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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량’ 김한민 감독 “이게 내 영화가 맞나 싶었다”
입력 2014.08.18 (14:21) 수정 2014.08.30 (16:04) 연합뉴스
영화 '명량'이 국내에서 역대 흥행순위 1위를 차지한 할리우드 블록버스터 '아바타'(1천362만 명)를 제치고 1위에 올라섰다. 17일까지 1천462만 명을 동원했다. 국민 세 명 중 한 명꼴로 이 영화를 본 것이다. 전인미답의 스코어다.

'명량'을 연출한 김한민(46) 감독은 18일 "'이게 내 영화가 맞나?'라는 생각이 들었다"며 "(스코어가) 아직 구체적으로, 감정적으로 다가오지 않는다"고 말했다.

"제가 늦게 '오는'(느끼는) 편이라, 일단 소식을 접하고 지금은 담담해요. 나중에 '그게'(감흥) 오겠죠. 감독들이 갖는 어떤 체질적인 시간차라고 할까요? 현장에서도 무언가 긴박한 일이 벌어졌을 때 냉철하게 대처해야 해요. 그게 감독이 갖는 본능적인 자세죠. 지금은 일단 (냉철하고) 담담하게 받아들이고 있어요. 일생의 순간이었다는 느낌은 1년 후에나 다가오지 않을까요?"

'명량'을 연출한 김한민 감독을 이날 서울 종로구 팔판동의 한 카페에서 만났다. '아바타'의 기록을 제친 지 이틀 만이다.

'명량'은 국민영화라 할 만하다. 이순신 열풍을 불러 일으키며 각종 기록을 갈아치웠다. 200만~1천300만 관객을 최단 기간 돌파했고, '괴물'(1천301만 명)과 '아바타'의 흥행기록도 깼다.

그러나 애초 '명량'은 쉽지 않은 프로젝트였다. 순제작비만 150억 원이 넘었다. 손익분기점은 600만 명에 달했다. 최소한 700만~800만 명은 동원해야 투자사들이 어느 정도 이익을 얻을 수 있을 만한 블록버스터급 영화였다.

주변의 우려도 있었지만 김 감독은 700만 명 정도의 관객은 자신했다. 장년층에는 '성웅' 이순신이라는 콘텐츠를, 젊은 층에는 '해전'이라는 볼거리를 제공할 수 있다는 '투트랙 전략'이 통할 거라 판단했기 때문이다.

"이순신을 다룬 전작들은 흥행이 잘 안됐어요. '성웅' 이순신으로서의 전기적인 측면이 강했기 때문이죠. 저는 해전에 초점을 맞추면서 이순신의 인간적인 모습에 다가가려 했습니다. 중장년층은 이순신이라는 인물을 보고 싶어해 극장을 찾고, 젊은 층은 스펙터클한 해전이 어필할거라 판단했죠. 두 부분이 합쳐지면서 시너지가 난 것 같아요."

여기에 영화를 만든 그조차도 예상하지 못한 이순신 열풍이 '명량' 흥행에 한몫했다.

"이 영화가 국민이 원하는 뇌관을 건드린 건 분명히 있는 것 같아요. 저도 많이 놀랐어요. 여러 사람이 이순신 장군과 리더십의 부재에 대해 많이 말씀하시더라고요. 이순신 장군은 좌절되고 희망 없는 순간을 버텨내셨고, 결국 승리를 이끌어냈어요. 그리고 그 과정에서 모든 장졸과 백성이 힘을 보태 무언가를 이뤄냈습니다. 진부하지만 교훈적인 이야기, 컨벤션이지만 좋은 컨벤션이에요. 영화의 흥행은 그러한 부분과 영화적 재미가 맞물려서 나온 것 같습니다."

사실 현재의 값진 열매는 과거의 고통 속에서 조금씩 자라났다. '명량'이 숙성하기까지는 3년이란 시간이 걸렸고, 그 시간은 그에게 "지난"했다. 그 과정에서 "회의의 순간"도 찾아왔다.

