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왕의 남자’서 ‘호남의 남자’가 된 이정현…승리 원동력은?

입력 2014.07.31 (11:10) 수정 2014.11.07 (15: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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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정현 의원이 새누리당 불모지인 호남에서 기적을 이뤄낸 가운데, 이 의원의 승리 원인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이 의원의 당선은 이번 7.30 재보궐선거 최대 이변으로 꼽히며, 나아가 한국 정치사에 한 획을 긋는 역사로 기록될 것으로 보인다.

이 의원은 광주·전남에서 영남권을 기반으로 한 보수정당 후보로는 26년만에 이 지역에서 당에 승리를 안겼다.

과거 중·대선구제 시절 새누리당의 원조격 전신인 민주정의당 후보가 광주·전남 지역에서 당선된 적은 있지만, 1988년 소선거구제로 전환한 이후엔 단 한 차례도 새누리당 계열 후보들이 당선된 적이 없다.

전북에서는 14대 국회 때 옛 민주자유당 양창식, 황인성 전 의원이, 15대 국회 때 옛 신한국당 강현욱 전 의원이 당선된 바 있다.

이 의원은 어제(30일)치러진 전남 순천·곡성 선거에서 49.4%의 득표율로 40.3%를 얻은 새정치민주연합 서갑원 후보를 9%포인트나 따돌리며 당선됐다.

전남 순천·곡성의 재보선 투표율은 51.0%를 기록해 웬만한 총선 투표율을 육박했다. 그만큼 지역민들의 관심이 높았던 것으로 풀이된다.

사실 이번 선거에서 이 의원은 각종 여론조사에서 선두를 달리며 당선 가능성이 조심스럽게 예측됐지만, 당과 이 의원 측 어느 누구도 승리를 낙관할 수 없었다.
지역구도의 특수성을 고려하지 않을 수 없었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예상을 깨고 이 의원이 승리할 수 있었던 원동력은 무엇일까?

먼저 이 의원의 '예산 폭탄론'이 지역 유권자들의 마음을 움직인 것으로 보인다.

박근혜 대통령의 복심(腹心)으로 불리는 이 의원은 이번 선거운동 기간내내 "어느 누가 우리 지역에 예산폭탄을 안겨 드릴 수 있겠느냐"며 "그 일은 오직 이정현 만이 할 수 있다"고 공언한 바 있다.

즉, 현 정권 실세인 점을 내세워 많은 예산을 끌어들일 수 있다는 것을 강점으로 내세워 호남 지역주민들의 표를 호소한 것이다.

이 의원 측은 선거 운동기간 공약으로 내걸었던 순천대 의대 유치, 순천만 정원 제1호 국가정원 지정, 광양항 활성화, 청년취업 할당제 등 굵직한 공약 등을 빠짐없이 실천하겠다는 입장이다.

다음으로는 새정치민주연합의 분열과 오만에 대해 지역민들이 회초리를 들었다는 분석이다.

우선 새정치민주연합은 '깃발만 꽂아도 당선'이라는 광주에 권은희 전 서울 수서경찰서 수사과장을 전략공천한 대목이 호남 지역민들에게는 민심을 무시한 '오만한 결정'으로 받아들여졌고, 순천·곡성지역 주민들도 이에 대한 경고를 한 것으로 보인다.

여기에 순천지역의 새정치민주연합 당원들의 분열도 이 의원 승리에 한 몫 했다는 의견이다.

이번 새정치민주연합 순천·곡성 국회의원 경선에서 서 후보에게 패배한 노관규 전 시장의 지지층이 물밑에서 이 후보를 돕고 있다는 소문이 지역에서 돌면서 새정치민주연합은 '자중지란'을 겪는 모습을 연출했다.

상황이 급박하게 돌아가자 주승용 사무총장이 지난 20일 해당 지역 당원들에게 긴급 공문을 발송해 "이번 선거는 바로 우리 자신과의 싸움이다. 나를 버리고 동지와 조직을 위해 적극적으로 지원해 달라”고 호소했지만 결국 서 후보의 패배로 끝나고 말았다.

이와는 달리 이 의원은 고향인 곡성에서 높은 득표율을 보이며 개표 초반부터 70%에 가까운 지지를 얻으며 서 후보를 일찌감치 따돌렸다.

곡성의 선전을 바탕으로 이 의원은 서 후보의 출신지인 순천에서도 서 후보를 앞서는 완승을 거두었다.

여기에 현 시장인 조충훈 시장도 무소속으로 이 의원에게 유리하게 작용했다는 분석이다.



다음으로는 이 의원의 조용한 선거 전략이 유권자들의 마음을 움직였다는 분석이다.

그는 이번 선거 운동 기간 내내 새벽 3시30분에 일어나 택시·버스 기사와 환경미화원의 손을 잡으며 하루를 시작했다.

이 의원은 이번 선거를 치르면서 중앙당의 지원을 거부하고 '혈혈단신' 자신의 이름이 적힌 빨간 조끼를 입고 오로지 자전거에 의지해 지역곳곳을 누비며 유권자들을 만났다.

