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영화] 슬프지만 괜찮아…‘두근두근 내 인생’

입력 2014.08.25 (07:10) 수정 2014.08.25 (10: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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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와 아빠는 30대에 불과하다. 그들의 아들은 선천성 조로증에 걸렸다. 열일곱을 앞두고 있지만 이제 생명이 얼마 남지 않았다.

영화 '두근두근 내 인생'은 자연의 법칙을 거슬러 살아갈 수밖에 없는 한 가족의 이야기를 담았다. 늙어가는 아들과 철없어 보이는 부모의 만남과 이별 이야기다.

어린 시절부터 각종 문학상을 쓸어담은 스타 작가 김애란의 첫 장편 소설을 바탕으로 '정사'(1998)의 이재용 감독이 메가폰을 들었다.

영화는 유머러스하고 따뜻한 소설의 이야기 틀을 거의 그대로 따라가면서도 눈물샘을 자극하는 장면들이 많다. 추석 기간에 맞춰 개봉하는 상업 영화답게 가족영화로서의 미덕을 갖췄다.

남들보다 빨리 늙는 선천성 조로증에 걸린 아름(조성목). 열여섯 살에 불과하지만 신체 나이는 여든이다.

이제 삶이 얼마 남지 않았다고 느낀 아름은 엄마와 아빠의 첫 만남을 그린 소설을 집필 중이다.

자주 병원에 가야 하는 아름이를 키우는 아빠 대수(강동원)와 엄마 미라(송혜교)는 둘 다 돈을 벌어야 할 처지다. 30대 초반에 불과하지만 열여섯 아들을 간호하려니 산전수전 다 겪었다.

어느 날, TV 다큐멘터리의 출연을 제안받은 미라 가족은 출연을 결심하고, 이 프로가 이른바 대박이 나면서 아름은 삽시간에 유명인사가 된다.

자신은 죽어가지만, 부모를 생각하는 아름의 마음이나, 철없는 부모일지라도 자식에 대한 마음 만은 여느 부모 못지않은 대수와 미라의 감정이 눈물샘을 자극한다. 절절하지 않기에, 그 슬픔에 웃음기를 머금고 있기에, 오히려 더 마음을 들쑤신다.

소주의 맛도 이해하지 못하는 아름과 우정을 쌓아가는 장씨(백일섭)의 이야기도 따뜻하다. 병원에서 전도하러 돌아다니는 아주머니와 대수가 만들어가는 코미디나, 십대와 싸움에 나선 대수의 헛발질 처럼 깨알 같은 웃음포인트도 있다.

강동원과 송혜교에게는 30대 부모 역뿐 아니라 10대 역할마저도 어울린다. 까불거리는 강동원과 밝고 쾌활하며 억척스런 송혜교가 만들어가는 시너지가 볼만하다. 서른을 넘긴 배우들이 교복을 이처럼 자연스럽게 소화하기도 쉽지 않을 것 같다. '벤자민 버튼의 시간은 거꾸로 간다'로 아카데미 분장상을 받은 그렉 케넘의 분장도 자연스럽다.

'두근두근 내 인생'은 삶의 깊은 가장자리로까지 인도하는 영화는 아니다. 그러나 다루는 감정의 폭, 섬세한 화면구성, 배우들의 적절한 연기라는 측면에서 봤을 때, 매끈하게 만들어진 상업영화라 할만하다.

영화는 말 그대로 두근거리는 삶, 그 삶 속에 깃든 조락의 길을 유머라는 체에 걸러 보여준다. 언제 심장이 멈출지 몰라 두근두근, 그럼에도 희망을 품고 살아갈 수밖에 없고, 또 그렇게 살아간다는 점에서 두근두근한 삶 말이다.

9월3일 개봉. 12세관람가. 상영시간 117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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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새영화] 슬프지만 괜찮아…‘두근두근 내 인생’
    • 입력 2014-08-25 07:10:45
    • 수정2014-08-25 10:14:43
    연합뉴스
엄마와 아빠는 30대에 불과하다. 그들의 아들은 선천성 조로증에 걸렸다. 열일곱을 앞두고 있지만 이제 생명이 얼마 남지 않았다.

영화 '두근두근 내 인생'은 자연의 법칙을 거슬러 살아갈 수밖에 없는 한 가족의 이야기를 담았다. 늙어가는 아들과 철없어 보이는 부모의 만남과 이별 이야기다.

어린 시절부터 각종 문학상을 쓸어담은 스타 작가 김애란의 첫 장편 소설을 바탕으로 '정사'(1998)의 이재용 감독이 메가폰을 들었다.

영화는 유머러스하고 따뜻한 소설의 이야기 틀을 거의 그대로 따라가면서도 눈물샘을 자극하는 장면들이 많다. 추석 기간에 맞춰 개봉하는 상업 영화답게 가족영화로서의 미덕을 갖췄다.

남들보다 빨리 늙는 선천성 조로증에 걸린 아름(조성목). 열여섯 살에 불과하지만 신체 나이는 여든이다.

이제 삶이 얼마 남지 않았다고 느낀 아름은 엄마와 아빠의 첫 만남을 그린 소설을 집필 중이다.

자주 병원에 가야 하는 아름이를 키우는 아빠 대수(강동원)와 엄마 미라(송혜교)는 둘 다 돈을 벌어야 할 처지다. 30대 초반에 불과하지만 열여섯 아들을 간호하려니 산전수전 다 겪었다.

어느 날, TV 다큐멘터리의 출연을 제안받은 미라 가족은 출연을 결심하고, 이 프로가 이른바 대박이 나면서 아름은 삽시간에 유명인사가 된다.

자신은 죽어가지만, 부모를 생각하는 아름의 마음이나, 철없는 부모일지라도 자식에 대한 마음 만은 여느 부모 못지않은 대수와 미라의 감정이 눈물샘을 자극한다. 절절하지 않기에, 그 슬픔에 웃음기를 머금고 있기에, 오히려 더 마음을 들쑤신다.

소주의 맛도 이해하지 못하는 아름과 우정을 쌓아가는 장씨(백일섭)의 이야기도 따뜻하다. 병원에서 전도하러 돌아다니는 아주머니와 대수가 만들어가는 코미디나, 십대와 싸움에 나선 대수의 헛발질 처럼 깨알 같은 웃음포인트도 있다.

강동원과 송혜교에게는 30대 부모 역뿐 아니라 10대 역할마저도 어울린다. 까불거리는 강동원과 밝고 쾌활하며 억척스런 송혜교가 만들어가는 시너지가 볼만하다. 서른을 넘긴 배우들이 교복을 이처럼 자연스럽게 소화하기도 쉽지 않을 것 같다. '벤자민 버튼의 시간은 거꾸로 간다'로 아카데미 분장상을 받은 그렉 케넘의 분장도 자연스럽다.

'두근두근 내 인생'은 삶의 깊은 가장자리로까지 인도하는 영화는 아니다. 그러나 다루는 감정의 폭, 섬세한 화면구성, 배우들의 적절한 연기라는 측면에서 봤을 때, 매끈하게 만들어진 상업영화라 할만하다.

영화는 말 그대로 두근거리는 삶, 그 삶 속에 깃든 조락의 길을 유머라는 체에 걸러 보여준다. 언제 심장이 멈출지 몰라 두근두근, 그럼에도 희망을 품고 살아갈 수밖에 없고, 또 그렇게 살아간다는 점에서 두근두근한 삶 말이다.

9월3일 개봉. 12세관람가. 상영시간 117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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