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호 재판’ 안산 생중계…유가족 ‘눈물·탄식·야유’

입력 2014.08.19 (14:18) 수정 2014.08.19 (18: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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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고 당시 현장에서 퇴선 유도 방송이나 선내에 진입하라는 명령을 듣지 못했습니다"

19일 오전 10시 수원지방법원 안산지원 409호 법정. 재판부 앞에 설치된 100인치 대형스크린 속에서 증인석에 앉은 해경 이모(29)씨의 증언이 흘러나오자 방청석에서 '아이고'라는 탄식이 터졌다.

"피고인들 가운데 유리창을 깨고 승객 대피를 도운 사람이 있는가"라는 검사 질문에 이씨의 침묵이 길어지자 유족들은 훌쩍이며 손수건과 휴지로 눈가를 찍어댔다.

세월호 침몰 당시 이씨와 함께 목포해경 123정에 탔던 의경 김모(22)씨 증인신문 때에는 방청석 곳곳에서 실소가 터져 나왔다.

"현장에 도착했을 때 승객이 어디에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나", "해경이 구조에 적극 나서지 않은 이유가 무엇인가"라는 질문에 김씨가 "생각 못했다", "모르겠다"라고 대답하자 실소와 함께 야유가 나왔다.

"해경이 가장 먼저 구조한 사람들이 선원인 줄 몰랐다", "퇴선 유도 방송을 했어도 헬기 소음 때문에 승객들이 듣지 못했을 것"이라는 김씨 진술이 이어지자 일부 유족은 "말이 되느냐"며 목소리를 높였다.

오후 재판에 증인으로 나온 사고 당시 출동한 헬기 기장 2명이 "마지막 학생을 구조하고 현장에 다시 왔을 때 세월호는 선수만 남기고 잠긴 상태"라고 진술하자 일부 유족은 고개를 떨구며 눈물을 흘렸다.

이어진 세월호와 진도VTS 교신 기록 등에 대한 서증조사 과정에서 "구조대는 언제 오느냐"는 세월호 측 교신이 공개되자 유족들은 "자기네들만 살려고 하는 것"이라며 격앙된 반응을 보이기도 했다.

광주지법 방청석에 있던 유족 1명이 "피고인들은 저렇게 편하게 있는데 유족이 조금 떠드는 것 같고 왜 뭐라고 하냐"며 정숙을 주문한 재판부를 향해 거세게 항의할 때에는 심정을 이해한다는 듯 안타까운 표정으로 스크린을 지켜봤다.

유족들은 이에 앞선 오전 9시 50분께부터 법정에 입장해 담소를 나누며 재판 시작을 기다렸다. 방청석 84석 가운데 50석이 찼다.

유족 10여명은 오후 6시까지 점심시간 휴정을 포함해 8시간 가까이 이어진 재판에도 법정을 떠나지 않고 자리를 지켰다.

대부분 유족이 노란 리본을 가슴에 달거나 노란 팔찌를 팔목에 찼으며 일부 유족은 '진실은 침몰하지 않는다'라는 문구 또는 희생 학생들의 이름이 적힌 티셔츠를 입고 법정에 나왔다.

전날인 18일 단원고가 여름방학을 끝내고 개학함에 따라 생존 학생들은 법정에 나오지 않았다.

'세월호 재판' 생중계는 지난 6일 대법원 법원행정처의 '법정 방청 및 촬영 등에 관한 규칙' 일부 개정에 따른 것이다.

사건 당사자나 피해자 상당수가 재판이 열리는 법원에서 먼 곳에 살아 방청이 어려운 경우 재판장이 법원행정처장 승인을 받아 다른 법원에서의 재판 중계를 위한 촬영 등을 명할 수 있다는 신설 규칙 조항에 따라 광주지방법원에서 열리는 재판이 최초로 생중계됐다.

이를 위해 안산지원은 409호 민사중법정을 '영상중계법정'으로 바꾸고 대형스크린 등 영상중계장치를 설치했다.

또 유족 보호를 위해 대법원 파견 직원 2명 등 5명의 법원 관계자가 미리 방청 허가를 받은 취재진을 제외한 일반인의 법정 출입을 통제하고 의료진을 배치해 만일의 사태에 대비했다.

