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어 절대평가 도입…수능 체제 ‘확’ 바뀌나?

입력 2014.08.27 (20:04) 수정 2014.08.27 (20: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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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부가 대학수학능력시험의 영어 영역에서 절대평가 도입계획을 밝힘에 따라 상대평가 방식의 수능 체제가 크게 바뀔 것으로 예상된다.

절대평가로 전환되기 전까지 중간단계로 교육부가 올해 초 밝혔던 '쉬운 수능 영어' 기조가 유지 또는 심화될 것으로 보인다.

나아가 영어뿐 아니라 수능 자체가 절대평가로 바뀌어 자격고사로 변경될 것이란 관측도 제기된다.

◇"절대평가 도입은 영어교육의 정상화" = 황우여 교육부 장관은 27일 정부세종청사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절대평가를 심도 있게 논의하고 큰 방향에서 잡고 있다"며 수능 영어 영역에서 절대평가제 도입계획을 밝힘에 따라 그동안 절대평가 도입에 관한 논란이 종지부를 찍었다.

한국교육개발원이 지난 4월 두 차례에 걸쳐 '수능 영어과목 절대평가 도입에 대한 공개토론회'를 개최한 데 이어 한국교육과정평가원이 5월에 '수능 영어영역 절대평가 도입방안 탐색'을 주제로 정책포럼을 열어 정부가 절대평가 도입을 위한 '군불 때기'를 하는 것 아니냐는 관측이 있었다.

절대평가 도입 취지로 황 장관은 '영어교육의 정상화'를 들었다.

황 장관은 "과도한 사교육 시장과 수십년에 걸친 영어 투자가 무슨 결실을 내고 무엇을 위한 것인가 근본적인 의문이 생긴다"며 "영어학자나 전문가로서 (필요한) 영어를 요구하는 것이 아니지 않는가"라고 반문했다.

그러면서 고등학교 교육에서는 해외에서 의사소통할 수 있는 수준까지 배우고 그 이상은 "직업전선이나 학문전선에서 심화·전문화 과정을 거치면 된다"고 말했다.

현재 수능 영어는 상대평가 체제로 1등급(상위 4%)을 가리기 위해 학생들이 '틀릴 수 있는' 기형적인 문제를 낼 수밖에 없는 구조라는 지적을 받아 왔다.

그런 과도하게 난도가 높은 한두 문제를 풀고자 학생들은 지나친 사교육에 의존하게 되고 학교에서의 영어교육은 의사소통 능력 향상이라는 본래 취지에 벗어나 '문제풀이 위주'로 변질됐다는 것이 절대평가 도입 옹호론자들의 주장이다.

도입 시기는 현재 중학교 3년생이 대학에 가는 2018학년도가 될 것으로 점쳐진다.

황 장관은 "2017학년도부터 하느냐 2018학년도부터 하느냐 실무선에서 논의하고 있다"면서도 '대학입학전형 3년 예고제'를 지키겠다고 밝혔다. 2019학년도는 다음 정부 시기다.

황 장관은 상대평가에서 절대평가로 바로 평가체제를 전환하지 않고 "충격을 완화하는 방법을, (절대평가가) 연착륙할 방법을 고민하고 있다"고 밝혀 절대평가 도입 전까지 '쉬운 수능 영어 기조'가 유지 내지 심화될 것으로 보인다.

교육부는 앞서 지난 2월 사교육 경감 대책으로 '수능에서 영어를 쉽게 내겠다'고 밝혔고 이 방침에 따라 지난 6월 수능 모의평가에서 영어 만점자가 1등급 비율(상위 4%)보다 많은 5.37%가 나오기도 했다.

영어의 난도를 단계적으로 떨어뜨려 '이 정도 수준이면 절대평가에서 1등급을 받을 수 있다'라는 것을 수험생들에게 미리 알려주는 것이 황 장관이 말한 '연착륙 방안'인 것으로 예상된다.

영어 절대평가는 한국사의 전례에 비춰 '절대 9등급제'가 될 공산이 크다. 등수가 아니라 절대 점수에 따라 1∼9등급이 정해지는 방식이다.

현재 수능의 등급 체제가 9등급이라는 점, 절대평가라고 하지만 변별력을 확보하기 위해서는 등급 수가 적정 수준이 돼야 하다는 점이 고려된 전망이다.

