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타까운 고2 반장의 ‘침착함’…승무원은 ‘허둥지둥’

입력 2014.07.28 (23:05) 수정 2014.07.28 (23: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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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월호 침몰 당시 단원고의 한 학급 반장이 침착한 대응으로 친구들을 이끈 뒤 자신은 미처 배에서 빠져나오지 못한 것으로 전해져 안타까움을 자아내고 있다.

반면 이준석 선장을 비롯한 일부 승무원들은 조타실에 머물며 발만 구르다가 승객보다 먼저 배에서 탈출했다는 법정 증언이 나왔다.

28일 수원지법 안산지원에서 광주지법 형사11부(부장판사 임정엽) 심리로 열린 세월호 승무원 15명에 대한 공판에 A양 등 6명의 생존학생이 증인으로 출석했다.

A양은 사고 당시 상황을 설명하며 "배가 기울자 반장이 친구들에게 구명조끼를 입으라고 소리쳤다"며 "이후 구명조끼를 입으라는 선내 방송이 나올 때에는 이미 구명조끼를 착용한 상태였다"고 증언했다.

B양은 구명조끼를 입고 있었느냐는 질문에 "반장이 입으라고 하고 친구들이 하나 둘 입기에 들고 있던 구명조끼를 입었다"고 진술했다.

이어 "배가 기울어 옆에 있던 출입문이 위쪽으로 올라가 손에 닿지 않는 상황에서 창가에 있던 애들이 물이 점점 차오른다고 소리 지르자 반장이 침착하게 구명조끼가 있으니 기다렸다가 물이 차면 나가자고 했다"며 긴박했던 순간을 떠올렸다.

A양 등이 말한 반장은 세월호 4층 선미 쪽 왼편 SP1 선실에 머물던 학급의 반장 유모양으로 유양은 끝내 가라앉는 배에서 탈출하지 못했다.

B양에 이어 증인으로 나온 C양도 "배가 기울면서 캐비닛 등에 온몸이 부딪쳤는데 선생님과 반장이 괜찮을 것이라고 했다"고 말해 유양이 사고 발생 직후부터 당황한 반 친구들을 진정시킨 역할을 해냈음을 알게 했다.

당시 SP1 선실에서 빠져나온 이들은 "물이 차 출입문과 가까워지자 친구들이 밑에서 밀어주고 먼저 나온 친구들은 위에서 손을 잡아줘 빠져나올 수 있었다"고 증언해 반장인 유양이 마지막까지 선실에 남아 친구들의 탈출을 도왔던 것으로 보인다.

반면 이 선장 등 일부 승무원들은 조타실에 모인 채 패닉 상태에 빠져 아무런 조치를 취하지 못했다는 증언이 나왔다.

화물차 운전기사로 세월호를 자주 탔다는 일반인 생존자 최모씨는 "사고 당시 승무원 박지영 씨가 학생들을 달래고 있기에 이 배에서 제일 책임있게 행동해야 할 선장한테 무전을 쳐보라고 했는데 선장 쪽에서 아무런 응답이 없었다"고 말했다.

지난해부터 공연을 위해 세월호에 오르다가 사고 당시 조타실로 이동해 일부 승무원과 함께 탈출한 필리핀 가수 부부는 "한 승무원이 선장에게 어떻게 할지 물었는데 선장이 대답하지 못했다"고 진술했다.

부부는 "선장은 파이프를 잡고 선 채 앉았다 일어났다를 반복했고 한 승무원은 계속 울고 있었다"며 "나머지 승무원도 패닉에 빠진 상태에서 어쩔 줄 몰라했다"고 덧붙였다.

본격적으로 탈출이 시작되기 전 가장 먼저 조타실 밖으로 사라진 기관장은 구조된 뒤 해경경비정에서 만났다고도 했다.

