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 본문 영역

상세페이지

[취재후] 큰빗이끼벌레가 전부터 있었다고?
입력 2014.08.25 (11:37) 수정 2014.08.25 (17:32) 취재후
4대강 사업으로 인한 환경 변화와 관련해 지난해까지 가장 눈을 끈 소재는 녹조였다. 4대강 사업 이후 물이 정체되면서 한 여름에 기승을 부렸던 녹조 발생이 초여름에 나타나는 등 출현이 빨라졌다. 그 출현 양도 많아졌다. 농도가 짙어지다 보니 '녹조 라떼'라는 신조어가 등장할 정도였다. 4대강 환경 변화를 상징하는 말처럼 떠돌았다.

그런데 올해 4대강 환경 문제와 관련한 검색어 1위가 바뀌었다.
큰빗이끼벌레로.



올해 6월 금강 일대에서 그 서식 실태가 보고된 이후 그 흉측한 몰골로 인해 사람들의 관심을 자아냈고 상당수의 언론은 이를 4대강 환경 파괴의 아이콘으로 부각시켰다. 이어 영산강과 낙동강, 그리고 7월 중순엔 한강 이포보 주변에서까지 큰빗이끼벌레의 대량 서식이 발견되자 잠시 잠잠했던 4대강 문제가 시끄러워졌다.

환경부와 수자원공사는, 큰빗이끼벌레가 4대강 사업 전에도 있었으며, 최근 빈번한 출현과 4대강 사업과의 연관 부분은 아직 연구된 바 없다고 밝혔다. 일정 부분 맞는 사실이다.

큰빗이끼벌레는 1980년대 쯤 우리나라로 유입된 태형동물로 외래종이다.
그런데......

취재팀은 이번 프로그램을 제작하면서 큰빗이끼벌레와 관련한 연구보고서 등을 구하려 했으나 쉽지 않았다. 그만큼 그동안 출현 빈도가 낮았고 큰 문제가 되지 않았다는 반증이다.

취재팀은, 댐을 관리하는 수자원공사가 1990년 대 중반 댐,저수지로 인한 수중 생태계 변화에 관해 낸 연구보고서를 찾았다.

이 보고서엔, 최근 큰빗이끼벌레 대량 서식에 대한 해답이 들어 있었다.

『댐.저수지 수중 생태계 변화에 관한 연구』(1997)
< 물의 흐름이 별로 없는 호수나 연못, 강 등에 서식하고 있다.>


과거 이 생물이 출현한 지역에 대해서도 당시 연구자로 참여했던 한 대학교수의 증언이 명확했다.



(서지은/우석대 생물학과 교수)
"그 당시 발견 될 때는 물이 이렇게 흐르는 하천에서는 발견되는 보고가 없었습니다. 전부 가둬 있는 댐 저수지 위에서 주로 발견이 됐고요. 조사도 그후 댐 저수지를 위주로만 진행을 했습니다."



1970년대와 1980년대 전국적으로 댐과 저수지가 늘면서 큰빗이끼벌레의 서식이 늘어나자 1990년 대 그 서식 실태에 대한 연구 용역을 발주한 것이다.

과거 물의 흐름이 정체됐던 댐이나 저수지에서만 발견됐으나, 4대강 사업으로 유속이 느려지면서 큰빗이끼벌레가 살 수 있는 서식 환경이 된 셈이다.

4대강 사업 이후 늘어난 녹조와의 연관성도 밝혀졌다.

『댐.저수지 수중 생태계 변화에 관한 연구』(1997)
< 물의 흐름이 느린 곳에서 서식하는 이유는 이들의 출현을 결정짓는 중요한 요인이 되는 먹이인 플랑크톤의 농도가 높아 쉽게 먹이를 구할 수 있기 때문이다.>


서지은 교수는 녹조와 큰빗이끼벌레의 상관 관계를 명확히 지적해 주었다.

(서지은/우석대 생물학과 교수)
"녹조류가 생겼다는 말은 부영양화가(영양물질 과잉) 됐다는 말이잖아요. 그러면 이 동물도 좋아하는 환경이라고 말씀 드릴 수 있죠. 녹조도 먹지만...녹조가 생기면 미생물도 많이 번성을 한다고 이야기 할 수 있습니다. "



이번 취재의 정점은, 낙동강 수돗물 취수장 취수구에서 큰빗이끼벌레들이 대량으로 서식하는 모습을 확인한 것이었다.

