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쓰레기 집안에 시신·아이 방치…학대 아니라는 법
입력 2014.08.07 (20:15) 연합뉴스
포천 빌라 살인사건의 현장이 7일 공개되면서 드러난 쓰레기 더미와 악취는 '충격과 공포' 그 자체였다.

이 사건은 지난달 29일 늦은 저녁 집안에 있던 만 여덟 살짜리 아이가 악을 쓰며 우는소리를 내면서 세상에 알려지게 됐다.

경찰이 통행 가능할 정도로만 집을 대충 정리했는데도 100ℓ짜리 쓰레기봉투 19개가 가득 찰 정도로 난장판이었다. 쓰레기장 같은 집에 고무통에 담긴 시신 2구와 아이가 함께 있었던 셈이다.

그러나 경찰은 지난 3일 내연남을 살해하고 시신을 숨긴 혐의로 이모(50·여)씨를 구속하면서 아동학대죄는 적용하지 않았다.

대한민국 현행법은 아이의 방치를 예방도 처벌도 못 하게 돼 있다.

◇ 미국선 선조치 후입증…한국선 정반대 = 아이가 방치된 사실은 사건이 드러나기 전부터 지속적으로 의심돼 왔다.

이씨가 자신의 남편이 아닌 방글라데시 출신 남성과의 사이에서 낳은 아이를 일 년 반째 초등학교에 보내지 않자 관계기관에서 나선 것이다.

경찰과 아동보호기관에 따르면 지난 5월 초 처음 아이에 대한 아동학대 의심 신고가 접수됐다.

이후 수차례 이씨의 집을 찾았으나 아이도 이씨도 만나지 못했다.

집 문을 두드리면 "그냥 가세요"라는 아이의 목소리만 들릴 뿐이었다.

정황상 의심은 됐지만, 아동을 집에서 데리고 나와 다른 곳으로 데려가는 '분리 조치'를 하려면 아동학대를 우선 입증해야 했다.

경찰과 보호 기관이 이씨의 집앞을 서성이는 사이 두 달의 시간이 흘렀다.

중앙아동보호전문기관 관계자는 "학대 입증을 위해 현장 조사를 하고, 부모를 만나 설득을 하다 보면 적절한 구조 시점을 놓치는 경우가 많다"고 설명했다.

이 관계자에 따르면 미국과 일본 등 아동학대를 중죄로 다루는 국가에서는 아동을 우선 해당 공간에서 '분리'한 뒤 아동학대 여부를 나중에 입증하도록 돼 있다.

한 아동청소년계 경찰관은 "아이가 그런 집에 있다는 사실을 미리 알았다면 나서서 구하지 않을 직원이 아무도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 경찰관은 "그런데 그 사실을 알기 위해 국민의 집에 함부로 들어갈 권리가 우리에게 없다"고 하소연했다.

◇ '방임'도 학대라는 개념 부족 = 쓰레기장 같은 집안에서 아이가 발견됐는데도 경찰은 이씨에 대한 구속영장을 신청하면서 아동학대 혐의를 적용하지 않았다.

경찰은 이에 대해 "신체적 폭력을 당한 흔적이 없고 아이를 발견하자마자 건강 상태를 진단한 결과 양호하다고 나왔다"고 설명했다.

아이를 학교에 보내지 않은 것은 아이가 미숙아로 태어나 체구가 작아 입학을 연기한 것뿐이라고 이씨가 설명했다고 밝혔다.

현행 아동복지법은 '자신의 보호·감독을 받는 아동을 유기하거나 의식주를 포함한 기본적 보호·양육·치료 및 교육을 소홀히 하는 방임행위'를 아동학대 행위로 규정하고 있다.

방임도 아동학대에 포함돼 있다고 하나 구체적인 규정이 부족하다.

연세대 사회복지학과 김재엽 교수는 "미국의 경우 주마다 차이는 있지만 대체로 11세 이하 아동이 보호자 없이 혼자 1시간 이상 있으면 법적으로 방임에 해당된다"며 "한국에도 일단 방임은 학대라는 명확한 법적 규정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중앙아동보호전문기관 관계자는 "보호기관에서는 방임을 심각한 문제로 보지만 법적으로 방임을 학대라고 하기는 애매하다"고 지적했다.

이 관계자는 "아동 방임이 있어도 보호자를 설득해 적절한 조처를 하도록 유도하는 게 할 수 있는 전부"라 설명했다.

아동학대를 강력히 처벌해야 한다는 목소리 반대편에는 '자식은 부모의 소유물'이라는 정서도 있어 아동학대를 예방하는 데 방해가 되고 있다.

이 관계자는 "아이가 집에 혼자 있는 게 왜 학대냐고 되묻는 보호자들도 많아 설득도 쉽지 않다"고 털어놨다.

