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 위험 질주! 열차사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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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러분 안녕하십니까?
취재파일K입니다.
추석 명절을 앞두고 일찌감치 고향으로 갈 기차표를 구하느라 고생하셨을 텐데요.
빠르고 편리함을 보장해야 할 열차와 지하철에서 최근 크고 작은 사고가 잇따라 발생해 불안감이 커지고 있습니다.
대부분 철도 사고는 차량 자체 결함과 안전 조치 소홀 등 복합적인 요인 때문이란 지적인데요.
오늘 취재파일K 이슈는 위험을 안고 달리는 열차입니다.
먼저, 안다영 기자가 최근까지 발생한 사고들을 짚어봤습니다.
<리포트>
7월 22일 강원도 태백 열차 사고.
<녹취> KTX승무원 : "코레일에서 제일 중요한 것은 안전이 아니라 돈인 것 같아요. 최대의 이윤을 남기는 것, 그 피해의 몫은 소비자가 가지고 가는 것이지요."
어두운 선로 위를 줄지어 걷는 승객들.
멈춰선 전동차를 탈출한 승객 8백여 명이 인근 역으로 대피해야 했습니다.
지난 19일 서울 지하철 1호선 청량리역 부근 지하터널에서 전동차가 갑자기 멈춰선 겁니다.
승객들은 안내 방송도 못 듣고 불안에 떨었습니다.
<인터뷰> 최종환(사고 전동차 탑승객) : "아무 소식이 없어요. 방송이 있나? 아무 연락도 없고. 15분 정도 흘러가니까 전기가 다 끊어져서 방송이 안 나온다고"
이 사고로 서울역에서 청량리역 구간 의정부 방향 열차 운행이 1시간 반 가까이 중단됐습니다.
반대 방향 열차 운행도 40분 넘게 차질을 빚었습니다.
<인터뷰> 이갑숙(지하철 이용객) : "보니깐 멈춰서 안 오니까 뭐 우리는 그냥 기다리는 거예요. 이렇게 마냥. (언제부터 얼마나 기다리셨어요?) 한 한 시간 반 됐지?"
사고 당시 지하철 전동차에 전력 공급이 끊기면서 시민들은 암흑 속에 방치됐습니다.
<녹취> 서울 메트로 관계자 : "차량 고장이 나면서 잠깐 정전이 됐던 상황으로 저희들은 파악을 하거든요"
마주 달리던 두 열차가 정면으로 충돌해 부서진 채 멈춰섰습니다.
지난달 강원도 태백에서 일어난 이 사고로 1명이 숨지고 91명이 다쳤습니다.
<인터뷰> 사고 열차 승객 : "갑자기 앞에 기차가 찌그러지면서 먼지가 전체적으로 퍼지더라고요. 머리 세게 좀 박고. 옆에 있던 친구도 크게 다치고"
사고가 난 곳은 철로가 하나뿐인 단선 구간, 상하행 교행이 지켜지지 않았습니다.
<녹취> 박효인(철도 관계자/7월 23일 7시) : "제가 40년 철도(근무) 했어도 단선에서 이렇게 정거장 외에서 충돌한 사고는 없었어요."
첨단 신호장치와 자동 제동장치 등이 있었지만 정면충돌을 막지 못했습니다.
<인터뷰> 최연혜(코레일 사장) : "사고가 난 상황에 대해서는 저희가 부족한 부분이 있다고 생각을 하고, 원인규명을 하고난 후에 대책도 더 철저히 세우고 이런 일이 재발, 다시는 일어나지 않도록 최선을 다해서 보완을 하도록 하겠습니다."
그러나 대책을 세우겠다는 약속은 앞서 지난 4월에도 있었습니다.
세월호 참사를 계기로 정부와 코레일은 철도에 대해서도 특별 점검을 했다고 밝혔습니다.
하지만, 무용지물.
사고는 그 뒤에도 끊이지 않았습니다.
바로 다음달인 5월 중앙선 의성역에서 화물열차가 탈선했고, 6월에는 서울 용산역에서 서울역으로 가던 화물열차가 멈춰섰습니다.
서울 지하철 2호선 상왕십리역에는 전동차가 추돌해 170여 명이 다치기도 했습니다.
올해 들어 지난달까지 공식 집계된 철도 사고는 모두 115건. 40명이 숨지고 320명이나 다쳤습니다.
열차 이용객들에게 사고는 남의 일만이 아닌 언제 닥칠지 모르는 일상의 위험이 돼버렸습니다.
<인터뷰> 박상욱(경기도 광주시 회덕동) : "저 열차 다음 차가 사고난 적이 있었거든요. 그렇게 되면은 타기가 무섭더라고요. 타기도 싫고. 웬만하면 버스 알아보려고 그러지 탈 때마다 지하철을 타고 싶다는 생각이 안 들어요. 점점 멀리하게 되는 것 같아요."
<녹취> KBS 뉴스9(1993년 3월 28일) : "곧게 뻗은 철길이 마치 지옥의 입구라도 만난 듯 움푹 내려앉았고 거기에서 열차는 거의 형체를 알아볼 수 없을 정도로 부서졌습니다."
지난 1993년 부산 구포역.
무궁화호 열차가 전복해 78명이 숨지고 105명이 다쳤습니다.
1977년 전북 이리역.
화약을 실은 열차가 폭발해 60여 명이 숨지고 천여 명이 다쳤습니다.
우리 철도사에 지울 수 없는 대형 사고들이었습니다.
이 참사들을 포함해 그동안 일어난 철도 사고는 굵직한 사망 사고만 따져도 수십 건이 넘습니다.