강 바닥 취수구 철망에 최고 길이 2미터 크기의 큰빗이끼벌레 수십 마리가 뒤엉켜 사는 모습은 그야말로 영화 '괴물'의 한 장면을 떠올리게 했다.



큰빗이끼벌레 자체가 유해하거나 유독 물질을 내뿜는 그런 존재는 아니다.

가장 안전해야 할 수돗물 취수장 주변이 변화된 4대강 환경의 지표에 의해 점령당했다는 사실은 그 상징성 못지 않게 시사점이 크다.

보 건설과 5미터 이상 깊이의 준설이 이뤄진 4대강 사업, 2년 후 어떤 변화들이 감지되고 있으며 그 변화들이 어떤 상관관계를 보이는 지 설명할 수 있는 단서를 녹조와 큰빗이끼벌레에서 찾을 수 있었다.

보 건설로 인한 유속의 감소, 유속 감소에다 준설로 깊어진 강바닥으로 인한 무산소 퇴적층의 증가, 유속 감소로 인한 녹조의 증가, 이 두가지 요인으로 급격히 늘어난 큰빗이끼벌레, 강바닥 산소 감소로 빈번히 일어나는 물고기 떼죽음.



모든 사건들은 과학적 논리와 인과 관계를 바탕으로 하나하나 연관돼 있었다.

웬만한 2분 이내의 방송 뉴스 리포트가 설명할 수 없는 입체적 구성, 신문 기사로는 보여줄 수 없는 파노라마적인 화면의 논리를 시사기획창에서 소개, 정리할 수 있어서 좋았다.

사람들이 다 보고 들은 것, 다 알고 있다고 생각하는 것에 대해 새로운 세계와 지평으로 안내해 줄 수 있는 힘, 바로 시사다큐를 하는 이유이다. 


☞ [시사기획 창] ‘4대강에게 안부를 묻다’ 바로가기
  • [취재후] 큰빗이끼벌레가 전부터 있었다고?
    • 입력 2014-08-25 11:37:00
    • 수정2014-08-25 17:32:49
    취재후
4대강 사업으로 인한 환경 변화와 관련해 지난해까지 가장 눈을 끈 소재는 녹조였다. 4대강 사업 이후 물이 정체되면서 한 여름에 기승을 부렸던 녹조 발생이 초여름에 나타나는 등 출현이 빨라졌다. 그 출현 양도 많아졌다. 농도가 짙어지다 보니 '녹조 라떼'라는 신조어가 등장할 정도였다. 4대강 환경 변화를 상징하는 말처럼 떠돌았다.

그런데 올해 4대강 환경 문제와 관련한 검색어 1위가 바뀌었다.
큰빗이끼벌레로.



올해 6월 금강 일대에서 그 서식 실태가 보고된 이후 그 흉측한 몰골로 인해 사람들의 관심을 자아냈고 상당수의 언론은 이를 4대강 환경 파괴의 아이콘으로 부각시켰다. 이어 영산강과 낙동강, 그리고 7월 중순엔 한강 이포보 주변에서까지 큰빗이끼벌레의 대량 서식이 발견되자 잠시 잠잠했던 4대강 문제가 시끄러워졌다.

환경부와 수자원공사는, 큰빗이끼벌레가 4대강 사업 전에도 있었으며, 최근 빈번한 출현과 4대강 사업과의 연관 부분은 아직 연구된 바 없다고 밝혔다. 일정 부분 맞는 사실이다.

큰빗이끼벌레는 1980년대 쯤 우리나라로 유입된 태형동물로 외래종이다.
그런데......

취재팀은 이번 프로그램을 제작하면서 큰빗이끼벌레와 관련한 연구보고서 등을 구하려 했으나 쉽지 않았다. 그만큼 그동안 출현 빈도가 낮았고 큰 문제가 되지 않았다는 반증이다.

취재팀은, 댐을 관리하는 수자원공사가 1990년 대 중반 댐,저수지로 인한 수중 생태계 변화에 관해 낸 연구보고서를 찾았다.

