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스피-코스닥 ‘역방향 행보’ 심화…열흘에 나흘꼴

입력 2014.08.25 (06: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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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스피와 코스닥이 따로 노는 날이 많아졌다.

올해 들어 이들 지수가 상승-하락하며 서로 다른 방향으로 움직인 날은 열흘에 나흘 가까이로 늘며 3년 전의 갑절 수준이 된 것으로 파악됐다.

전문가들은 외국인-기관의 매매 패턴, 원화 강세, 실적 부진 등 다양한 변수가 맞물린 결과로 추정했다.

25일 한국거래소와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올해 들어 지난 22일까지 코스피지수와 코스닥지수가 방향을 달리한 날은 61거래일로 전체 159거래일의 38.4%나 됐다.

거꾸로 보면 두 지수가 함께 오르거나 내리면서 '동조화'된 날이 열흘에 엿새 정도밖에 안 됐다는 얘기다.

'비동조화' 거래일의 비율을 2010년부터 따져보니 심화 흐름이 뚜렷했다.

2010~2011년에는 각각 21.5%(54/251일), 20.6%(51/248일)로 열흘에 이틀꼴이었다가 2012~2013년에 33.9%(84/248일), 31.2%(77/247일)로 사흘꼴로 늘어난데 이어 올해에는 나흘꼴로 급증해서다.

주간 단위로는 2011년 1주일에 하루에서 올해는 이틀로 늘어난 셈이다.

올해 비동조화 거래일 비율을 월별로 보면 4월 이후부터 급증했다. 한 달에 절반 이상이 상승-하락으로 방향을 달리한 채 장을 끝내는 사례가 속출할 정도였다.

1~2월에 각각 20.0%(4/20일), 25.0%(5/20일)에 불과했지만 3월 38.1%(8/21일)에 이어 4월 50.0%(11/22일)로 증가했다. 5월에 26.3%(5/19일)로 주춤하고선 6월 52.6%(10/19일), 7월 52.2%(12/23일), 8월 40.0%(6/15일) 등의 흐름을 보인 것이다.

극명하게 엇갈린 최근 사례를 보면 지난 21일 코스피는 미국의 기준금리 인상 우려와 중국의 제조업 지표 부진의 영향에 1.38% 떨어진 반면 코스닥은 0.10% 상승하며 두 지수 간 상승률 격차는 1.48%포인트로 벌어졌다.

또 코스피가 박스권 탈출을 시도 중이던 지난달 29일에는 코스피가 2,060선으로 0.64% 올랐으나 코스닥은 2.02%나 급락하며 그 격차가 2.66%포인트나 났다.

이런 역방향 행보에 대해 일단 환율의 영향에 주목하는 분석이 있다.

원·달러 환율의 변동성이 커진 영향 때문이라는 것이다. 실제 지수 간 비동조화가 심해진 시기와 원화 강세가 가팔라진 시기는 대체로 비슷했다.

월평균 원·달러 환율(종가)은 1~3월(각 1,065.80원, 1,070.97원, 1,070.69원)에 1,070원선에서 움직이다가 4월(1,042.75원)부터 급락해 5~7월(1,023.99원, 1,018.70원, 1,020.60원)에는 1,020원 안팎의 흐름을 보였다.

채남기 한국거래소 주식시장부장은 "거래가 정체된 상황에서 기존 자금이 투자처를 찾으며 나타난 현상일 수 있다"며 "대형주 장세에선 코스피가 부각되지만 환율 문제 등이 이슈가 되면 내수주나 코스닥주에 쏠리는 경향이 있다"고 말했다.

외국인 매매 동향과의 연관성도 짚고 넘어갈 대목이다.

김용구 삼성증권 선임연구원은 "외국인 순매수가 연초 이후 7조8천억원 규모인데 대형주에 집중되며 코스피를 움직였고 그 과정에서 (외국인 영향력이 덜한) 코스닥은 따로 놀게 되는 상황이 됐을 수 있다"고 분석했다.

외국인은 월간 기준으로 지난 3월까지 순매도하다 4월부터 순매수로 돌아섰다.

외국인 지분이 시가총액과 주식 수에서 차지하는 비중(7월말 기준)도 코스피에선 각각 35.9%, 17.0% 수준으로 코스닥(10.7%, 6.0%)보다 훨씬 높다. 외국인의 영향력은 코스피 대형주에선 크지만, 코스닥에는 상대적으로 덜하다는 얘기다.

김 연구원은 실적도 변수로 꼽았다. 상당수 대형주의 실적 부진에 따라 이런 위험을 헤지하는 과정에서 상대적으로 실적 변수에서 자유로운 중소형주로 순환매 패턴이 나타났다고 보는 것이다.

이런 패턴은 기관과 주식형펀드의 움직임에서도 엿볼 수 있다는 풀이도 나온다.

