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에 욕설했다는 이유로 무리하게 모욕죄 적용”

입력 2014.08.27 (12:15) 수정 2014.08.27 (13: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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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77)씨는 작년 6월 식품위생법 위반 혐의로 연행된 인도인 친구의 소식을 듣고 한국어 통역을 위해 지구대로 찾아갔지만, 변호사나 가족이 아니라는 이유로 안에 들어가지 못했다.

A씨는 현관 밖에서 10여분간 큰소리로 항의하자 경찰이 밖으로 나와 수갑을 채워 모욕죄로 체포했다.

인권위는 A씨가 파출소 안으로 들어가려는 명백한 목적이 있었고 이미 현행범으로 체포된 자의 연락을 받고 왔기 때문에 경찰이 연락처를 확보할 수 있었던 점 등을 고려해 경찰의 행동을 인권침해라고 판단했다.

B씨는 지난 1월 부부싸움을 하던 중 출동한 경찰에게 "똑바로 살아라"라는 말을 들었다. 이에 흥분해 욕을 하자 경찰관 4명이 그를 제압해 4층 계단에서부터 끌고 내려갔다.

이 진정 사건은 경찰관이 B씨에 대해 제기한 모욕죄 고소를 취하하고 서로 민형사상 책임을 묻지 않기로 합의함에 따라 종결됐다.

이처럼 경찰에게 욕설이나 비하발언을 했다는 이유로 현행범으로 체포되는 과정에서 인권침해를 당했다는 진정이 해마다 늘고있다.

27일 국가인권위원회에 따르면 '경찰 모욕죄 체포' 관련 진정은 2011년부터 지난 5월까지 총 90건으로, 2011년 20건, 2012년 22건, 2013년 33건, 2014년 5월까지 15건으로 집계됐다.

진정 이유로 '체포요건 미비'(53.5%), '과도한 물리력 및 수갑 사용'(25.9%), '체포 과정에서 신체 손상'(8.6%) 등이 다수를 차지했다.

진정인의 주장을 기준으로 모욕적 언행의 배경을 살펴보면 '경찰이 사고 처리 중에 반말이나 비하하는 말을 사용해 대응 차원에서 욕을 했다'는 경우가 31건으로 가장 많았다.

또한 '편파적 사건에 항의하기 위해서' 28건, '술에 취한 상태에서 실수였다' 15건, '경찰의 부당한 체포행위나 공무집행에 항의하기 위해서'가 7건이었다.

인권위는 검찰 자료를 인용해 "모욕죄로 기소된 사람은 2008년 3천500여명에서 2012년 8천400여명으로 2배 이상 늘었다"며 "작년 8월 경찰청의 '경찰관 대상 모욕죄 입건 확대 실시' 지시 등을 고려할 때 그 수는 더욱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인권위는 "이로 인한 인권침해가 이어질 경우 시민의 안전이나 신체의 자유가 부당하게 제한되거나 이유 있는 항변까지도 범죄시 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성기 성신여대 법대 교수는 "'공권력 강화'라는 애초 취지와 달리 경찰의 무리한 모욕죄 체포는 공무집행방해죄로 사건이 악화돼 경찰력 낭비는 물론 시민의 경찰에 대한 불신 풍조로 이어질 수 있다"며 "모욕죄에 대한 위헌 시비가 계속되는 점 등을 고려해 시민을 경찰관 모욕죄로 현행범 체포하는 것은 최대한 자제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인권위는 이날 오후 서울 중구 인권교육센터 별관에서 '경찰 모욕죄 현행범 체포의 문제점과 개선방안 토론회'를 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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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경찰에 욕설했다는 이유로 무리하게 모욕죄 적용”
    • 입력 2014-08-27 12:15:31
    • 수정2014-08-27 13:19:53
    연합뉴스
A(77)씨는 작년 6월 식품위생법 위반 혐의로 연행된 인도인 친구의 소식을 듣고 한국어 통역을 위해 지구대로 찾아갔지만, 변호사나 가족이 아니라는 이유로 안에 들어가지 못했다.

A씨는 현관 밖에서 10여분간 큰소리로 항의하자 경찰이 밖으로 나와 수갑을 채워 모욕죄로 체포했다.

인권위는 A씨가 파출소 안으로 들어가려는 명백한 목적이 있었고 이미 현행범으로 체포된 자의 연락을 받고 왔기 때문에 경찰이 연락처를 확보할 수 있었던 점 등을 고려해 경찰의 행동을 인권침해라고 판단했다.

B씨는 지난 1월 부부싸움을 하던 중 출동한 경찰에게 "똑바로 살아라"라는 말을 들었다. 이에 흥분해 욕을 하자 경찰관 4명이 그를 제압해 4층 계단에서부터 끌고 내려갔다.

이 진정 사건은 경찰관이 B씨에 대해 제기한 모욕죄 고소를 취하하고 서로 민형사상 책임을 묻지 않기로 합의함에 따라 종결됐다.

이처럼 경찰에게 욕설이나 비하발언을 했다는 이유로 현행범으로 체포되는 과정에서 인권침해를 당했다는 진정이 해마다 늘고있다.

27일 국가인권위원회에 따르면 '경찰 모욕죄 체포' 관련 진정은 2011년부터 지난 5월까지 총 90건으로, 2011년 20건, 2012년 22건, 2013년 33건, 2014년 5월까지 15건으로 집계됐다.

진정 이유로 '체포요건 미비'(53.5%), '과도한 물리력 및 수갑 사용'(25.9%), '체포 과정에서 신체 손상'(8.6%) 등이 다수를 차지했다.

진정인의 주장을 기준으로 모욕적 언행의 배경을 살펴보면 '경찰이 사고 처리 중에 반말이나 비하하는 말을 사용해 대응 차원에서 욕을 했다'는 경우가 31건으로 가장 많았다.

또한 '편파적 사건에 항의하기 위해서' 28건, '술에 취한 상태에서 실수였다' 15건, '경찰의 부당한 체포행위나 공무집행에 항의하기 위해서'가 7건이었다.

인권위는 검찰 자료를 인용해 "모욕죄로 기소된 사람은 2008년 3천500여명에서 2012년 8천400여명으로 2배 이상 늘었다"며 "작년 8월 경찰청의 '경찰관 대상 모욕죄 입건 확대 실시' 지시 등을 고려할 때 그 수는 더욱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인권위는 "이로 인한 인권침해가 이어질 경우 시민의 안전이나 신체의 자유가 부당하게 제한되거나 이유 있는 항변까지도 범죄시 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성기 성신여대 법대 교수는 "'공권력 강화'라는 애초 취지와 달리 경찰의 무리한 모욕죄 체포는 공무집행방해죄로 사건이 악화돼 경찰력 낭비는 물론 시민의 경찰에 대한 불신 풍조로 이어질 수 있다"며 "모욕죄에 대한 위헌 시비가 계속되는 점 등을 고려해 시민을 경찰관 모욕죄로 현행범 체포하는 것은 최대한 자제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인권위는 이날 오후 서울 중구 인권교육센터 별관에서 '경찰 모욕죄 현행범 체포의 문제점과 개선방안 토론회'를 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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