안산지원 관계자는 "재판 원격중계가 이뤄진 것은 사법사상 최초이며 항소심 재판까지 중계를 이어갈 계획"이라며 "유족들이 재판을 방청하는데 불편한 점이 없도록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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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세월호 재판’ 안산 생중계…유가족 ‘눈물·탄식·야유’
    • 입력 2014-08-19 14:18:57
    • 수정2014-08-19 18:48:07
    연합뉴스
"사고 당시 현장에서 퇴선 유도 방송이나 선내에 진입하라는 명령을 듣지 못했습니다"

19일 오전 10시 수원지방법원 안산지원 409호 법정. 재판부 앞에 설치된 100인치 대형스크린 속에서 증인석에 앉은 해경 이모(29)씨의 증언이 흘러나오자 방청석에서 '아이고'라는 탄식이 터졌다.

"피고인들 가운데 유리창을 깨고 승객 대피를 도운 사람이 있는가"라는 검사 질문에 이씨의 침묵이 길어지자 유족들은 훌쩍이며 손수건과 휴지로 눈가를 찍어댔다.

세월호 침몰 당시 이씨와 함께 목포해경 123정에 탔던 의경 김모(22)씨 증인신문 때에는 방청석 곳곳에서 실소가 터져 나왔다.

"현장에 도착했을 때 승객이 어디에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나", "해경이 구조에 적극 나서지 않은 이유가 무엇인가"라는 질문에 김씨가 "생각 못했다", "모르겠다"라고 대답하자 실소와 함께 야유가 나왔다.

"해경이 가장 먼저 구조한 사람들이 선원인 줄 몰랐다", "퇴선 유도 방송을 했어도 헬기 소음 때문에 승객들이 듣지 못했을 것"이라는 김씨 진술이 이어지자 일부 유족은 "말이 되느냐"며 목소리를 높였다.

오후 재판에 증인으로 나온 사고 당시 출동한 헬기 기장 2명이 "마지막 학생을 구조하고 현장에 다시 왔을 때 세월호는 선수만 남기고 잠긴 상태"라고 진술하자 일부 유족은 고개를 떨구며 눈물을 흘렸다.

이어진 세월호와 진도VTS 교신 기록 등에 대한 서증조사 과정에서 "구조대는 언제 오느냐"는 세월호 측 교신이 공개되자 유족들은 "자기네들만 살려고 하는 것"이라며 격앙된 반응을 보이기도 했다.

광주지법 방청석에 있던 유족 1명이 "피고인들은 저렇게 편하게 있는데 유족이 조금 떠드는 것 같고 왜 뭐라고 하냐"며 정숙을 주문한 재판부를 향해 거세게 항의할 때에는 심정을 이해한다는 듯 안타까운 표정으로 스크린을 지켜봤다.

유족들은 이에 앞선 오전 9시 50분께부터 법정에 입장해 담소를 나누며 재판 시작을 기다렸다. 방청석 84석 가운데 50석이 찼다.

유족 10여명은 오후 6시까지 점심시간 휴정을 포함해 8시간 가까이 이어진 재판에도 법정을 떠나지 않고 자리를 지켰다.

대부분 유족이 노란 리본을 가슴에 달거나 노란 팔찌를 팔목에 찼으며 일부 유족은 '진실은 침몰하지 않는다'라는 문구 또는 희생 학생들의 이름이 적힌 티셔츠를 입고 법정에 나왔다.

전날인 18일 단원고가 여름방학을 끝내고 개학함에 따라 생존 학생들은 법정에 나오지 않았다.

'세월호 재판' 생중계는 지난 6일 대법원 법원행정처의 '법정 방청 및 촬영 등에 관한 규칙' 일부 개정에 따른 것이다.

사건 당사자나 피해자 상당수가 재판이 열리는 법원에서 먼 곳에 살아 방청이 어려운 경우 재판장이 법원행정처장 승인을 받아 다른 법원에서의 재판 중계를 위한 촬영 등을 명할 수 있다는 신설 규칙 조항에 따라 광주지방법원에서 열리는 재판이 최초로 생중계됐다.

이를 위해 안산지원은 409호 민사중법정을 '영상중계법정'으로 바꾸고 대형스크린 등 영상중계장치를 설치했다.

또 유족 보호를 위해 대법원 파견 직원 2명 등 5명의 법원 관계자가 미리 방청 허가를 받은 취재진을 제외한 일반인의 법정 출입을 통제하고 의료진을 배치해 만일의 사태에 대비했다.

안산지원 관계자는 "재판 원격중계가 이뤄진 것은 사법사상 최초이며 항소심 재판까지 중계를 이어갈 계획"이라며 "유족들이 재판을 방청하는데 불편한 점이 없도록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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