인명피해 없는 탈선이나 화재 같은 사고까지 포함하면 셀 수조차 없을 정도입니다.
어이없는 사고에도 효과도 없는 사후 대책만 되풀이되고 있습니다.
<인터뷰> 김민근(서울 잠원동) : "동생이랑도 타고 가족끼리도 타고 친구랑도 타는데 믿고 타는 건데, 대중교통 그, 자가용 끌고 다니면 비싸다고 저 같이 대중교통 쓰고 그러는 건데 거기서 안전을 확보하지 못하면 그러면 안 된다고 생각을 해요."
<질문>
이 자리에 김종수 기자가 나와있습니다.
지난달까지 집계된 철도 사고가 모두 110건이 넘는다니,정말 '철도는 안전하다'는 인식이 뿌리째 흔들릴 정도군요.
안전에 대한 경각심이 높아지면서 철도 안전 문제가 더 두드러져 보이는 것인가요?
<답변>
그런 시각이 있을 수 있겠지만 최근 철도 사고는 안전 불감증이 불러온 결과라고 보는 분석이 더 설득력을 얻고 있습니다.
정부가 세월호 참사를 계기로 철도에 대해서도 특별 점검을 했지만 여기저기서 사고가 터지는 것만 봐도 문제의 심각성을 알 수 있는데요.
휴가철과 명절에 자주 이용하는 고속철 중에서 KTX-산천의 누적된 결함은 380건이 넘습니다.
이 가운데 130여 건은 아직 미해결 상태로 운행을 하고 있는 데요.
그 문제점들을 확인해봤습니다.
<리포트>
순수 국내 기술로 연구, 제작해 한국형 고속철로 불리는 KTX-산천입니다.
토종 물고기인 산천어의 모양을 본 따서 제작했다고 해서 붙여진 이름입니다.
2010년 초 첫 운행을 시작할 때만 해도 첨단 기술력의 상징으로 여겨졌지만, 잇단 고장으로 인해 안정성 논란이 계속되고 있습니다.
KTX-산천을 비롯한 전체 고속철의 사고, 고장원인 등을 분석한 400쪽 분량의 철도안전위원회 보고서입니다.
외부 전문가 20여 명은 한국형 고속철이 다른 차량에 비해 고장이 잦다는 점에 주목하고 있습니다.
2004년 도입된 초기 모델 차량보다 월평균 고장 건수가 3배 이상 많다는 것입니다.
<녹취> 철도 관련 전문가 : "산천은 우리 국산 기술로 만들려고 했는데,사실상 실패했다고 봐야지요. 산천은 이미 만들어졌기 때문에 안을 고친다는 얘기를 들었는데, 쉽지 않을 것이에요."
외부 전문가들은 설계 결함 등 제작상의 문제를 그 원인으로 지목했습니다.
<녹취> 보고서 작성 철도안전위원 : "차량 제작시 작업불량으로 인한 공기배관의 탈락과 이완으로 인한 공기누설 등은 전형적인 제작결함에 의한 고장입니다.현대로템의 제작품질 미흡에 의한 것으로 판단합니다."
운영주체인 코레일의 문제점도 발견됐습니다.
시운전 시험 거리를 최소 요건만 충족하는 수준으로 설정하는 바람에 각종 결함을 사전에 인지할 수 있는 기회를 놓쳤다는 것입니다.
해외 사례와 비교해 한국형 고속철 개발 사업이 상대적으로 짧은 시간에 졸속으로 추진된 것 아니냐는 지적이 제기될 수 밖에 없습니다.
프랑스 알스톰사가 만든 TGV와 독일의 고속철 ICE, 1964년부터 운행을 시작한 일본 신칸센의 경우 제작 기간이 대부분 60개월 이상입니다.
또 시운전 기간만 16개월 정도입니다.
이에 비해 KTX-산천은 새로 개발한 차량인데도 납품기한이 36개월에 불과했고, 시운전은 10개월 만에 끝내야 했습니다.
시운전 당시 KTX-산천은 열차 운행중에 제동장치가 갑자기 작동하는 문제가 발견됐지만, 한동안 전문가들도 원인을 몰라서 손을 대지 못했습니다.
그렇다면 운행중 제동 문제 등 열차 안전과 관련된 결함은 개선이 됐을까.
코레일은 이미 제조사를 통해 개선조치가 끝났다는 입장입니다.
<녹취> 코레일 홍보팀 관계자 : "(개선)조치된 것이 270건이고, 남아 있는 것이 132건입니다. 운행에 장애를 일으킬 소지가 많은 부분은 이미 하자보수를 완료시킨 것이죠."
하지만, 차량 정비를 담당하는 직원들은 승객의 안전과 직결된 결함이 여전하다고 말합니다.
<녹취> KTX-산천 차량정비 담당자 : "(차량이)운전중에 서는 것인데, 어떤 원인 때문에 차량이 제동되느냐는 것인데 그것이 해결된 것도 있고 해결이 되지 않은 것도 않은 것도 있기 때문에 사실 전기적인 문제일 수도 있고 기계적인 문제일 수도 있고..."
지난 6월, 철도노조는 KTX-산천에서 계속 문제를 일으키는 제동, 감속장치 결함과 관련해 정밀 진단을 요구하고 나섰지만, 코레일측은 모든 중대 결함은 제조사에서 3년 전에 조치를 마쳤다며 맞서고 있습니다.
코레일과 소송중인 제작사인 현대 로템은 운행중 제동의 원인은 밝혀졌고 이미 해결됐다는 입장입니다.
당시에는 작업 부주의로 인한 혼선이 발생해 운행 장애가 있었던 것이며 현재는 이를 신속히 차단할 수 있도록 개선했다고 밝혔습니다.
