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 뭐했나?…유병언 수사 결과 ‘허무’

입력 2014.08.19 (17:10) 수정 2014.08.19 (20: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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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찰이 유병언 전 세모그룹 회장의 사망 사건에 대해 한달여 동안이나 집중적인 수사를 벌이고도 정확한 사망 원인이나 이동 경로 등에 대해 아무런 성과를 내지 못한 채 사실상 수사를 마무리했다.

유병언 사망사건 수사 결과에 대해 19일 백승호 전남지방경찰청장이 직접 나서 순천경찰서에서 브리핑을 하고 "유병언의 사망이 범죄에 기인한 것으로 판단할 단서나 증거가 발견되지 않았다"고 최종 수사결과를 발표했다.

경찰은 그동안 지난달 23일부터 이날까지 28일 동안 2회에 걸친 부검, 법의학·법곤충학·생태환경 분석, 주요 장소에 대한 정밀 감식 등 과학 수사와 함께 구속 피의자 조사, 송치재 인근 주민·버스기사·자영업자 등 1천400여명에 대한 탐문 수사 등 연인원 3천800여명을 동원한 대대적인 수사를 벌였다.

그러나 수사 결과 타살 흔적이 없다는 사실 등 그동안 국립과학수사연구원의 감정 결과 밝혀진 수준에서 더 진척된 수사결과를 내놓지 못했다.

특히 유씨 사망의 원인이나 시점을 추정할 수 있는 근거가 될 동선 파악에 대해 뚜렷한 결론을 내놓지 못해 아쉬움을 남겼다.

단지 사망 시점이 적어도 6월 2일 이전일 가능성이 큰 것으로 추정한다는 결과를 내놓았을 뿐이다.

경찰은 국과수의 유씨 시신에 대한 2차례 부검을 통해 정확한 사인과 사망 시기는 판명되지 않았지만 골절 등의 외상과 체내 독극물 등은 발견되지 않았다는 감정결과를 통보받았다.

이에 따라 경찰은 사망 시기와 원인을 더욱 구체적으로 추정하기 위해 국과수, 고려대학교, 전북지방경찰청 등의 법곤충학 기법을 통한 실험·분석을 통해 사망 시점을 시신 발견 시점보다 10일 전인 6월 2일 이전일 가능성이 큰 것으로 추정했다.

변사 현장 등의 유류품에 대한 조사에서도 기존에 밝혀졌던 사실을 확인하는 수준에 그쳤다.

우선 유씨의 옷에 대한 손상흔과 충격흔 감정 결과 예리한 도구나 둔기 등에 의한 손상은 없었고, 속옷에서도 외부 충격 때 발견되는 섬유 손상이나 잠재흔적이 발견되지 않았다고 밝혔다.

또 지난달 25일 국과수 발표 당시에 검출되지 않았던 보해골드 소주병, 막걸리병, 매실 씨앗과 청미래덩굴 열매, 육포, 머스터드 소스통 등에서도 유씨의 DNA가 검출됐다.

신발에서 다수의 긁힌 흔적과 마찰 흔적이 보이고, 특히 오른쪽 신발 우측면에 위쪽 방향으로 나타나 긁힌 흔적은 평상시 도로에서 정상 보행 시 나타나기 어렵다고 밝혔다. 유씨가 산속을 배회했음을 시사한 것이다.

특히 유씨 동선 파악에 결정적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를 모았던 변사 현장의 폐쇄회로(CC)TV 영상에서도 별다른 성과를 얻어내지 못했다.

경찰이 최근에 확보한 변사 현장 인근 회사에 설치된 영상에서 5월 29일 오전 11시 30분께 누군가 학구삼거리 쪽에서 변사현장 쪽으로 걸어가는 장면이 담겨 있으나 국과수로부터 "해상도가 낮아 판독이 곤란하다"는 회신을 받았다.