"한국 관객은 전 세계적으로 수준이 높고 까다로워요. 그런 관객들에게 단 한 번도 시도되지 않은 한 시간이 넘는 해상전투 장면이 받아들여질 수 있을까? 라는 의문이 들었어요. 때론 압박감과 회의가 찾아오기도 했지만, 좋은 결과가 있어서 다행이죠."

그는 이번 영화에서 제작도 겸했다. 제작사를 차린 이유는 "기획을 다양하게 하고 싶고, 프로젝트에 책임감 있는 모습을 보여주고 싶었기 때문"이라고 했다.

"'한정된 예산으로 선택과 집중을 어떻게 할 수 있을까'를 놓고 고민해야 했어요. 어떤 감독들은 예산은 신경 쓰지 않고 작품 자체에만 집중하며 영화를 찍어요. 하지만, 저는 그런 성향은 아니에요. 전공이 경영학이다 보니 예산까지도 신경을 씁니다. 그게 제 성향인 것 같아요."

'명량'과 '최종병기 활'(2011·747만 명)로 무려 2천만 명이 넘는 관객을 동원한 김한민 감독은 탄탄대로를 걸어왔을 것 같지만, 한때 앞이 보이지 않는 고난의 가시밭길을 헤치고 나아갔던 적도 있었다.

데뷔작 '극락도 살인사건'(2007)은 말 그대로 7전 8기의 작품이었다. "7번 엎어지고 8번째" 촬영에 들어갔다. 프로젝트가 한 번 엎어질 때마다 1년~1년 반이 깡그리 사라졌다. 그는 약 10년 동안 '레디 액션~'을 외치는 대신 작품만 준비했다.

두 번째 장편 '핸드폰'(2009·63만 명)은 영화 중간 화자가 바뀌는 독특한 구성을 보여줬지만, 관객들에게 큰 사랑을 받진 못했다. '최종병기 활'과 '명량'이라는 열매는 달았지만, 그 열매를 맺기까지의 과정은 "도전과 힘듦의 연속"이었던 것.

"영화감독이란 직업, 많이 힘들어요. 권력보다는 책임감이 훨씬 강하게 느껴지는 직업이에요. 만약 주변 사람들의 자녀가 영화 하겠다고 나선다면, 저는 일단 '하지 마라'고 말하라고 권유합니다. 한 번 강하게 반대할 필요는 있어요. 그래도 한다고 한다면 모르는 척 묵인해 줘야 한다고 조언해요."

'명량'의 메가 히트로 그가 기획한 이른바 이순신 삼부작인 '한산'과 '노량'도 탄력을 받는 모양새다. 김 감독은 "분명히 만들고 싶고, 또 만들 생각이지만 아직은 교통정리가 되지 않았다"고 말했다.

"'한산:용의 출현'은 이미 시나리오가 나와 있어요. 제가 제작사를 차린 이유도 그런 프로젝트를 진행하기 위해서입니다. 글쎄요, '한산'은 2~3년 안에 프로젝트가 진행되지 않을까 싶어요. 그 영화의 화룡점정은 아마 거북선이 될 거예요."

최민식의 '한산' 출연 여부에 대해서는 "'명량'에서 최민식 배우와의 궁합이 좋았다. 영화를 보는 안목이 비슷했고, 현장에서의 호흡도 좋았다"고 말한 뒤 "출연 여부는 인연이 닿는다면…"이라고 말을 아꼈다.

그는 일제 강점기 속 독립투사의 이야기나 상고사 이야기 등 역사를 바탕으로 한 영화를 만들 예정이라고 했다.