<녹취> 현대로템 관계자 : "대부분 정상조치가 됐기 때문에 어떻게 조치되어 있다는 내용만 보시면 이해하실 수 있을것에요. (정식 인터뷰를 해주시는 것은?) 네, 인터뷰는 하기가 좀 그렇고요."
대형 열차사고의 원인은 바퀴와 제동장치, 또는 선로의 결함에 집중돼 있습니다.
열차 바퀴 결함은 궤도 탈선으로 나타나고, 제동 장치 결함은 고속 열차 충돌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입니다.
이런 이유에서 차량 고장을 비롯한 운행 장애도 가볍게 볼 수 없는 문제라고 기관사는 지적합니다.
<인터뷰> 박흥수(코레일 기관사) : "(차량 고장으로)운행장애 일어났어도 출입문을 열고 선로로 비상대피하고 이러는 것은 굉장히 큰 소동이거든요. 그런데 그것은 사고라기 보다는 운행 장애로 취급하는 것이죠."
코레일 직원들은 또 사고와 관련된 징계나 책임 추궁에 대한 두려움을 토로합니다.
<녹취> 코레일 직원 : "사고를 범하면 안 되겠다고 하는 강박관념에서 하다 보니까 오히려 역으로 사고를 더 유발하게되는...그래서 사고가 더 빈발하게하는 역효과도 나왔고요."
<녹취> 코레일 기관사 : "사고가 나면 결국은 최종적으로 기관사에게 책임이 돌아갈수 밖에 없는 조건이 돼 있어요. 다른 문제가 있어서 사고가 났더라도 기관사만 징계받으면 끝이고..."
열차 승객들과 가장 가까이에 있는 승무원들도 불안하기는 마찬가지입니다.
자회사 소속이다 보니, 사고 발생시 직접적인 조치를 할 수 없는 직무상 규정이 가장 큰 문제라고 지적합니다.
<녹취> KTX 승무원 : "우리 상황이 안전과는 별개다. 코레일(직원)은 안전만 담당하는 것이고, 우리는 그분을 도와서 지원만 하고 서비스업이 중요하다고하니까. 우리가 바로 조치할 수 있는 것이 없습니다."
위험에 대한 부담은 고스란히 승객의 몫이 될 수밖에 없는 안타까운 상황이라는 것입니다.
<녹취> KTX 승무원(승무원통화) : "객실에서 불이 났을 경우에는 어떤 스위치만 끄면 되는 것이 있어요. 우리는 그런 교육을 받지 않기 때문에 몰라요. 그러면 계속 기다려야 하는 상황이지요. 그럼 불이 금방 꺼질 것도 크게 번지는 상황이지요."
이들의 소속사인 코레일 관광측은 최근 태백선 관광열차 사고 당시 한 승무원이 심폐소생술을 시행한 사례를 언급하며, 규정상 아무런 문제가 없다고 밝혀왔습니다.
이러한 논란이 지속되는 상황에서 코레일이 사고의 근본적인 원인을 총체적으로 파악하지 않고 사고가 날 때만 그 때 그 때 대응하는데 급급한 것 아니냐는 지적이 잇따르고 있습니다.
<인터뷰> 이영수(연구위원/사회공공연구원) : "운행 장애들이 쌓이다 보면 큰 사고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에 이런 운행 장애를 파악하는 것이 중요한데 운행 기관들이 이런 운행 장애를 덮는다든지 소홀히 취급하는 부분이 있습니다
<질문>
고속철도의 안전성 여부는 국민의 생명과 직결된 문제인 만큼 빈틈없이 검증하고 따져야할텐데요.
사고가 났을때 승객을 보호하고 피해를 줄이기 위해 신속하게 대응하는 위기 대응체계는 잘 갖춰져있습니까 ??
<답변>
네, 위기대응 지침 자체는 갖추고 있지만 보고체계와 관련해서는 이미 일부 문제점이 노출되기도 했습니다.
더구나 모든 지침이 그렇듯이 현장 교육과 숙달될 때까지 훈련이 없다면 무용지물일 텐데요.
위기 발생 대응지침과 관련된 문제점을 김지선 기자가 짚어봤습니다.
<리포트>
<녹취> 이승훈(9시 뉴스/2011. 2.11) : "승객들이 허겁지겁 열차를 빠져나옵니다. 철로를 벗어난 객차들이 지그재그로 뒤틀려 있습니다."
달리던 열차가 선로를 벗어나 승객 140여 명이 극도의 불안에 떨어야 했던 광명역 KTX 열차 탈선 사고.
그러나 이 사고가 한밤 중에 일어났다면, 코레일 총책임자에게는 보고되지 않습니다.
코레일 내부 매뉴얼엔 심야 시간대, 5명 이상이 사망한 사고만 사장에게 보고하도록 돼있기 때문입니다.
3명 이상 5명 미만의 사상자가 난 사고는 사장이 아니라 비서를 통해 보고한다는 이 황당한 규정이 논란이 되자, 코레일은 이달 들어서야 부랴부랴 관련 조항을 삭제했습니다.
<녹취> 코레일 관계자 : "2010년에 그런 부분이 있어서요. 그 부분을 반영했는데, 그 뒤에 사장님이나 모든 사고를 보고를 다 받으시거든요. 다 받으시는데 그 부분에 대해서 그때 우리가 미처 준비를 못했습니다...그래서 우리가 잘못을 인정하고 그때 국토부와 협의해서 삭제를 했습니다."
잇따르는 참사에 대응하기 위해 정부는 재난 상황별 매뉴얼을 전면 개편했습니다.