생존학생과 일반인 생존자의 증언이 이어지는 동안 '잊지 말아 주세요'라고 적힌 노란 팔찌를 찬 학생 부모는 한숨 섞인 탄식을 내쉴 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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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안타까운 고2 반장의 ‘침착함’…승무원은 ‘허둥지둥’
    • 입력 2014-07-28 23:05:11
    • 수정2014-07-28 23:05:37
    연합뉴스
세월호 침몰 당시 단원고의 한 학급 반장이 침착한 대응으로 친구들을 이끈 뒤 자신은 미처 배에서 빠져나오지 못한 것으로 전해져 안타까움을 자아내고 있다. 반면 이준석 선장을 비롯한 일부 승무원들은 조타실에 머물며 발만 구르다가 승객보다 먼저 배에서 탈출했다는 법정 증언이 나왔다. 28일 수원지법 안산지원에서 광주지법 형사11부(부장판사 임정엽) 심리로 열린 세월호 승무원 15명에 대한 공판에 A양 등 6명의 생존학생이 증인으로 출석했다. A양은 사고 당시 상황을 설명하며 "배가 기울자 반장이 친구들에게 구명조끼를 입으라고 소리쳤다"며 "이후 구명조끼를 입으라는 선내 방송이 나올 때에는 이미 구명조끼를 착용한 상태였다"고 증언했다. B양은 구명조끼를 입고 있었느냐는 질문에 "반장이 입으라고 하고 친구들이 하나 둘 입기에 들고 있던 구명조끼를 입었다"고 진술했다. 이어 "배가 기울어 옆에 있던 출입문이 위쪽으로 올라가 손에 닿지 않는 상황에서 창가에 있던 애들이 물이 점점 차오른다고 소리 지르자 반장이 침착하게 구명조끼가 있으니 기다렸다가 물이 차면 나가자고 했다"며 긴박했던 순간을 떠올렸다. A양 등이 말한 반장은 세월호 4층 선미 쪽 왼편 SP1 선실에 머물던 학급의 반장 유모양으로 유양은 끝내 가라앉는 배에서 탈출하지 못했다. B양에 이어 증인으로 나온 C양도 "배가 기울면서 캐비닛 등에 온몸이 부딪쳤는데 선생님과 반장이 괜찮을 것이라고 했다"고 말해 유양이 사고 발생 직후부터 당황한 반 친구들을 진정시킨 역할을 해냈음을 알게 했다. 당시 SP1 선실에서 빠져나온 이들은 "물이 차 출입문과 가까워지자 친구들이 밑에서 밀어주고 먼저 나온 친구들은 위에서 손을 잡아줘 빠져나올 수 있었다"고 증언해 반장인 유양이 마지막까지 선실에 남아 친구들의 탈출을 도왔던 것으로 보인다. 반면 이 선장 등 일부 승무원들은 조타실에 모인 채 패닉 상태에 빠져 아무런 조치를 취하지 못했다는 증언이 나왔다. 화물차 운전기사로 세월호를 자주 탔다는 일반인 생존자 최모씨는 "사고 당시 승무원 박지영 씨가 학생들을 달래고 있기에 이 배에서 제일 책임있게 행동해야 할 선장한테 무전을 쳐보라고 했는데 선장 쪽에서 아무런 응답이 없었다"고 말했다. 지난해부터 공연을 위해 세월호에 오르다가 사고 당시 조타실로 이동해 일부 승무원과 함께 탈출한 필리핀 가수 부부는 "한 승무원이 선장에게 어떻게 할지 물었는데 선장이 대답하지 못했다"고 진술했다. 부부는 "선장은 파이프를 잡고 선 채 앉았다 일어났다를 반복했고 한 승무원은 계속 울고 있었다"며 "나머지 승무원도 패닉에 빠진 상태에서 어쩔 줄 몰라했다"고 덧붙였다. 본격적으로 탈출이 시작되기 전 가장 먼저 조타실 밖으로 사라진 기관장은 구조된 뒤 해경경비정에서 만났다고도 했다. 생존학생과 일반인 생존자의 증언이 이어지는 동안 '잊지 말아 주세요'라고 적힌 노란 팔찌를 찬 학생 부모는 한숨 섞인 탄식을 내쉴 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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