"역사란 선조들이 생생하게 걸어온 발자취입니다. 그만큼 현재와 맞닿아 있어요. 인물들이 생생하게 살아있고, 역사가 주는 결과도 교훈적인 부분이 많습니다. 그곳에서 꿈틀대는 그분들의 발자취가 강하게 느껴집니다."
  • ‘명량’ 김한민 감독 “이게 내 영화가 맞나 싶었다”
    • 입력 2014-08-18 14:21:44
    • 수정2014-08-30 16:04:23
    연합뉴스
영화 '명량'이 국내에서 역대 흥행순위 1위를 차지한 할리우드 블록버스터 '아바타'(1천362만 명)를 제치고 1위에 올라섰다. 17일까지 1천462만 명을 동원했다. 국민 세 명 중 한 명꼴로 이 영화를 본 것이다. 전인미답의 스코어다.

'명량'을 연출한 김한민(46) 감독은 18일 "'이게 내 영화가 맞나?'라는 생각이 들었다"며 "(스코어가) 아직 구체적으로, 감정적으로 다가오지 않는다"고 말했다.

"제가 늦게 '오는'(느끼는) 편이라, 일단 소식을 접하고 지금은 담담해요. 나중에 '그게'(감흥) 오겠죠. 감독들이 갖는 어떤 체질적인 시간차라고 할까요? 현장에서도 무언가 긴박한 일이 벌어졌을 때 냉철하게 대처해야 해요. 그게 감독이 갖는 본능적인 자세죠. 지금은 일단 (냉철하고) 담담하게 받아들이고 있어요. 일생의 순간이었다는 느낌은 1년 후에나 다가오지 않을까요?"

'명량'을 연출한 김한민 감독을 이날 서울 종로구 팔판동의 한 카페에서 만났다. '아바타'의 기록을 제친 지 이틀 만이다.

'명량'은 국민영화라 할 만하다. 이순신 열풍을 불러 일으키며 각종 기록을 갈아치웠다. 200만~1천300만 관객을 최단 기간 돌파했고, '괴물'(1천301만 명)과 '아바타'의 흥행기록도 깼다.

그러나 애초 '명량'은 쉽지 않은 프로젝트였다. 순제작비만 150억 원이 넘었다. 손익분기점은 600만 명에 달했다. 최소한 700만~800만 명은 동원해야 투자사들이 어느 정도 이익을 얻을 수 있을 만한 블록버스터급 영화였다.

주변의 우려도 있었지만 김 감독은 700만 명 정도의 관객은 자신했다. 장년층에는 '성웅' 이순신이라는 콘텐츠를, 젊은 층에는 '해전'이라는 볼거리를 제공할 수 있다는 '투트랙 전략'이 통할 거라 판단했기 때문이다.

"이순신을 다룬 전작들은 흥행이 잘 안됐어요. '성웅' 이순신으로서의 전기적인 측면이 강했기 때문이죠. 저는 해전에 초점을 맞추면서 이순신의 인간적인 모습에 다가가려 했습니다. 중장년층은 이순신이라는 인물을 보고 싶어해 극장을 찾고, 젊은 층은 스펙터클한 해전이 어필할거라 판단했죠. 두 부분이 합쳐지면서 시너지가 난 것 같아요."

여기에 영화를 만든 그조차도 예상하지 못한 이순신 열풍이 '명량' 흥행에 한몫했다.

"이 영화가 국민이 원하는 뇌관을 건드린 건 분명히 있는 것 같아요. 저도 많이 놀랐어요. 여러 사람이 이순신 장군과 리더십의 부재에 대해 많이 말씀하시더라고요. 이순신 장군은 좌절되고 희망 없는 순간을 버텨내셨고, 결국 승리를 이끌어냈어요. 그리고 그 과정에서 모든 장졸과 백성이 힘을 보태 무언가를 이뤄냈습니다. 진부하지만 교훈적인 이야기, 컨벤션이지만 좋은 컨벤션이에요. 영화의 흥행은 그러한 부분과 영화적 재미가 맞물려서 나온 것 같습니다."

사실 현재의 값진 열매는 과거의 고통 속에서 조금씩 자라났다. '명량'이 숙성하기까지는 3년이란 시간이 걸렸고, 그 시간은 그에게 "지난"했다. 그 과정에서 "회의의 순간"도 찾아왔다.

