희귀질환에 관심을…국산 치료제는 단 5개뿐

입력 2014.09.05 (06: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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루게릭병 환자들을 돕고자 시작한 '아이스버킷 챌린지'가 화제가 되면서 희귀질환과 치료제에 대한 관심도 커지고 있다. 하지만 아쉽게도 루게릭병을 비롯한 희귀질환자용 치료제는 아직 턱없이 부족한 실정이다. 제약·바이오 기업들이 유병 인구가 적다는 이유로 치료제 개발에 상대적으로 관심을 덜 기울였기 때문이다.

실제로 세계보건기구(WHO) 등록을 기준으로 희귀질환은 약 5천여종에 달하지만, 이중 치료제가 있는 경우는 400여개에 불과하다. 치료제 자체로도 희귀한 셈이다.

희귀질환에 대한 정의는 나라마다 조금씩 다른데 미국은 유병률 20만명(인구대비 약 0.074%), 일본은 5만명(약 0.04%), 한국은 2만명(약 0.04%) 이하일 때 희귀질환이라 한다. 이 기준으로 국내 희귀질환자는 약 30만명 정도다.

5일 식품의약품안전처와 제약·바이오 업계에 따르면 지금까지 국내에서 개발된 희귀질환 치료제는 5개에 불과한 것으로 집계됐다. 이에 따라 국내 희귀질환 치료제 시장은 수입산 독점 구조로 돼 있다.

국내 기업들이 희귀질환 치료제 개발을 외면했고 정부 차원의 관심과 지원도 부족했기 때문이다. 결국 치료제 선택권이 없는 환자로서는 국산이 없어 고액의 치료비를 고스란히 부담해야 하는 실정이다.

더 큰 문제는 치료제 수급 불균형이 발생하면 환자들이 생명에 위협을 느낄 정도의 공포에 시달리게 된다는 점이다. 실제로 2009년 6월 고셔병과 파브리병 치료제의 독점적 위치에 있던 미국 제약사의 생산공장이 오염돼 세계적으로 장기간 치료제 수급불균형이 발생하기도 했다.

국산 희귀질환 치료제 개발 기업으로는 이수그룹 계열사인 이수앱지스(대표 김대성)가 대표적이다. 이수그룹은 지난 2000년 김상범 회장이 취임하면서 김 회장의 의지로 이수화학에 생명공학 사업부를 신설했다. 이듬해 이수화학의 생명공학 사업부가 자회사로 독립해 이수앱지스가 설립됐고 그때부터 희귀질환 치료제 개발에 뛰어들었다.

이수앱지스는 최근 3년 사이 고셔병 치료제(애브서틴주)와 파브리병 치료제(파바갈주) 상용화에 성공했고 현재 혈우병치료제도 개발 중이다. 고셔병은 보통 인구 4만~6만명당 1명꼴로 발병하는 희귀질환. 유전자 이상으로 몸속의 낡은 세포를 없애주는 글루코세레브로시데이즈(glucocerebrosidase)라는 효소가 결핍돼 발생한다. 심할 경우 사망에 이른다.

파브리병 역시 체내 효소 결핍으로 발생하는 희귀질환이다. 이 질환은 보통 10세 전후부터 손가락, 발가락 끝의 통증으로 시작돼 점차 통증이 심해지며 각막혼탁, 심근경색, 신장 이상 등의 증상이 나타나 적절한 치료를 받지 못하면 사망하게 된다.

애브서틴과 파바갈은 모두 2003년 연구개발에 착수해 2012년, 2014년 각각 식약처로부터 최종 품목허가를 받았다. 연구개발 착수 10년만의 결실로, 올해부터는 국내외 시장에 본격적으로 공급된다.

회사 관계자는 "고셔병과 파브리병 치료제 개발은 국내 처음일 뿐 아니라 세계적으로도 미국과 영국에 이어 3번째 상용화 성과"라며 "자체 개발한 희귀질환 치료제는 수입산 치료제 가격의 80% 수준에서 공급할 방침"이라고 말했다.

녹십자(대표 조순태)는 지난 2012년 헌터증후군 치료제(헌터라제) 개발에 성공했다. 헌터증후군은 선천성 대사 이상 질환인 무코다당증의 일종으로 저신장, 운동성저하, 지능 저하 등의 증세를 보이다 심할 경우 15세 전후에 조기 사망하는 유전성 희귀질환이다.

