구입처를 묻자 역시 암암리에 구해 오는데가 있다고 대답합니다.

<녹취> 건강원 관계자 (음성변조) : "전문적으로 시골로 사러 다니는 사람이 있어. 개장수지. 차에다 개 몇 개 실어놓고 시골에 다니면서 사러 다니는 사람. 그 사람 걸 계속 쓰는 거야."

<녹취> 건강원 관계자 (음성변조) : "개를 잡으려면 시골에서 몰래 밀도살을 하면 모르고, 도축장 가서 하면 3만 원 이상 줘야 할 거예요, 한 마리 잡는 거."

건강원에서 알려준 도축장에 직접 가봤습니다.

취재팀이 도착한 건 한 개인 주택.

평상복에 슬리퍼를 신은 업자가 친절하게 설명을 해줍니다.

<녹취> 도축업자 (음성변조) : "(여기서 바로잡아주는 건지?) 네. (골라서 해달라고 하면 해주는지?) 저걸로 잡아달라고 하면 잡아야지."

바닥에 아무렇게나 놓여 있는 도축장비들과 곳곳의 얼룩자국들.

냉장고 문을 열자, 절단된 고기가 한 가득입니다.

경찰에 적발된 도축 시설과 마찬가지로 위생과는 거리가 멀어보였습니다.

<녹취> 도축업자 (음성변조) : "저희도 개를 많이 사육했어요. 근데 지금 여기서는 사육이 불가능해요. 동네에서 시끄럽다는 민원도 들어오고, 여기서는 가게에 나가는 준비만 하고 필요한 만큼 농장에 가서 갖고 오니까."

식용견이 이렇게 비위생적으로 유통 판매되고 있지만, 이를 관리하고 단속할 근거는 미약한 상황.

현행법상 개고기는 도축 기준을 적용할 수 있는 식용 축산물이 아니기 때문입니다.

<인터뷰> 안용근(교수/충청대 식품영양과) : "개하고 관련된 법이 3개가 있는데요. 하나는 축산법이 있고 하나는 축산물 위생 관리법이 있고, 또 하나는 가축 전염병 위생 관리법이 있는데 그중에 나머지 두 개는 다 개가 정식 축산물로 들어있고, 도축법, 즉 축산물 위생 관리법에서만 빠져있어요."

때문에 일부에서는 개고기 생산과 유통을 차라리 합법화해, 음성적인 도축을 막고, 위생 관리를 하는 편이 낫다고 주장합니다.

<인터뷰> 안용근(교수/충청대 식품영양과) : "아무 데서나 잡아도 되게 되어있는 것을 정식 도축장에서 잡아라. 하게끔 해주면 되거든요. 정식 도축장에서 도축하지 않은 것은 팔 수가 없게 되니까."

하지만 동물보호 단체 등의 의견은 전혀 다른 상황.

반려동물에 대한 보호와 함께 사육과 도축 과정도 다른 가축에 비해 비인간적일 수 밖에 없다며, 식용 유통을 아예 원천적으로 금지해야 한다는 입장입니다.

<녹취> 박소연(대표/동물사랑실천협회) : "아직도 산업이 엄연히 남아 있으니까 어느 정도 몇 년간의 유예기간을 둬서 산업을 정리하도록 하고 그 이후에는 먹는 행위와 도축하는 행위 모두 다 금지하는 것이 바람직하지 않나, 이런 생각인 거죠."

팽팽한 의견 대립 속에 여름철마다 반복되고 있는 개고기 위생 논란.

정부는 10년 넘게 부처 협의 등을 통해 이 문제를 고민하고 있지만 아직도 이렇다 할 결론을 내리지 못하고 있습니다.

이제는 뭔가 사회적 합의점이 나와야 하지 않냐는 지적이 제기되는 이유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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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뉴스 따라잡기] 개·염소 불법 도축 여전…현장 적발
    • 입력 2014-07-28 08:22:29
    • 수정2014-07-28 09:39:40
    아침뉴스타임
<앵커 멘트>

불법으로 개와 염소를 도축해 유통시킨 업자가 경찰에 적발됐습니다.

위생상태도 엉망이었고, 도축과정도 잔인했는데요.

이승훈 기자가 자세한 내용 취재했습니다.