생명을 살릴 수 있는 골든타임에, 공무원들이 해야 할 임무를 명시해 매뉴얼이 제 구실을 할 수 있게 하자는 취지입니다.
고속철도 사고의 경우 사고 현장에선 먼저 안내 방송을 반드시 하고, 사상자를 구조하며 피해 상황을 파악합니다.
철도 공사 교통관제센터는 열차 운행을 통제하면서 긴급지원을 요청하고, 국토부는 현장대응지휘반을 출동하고 중앙사고수습본부를 가동하도록 했습니다.
<녹취> 김광일(국토부 사무관) : "가장 짧은 시간 내에 인명을 최대한 구조하기 위해서 우리가 어떻게 해야될 것인지 포커스를 뒀습니다. 종전에는 보고도 누가 해야될지 이런 것들도 정해지지 않았습니다만 지금은 앱도 개발하고 시스템도 구축을 하고 해서 현장에서 사고가 났을 경우엔 1분 안에 바로 보고를 할 수 있게 해서 앱을 개발해서 배포를 할 계획에 있습니다"
매뉴얼이 제대로 돼있다면 인명 피해를 줄일 수 있을까.
철도노조가 KTX 승무원 조합원들을 상대로 물었습니다.
지난 1년간 열차 화재, 독가스 살포 등 비상대응 방법과 관련해 교육을 받은 적이 있느냐는 질문에 77%가 '전혀 없다'고 답했습니다.
신입 사원 교육이 부족해 비상 상황 대처에 어려움을 겪을 것이라고 답한 승무원들이 95%를 넘었습니다.
<인터뷰> KTX 승무원 : "(교육도 소화기 사용 교육이나 대피요령교육 아니면...) 네 받은 적 없어요. 소화기 사용 몰라요. (필요하다고는 느끼신 적 없나요?) 필요하지만 회사에서는 그게 그냥 표면 문서상으로 우리 소화기 사용을 알렸다. 실제적으로 소화기 핀을 뽑아가지고 이렇게 하고 이렇게 하는 거는 한 번도 한 적이 없어요. 할 수 있는 게 아무것도 없는 거죠."
결국 비용 때문에 산업 안전 관련 교육도 자료에 서명만 하는 것으로 끝나는 경우가 대부분이었다는 겁니다.
<인터뷰> 김영준(철도노조 국장) : "코레일 자회사인 코레일관광개발인 경우엔 인건비를 아낀다는 이유로 실제로 서류상으로만 교육을 실시한 것처럼 꾸미고 안전교육은 실시하지 않으면서 사실은 그 교육에 들어가는 인건비마저 아끼려고 하는 것처럼 하청업체가 행동하고 있기 때문에 안전교육이 이뤄지지 않고 있는거죠."
회사 측은 비상대응매뉴얼에 따라 교육을 시행하고 있다고 반박하면서도 현장 교육이 부족했다는 점은 인정하고 있습니다.
<녹취> 코레일관광개발 관계자 : "(실습을 한다든가 이런 게 부족했다는 말씀이신가요? 그동안은?) 그런 것들이 부족했다는 것이 있었고... 그래서 저희는 승무원들이 전부 다 할 수는 없고 이미지 훈련, 동영상을 통해서든 교육은 시행은 했는데 현장을 중심으로 교육을 하는게 좋겠다는 판단이 있어서 지금 현재는 직접 열차에서 비상 사다리를 취급한다든가 이런 것들을 시뮬레이션을 해서 기수별로 계속 교육을 시행하고 있습니다.
정부가 '재난 및 안전관리기본법'에 따라 작성한 안전, 위기관리 매뉴얼은 모두 3천5백24개.
이 매뉴얼에 따라 중앙정부와 지자체, 공공기관 등 4백여 개 기관이 참여하는 '재난대응 안전한국훈련'이 실시됩니다.
그렇다면 실제 훈련 내용은 어떨까.
회의실에 모여서 하는 토론 기반형 훈련이 4백 회, 현장 훈련은 고작 95회뿐이었습니다.
실전훈련이 뒷받침되지 않은 매뉴얼은 결국 무용지물이 될 수 있다는 우려가 높습니다.
<인터뷰> 정진후(국회 교육문화체육관광위원회 위원) : "3524개에 달하는 매뉴얼은 현장 조치를 배제했을 때는 아무 의미가 없는 겁니다. 책상에 앉아서 문서로 훑어봐서는 의미가 없는 거예요. 매뉴얼이 존재하는 이유는 현장에서 제대로 된 조치를 하기 위해서 존재하는 거거든요. 그런데 현장에서 아무런 조치도 할 수 없는 매뉴얼이 수천 개 수만 개가 쌓였으면 뭐하겠습니까."
<질문>
형식적인 위기대응 훈련에 대한 승무원들의 지적이 정말 안타깝게 느껴지는데요.
결국 철도는 이같이 기계적 결함, 인적인 문제 등 여러 요인이 결합해서 최근 들어 사고가 빈발한다, 이렇게 볼 수 있는 것인가요?
<답변>
네, 철도차량 고장은 2010년 119건, 2011년 134건, 2012년 112건으로 100건을 늘 넘고 있습니다.
사람은 언제든 실수를 할 수 있고 이런 실수가 큰 사고로 이어지지 않게끔, 이중 삼중으로 통제하는 것이 철도 안전 관리 시스템일 텐데요.
이 또한 허술해서 대형사고에 대한 우려와 불안감이 커지는 상황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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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슈] 위험 질주! 열차사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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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입력 2014-08-29 19:55:19
- 수정2014-08-30 09:42:35

여러분 안녕하십니까?