이경민 대신증권 연구위원은 "코스피가 오를 때는 대형주가 뛰지만, 펀드환매 압력에 대형주의 탄력이 떨어지면 기관은 수익을 내려고 중소형주를 사는 것 같다"고 진단했다. 기관의 매매패턴을 봐도 코스피 팔 때 코스닥을 사고, 코스피를 살 때 코스닥을 파는 경향이 나타날 때가 있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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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코스피-코스닥 ‘역방향 행보’ 심화…열흘에 나흘꼴
    • 입력 2014-08-25 06:21:46
    연합뉴스
코스피와 코스닥이 따로 노는 날이 많아졌다. 올해 들어 이들 지수가 상승-하락하며 서로 다른 방향으로 움직인 날은 열흘에 나흘 가까이로 늘며 3년 전의 갑절 수준이 된 것으로 파악됐다. 전문가들은 외국인-기관의 매매 패턴, 원화 강세, 실적 부진 등 다양한 변수가 맞물린 결과로 추정했다. 25일 한국거래소와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올해 들어 지난 22일까지 코스피지수와 코스닥지수가 방향을 달리한 날은 61거래일로 전체 159거래일의 38.4%나 됐다. 거꾸로 보면 두 지수가 함께 오르거나 내리면서 '동조화'된 날이 열흘에 엿새 정도밖에 안 됐다는 얘기다. '비동조화' 거래일의 비율을 2010년부터 따져보니 심화 흐름이 뚜렷했다. 2010~2011년에는 각각 21.5%(54/251일), 20.6%(51/248일)로 열흘에 이틀꼴이었다가 2012~2013년에 33.9%(84/248일), 31.2%(77/247일)로 사흘꼴로 늘어난데 이어 올해에는 나흘꼴로 급증해서다. 주간 단위로는 2011년 1주일에 하루에서 올해는 이틀로 늘어난 셈이다. 올해 비동조화 거래일 비율을 월별로 보면 4월 이후부터 급증했다. 한 달에 절반 이상이 상승-하락으로 방향을 달리한 채 장을 끝내는 사례가 속출할 정도였다. 1~2월에 각각 20.0%(4/20일), 25.0%(5/20일)에 불과했지만 3월 38.1%(8/21일)에 이어 4월 50.0%(11/22일)로 증가했다. 5월에 26.3%(5/19일)로 주춤하고선 6월 52.6%(10/19일), 7월 52.2%(12/23일), 8월 40.0%(6/15일) 등의 흐름을 보인 것이다. 극명하게 엇갈린 최근 사례를 보면 지난 21일 코스피는 미국의 기준금리 인상 우려와 중국의 제조업 지표 부진의 영향에 1.38% 떨어진 반면 코스닥은 0.10% 상승하며 두 지수 간 상승률 격차는 1.48%포인트로 벌어졌다. 또 코스피가 박스권 탈출을 시도 중이던 지난달 29일에는 코스피가 2,060선으로 0.64% 올랐으나 코스닥은 2.02%나 급락하며 그 격차가 2.66%포인트나 났다. 이런 역방향 행보에 대해 일단 환율의 영향에 주목하는 분석이 있다. 원·달러 환율의 변동성이 커진 영향 때문이라는 것이다. 실제 지수 간 비동조화가 심해진 시기와 원화 강세가 가팔라진 시기는 대체로 비슷했다. 월평균 원·달러 환율(종가)은 1~3월(각 1,065.80원, 1,070.97원, 1,070.69원)에 1,070원선에서 움직이다가 4월(1,042.75원)부터 급락해 5~7월(1,023.99원, 1,018.70원, 1,020.60원)에는 1,020원 안팎의 흐름을 보였다. 채남기 한국거래소 주식시장부장은 "거래가 정체된 상황에서 기존 자금이 투자처를 찾으며 나타난 현상일 수 있다"며 "대형주 장세에선 코스피가 부각되지만 환율 문제 등이 이슈가 되면 내수주나 코스닥주에 쏠리는 경향이 있다"고 말했다. 외국인 매매 동향과의 연관성도 짚고 넘어갈 대목이다. 김용구 삼성증권 선임연구원은 "외국인 순매수가 연초 이후 7조8천억원 규모인데 대형주에 집중되며 코스피를 움직였고 그 과정에서 (외국인 영향력이 덜한) 코스닥은 따로 놀게 되는 상황이 됐을 수 있다"고 분석했다. 외국인은 월간 기준으로 지난 3월까지 순매도하다 4월부터 순매수로 돌아섰다. 외국인 지분이 시가총액과 주식 수에서 차지하는 비중(7월말 기준)도 코스피에선 각각 35.9%, 17.0% 수준으로 코스닥(10.7%, 6.0%)보다 훨씬 높다. 외국인의 영향력은 코스피 대형주에선 크지만, 코스닥에는 상대적으로 덜하다는 얘기다. 김 연구원은 실적도 변수로 꼽았다. 상당수 대형주의 실적 부진에 따라 이런 위험을 헤지하는 과정에서 상대적으로 실적 변수에서 자유로운 중소형주로 순환매 패턴이 나타났다고 보는 것이다. 이런 패턴은 기관과 주식형펀드의 움직임에서도 엿볼 수 있다는 풀이도 나온다. 이경민 대신증권 연구위원은 "코스피가 오를 때는 대형주가 뛰지만, 펀드환매 압력에 대형주의 탄력이 떨어지면 기관은 수익을 내려고 중소형주를 사는 것 같다"고 진단했다. 기관의 매매패턴을 봐도 코스피 팔 때 코스닥을 사고, 코스피를 살 때 코스닥을 파는 경향이 나타날 때가 있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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