◇한국사에 이어 영어도 절대평가…수능 자체도 절대평가로 돌아서나? = 절대평가를 실시하면 학교에서 영어교육 정상화, 영어 사교육 의존도 완화 등의 장점이 있지만 '절대선'은 아니다.

당장 영어 영역 변별력 약화에 따른 수학, 탐구 영역 등으로 사교육 '풍선 효과'가 거론되고 있다.

영어에서 경쟁력을 확보할 수 없으니 수학이나 탐구 영역에서 좋은 등급을 받기 위한 경쟁력이 치열해질 수밖에 없어 이들 영역에서 사교육이 더 늘어날 것이라는 우려다.

게다가 현재 문과 학생 기준으로 수도권 중하위권이나 지방의 대학은 수능에서 수학을 거의 반영하지 않고 영어만 반영하고 있어 영어가 절대평가로 전환하게 되면 문·이과 학생 모두 수학이 당락을 결정하는 영역이 될 수 있다.

대학 입장에서는 우수한 학생을 뽑기 위해 영어 논술이나 영어 면접 등의 대학별 고사를 시행할 가능성도 있다.

아울러 영어에서 절대평가 도입이 향후 수능 자체의 절대평가 전환을 위한 '포석'이 아니냐는 관측도 제기된다.

교육부 계획대로라면 2017학년도부터 한국사가, 2018학년도부터 영어가 절대평가로 돌아선다.

절대평가 도입에 따른 장점에 대해 국민적인 공감대가 형성되면 한 시험 체제에 상대평가와 절대평가를 병행하는 데 따른 문제, 특정 영역만 절대평가 도입했을 때 사교육 풍선효과 등을 고려해 전면 시행으로 나아갈 수 있다는 것이다.

안상진 사교육걱정없는세상 부소장은 "일선 학교 교육과정과 수능간 수준에서 큰 격차가 있어 학생들이 사교육에 의존할 수밖에 없고 상대평가 체제에서 학생들이 잘하는 것만 되는 게 아니라 옆 사람보다 잘해야 해 무한 경쟁에 빠질 수밖에 없다"며 "수능을 절대평가로 전환하는 것을 고민해야 할 시점이 됐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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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4-08-27 20:04:12
    • 수정2014-08-27 20:23:42
    연합뉴스
교육부가 대학수학능력시험의 영어 영역에서 절대평가 도입계획을 밝힘에 따라 상대평가 방식의 수능 체제가 크게 바뀔 것으로 예상된다.

절대평가로 전환되기 전까지 중간단계로 교육부가 올해 초 밝혔던 '쉬운 수능 영어' 기조가 유지 또는 심화될 것으로 보인다.

나아가 영어뿐 아니라 수능 자체가 절대평가로 바뀌어 자격고사로 변경될 것이란 관측도 제기된다.

◇"절대평가 도입은 영어교육의 정상화" = 황우여 교육부 장관은 27일 정부세종청사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절대평가를 심도 있게 논의하고 큰 방향에서 잡고 있다"며 수능 영어 영역에서 절대평가제 도입계획을 밝힘에 따라 그동안 절대평가 도입에 관한 논란이 종지부를 찍었다.

한국교육개발원이 지난 4월 두 차례에 걸쳐 '수능 영어과목 절대평가 도입에 대한 공개토론회'를 개최한 데 이어 한국교육과정평가원이 5월에 '수능 영어영역 절대평가 도입방안 탐색'을 주제로 정책포럼을 열어 정부가 절대평가 도입을 위한 '군불 때기'를 하는 것 아니냐는 관측이 있었다.

절대평가 도입 취지로 황 장관은 '영어교육의 정상화'를 들었다.

황 장관은 "과도한 사교육 시장과 수십년에 걸친 영어 투자가 무슨 결실을 내고 무엇을 위한 것인가 근본적인 의문이 생긴다"며 "영어학자나 전문가로서 (필요한) 영어를 요구하는 것이 아니지 않는가"라고 반문했다.

그러면서 고등학교 교육에서는 해외에서 의사소통할 수 있는 수준까지 배우고 그 이상은 "직업전선이나 학문전선에서 심화·전문화 과정을 거치면 된다"고 말했다.

현재 수능 영어는 상대평가 체제로 1등급(상위 4%)을 가리기 위해 학생들이 '틀릴 수 있는' 기형적인 문제를 낼 수밖에 없는 구조라는 지적을 받아 왔다.