취재파일K입니다.
추석 명절을 앞두고 일찌감치 고향으로 갈 기차표를 구하느라 고생하셨을 텐데요.
빠르고 편리함을 보장해야 할 열차와 지하철에서 최근 크고 작은 사고가 잇따라 발생해 불안감이 커지고 있습니다.
대부분 철도 사고는 차량 자체 결함과 안전 조치 소홀 등 복합적인 요인 때문이란 지적인데요.
오늘 취재파일K 이슈는 위험을 안고 달리는 열차입니다.
먼저, 안다영 기자가 최근까지 발생한 사고들을 짚어봤습니다.
<리포트>
7월 22일 강원도 태백 열차 사고.
<녹취> KTX승무원 : "코레일에서 제일 중요한 것은 안전이 아니라 돈인 것 같아요. 최대의 이윤을 남기는 것, 그 피해의 몫은 소비자가 가지고 가는 것이지요."
어두운 선로 위를 줄지어 걷는 승객들.
멈춰선 전동차를 탈출한 승객 8백여 명이 인근 역으로 대피해야 했습니다.
지난 19일 서울 지하철 1호선 청량리역 부근 지하터널에서 전동차가 갑자기 멈춰선 겁니다.
승객들은 안내 방송도 못 듣고 불안에 떨었습니다.
<인터뷰> 최종환(사고 전동차 탑승객) : "아무 소식이 없어요. 방송이 있나? 아무 연락도 없고. 15분 정도 흘러가니까 전기가 다 끊어져서 방송이 안 나온다고"
이 사고로 서울역에서 청량리역 구간 의정부 방향 열차 운행이 1시간 반 가까이 중단됐습니다.
반대 방향 열차 운행도 40분 넘게 차질을 빚었습니다.
<인터뷰> 이갑숙(지하철 이용객) : "보니깐 멈춰서 안 오니까 뭐 우리는 그냥 기다리는 거예요. 이렇게 마냥. (언제부터 얼마나 기다리셨어요?) 한 한 시간 반 됐지?"
사고 당시 지하철 전동차에 전력 공급이 끊기면서 시민들은 암흑 속에 방치됐습니다.
<녹취> 서울 메트로 관계자 : "차량 고장이 나면서 잠깐 정전이 됐던 상황으로 저희들은 파악을 하거든요"
마주 달리던 두 열차가 정면으로 충돌해 부서진 채 멈춰섰습니다.
지난달 강원도 태백에서 일어난 이 사고로 1명이 숨지고 91명이 다쳤습니다.
<인터뷰> 사고 열차 승객 : "갑자기 앞에 기차가 찌그러지면서 먼지가 전체적으로 퍼지더라고요. 머리 세게 좀 박고. 옆에 있던 친구도 크게 다치고"
사고가 난 곳은 철로가 하나뿐인 단선 구간, 상하행 교행이 지켜지지 않았습니다.
<녹취> 박효인(철도 관계자/7월 23일 7시) : "제가 40년 철도(근무) 했어도 단선에서 이렇게 정거장 외에서 충돌한 사고는 없었어요."
첨단 신호장치와 자동 제동장치 등이 있었지만 정면충돌을 막지 못했습니다.
<인터뷰> 최연혜(코레일 사장) : "사고가 난 상황에 대해서는 저희가 부족한 부분이 있다고 생각을 하고, 원인규명을 하고난 후에 대책도 더 철저히 세우고 이런 일이 재발, 다시는 일어나지 않도록 최선을 다해서 보완을 하도록 하겠습니다."
그러나 대책을 세우겠다는 약속은 앞서 지난 4월에도 있었습니다.
세월호 참사를 계기로 정부와 코레일은 철도에 대해서도 특별 점검을 했다고 밝혔습니다.
하지만, 무용지물.
사고는 그 뒤에도 끊이지 않았습니다.
바로 다음달인 5월 중앙선 의성역에서 화물열차가 탈선했고, 6월에는 서울 용산역에서 서울역으로 가던 화물열차가 멈춰섰습니다.
서울 지하철 2호선 상왕십리역에는 전동차가 추돌해 170여 명이 다치기도 했습니다.
올해 들어 지난달까지 공식 집계된 철도 사고는 모두 115건. 40명이 숨지고 320명이나 다쳤습니다.
열차 이용객들에게 사고는 남의 일만이 아닌 언제 닥칠지 모르는 일상의 위험이 돼버렸습니다.
<인터뷰> 박상욱(경기도 광주시 회덕동) : "저 열차 다음 차가 사고난 적이 있었거든요. 그렇게 되면은 타기가 무섭더라고요. 타기도 싫고. 웬만하면 버스 알아보려고 그러지 탈 때마다 지하철을 타고 싶다는 생각이 안 들어요. 점점 멀리하게 되는 것 같아요."
<녹취> KBS 뉴스9(1993년 3월 28일) : "곧게 뻗은 철길이 마치 지옥의 입구라도 만난 듯 움푹 내려앉았고 거기에서 열차는 거의 형체를 알아볼 수 없을 정도로 부서졌습니다."
지난 1993년 부산 구포역.
무궁화호 열차가 전복해 78명이 숨지고 105명이 다쳤습니다.
1977년 전북 이리역.
화약을 실은 열차가 폭발해 60여 명이 숨지고 천여 명이 다쳤습니다.
우리 철도사에 지울 수 없는 대형 사고들이었습니다.
이 참사들을 포함해 그동안 일어난 철도 사고는 굵직한 사망 사고만 따져도 수십 건이 넘습니다.