경찰청 과학수사센터도 같은 영상에 대해 "원거리 촬영으로 정확히 판독하기 어렵다"고 했고, 영상을 본 유씨의 유가족과 측근들도 "유병언과 비슷하다"거나 "모르겠다"고 하는 등 영상 속의 인물이 유씨라고 특정할 수 없다는 결론을 내렸다.

경찰은 유씨의 이동 동선도 정확하게 파악하지 못한 채 수사를 마무리지었다.

송치재 별장 인근에서 유씨 시신 옆에 있던 것과 같은 보해골드 소주병에 이어 시신 발견 지점 근처에서 유씨가 소지하고 있던 것과 같은 비료포대, 중간 지점에서 '워터인워터' 생수병 등이 발견됐지만 이들과 유씨 이동 경로의 연관성을 찾지 못했다.

수사본부의 한 관계자는 "송치재 별장에서 시신 발견 지점까지 몇 개의 길이 가능한지 등 동선을 확인했지만 현장의 배회 가능성을 고려해 볼 때 동선 자체를 추측하는 것 자체가 의미를 부여하기 어렵다고 판단해 공개하지 않기로 했다"고 말했다.

이 밖에도 경찰은 유씨의 측근이나 친인척을 통해 유씨의 평소 생활 습관과 환경 등을 확인하고 금수원 도피 조력자들에 대한 조사에서도 새로운 사실보다는 기존에 내려진 결론을 보강하는 진술을 확보하는 데 그쳤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이처럼 경찰의 한달 여에 걸친 수사에서 유씨 사망 시기나 원인을 명확하게 밝혀내지 못함에 따라 유병언 사망 사건은 명확한 진실이 드러나지 않은 채 사실상 미궁에 빠지게 됐다.

