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산화 사 줘”…황당한 ‘갑 공무원의 횡포’

입력 2014.08.29 (07:14) 수정 2014.08.29 (08: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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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멘트>

공무원들의 이른바 '갑의 횡포'를 견디다 못한 한 건설업체가 공무원들의 비위를 고발하며 감사 청구를 하기로 했습니다.

시립도서관을 짓는데 관련 공무원들이 시공업체에 등산화를 사달라고 요구하는가 하면 원래 없던 공사까지 만들어 친구 회사에 하청을 주도록 했다는 겁니다.

남승우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리포트>

최근 준공된 경기도 포천의 시립 도서관입니다.

착공 직후인 지난해 5월, 시공업체에 팩스 한 장이 왔습니다.

포천시청 담당과에서 보낸 것인데, 현장 시찰용으로 등산화를 준비해 달라는 요구였습니다.

등산화 브랜드와 모델, 치수까지 적혀 있었습니다.

시공업체는 등산화 8켤레를 사서 시청으로 보냈습니다.

<녹취> 시공업체 관계자(음성 변조) : "사이즈까지 적어서 (팩스를) 보내놓고 통화도 하고, 있을 수가 없는 그런 행동이죠, 공무원으로서."

해당 공무원들은 시인도 부인도 못 합니다.

<녹취> 포천시 건설 담당 공무원(음성 변조) : "제가 정확히 모르는 내용입니다. (그러면 업체가 거짓말을 하고 있는 거라고 봐야 되는 건지?) 그건 저희 과 팩스가 맞긴 하거든요, 그 번호가. 번호가 그렇게 찍혔으면, 보낸 사람이 있기야 하겠죠."

공무원 한 명은 술자리에서 현장 소장을 때려 전치 7주의 중상을 입혔습니다.

그런데도 피해자와 화해를 했다며 치료비 조차 주지 않았다는 게 시공업체의 하소연입니다.

같은 부서 또다른 공무원은 준공을 넉달 앞두고 원래 계획에도 없던 도서관 조경과 인테리어 공사를 갑자기 추가하면서 자신의 친구와 지인의 업체에 맡기도록 은근히 요구했습니다.

을의 입장인 시공사는 갑의 위치인 공무원의 뜻을 이행했습니다.

<녹취> 포천시 건설 담당 공무원(음성 변조) : "(시공업체에) 아, '내 친구가 조경을 하는데 한 번 만나봐라', 그렇게만 한 거죠. ('아니, 그러면 안 되는 거 아닙니까'하면, 어떤 생각이 드실까요?) 잘못됐다 그러면, 잘못된 거죠."

도서관 시공사는 사업 과정에 불거진 각종 공무원 비리 의혹에 대해 포천시와 경기도에 감사를 청하기로 했습니다.

KBS 뉴스 남승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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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등산화 사 줘”…황당한 ‘갑 공무원의 횡포’
    • 입력 2014-08-29 07:17:38
    • 수정2014-08-29 08:12: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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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멘트>

공무원들의 이른바 '갑의 횡포'를 견디다 못한 한 건설업체가 공무원들의 비위를 고발하며 감사 청구를 하기로 했습니다.

시립도서관을 짓는데 관련 공무원들이 시공업체에 등산화를 사달라고 요구하는가 하면 원래 없던 공사까지 만들어 친구 회사에 하청을 주도록 했다는 겁니다.

남승우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리포트>

최근 준공된 경기도 포천의 시립 도서관입니다.

착공 직후인 지난해 5월, 시공업체에 팩스 한 장이 왔습니다.

포천시청 담당과에서 보낸 것인데, 현장 시찰용으로 등산화를 준비해 달라는 요구였습니다.

등산화 브랜드와 모델, 치수까지 적혀 있었습니다.

시공업체는 등산화 8켤레를 사서 시청으로 보냈습니다.

<녹취> 시공업체 관계자(음성 변조) : "사이즈까지 적어서 (팩스를) 보내놓고 통화도 하고, 있을 수가 없는 그런 행동이죠, 공무원으로서."

해당 공무원들은 시인도 부인도 못 합니다.

<녹취> 포천시 건설 담당 공무원(음성 변조) : "제가 정확히 모르는 내용입니다. (그러면 업체가 거짓말을 하고 있는 거라고 봐야 되는 건지?) 그건 저희 과 팩스가 맞긴 하거든요, 그 번호가. 번호가 그렇게 찍혔으면, 보낸 사람이 있기야 하겠죠."

공무원 한 명은 술자리에서 현장 소장을 때려 전치 7주의 중상을 입혔습니다.

그런데도 피해자와 화해를 했다며 치료비 조차 주지 않았다는 게 시공업체의 하소연입니다.

같은 부서 또다른 공무원은 준공을 넉달 앞두고 원래 계획에도 없던 도서관 조경과 인테리어 공사를 갑자기 추가하면서 자신의 친구와 지인의 업체에 맡기도록 은근히 요구했습니다.

을의 입장인 시공사는 갑의 위치인 공무원의 뜻을 이행했습니다.

<녹취> 포천시 건설 담당 공무원(음성 변조) : "(시공업체에) 아, '내 친구가 조경을 하는데 한 번 만나봐라', 그렇게만 한 거죠. ('아니, 그러면 안 되는 거 아닙니까'하면, 어떤 생각이 드실까요?) 잘못됐다 그러면, 잘못된 거죠."

도서관 시공사는 사업 과정에 불거진 각종 공무원 비리 의혹에 대해 포천시와 경기도에 감사를 청하기로 했습니다.

KBS 뉴스 남승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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