이에 지역에서는 우스갯소리로 이 의원의 수행원은 자전거와 햇빛을 차단해주는 썬크림이라는 말이 회자되기도 했다.

비록 정치구호, 수행원 등도 없었지만 유권자들과 일대일 만남을 통해 그들의 의견을 경청하는 스킨쉽 선거운동으로 승부를 펼친 것이 유권자들에게 좋은 모습으로 다가온 것이다.

실제로 기자가 순천 현지에 내려가 선거전을 취재했을 당시, 이 의원을 만난 유권자들은 이 의원한테 진정성을 느낄 수 있다며 지지를 표하는 사람들이 많았다.

여기에 지역주의 타파 도전에 대한 동정심도 이 지역 유권자들의 마음을 사로 잡았다는 분석이다.

이 의원은 호남에서 '영남당', 심지어 전두환 당이라고 비판받는 새누리당에서 몇 안되는 호남출신이긴 하지만 당선이 하루아침에 이뤄진 게 아니다.

지난 20여 년간 척박한 땅에 새누리당 깃발을 꽂기 위해 부단한 노력을 해왔다.

이 의원의 호남 도전 서막은 지금으로부터 19년 전인 1995년 광주 광산구 시의원 선거에 출마하면서 부터다.

이후 지난 17대 총선 때 광주 서구을에서 720표(1.03%)를 얻었지만 19대 총선 때 다시 서구을에 도전해 39.7%의 득표율을 기록해 주목을 받았고, 결국 어제(30일) 4번째 도전끝에 호남에서 당선되는 영광을 얻었다.

여기에 이 의원 곁에서 묵묵히 도운 아내 김민경씨의 내조도 큰 역할을 했다는 분석이다.

김씨는 지난 2011년 말 유방암 판정을 받고 연거푸 3차례의 수술을 받아 외부 활동에 나서기 어려운 상황이었다.

그러나 김 씨는 홀로 자전거를 타고 선거활동에 매진하는 남편의 모습이 안쓰러웠는지 지난 26일부터 순천시 조례동에 있는 호수공원 유세부터 이 의원과 함께해 유권자들의 동정을 사며 주부들의 표심에 영향을 끼친 것으로 보인다.

새누리당 관계자는 "전남 지역에 우리 국회의원을 탄생시킨 것이 꿈만 같다"며 " 하지만 우리 당이 호남에 안정적인 발판을 마련했다고 보기는 어렵다. 더욱 겸손한 자세로 호남민들의 마음을 얻기 위해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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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4-07-31 11:10:31
    • 수정2014-11-07 15:40: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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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정현 의원이 새누리당 불모지인 호남에서 기적을 이뤄낸 가운데, 이 의원의 승리 원인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이 의원의 당선은 이번 7.30 재보궐선거 최대 이변으로 꼽히며, 나아가 한국 정치사에 한 획을 긋는 역사로 기록될 것으로 보인다.

이 의원은 광주·전남에서 영남권을 기반으로 한 보수정당 후보로는 26년만에 이 지역에서 당에 승리를 안겼다.

과거 중·대선구제 시절 새누리당의 원조격 전신인 민주정의당 후보가 광주·전남 지역에서 당선된 적은 있지만, 1988년 소선거구제로 전환한 이후엔 단 한 차례도 새누리당 계열 후보들이 당선된 적이 없다.

전북에서는 14대 국회 때 옛 민주자유당 양창식, 황인성 전 의원이, 15대 국회 때 옛 신한국당 강현욱 전 의원이 당선된 바 있다.

이 의원은 어제(30일)치러진 전남 순천·곡성 선거에서 49.4%의 득표율로 40.3%를 얻은 새정치민주연합 서갑원 후보를 9%포인트나 따돌리며 당선됐다.

전남 순천·곡성의 재보선 투표율은 51.0%를 기록해 웬만한 총선 투표율을 육박했다. 그만큼 지역민들의 관심이 높았던 것으로 풀이된다.

사실 이번 선거에서 이 의원은 각종 여론조사에서 선두를 달리며 당선 가능성이 조심스럽게 예측됐지만, 당과 이 의원 측 어느 누구도 승리를 낙관할 수 없었다.
지역구도의 특수성을 고려하지 않을 수 없었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예상을 깨고 이 의원이 승리할 수 있었던 원동력은 무엇일까?

먼저 이 의원의 '예산 폭탄론'이 지역 유권자들의 마음을 움직인 것으로 보인다.

박근혜 대통령의 복심(腹心)으로 불리는 이 의원은 이번 선거운동 기간내내 "어느 누가 우리 지역에 예산폭탄을 안겨 드릴 수 있겠느냐"며 "그 일은 오직 이정현 만이 할 수 있다"고 공언한 바 있다.

즉, 현 정권 실세인 점을 내세워 많은 예산을 끌어들일 수 있다는 것을 강점으로 내세워 호남 지역주민들의 표를 호소한 것이다.