항상 지적하는 문제지만 고쳐지지 않고 있네요.

실태가 어떻던가요?

<기자 멘트>

네, 한 두 해 문제는 아닙니다만 여름철만 되면 보양식으로 팔리는 동물의 불법 도축과 위생 문제가 수면위에 오르는 것 같습니다.

몰래 행해지는 도축의 경우 아무래도 위생이 불량할 수밖에 없고, 또 도축 방법도 잔인한 경우가 많은데요.

오늘 뉴스따라잡기에서는 반복되고 있는 도축 위생 문제를 따라가봤습니다.

충청북도의 한 한적한 농촌마을.

축사 안, 비좁은 철장 속에서 길러지고 있는 건 흑염소입니다.

그리고 그 옆.. 다른 축사에서는 개들의 모습이 눈에 들어옵니다.

한 마리 겨우 들어갈 정도의 좁은 철장 안에 갇혀 사육되고 있습니다.

한 업자는 고압 전류가 흐르는 전기 기구를 철장 안으로 밀어 넣습니다.

도축을 할 때 쓰는 기구입니다.

<녹취> 도축업자 (음성변조) : "개가 호기심이 있어서 겁을 안내요."

<인터뷰> 고범식(팀장/청주 상당경찰서 수사과 지능범죄팀) : "고압 전기 도구를 개장 안에 넣으면, 개들이 호기심이 많아서 그걸 물거든요. 스위치를 누르면 순간 6000W가 흘려서 즉사하게 되는 거죠."

축사 한 쪽에 놓여진 커다란 통.

통 안에는 도축을 끝낸 고기가 한 가득입니다.

<녹취> 도축업자 (음성변조) : "개인한테 팔고, 식당에 몇 마리 팔고, 사오십 마리 했죠. (도축) 해 달라고 식당에서 연락하다 보니까 하게 되죠."

축사 한 쪽에 놓여있는 각종 장비들은 그동안 이곳에서 공공연하게 도축이 이뤄져 왔음을 말해줍니다.

<인터뷰> 고범식(팀장/청주 상당경찰서 수사과 지능범죄팀) : "창고에 도축할 수 있는 작업대라든지 산소통, 토치 이런 걸 설치해놨고 거기서 직접 도축이나 도살을 해서 옆에 있는 식당에서 판매하고..."

허가 받지 않은 개인 공간에서 이뤄지는 마구잡이식 도축.

위생관리가 제대로 될 리 없습니다.

축사 곳곳에서 눈살을 찌푸리게 하는 광경이 눈에 들어옵니다.

<인터뷰> 고범식(팀장/청주 상당경찰서 수사과 지능범죄팀) : "털을 토치램프로 태울 수 있는 작업대, 그 밑의 수도, 바닥의 시멘트 이런 곳에서 염소를 도축하고 해체를 하다 보니까... 또 축사에서 날아드는 파리... 위생적으로는 상당히 좋지 않은 상태였습니다."

도축과정에서 나온 폐수를 인근 하천에 그대로 흘려보내기까지 하는 상황.

도축업자 김모 씨 등은 지난 2012년부터 이런 식으로 개와 염소 60여 마리를 불법으로 도축한 혐의를 받고 있습니다.

<인터뷰> 고범식(팀장/청주 상당경찰서 수사과 지능범죄팀) : "좀 더 수사를 확대해서, 다른 곳에서도 이런 범행이 이루어질 수 있을 거라는 생각이 들어서 계속 다른 지역도 수사할 예정입니다."

<기자 멘트>

개를 식용으로 먹는 문제에 대한 찬반 논란 만큼, 개고기의 유통과 위생을 둘러싼 논란도 오래 반복돼 온 문제입니다.

문제는 이렇게 오래 논란이 됐는데도, 여전히 개선점을 찾지 못하고 있다는 겁니다.

<리포트>

취재팀은 식용견의 유통 실태를 좀 더 알아보기 위해 한 재래시장을 찾았습니다.

한 보양식 식당.

개고기를 어디서 구입하는지 물었습니다.

<녹취> 판매점 주인 (음성변조) : "(이건 어디서 잡아 온 건지?) 우리 작업장, 거기서만 잡아 와요. 장사꾼이 사오는 사람이 있고, 작업하는 데가 따로 있어요."