헌터증후군 치료제는 세계에서 가장 비싼 약으로 치료제 값이 환자 1명당 수억원을 호가한다. 녹십자의 헌터라제 개발은 미국에 이어 세계 2번째 사례다. 기존 미국 젠자임사의 글로벌 시장 독점을 깨고 안정적인 치료제 공급과 치료비 경감 등이 기대돼 큰 호응을 받았다.

녹십자의 헌터라제는 현재 글로벌 임상시험을 준비 중으로, 올해 2월 미국 미국 식품의약국(FDA)으로부터 신속심사 대상으로 선정돼 미국 시장 출시가 기대된다.

요즘 인지도가 높아진 루게릭병 치료제를 개발한 곳도 있다. 유스팜(대표 유서홍)은 루게릭병의 진행을 억제하는 치료제(유스뉴로솔루션)를 개발, 지난 2009년 식약처 승인을 얻었다.

코아스템(대표 김경숙)도 올해 7월 루게릭병의 진행속도를 늦추는 줄기세포치료제(뉴로나타-알주)를 식약처로부터 승인받았다.

이밖에 안트로젠은 크론성 치루(누공) 치료제로 개발한 큐피스템도 국산 희귀질환의약품에 속한다. 크론성 치루(누공)는 크론병 환자에게 나타나는 합병증으로 항문 주변의 피부에 생긴 구멍을 말한다. 크론병 환자의 20~40%가 크론성 치루를 앓고 있다.