"한국 관객은 전 세계적으로 수준이 높고 까다로워요. 그런 관객들에게 단 한 번도 시도되지 않은 한 시간이 넘는 해상전투 장면이 받아들여질 수 있을까? 라는 의문이 들었어요. 때론 압박감과 회의가 찾아오기도 했지만, 좋은 결과가 있어서 다행이죠."

그는 이번 영화에서 제작도 겸했다. 제작사를 차린 이유는 "기획을 다양하게 하고 싶고, 프로젝트에 책임감 있는 모습을 보여주고 싶었기 때문"이라고 했다.

"'한정된 예산으로 선택과 집중을 어떻게 할 수 있을까'를 놓고 고민해야 했어요. 어떤 감독들은 예산은 신경 쓰지 않고 작품 자체에만 집중하며 영화를 찍어요. 하지만, 저는 그런 성향은 아니에요. 전공이 경영학이다 보니 예산까지도 신경을 씁니다. 그게 제 성향인 것 같아요."

'명량'과 '최종병기 활'(2011·747만 명)로 무려 2천만 명이 넘는 관객을 동원한 김한민 감독은 탄탄대로를 걸어왔을 것 같지만, 한때 앞이 보이지 않는 고난의 가시밭길을 헤치고 나아갔던 적도 있었다.

데뷔작 '극락도 살인사건'(2007)은 말 그대로 7전 8기의 작품이었다. "7번 엎어지고 8번째" 촬영에 들어갔다. 프로젝트가 한 번 엎어질 때마다 1년~1년 반이 깡그리 사라졌다. 그는 약 10년 동안 '레디 액션~'을 외치는 대신 작품만 준비했다.

두 번째 장편 '핸드폰'(2009·63만 명)은 영화 중간 화자가 바뀌는 독특한 구성을 보여줬지만, 관객들에게 큰 사랑을 받진 못했다. '최종병기 활'과 '명량'이라는 열매는 달았지만, 그 열매를 맺기까지의 과정은 "도전과 힘듦의 연속"이었던 것.

"영화감독이란 직업, 많이 힘들어요. 권력보다는 책임감이 훨씬 강하게 느껴지는 직업이에요. 만약 주변 사람들의 자녀가 영화 하겠다고 나선다면, 저는 일단 '하지 마라'고 말하라고 권유합니다. 한 번 강하게 반대할 필요는 있어요. 그래도 한다고 한다면 모르는 척 묵인해 줘야 한다고 조언해요."

'명량'의 메가 히트로 그가 기획한 이른바 이순신 삼부작인 '한산'과 '노량'도 탄력을 받는 모양새다. 김 감독은 "분명히 만들고 싶고, 또 만들 생각이지만 아직은 교통정리가 되지 않았다"고 말했다.

"'한산:용의 출현'은 이미 시나리오가 나와 있어요. 제가 제작사를 차린 이유도 그런 프로젝트를 진행하기 위해서입니다. 글쎄요, '한산'은 2~3년 안에 프로젝트가 진행되지 않을까 싶어요. 그 영화의 화룡점정은 아마 거북선이 될 거예요."

최민식의 '한산' 출연 여부에 대해서는 "'명량'에서 최민식 배우와의 궁합이 좋았다. 영화를 보는 안목이 비슷했고, 현장에서의 호흡도 좋았다"고 말한 뒤 "출연 여부는 인연이 닿는다면…"이라고 말을 아꼈다.

그는 일제 강점기 속 독립투사의 이야기나 상고사 이야기 등 역사를 바탕으로 한 영화를 만들 예정이라고 했다.

"역사란 선조들이 생생하게 걸어온 발자취입니다. 그만큼 현재와 맞닿아 있어요. 인물들이 생생하게 살아있고, 역사가 주는 결과도 교훈적인 부분이 많습니다. 그곳에서 꿈틀대는 그분들의 발자취가 강하게 느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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