인명피해 없는 탈선이나 화재 같은 사고까지 포함하면 셀 수조차 없을 정도입니다.
어이없는 사고에도 효과도 없는 사후 대책만 되풀이되고 있습니다.
<인터뷰> 김민근(서울 잠원동) : "동생이랑도 타고 가족끼리도 타고 친구랑도 타는데 믿고 타는 건데, 대중교통 그, 자가용 끌고 다니면 비싸다고 저 같이 대중교통 쓰고 그러는 건데 거기서 안전을 확보하지 못하면 그러면 안 된다고 생각을 해요."
<질문>
이 자리에 김종수 기자가 나와있습니다.
지난달까지 집계된 철도 사고가 모두 110건이 넘는다니,정말 '철도는 안전하다'는 인식이 뿌리째 흔들릴 정도군요.
안전에 대한 경각심이 높아지면서 철도 안전 문제가 더 두드러져 보이는 것인가요?
<답변>
그런 시각이 있을 수 있겠지만 최근 철도 사고는 안전 불감증이 불러온 결과라고 보는 분석이 더 설득력을 얻고 있습니다.
정부가 세월호 참사를 계기로 철도에 대해서도 특별 점검을 했지만 여기저기서 사고가 터지는 것만 봐도 문제의 심각성을 알 수 있는데요.
휴가철과 명절에 자주 이용하는 고속철 중에서 KTX-산천의 누적된 결함은 380건이 넘습니다.
이 가운데 130여 건은 아직 미해결 상태로 운행을 하고 있는 데요.
그 문제점들을 확인해봤습니다.
<리포트>
순수 국내 기술로 연구, 제작해 한국형 고속철로 불리는 KTX-산천입니다.
토종 물고기인 산천어의 모양을 본 따서 제작했다고 해서 붙여진 이름입니다.
2010년 초 첫 운행을 시작할 때만 해도 첨단 기술력의 상징으로 여겨졌지만, 잇단 고장으로 인해 안정성 논란이 계속되고 있습니다.
KTX-산천을 비롯한 전체 고속철의 사고, 고장원인 등을 분석한 400쪽 분량의 철도안전위원회 보고서입니다.
외부 전문가 20여 명은 한국형 고속철이 다른 차량에 비해 고장이 잦다는 점에 주목하고 있습니다.
2004년 도입된 초기 모델 차량보다 월평균 고장 건수가 3배 이상 많다는 것입니다.
<녹취> 철도 관련 전문가 : "산천은 우리 국산 기술로 만들려고 했는데,사실상 실패했다고 봐야지요. 산천은 이미 만들어졌기 때문에 안을 고친다는 얘기를 들었는데, 쉽지 않을 것이에요."
외부 전문가들은 설계 결함 등 제작상의 문제를 그 원인으로 지목했습니다.
<녹취> 보고서 작성 철도안전위원 : "차량 제작시 작업불량으로 인한 공기배관의 탈락과 이완으로 인한 공기누설 등은 전형적인 제작결함에 의한 고장입니다.현대로템의 제작품질 미흡에 의한 것으로 판단합니다."
운영주체인 코레일의 문제점도 발견됐습니다.
시운전 시험 거리를 최소 요건만 충족하는 수준으로 설정하는 바람에 각종 결함을 사전에 인지할 수 있는 기회를 놓쳤다는 것입니다.
해외 사례와 비교해 한국형 고속철 개발 사업이 상대적으로 짧은 시간에 졸속으로 추진된 것 아니냐는 지적이 제기될 수 밖에 없습니다.
프랑스 알스톰사가 만든 TGV와 독일의 고속철 ICE, 1964년부터 운행을 시작한 일본 신칸센의 경우 제작 기간이 대부분 60개월 이상입니다.
또 시운전 기간만 16개월 정도입니다.
이에 비해 KTX-산천은 새로 개발한 차량인데도 납품기한이 36개월에 불과했고, 시운전은 10개월 만에 끝내야 했습니다.
시운전 당시 KTX-산천은 열차 운행중에 제동장치가 갑자기 작동하는 문제가 발견됐지만, 한동안 전문가들도 원인을 몰라서 손을 대지 못했습니다.
그렇다면 운행중 제동 문제 등 열차 안전과 관련된 결함은 개선이 됐을까.
코레일은 이미 제조사를 통해 개선조치가 끝났다는 입장입니다.
<녹취> 코레일 홍보팀 관계자 : "(개선)조치된 것이 270건이고, 남아 있는 것이 132건입니다. 운행에 장애를 일으킬 소지가 많은 부분은 이미 하자보수를 완료시킨 것이죠."
하지만, 차량 정비를 담당하는 직원들은 승객의 안전과 직결된 결함이 여전하다고 말합니다.
<녹취> KTX-산천 차량정비 담당자 : "(차량이)운전중에 서는 것인데, 어떤 원인 때문에 차량이 제동되느냐는 것인데 그것이 해결된 것도 있고 해결이 되지 않은 것도 않은 것도 있기 때문에 사실 전기적인 문제일 수도 있고 기계적인 문제일 수도 있고..."
지난 6월, 철도노조는 KTX-산천에서 계속 문제를 일으키는 제동, 감속장치 결함과 관련해 정밀 진단을 요구하고 나섰지만, 코레일측은 모든 중대 결함은 제조사에서 3년 전에 조치를 마쳤다며 맞서고 있습니다.
코레일과 소송중인 제작사인 현대 로템은 운행중 제동의 원인은 밝혀졌고 이미 해결됐다는 입장입니다.
당시에는 작업 부주의로 인한 혼선이 발생해 운행 장애가 있었던 것이며 현재는 이를 신속히 차단할 수 있도록 개선했다고 밝혔습니다.