이 보고서엔, 최근 큰빗이끼벌레 대량 서식에 대한 해답이 들어 있었다.

『댐.저수지 수중 생태계 변화에 관한 연구』(1997)
< 물의 흐름이 별로 없는 호수나 연못, 강 등에 서식하고 있다.>


과거 이 생물이 출현한 지역에 대해서도 당시 연구자로 참여했던 한 대학교수의 증언이 명확했다.



(서지은/우석대 생물학과 교수)
"그 당시 발견 될 때는 물이 이렇게 흐르는 하천에서는 발견되는 보고가 없었습니다. 전부 가둬 있는 댐 저수지 위에서 주로 발견이 됐고요. 조사도 그후 댐 저수지를 위주로만 진행을 했습니다."



1970년대와 1980년대 전국적으로 댐과 저수지가 늘면서 큰빗이끼벌레의 서식이 늘어나자 1990년 대 그 서식 실태에 대한 연구 용역을 발주한 것이다.

과거 물의 흐름이 정체됐던 댐이나 저수지에서만 발견됐으나, 4대강 사업으로 유속이 느려지면서 큰빗이끼벌레가 살 수 있는 서식 환경이 된 셈이다.

4대강 사업 이후 늘어난 녹조와의 연관성도 밝혀졌다.

『댐.저수지 수중 생태계 변화에 관한 연구』(1997)
< 물의 흐름이 느린 곳에서 서식하는 이유는 이들의 출현을 결정짓는 중요한 요인이 되는 먹이인 플랑크톤의 농도가 높아 쉽게 먹이를 구할 수 있기 때문이다.>


서지은 교수는 녹조와 큰빗이끼벌레의 상관 관계를 명확히 지적해 주었다.

(서지은/우석대 생물학과 교수)
"녹조류가 생겼다는 말은 부영양화가(영양물질 과잉) 됐다는 말이잖아요. 그러면 이 동물도 좋아하는 환경이라고 말씀 드릴 수 있죠. 녹조도 먹지만...녹조가 생기면 미생물도 많이 번성을 한다고 이야기 할 수 있습니다. "



이번 취재의 정점은, 낙동강 수돗물 취수장 취수구에서 큰빗이끼벌레들이 대량으로 서식하는 모습을 확인한 것이었다.

강 바닥 취수구 철망에 최고 길이 2미터 크기의 큰빗이끼벌레 수십 마리가 뒤엉켜 사는 모습은 그야말로 영화 '괴물'의 한 장면을 떠올리게 했다.



큰빗이끼벌레 자체가 유해하거나 유독 물질을 내뿜는 그런 존재는 아니다.

가장 안전해야 할 수돗물 취수장 주변이 변화된 4대강 환경의 지표에 의해 점령당했다는 사실은 그 상징성 못지 않게 시사점이 크다.

보 건설과 5미터 이상 깊이의 준설이 이뤄진 4대강 사업, 2년 후 어떤 변화들이 감지되고 있으며 그 변화들이 어떤 상관관계를 보이는 지 설명할 수 있는 단서를 녹조와 큰빗이끼벌레에서 찾을 수 있었다.

보 건설로 인한 유속의 감소, 유속 감소에다 준설로 깊어진 강바닥으로 인한 무산소 퇴적층의 증가, 유속 감소로 인한 녹조의 증가, 이 두가지 요인으로 급격히 늘어난 큰빗이끼벌레, 강바닥 산소 감소로 빈번히 일어나는 물고기 떼죽음.



모든 사건들은 과학적 논리와 인과 관계를 바탕으로 하나하나 연관돼 있었다.

웬만한 2분 이내의 방송 뉴스 리포트가 설명할 수 없는 입체적 구성, 신문 기사로는 보여줄 수 없는 파노라마적인 화면의 논리를 시사기획창에서 소개, 정리할 수 있어서 좋았다.

사람들이 다 보고 들은 것, 다 알고 있다고 생각하는 것에 대해 새로운 세계와 지평으로 안내해 줄 수 있는 힘, 바로 시사다큐를 하는 이유이다. 


☞ [시사기획 창] ‘4대강에게 안부를 묻다’ 바로가기
kbs가 손수 골랐습니다. 네이버에서도 보세요.
기자 정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