서울대병원 희귀질환 진단치료기술 및 연구지원센터 정해일 센터장은 "환자수가 워낙 적기 때문에 그동안 사회적 관심이나, 정책적 지원 도 적고 치료제 개발도 더딜 수 밖에 없었다"면서 "무엇보다 정부차원에서 희귀질환에 관심을 갖고 기초연구를 활성화시켜 질병 메커니즘을 규명한 뒤 제약사 등을 통해 치료제를 개발하는 시스템을 확립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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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희귀질환에 관심을…국산 치료제는 단 5개뿐
    • 입력 2014-09-05 06:30:52
    연합뉴스
루게릭병 환자들을 돕고자 시작한 '아이스버킷 챌린지'가 화제가 되면서 희귀질환과 치료제에 대한 관심도 커지고 있다. 하지만 아쉽게도 루게릭병을 비롯한 희귀질환자용 치료제는 아직 턱없이 부족한 실정이다. 제약·바이오 기업들이 유병 인구가 적다는 이유로 치료제 개발에 상대적으로 관심을 덜 기울였기 때문이다. 실제로 세계보건기구(WHO) 등록을 기준으로 희귀질환은 약 5천여종에 달하지만, 이중 치료제가 있는 경우는 400여개에 불과하다. 치료제 자체로도 희귀한 셈이다. 희귀질환에 대한 정의는 나라마다 조금씩 다른데 미국은 유병률 20만명(인구대비 약 0.074%), 일본은 5만명(약 0.04%), 한국은 2만명(약 0.04%) 이하일 때 희귀질환이라 한다. 이 기준으로 국내 희귀질환자는 약 30만명 정도다. 5일 식품의약품안전처와 제약·바이오 업계에 따르면 지금까지 국내에서 개발된 희귀질환 치료제는 5개에 불과한 것으로 집계됐다. 이에 따라 국내 희귀질환 치료제 시장은 수입산 독점 구조로 돼 있다. 국내 기업들이 희귀질환 치료제 개발을 외면했고 정부 차원의 관심과 지원도 부족했기 때문이다. 결국 치료제 선택권이 없는 환자로서는 국산이 없어 고액의 치료비를 고스란히 부담해야 하는 실정이다. 더 큰 문제는 치료제 수급 불균형이 발생하면 환자들이 생명에 위협을 느낄 정도의 공포에 시달리게 된다는 점이다. 실제로 2009년 6월 고셔병과 파브리병 치료제의 독점적 위치에 있던 미국 제약사의 생산공장이 오염돼 세계적으로 장기간 치료제 수급불균형이 발생하기도 했다. 국산 희귀질환 치료제 개발 기업으로는 이수그룹 계열사인 이수앱지스(대표 김대성)가 대표적이다. 이수그룹은 지난 2000년 김상범 회장이 취임하면서 김 회장의 의지로 이수화학에 생명공학 사업부를 신설했다. 이듬해 이수화학의 생명공학 사업부가 자회사로 독립해 이수앱지스가 설립됐고 그때부터 희귀질환 치료제 개발에 뛰어들었다. 이수앱지스는 최근 3년 사이 고셔병 치료제(애브서틴주)와 파브리병 치료제(파바갈주) 상용화에 성공했고 현재 혈우병치료제도 개발 중이다. 고셔병은 보통 인구 4만~6만명당 1명꼴로 발병하는 희귀질환. 유전자 이상으로 몸속의 낡은 세포를 없애주는 글루코세레브로시데이즈(glucocerebrosidase)라는 효소가 결핍돼 발생한다. 심할 경우 사망에 이른다. 파브리병 역시 체내 효소 결핍으로 발생하는 희귀질환이다. 이 질환은 보통 10세 전후부터 손가락, 발가락 끝의 통증으로 시작돼 점차 통증이 심해지며 각막혼탁, 심근경색, 신장 이상 등의 증상이 나타나 적절한 치료를 받지 못하면 사망하게 된다. 애브서틴과 파바갈은 모두 2003년 연구개발에 착수해 2012년, 2014년 각각 식약처로부터 최종 품목허가를 받았다. 연구개발 착수 10년만의 결실로, 올해부터는 국내외 시장에 본격적으로 공급된다. 회사 관계자는 "고셔병과 파브리병 치료제 개발은 국내 처음일 뿐 아니라 세계적으로도 미국과 영국에 이어 3번째 상용화 성과"라며 "자체 개발한 희귀질환 치료제는 수입산 치료제 가격의 80% 수준에서 공급할 방침"이라고 말했다. 녹십자(대표 조순태)는 지난 2012년 헌터증후군 치료제(헌터라제) 개발에 성공했다. 헌터증후군은 선천성 대사 이상 질환인 무코다당증의 일종으로 저신장, 운동성저하, 지능 저하 등의 증세를 보이다 심할 경우 15세 전후에 조기 사망하는 유전성 희귀질환이다. 헌터증후군 치료제는 세계에서 가장 비싼 약으로 치료제 값이 환자 1명당 수억원을 호가한다. 녹십자의 헌터라제 개발은 미국에 이어 세계 2번째 사례다. 기존 미국 젠자임사의 글로벌 시장 독점을 깨고 안정적인 치료제 공급과 치료비 경감 등이 기대돼 큰 호응을 받았다. 녹십자의 헌터라제는 현재 글로벌 임상시험을 준비 중으로, 올해 2월 미국 미국 식품의약국(FDA)으로부터 신속심사 대상으로 선정돼 미국 시장 출시가 기대된다. 요즘 인지도가 높아진 루게릭병 치료제를 개발한 곳도 있다. 유스팜(대표 유서홍)은 루게릭병의 진행을 억제하는 치료제(유스뉴로솔루션)를 개발, 지난 2009년 식약처 승인을 얻었다. 코아스템(대표 김경숙)도 올해 7월 루게릭병의 진행속도를 늦추는 줄기세포치료제(뉴로나타-알주)를 식약처로부터 승인받았다. 이밖에 안트로젠은 크론성 치루(누공) 치료제로 개발한 큐피스템도 국산 희귀질환의약품에 속한다. 크론성 치루(누공)는 크론병 환자에게 나타나는 합병증으로 항문 주변의 피부에 생긴 구멍을 말한다. 크론병 환자의 20~40%가 크론성 치루를 앓고 있다. 서울대병원 희귀질환 진단치료기술 및 연구지원센터 정해일 센터장은 "환자수가 워낙 적기 때문에 그동안 사회적 관심이나, 정책적 지원 도 적고 치료제 개발도 더딜 수 밖에 없었다"면서 "무엇보다 정부차원에서 희귀질환에 관심을 갖고 기초연구를 활성화시켜 질병 메커니즘을 규명한 뒤 제약사 등을 통해 치료제를 개발하는 시스템을 확립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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