<녹취> 현대로템 관계자 : "대부분 정상조치가 됐기 때문에 어떻게 조치되어 있다는 내용만 보시면 이해하실 수 있을것에요. (정식 인터뷰를 해주시는 것은?) 네, 인터뷰는 하기가 좀 그렇고요."
대형 열차사고의 원인은 바퀴와 제동장치, 또는 선로의 결함에 집중돼 있습니다.
열차 바퀴 결함은 궤도 탈선으로 나타나고, 제동 장치 결함은 고속 열차 충돌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입니다.
이런 이유에서 차량 고장을 비롯한 운행 장애도 가볍게 볼 수 없는 문제라고 기관사는 지적합니다.
<인터뷰> 박흥수(코레일 기관사) : "(차량 고장으로)운행장애 일어났어도 출입문을 열고 선로로 비상대피하고 이러는 것은 굉장히 큰 소동이거든요. 그런데 그것은 사고라기 보다는 운행 장애로 취급하는 것이죠."
코레일 직원들은 또 사고와 관련된 징계나 책임 추궁에 대한 두려움을 토로합니다.
<녹취> 코레일 직원 : "사고를 범하면 안 되겠다고 하는 강박관념에서 하다 보니까 오히려 역으로 사고를 더 유발하게되는...그래서 사고가 더 빈발하게하는 역효과도 나왔고요."
<녹취> 코레일 기관사 : "사고가 나면 결국은 최종적으로 기관사에게 책임이 돌아갈수 밖에 없는 조건이 돼 있어요. 다른 문제가 있어서 사고가 났더라도 기관사만 징계받으면 끝이고..."
열차 승객들과 가장 가까이에 있는 승무원들도 불안하기는 마찬가지입니다.
자회사 소속이다 보니, 사고 발생시 직접적인 조치를 할 수 없는 직무상 규정이 가장 큰 문제라고 지적합니다.
<녹취> KTX 승무원 : "우리 상황이 안전과는 별개다. 코레일(직원)은 안전만 담당하는 것이고, 우리는 그분을 도와서 지원만 하고 서비스업이 중요하다고하니까. 우리가 바로 조치할 수 있는 것이 없습니다."
위험에 대한 부담은 고스란히 승객의 몫이 될 수밖에 없는 안타까운 상황이라는 것입니다.
<녹취> KTX 승무원(승무원통화) : "객실에서 불이 났을 경우에는 어떤 스위치만 끄면 되는 것이 있어요. 우리는 그런 교육을 받지 않기 때문에 몰라요. 그러면 계속 기다려야 하는 상황이지요. 그럼 불이 금방 꺼질 것도 크게 번지는 상황이지요."
이들의 소속사인 코레일 관광측은 최근 태백선 관광열차 사고 당시 한 승무원이 심폐소생술을 시행한 사례를 언급하며, 규정상 아무런 문제가 없다고 밝혀왔습니다.
이러한 논란이 지속되는 상황에서 코레일이 사고의 근본적인 원인을 총체적으로 파악하지 않고 사고가 날 때만 그 때 그 때 대응하는데 급급한 것 아니냐는 지적이 잇따르고 있습니다.
<인터뷰> 이영수(연구위원/사회공공연구원) : "운행 장애들이 쌓이다 보면 큰 사고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에 이런 운행 장애를 파악하는 것이 중요한데 운행 기관들이 이런 운행 장애를 덮는다든지 소홀히 취급하는 부분이 있습니다
<질문>
고속철도의 안전성 여부는 국민의 생명과 직결된 문제인 만큼 빈틈없이 검증하고 따져야할텐데요.
사고가 났을때 승객을 보호하고 피해를 줄이기 위해 신속하게 대응하는 위기 대응체계는 잘 갖춰져있습니까 ??
<답변>
네, 위기대응 지침 자체는 갖추고 있지만 보고체계와 관련해서는 이미 일부 문제점이 노출되기도 했습니다.
더구나 모든 지침이 그렇듯이 현장 교육과 숙달될 때까지 훈련이 없다면 무용지물일 텐데요.
위기 발생 대응지침과 관련된 문제점을 김지선 기자가 짚어봤습니다.
<리포트>
<녹취> 이승훈(9시 뉴스/2011. 2.11) : "승객들이 허겁지겁 열차를 빠져나옵니다. 철로를 벗어난 객차들이 지그재그로 뒤틀려 있습니다."
달리던 열차가 선로를 벗어나 승객 140여 명이 극도의 불안에 떨어야 했던 광명역 KTX 열차 탈선 사고.
그러나 이 사고가 한밤 중에 일어났다면, 코레일 총책임자에게는 보고되지 않습니다.
코레일 내부 매뉴얼엔 심야 시간대, 5명 이상이 사망한 사고만 사장에게 보고하도록 돼있기 때문입니다.
3명 이상 5명 미만의 사상자가 난 사고는 사장이 아니라 비서를 통해 보고한다는 이 황당한 규정이 논란이 되자, 코레일은 이달 들어서야 부랴부랴 관련 조항을 삭제했습니다.
<녹취> 코레일 관계자 : "2010년에 그런 부분이 있어서요. 그 부분을 반영했는데, 그 뒤에 사장님이나 모든 사고를 보고를 다 받으시거든요. 다 받으시는데 그 부분에 대해서 그때 우리가 미처 준비를 못했습니다...그래서 우리가 잘못을 인정하고 그때 국토부와 협의해서 삭제를 했습니다."
잇따르는 참사에 대응하기 위해 정부는 재난 상황별 매뉴얼을 전면 개편했습니다.