한편, 오는 9월 24일 아동학대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이 시행될 예정이나 이 법에도 여전히 방임에 대한 구체적인 규정이 명시되지 않아 효용성이 의문시된다.
  • 쓰레기 집안에 시신·아이 방치…학대 아니라는 법
    • 입력 2014-08-07 20:15:38
    연합뉴스
포천 빌라 살인사건의 현장이 7일 공개되면서 드러난 쓰레기 더미와 악취는 '충격과 공포' 그 자체였다.

이 사건은 지난달 29일 늦은 저녁 집안에 있던 만 여덟 살짜리 아이가 악을 쓰며 우는소리를 내면서 세상에 알려지게 됐다.

경찰이 통행 가능할 정도로만 집을 대충 정리했는데도 100ℓ짜리 쓰레기봉투 19개가 가득 찰 정도로 난장판이었다. 쓰레기장 같은 집에 고무통에 담긴 시신 2구와 아이가 함께 있었던 셈이다.

그러나 경찰은 지난 3일 내연남을 살해하고 시신을 숨긴 혐의로 이모(50·여)씨를 구속하면서 아동학대죄는 적용하지 않았다.

대한민국 현행법은 아이의 방치를 예방도 처벌도 못 하게 돼 있다.

◇ 미국선 선조치 후입증…한국선 정반대 = 아이가 방치된 사실은 사건이 드러나기 전부터 지속적으로 의심돼 왔다.

이씨가 자신의 남편이 아닌 방글라데시 출신 남성과의 사이에서 낳은 아이를 일 년 반째 초등학교에 보내지 않자 관계기관에서 나선 것이다.

경찰과 아동보호기관에 따르면 지난 5월 초 처음 아이에 대한 아동학대 의심 신고가 접수됐다.

이후 수차례 이씨의 집을 찾았으나 아이도 이씨도 만나지 못했다.

집 문을 두드리면 "그냥 가세요"라는 아이의 목소리만 들릴 뿐이었다.

정황상 의심은 됐지만, 아동을 집에서 데리고 나와 다른 곳으로 데려가는 '분리 조치'를 하려면 아동학대를 우선 입증해야 했다.

경찰과 보호 기관이 이씨의 집앞을 서성이는 사이 두 달의 시간이 흘렀다.

중앙아동보호전문기관 관계자는 "학대 입증을 위해 현장 조사를 하고, 부모를 만나 설득을 하다 보면 적절한 구조 시점을 놓치는 경우가 많다"고 설명했다.

이 관계자에 따르면 미국과 일본 등 아동학대를 중죄로 다루는 국가에서는 아동을 우선 해당 공간에서 '분리'한 뒤 아동학대 여부를 나중에 입증하도록 돼 있다.

한 아동청소년계 경찰관은 "아이가 그런 집에 있다는 사실을 미리 알았다면 나서서 구하지 않을 직원이 아무도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 경찰관은 "그런데 그 사실을 알기 위해 국민의 집에 함부로 들어갈 권리가 우리에게 없다"고 하소연했다.

◇ '방임'도 학대라는 개념 부족 = 쓰레기장 같은 집안에서 아이가 발견됐는데도 경찰은 이씨에 대한 구속영장을 신청하면서 아동학대 혐의를 적용하지 않았다.

경찰은 이에 대해 "신체적 폭력을 당한 흔적이 없고 아이를 발견하자마자 건강 상태를 진단한 결과 양호하다고 나왔다"고 설명했다.

아이를 학교에 보내지 않은 것은 아이가 미숙아로 태어나 체구가 작아 입학을 연기한 것뿐이라고 이씨가 설명했다고 밝혔다.

현행 아동복지법은 '자신의 보호·감독을 받는 아동을 유기하거나 의식주를 포함한 기본적 보호·양육·치료 및 교육을 소홀히 하는 방임행위'를 아동학대 행위로 규정하고 있다.

방임도 아동학대에 포함돼 있다고 하나 구체적인 규정이 부족하다.

연세대 사회복지학과 김재엽 교수는 "미국의 경우 주마다 차이는 있지만 대체로 11세 이하 아동이 보호자 없이 혼자 1시간 이상 있으면 법적으로 방임에 해당된다"며 "한국에도 일단 방임은 학대라는 명확한 법적 규정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중앙아동보호전문기관 관계자는 "보호기관에서는 방임을 심각한 문제로 보지만 법적으로 방임을 학대라고 하기는 애매하다"고 지적했다.

이 관계자는 "아동 방임이 있어도 보호자를 설득해 적절한 조처를 하도록 유도하는 게 할 수 있는 전부"라 설명했다.

아동학대를 강력히 처벌해야 한다는 목소리 반대편에는 '자식은 부모의 소유물'이라는 정서도 있어 아동학대를 예방하는 데 방해가 되고 있다.

이 관계자는 "아이가 집에 혼자 있는 게 왜 학대냐고 되묻는 보호자들도 많아 설득도 쉽지 않다"고 털어놨다.

한편, 오는 9월 24일 아동학대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이 시행될 예정이나 이 법에도 여전히 방임에 대한 구체적인 규정이 명시되지 않아 효용성이 의문시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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