대목을 맞아 눈코 뜰 새 없이 바빠진 다른 판매점.

점포 앞에는 팔기 위해 내놓은 개고기가 한가득 쌓여 있습니다.

<녹취> 건강원 관계자 (음성변조) : "(들어온 물건은 이게 다인지?) 있지, 다... (복날 앞두고 많아진 건지?) 중복이니까. 이렇게 물건을 준비해 놔야지."

판매점을 다니며 고기 구입처를 묻자 역시 암암리에 구해 오는데가 있다고 대답합니다.

<녹취> 건강원 관계자 (음성변조) : "전문적으로 시골로 사러 다니는 사람이 있어. 개장수지. 차에다 개 몇 개 실어놓고 시골에 다니면서 사러 다니는 사람. 그 사람 걸 계속 쓰는 거야."

<녹취> 건강원 관계자 (음성변조) : "개를 잡으려면 시골에서 몰래 밀도살을 하면 모르고, 도축장 가서 하면 3만 원 이상 줘야 할 거예요, 한 마리 잡는 거."

건강원에서 알려준 도축장에 직접 가봤습니다.

취재팀이 도착한 건 한 개인 주택.

평상복에 슬리퍼를 신은 업자가 친절하게 설명을 해줍니다.

<녹취> 도축업자 (음성변조) : "(여기서 바로잡아주는 건지?) 네. (골라서 해달라고 하면 해주는지?) 저걸로 잡아달라고 하면 잡아야지."

바닥에 아무렇게나 놓여 있는 도축장비들과 곳곳의 얼룩자국들.

냉장고 문을 열자, 절단된 고기가 한 가득입니다.

경찰에 적발된 도축 시설과 마찬가지로 위생과는 거리가 멀어보였습니다.

<녹취> 도축업자 (음성변조) : "저희도 개를 많이 사육했어요. 근데 지금 여기서는 사육이 불가능해요. 동네에서 시끄럽다는 민원도 들어오고, 여기서는 가게에 나가는 준비만 하고 필요한 만큼 농장에 가서 갖고 오니까."

식용견이 이렇게 비위생적으로 유통 판매되고 있지만, 이를 관리하고 단속할 근거는 미약한 상황.

현행법상 개고기는 도축 기준을 적용할 수 있는 식용 축산물이 아니기 때문입니다.

<인터뷰> 안용근(교수/충청대 식품영양과) : "개하고 관련된 법이 3개가 있는데요. 하나는 축산법이 있고 하나는 축산물 위생 관리법이 있고, 또 하나는 가축 전염병 위생 관리법이 있는데 그중에 나머지 두 개는 다 개가 정식 축산물로 들어있고, 도축법, 즉 축산물 위생 관리법에서만 빠져있어요."

때문에 일부에서는 개고기 생산과 유통을 차라리 합법화해, 음성적인 도축을 막고, 위생 관리를 하는 편이 낫다고 주장합니다.

<인터뷰> 안용근(교수/충청대 식품영양과) : "아무 데서나 잡아도 되게 되어있는 것을 정식 도축장에서 잡아라. 하게끔 해주면 되거든요. 정식 도축장에서 도축하지 않은 것은 팔 수가 없게 되니까."

하지만 동물보호 단체 등의 의견은 전혀 다른 상황.

반려동물에 대한 보호와 함께 사육과 도축 과정도 다른 가축에 비해 비인간적일 수 밖에 없다며, 식용 유통을 아예 원천적으로 금지해야 한다는 입장입니다.

<녹취> 박소연(대표/동물사랑실천협회) : "아직도 산업이 엄연히 남아 있으니까 어느 정도 몇 년간의 유예기간을 둬서 산업을 정리하도록 하고 그 이후에는 먹는 행위와 도축하는 행위 모두 다 금지하는 것이 바람직하지 않나, 이런 생각인 거죠."

팽팽한 의견 대립 속에 여름철마다 반복되고 있는 개고기 위생 논란.

정부는 10년 넘게 부처 협의 등을 통해 이 문제를 고민하고 있지만 아직도 이렇다 할 결론을 내리지 못하고 있습니다.

이제는 뭔가 사회적 합의점이 나와야 하지 않냐는 지적이 제기되는 이유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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