이 의원 측은 선거 운동기간 공약으로 내걸었던 순천대 의대 유치, 순천만 정원 제1호 국가정원 지정, 광양항 활성화, 청년취업 할당제 등 굵직한 공약 등을 빠짐없이 실천하겠다는 입장이다.

다음으로는 새정치민주연합의 분열과 오만에 대해 지역민들이 회초리를 들었다는 분석이다.

우선 새정치민주연합은 '깃발만 꽂아도 당선'이라는 광주에 권은희 전 서울 수서경찰서 수사과장을 전략공천한 대목이 호남 지역민들에게는 민심을 무시한 '오만한 결정'으로 받아들여졌고, 순천·곡성지역 주민들도 이에 대한 경고를 한 것으로 보인다.

여기에 순천지역의 새정치민주연합 당원들의 분열도 이 의원 승리에 한 몫 했다는 의견이다.

이번 새정치민주연합 순천·곡성 국회의원 경선에서 서 후보에게 패배한 노관규 전 시장의 지지층이 물밑에서 이 후보를 돕고 있다는 소문이 지역에서 돌면서 새정치민주연합은 '자중지란'을 겪는 모습을 연출했다.

상황이 급박하게 돌아가자 주승용 사무총장이 지난 20일 해당 지역 당원들에게 긴급 공문을 발송해 "이번 선거는 바로 우리 자신과의 싸움이다. 나를 버리고 동지와 조직을 위해 적극적으로 지원해 달라”고 호소했지만 결국 서 후보의 패배로 끝나고 말았다.

이와는 달리 이 의원은 고향인 곡성에서 높은 득표율을 보이며 개표 초반부터 70%에 가까운 지지를 얻으며 서 후보를 일찌감치 따돌렸다.

곡성의 선전을 바탕으로 이 의원은 서 후보의 출신지인 순천에서도 서 후보를 앞서는 완승을 거두었다.

여기에 현 시장인 조충훈 시장도 무소속으로 이 의원에게 유리하게 작용했다는 분석이다.



다음으로는 이 의원의 조용한 선거 전략이 유권자들의 마음을 움직였다는 분석이다.

그는 이번 선거 운동 기간 내내 새벽 3시30분에 일어나 택시·버스 기사와 환경미화원의 손을 잡으며 하루를 시작했다.

이 의원은 이번 선거를 치르면서 중앙당의 지원을 거부하고 '혈혈단신' 자신의 이름이 적힌 빨간 조끼를 입고 오로지 자전거에 의지해 지역곳곳을 누비며 유권자들을 만났다.

이에 지역에서는 우스갯소리로 이 의원의 수행원은 자전거와 햇빛을 차단해주는 썬크림이라는 말이 회자되기도 했다.

비록 정치구호, 수행원 등도 없었지만 유권자들과 일대일 만남을 통해 그들의 의견을 경청하는 스킨쉽 선거운동으로 승부를 펼친 것이 유권자들에게 좋은 모습으로 다가온 것이다.

실제로 기자가 순천 현지에 내려가 선거전을 취재했을 당시, 이 의원을 만난 유권자들은 이 의원한테 진정성을 느낄 수 있다며 지지를 표하는 사람들이 많았다.

여기에 지역주의 타파 도전에 대한 동정심도 이 지역 유권자들의 마음을 사로 잡았다는 분석이다.

이 의원은 호남에서 '영남당', 심지어 전두환 당이라고 비판받는 새누리당에서 몇 안되는 호남출신이긴 하지만 당선이 하루아침에 이뤄진 게 아니다.

지난 20여 년간 척박한 땅에 새누리당 깃발을 꽂기 위해 부단한 노력을 해왔다.

이 의원의 호남 도전 서막은 지금으로부터 19년 전인 1995년 광주 광산구 시의원 선거에 출마하면서 부터다.

이후 지난 17대 총선 때 광주 서구을에서 720표(1.03%)를 얻었지만 19대 총선 때 다시 서구을에 도전해 39.7%의 득표율을 기록해 주목을 받았고, 결국 어제(30일) 4번째 도전끝에 호남에서 당선되는 영광을 얻었다.

여기에 이 의원 곁에서 묵묵히 도운 아내 김민경씨의 내조도 큰 역할을 했다는 분석이다.

김씨는 지난 2011년 말 유방암 판정을 받고 연거푸 3차례의 수술을 받아 외부 활동에 나서기 어려운 상황이었다.

그러나 김 씨는 홀로 자전거를 타고 선거활동에 매진하는 남편의 모습이 안쓰러웠는지 지난 26일부터 순천시 조례동에 있는 호수공원 유세부터 이 의원과 함께해 유권자들의 동정을 사며 주부들의 표심에 영향을 끼친 것으로 보인다.

새누리당 관계자는 "전남 지역에 우리 국회의원을 탄생시킨 것이 꿈만 같다"며 " 하지만 우리 당이 호남에 안정적인 발판을 마련했다고 보기는 어렵다. 더욱 겸손한 자세로 호남민들의 마음을 얻기 위해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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