그런 과도하게 난도가 높은 한두 문제를 풀고자 학생들은 지나친 사교육에 의존하게 되고 학교에서의 영어교육은 의사소통 능력 향상이라는 본래 취지에 벗어나 '문제풀이 위주'로 변질됐다는 것이 절대평가 도입 옹호론자들의 주장이다.

도입 시기는 현재 중학교 3년생이 대학에 가는 2018학년도가 될 것으로 점쳐진다.

황 장관은 "2017학년도부터 하느냐 2018학년도부터 하느냐 실무선에서 논의하고 있다"면서도 '대학입학전형 3년 예고제'를 지키겠다고 밝혔다. 2019학년도는 다음 정부 시기다.

황 장관은 상대평가에서 절대평가로 바로 평가체제를 전환하지 않고 "충격을 완화하는 방법을, (절대평가가) 연착륙할 방법을 고민하고 있다"고 밝혀 절대평가 도입 전까지 '쉬운 수능 영어 기조'가 유지 내지 심화될 것으로 보인다.

교육부는 앞서 지난 2월 사교육 경감 대책으로 '수능에서 영어를 쉽게 내겠다'고 밝혔고 이 방침에 따라 지난 6월 수능 모의평가에서 영어 만점자가 1등급 비율(상위 4%)보다 많은 5.37%가 나오기도 했다.

영어의 난도를 단계적으로 떨어뜨려 '이 정도 수준이면 절대평가에서 1등급을 받을 수 있다'라는 것을 수험생들에게 미리 알려주는 것이 황 장관이 말한 '연착륙 방안'인 것으로 예상된다.

영어 절대평가는 한국사의 전례에 비춰 '절대 9등급제'가 될 공산이 크다. 등수가 아니라 절대 점수에 따라 1∼9등급이 정해지는 방식이다.

현재 수능의 등급 체제가 9등급이라는 점, 절대평가라고 하지만 변별력을 확보하기 위해서는 등급 수가 적정 수준이 돼야 하다는 점이 고려된 전망이다.

◇한국사에 이어 영어도 절대평가…수능 자체도 절대평가로 돌아서나? = 절대평가를 실시하면 학교에서 영어교육 정상화, 영어 사교육 의존도 완화 등의 장점이 있지만 '절대선'은 아니다.

당장 영어 영역 변별력 약화에 따른 수학, 탐구 영역 등으로 사교육 '풍선 효과'가 거론되고 있다.

영어에서 경쟁력을 확보할 수 없으니 수학이나 탐구 영역에서 좋은 등급을 받기 위한 경쟁력이 치열해질 수밖에 없어 이들 영역에서 사교육이 더 늘어날 것이라는 우려다.

게다가 현재 문과 학생 기준으로 수도권 중하위권이나 지방의 대학은 수능에서 수학을 거의 반영하지 않고 영어만 반영하고 있어 영어가 절대평가로 전환하게 되면 문·이과 학생 모두 수학이 당락을 결정하는 영역이 될 수 있다.

대학 입장에서는 우수한 학생을 뽑기 위해 영어 논술이나 영어 면접 등의 대학별 고사를 시행할 가능성도 있다.

아울러 영어에서 절대평가 도입이 향후 수능 자체의 절대평가 전환을 위한 '포석'이 아니냐는 관측도 제기된다.

교육부 계획대로라면 2017학년도부터 한국사가, 2018학년도부터 영어가 절대평가로 돌아선다.

절대평가 도입에 따른 장점에 대해 국민적인 공감대가 형성되면 한 시험 체제에 상대평가와 절대평가를 병행하는 데 따른 문제, 특정 영역만 절대평가 도입했을 때 사교육 풍선효과 등을 고려해 전면 시행으로 나아갈 수 있다는 것이다.

안상진 사교육걱정없는세상 부소장은 "일선 학교 교육과정과 수능간 수준에서 큰 격차가 있어 학생들이 사교육에 의존할 수밖에 없고 상대평가 체제에서 학생들이 잘하는 것만 되는 게 아니라 옆 사람보다 잘해야 해 무한 경쟁에 빠질 수밖에 없다"며 "수능을 절대평가로 전환하는 것을 고민해야 할 시점이 됐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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