이날 브리핑을 했던 백승호 전남지방경찰청장은 "앞으로 경찰은 순천경찰서에 수사전담팀 체제를 유지하며 새로운 제보나 단서를 중심으로 사실규명을 위한 수사를 계속해 나갈 예정이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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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4-08-19 17:10:05
    • 수정2014-08-19 20:31: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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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찰이 유병언 전 세모그룹 회장의 사망 사건에 대해 한달여 동안이나 집중적인 수사를 벌이고도 정확한 사망 원인이나 이동 경로 등에 대해 아무런 성과를 내지 못한 채 사실상 수사를 마무리했다. 유병언 사망사건 수사 결과에 대해 19일 백승호 전남지방경찰청장이 직접 나서 순천경찰서에서 브리핑을 하고 "유병언의 사망이 범죄에 기인한 것으로 판단할 단서나 증거가 발견되지 않았다"고 최종 수사결과를 발표했다. 경찰은 그동안 지난달 23일부터 이날까지 28일 동안 2회에 걸친 부검, 법의학·법곤충학·생태환경 분석, 주요 장소에 대한 정밀 감식 등 과학 수사와 함께 구속 피의자 조사, 송치재 인근 주민·버스기사·자영업자 등 1천400여명에 대한 탐문 수사 등 연인원 3천800여명을 동원한 대대적인 수사를 벌였다. 그러나 수사 결과 타살 흔적이 없다는 사실 등 그동안 국립과학수사연구원의 감정 결과 밝혀진 수준에서 더 진척된 수사결과를 내놓지 못했다. 특히 유씨 사망의 원인이나 시점을 추정할 수 있는 근거가 될 동선 파악에 대해 뚜렷한 결론을 내놓지 못해 아쉬움을 남겼다. 단지 사망 시점이 적어도 6월 2일 이전일 가능성이 큰 것으로 추정한다는 결과를 내놓았을 뿐이다. 경찰은 국과수의 유씨 시신에 대한 2차례 부검을 통해 정확한 사인과 사망 시기는 판명되지 않았지만 골절 등의 외상과 체내 독극물 등은 발견되지 않았다는 감정결과를 통보받았다. 이에 따라 경찰은 사망 시기와 원인을 더욱 구체적으로 추정하기 위해 국과수, 고려대학교, 전북지방경찰청 등의 법곤충학 기법을 통한 실험·분석을 통해 사망 시점을 시신 발견 시점보다 10일 전인 6월 2일 이전일 가능성이 큰 것으로 추정했다. 변사 현장 등의 유류품에 대한 조사에서도 기존에 밝혀졌던 사실을 확인하는 수준에 그쳤다. 우선 유씨의 옷에 대한 손상흔과 충격흔 감정 결과 예리한 도구나 둔기 등에 의한 손상은 없었고, 속옷에서도 외부 충격 때 발견되는 섬유 손상이나 잠재흔적이 발견되지 않았다고 밝혔다. 또 지난달 25일 국과수 발표 당시에 검출되지 않았던 보해골드 소주병, 막걸리병, 매실 씨앗과 청미래덩굴 열매, 육포, 머스터드 소스통 등에서도 유씨의 DNA가 검출됐다. 신발에서 다수의 긁힌 흔적과 마찰 흔적이 보이고, 특히 오른쪽 신발 우측면에 위쪽 방향으로 나타나 긁힌 흔적은 평상시 도로에서 정상 보행 시 나타나기 어렵다고 밝혔다. 유씨가 산속을 배회했음을 시사한 것이다. 특히 유씨 동선 파악에 결정적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를 모았던 변사 현장의 폐쇄회로(CC)TV 영상에서도 별다른 성과를 얻어내지 못했다. 경찰이 최근에 확보한 변사 현장 인근 회사에 설치된 영상에서 5월 29일 오전 11시 30분께 누군가 학구삼거리 쪽에서 변사현장 쪽으로 걸어가는 장면이 담겨 있으나 국과수로부터 "해상도가 낮아 판독이 곤란하다"는 회신을 받았다. 경찰청 과학수사센터도 같은 영상에 대해 "원거리 촬영으로 정확히 판독하기 어렵다"고 했고, 영상을 본 유씨의 유가족과 측근들도 "유병언과 비슷하다"거나 "모르겠다"고 하는 등 영상 속의 인물이 유씨라고 특정할 수 없다는 결론을 내렸다. 경찰은 유씨의 이동 동선도 정확하게 파악하지 못한 채 수사를 마무리지었다. 송치재 별장 인근에서 유씨 시신 옆에 있던 것과 같은 보해골드 소주병에 이어 시신 발견 지점 근처에서 유씨가 소지하고 있던 것과 같은 비료포대, 중간 지점에서 '워터인워터' 생수병 등이 발견됐지만 이들과 유씨 이동 경로의 연관성을 찾지 못했다. 수사본부의 한 관계자는 "송치재 별장에서 시신 발견 지점까지 몇 개의 길이 가능한지 등 동선을 확인했지만 현장의 배회 가능성을 고려해 볼 때 동선 자체를 추측하는 것 자체가 의미를 부여하기 어렵다고 판단해 공개하지 않기로 했다"고 말했다. 이 밖에도 경찰은 유씨의 측근이나 친인척을 통해 유씨의 평소 생활 습관과 환경 등을 확인하고 금수원 도피 조력자들에 대한 조사에서도 새로운 사실보다는 기존에 내려진 결론을 보강하는 진술을 확보하는 데 그쳤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이처럼 경찰의 한달 여에 걸친 수사에서 유씨 사망 시기나 원인을 명확하게 밝혀내지 못함에 따라 유병언 사망 사건은 명확한 진실이 드러나지 않은 채 사실상 미궁에 빠지게 됐다. 이날 브리핑을 했던 백승호 전남지방경찰청장은 "앞으로 경찰은 순천경찰서에 수사전담팀 체제를 유지하며 새로운 제보나 단서를 중심으로 사실규명을 위한 수사를 계속해 나갈 예정이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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