생명을 살릴 수 있는 골든타임에, 공무원들이 해야 할 임무를 명시해 매뉴얼이 제 구실을 할 수 있게 하자는 취지입니다.
고속철도 사고의 경우 사고 현장에선 먼저 안내 방송을 반드시 하고, 사상자를 구조하며 피해 상황을 파악합니다.
철도 공사 교통관제센터는 열차 운행을 통제하면서 긴급지원을 요청하고, 국토부는 현장대응지휘반을 출동하고 중앙사고수습본부를 가동하도록 했습니다.
<녹취> 김광일(국토부 사무관) : "가장 짧은 시간 내에 인명을 최대한 구조하기 위해서 우리가 어떻게 해야될 것인지 포커스를 뒀습니다. 종전에는 보고도 누가 해야될지 이런 것들도 정해지지 않았습니다만 지금은 앱도 개발하고 시스템도 구축을 하고 해서 현장에서 사고가 났을 경우엔 1분 안에 바로 보고를 할 수 있게 해서 앱을 개발해서 배포를 할 계획에 있습니다"
매뉴얼이 제대로 돼있다면 인명 피해를 줄일 수 있을까.
철도노조가 KTX 승무원 조합원들을 상대로 물었습니다.
지난 1년간 열차 화재, 독가스 살포 등 비상대응 방법과 관련해 교육을 받은 적이 있느냐는 질문에 77%가 '전혀 없다'고 답했습니다.
신입 사원 교육이 부족해 비상 상황 대처에 어려움을 겪을 것이라고 답한 승무원들이 95%를 넘었습니다.
<인터뷰> KTX 승무원 : "(교육도 소화기 사용 교육이나 대피요령교육 아니면...) 네 받은 적 없어요. 소화기 사용 몰라요. (필요하다고는 느끼신 적 없나요?) 필요하지만 회사에서는 그게 그냥 표면 문서상으로 우리 소화기 사용을 알렸다. 실제적으로 소화기 핀을 뽑아가지고 이렇게 하고 이렇게 하는 거는 한 번도 한 적이 없어요. 할 수 있는 게 아무것도 없는 거죠."
결국 비용 때문에 산업 안전 관련 교육도 자료에 서명만 하는 것으로 끝나는 경우가 대부분이었다는 겁니다.
<인터뷰> 김영준(철도노조 국장) : "코레일 자회사인 코레일관광개발인 경우엔 인건비를 아낀다는 이유로 실제로 서류상으로만 교육을 실시한 것처럼 꾸미고 안전교육은 실시하지 않으면서 사실은 그 교육에 들어가는 인건비마저 아끼려고 하는 것처럼 하청업체가 행동하고 있기 때문에 안전교육이 이뤄지지 않고 있는거죠."
회사 측은 비상대응매뉴얼에 따라 교육을 시행하고 있다고 반박하면서도 현장 교육이 부족했다는 점은 인정하고 있습니다.
<녹취> 코레일관광개발 관계자 : "(실습을 한다든가 이런 게 부족했다는 말씀이신가요? 그동안은?) 그런 것들이 부족했다는 것이 있었고... 그래서 저희는 승무원들이 전부 다 할 수는 없고 이미지 훈련, 동영상을 통해서든 교육은 시행은 했는데 현장을 중심으로 교육을 하는게 좋겠다는 판단이 있어서 지금 현재는 직접 열차에서 비상 사다리를 취급한다든가 이런 것들을 시뮬레이션을 해서 기수별로 계속 교육을 시행하고 있습니다.
정부가 '재난 및 안전관리기본법'에 따라 작성한 안전, 위기관리 매뉴얼은 모두 3천5백24개.
이 매뉴얼에 따라 중앙정부와 지자체, 공공기관 등 4백여 개 기관이 참여하는 '재난대응 안전한국훈련'이 실시됩니다.
그렇다면 실제 훈련 내용은 어떨까.
회의실에 모여서 하는 토론 기반형 훈련이 4백 회, 현장 훈련은 고작 95회뿐이었습니다.
실전훈련이 뒷받침되지 않은 매뉴얼은 결국 무용지물이 될 수 있다는 우려가 높습니다.
<인터뷰> 정진후(국회 교육문화체육관광위원회 위원) : "3524개에 달하는 매뉴얼은 현장 조치를 배제했을 때는 아무 의미가 없는 겁니다. 책상에 앉아서 문서로 훑어봐서는 의미가 없는 거예요. 매뉴얼이 존재하는 이유는 현장에서 제대로 된 조치를 하기 위해서 존재하는 거거든요. 그런데 현장에서 아무런 조치도 할 수 없는 매뉴얼이 수천 개 수만 개가 쌓였으면 뭐하겠습니까."
<질문>
형식적인 위기대응 훈련에 대한 승무원들의 지적이 정말 안타깝게 느껴지는데요.
결국 철도는 이같이 기계적 결함, 인적인 문제 등 여러 요인이 결합해서 최근 들어 사고가 빈발한다, 이렇게 볼 수 있는 것인가요?
<답변>
네, 철도차량 고장은 2010년 119건, 2011년 134건, 2012년 112건으로 100건을 늘 넘고 있습니다.
사람은 언제든 실수를 할 수 있고 이런 실수가 큰 사고로 이어지지 않게끔, 이중 삼중으로 통제하는 것이 철도 안전 관리 시스템일 텐데요.
이 또한 허술해서 대형사고에 대한 우려와 불안감이 커지는 상황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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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종수 기자 sweeper@k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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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다영 기자 browneyes@k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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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지선 기자 3rdline@k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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