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슬람 무장단체 맹주는 누구?…알 카에다에 도전하는 IS

입력 2014.09.05 (13: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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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이슬람 근본주의 무장단체 이슬람국가(IS)가 급속도로 세력을 확장하면서 기존 이슬람 무장단체의 맹주 격이었던 알카에다의 지위를 넘보고 있다.

이슬람 무장단체는 셀 수 없지 많지만 대체로 9·11 테러 이후 오사마 빈 라덴과 그의 후계자 아이만 알자와히리의 지도를 받은 알카에다 및 그 연계단체와 알카에다와 우호적인 관계를 맺으면서 독립성을 유지하는 세력 등 두 그룹으로 분류할 수 있다.

현재 자와히리가 인정한 공식 알카에다 연계단체는 예멘을 중심으로 한 알카에다아라비아반도지부(AQAP)와 알카에다북아프리카지부(AQIM), 소말리아를 중심으로 하는 알샤바브, 시리아의 알누스라전선이다.

원래 '이라크·레반트 이슬람국가'(ISIS)라는 이름이었던 IS도 알카에다에 뿌리를 두고 있으며 올해 봄까지만 해도 알카에다의 연계단체 중 하나였다.

그러다 명령에 따르지 않았다는 이유로 알자와히리가 ISIS를 부인하자 지난 6월 시리아 동부와 이라크 서북부 일대에 아부 바크르 알바그다디(43)를 최고지도자(칼리프)로 하는 이슬람 국가 설립을 공식 선언했으며 이름도 IS로 바꿨다.

IS가 칼리프 국가 선포와 함께 세를 불려가면서 알카에다를 떠나 IS 지지를 선언하는 이슬람 무장단체들도 늘고 있다.

워싱턴포스트(WP)는 미국 정보기관 관계자들을 인용해 최근 몇 달 사이 예멘과 아프리카에 있는 알카에다 연계조직의 조직원 일부가 알카에다를 탈퇴하고 IS로 합류하는 사례가 급격히 늘어났다고 전하기도 했다.

외교전문지 포린폴리시(FP)에 따르면 올해 초만 해도 IS에 충성을 맹세한 알카에다 분파는 AQIM의 소규모 조직 등 소수에 불과했다.

그러나 IS가 칼리프 국가를 선포한 뒤 AQAP의 저명한 성직자인 마모운 하템이 공개적으로 IS 지지를 선언했고 이 밖에도 많은 AQAP 인사들이 소셜미디어에서 IS를 지지하는 등 AQAP의 조직원 상당수가 IS 지지 쪽으로 기울었다고 FP는 분석했다.

또 오랫동안 알카에다와 강한 관계를 유지해온 인도네시아 테러단체 제마 이슬라미야(JI)를 창설한 아부 바카르 바시르도 IS 지지로 돌아서는 등 많은 인도네시아 이슬람 분파가 IS 지지를 선언하거나 내부적으로 지지 여부를 검토하고 있다.

아프리카에서는 지난 2월 이집트에서 한국인 탑승 관광버스 테러를 저지른 것으로 알려진 안사르 베이트 알마크디스(ABM)가 IS와 강한 유대관계를 맺은 것으로 알려졌다. 튀니지 안사르 알사리아(AST)는 공식적으로는 IS의 칼리프 국가 선언 지지를 거부하고 있긴 하지만 AST 조직원들은 소셜미디어 등에서 IS 동조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IS는 영어권 이슬람 급진단체에서도 상당한 지지를 확보하고 있다. 자메이카 국적으로 알카에다 지지자 온라인 모임인 '혁명 무슬림'의 정신적 지도자인 압둘라 파이잘은 IS의 칼리파 국가 선언 이후 강한 지지를 표명했다.

영국에서 금지된 단체인 알무하지로운을 이끄는 영국인 이슬람 성직자 안젬 초우다리는 소셜미디어에서 IS의 지지자를 자처하고 있다.

그러나 FP는 아직 IS가 알카에다 공식 연계단체와 저명한 학자들을 포섭하지 못한 만큼 완전한 승리를 거두지는 못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공식 연계단체의 최고 지도자들은 알자와히리에게 '바야트'(bayat)라는 충성 맹세를 했다.

종교적으로 구속력을 가진 바야트는 쉽게 깨기 어려운 것인 만큼 현 단계에서 알카에다 조직망을 묶어주는 일종의 린치핀(핵심축) 역할을 하고 있다.

이밖에 시리아에서의 '성전'을 지지하던 온라인 자금 지원조직은 IS의 칼리프 국가 선언 이후 상당한 적대감을 드러내고 있으며 지하드 학자들은 IS가 선언한 칼리파가 종교적 정통성을 기반으로 한 것인지에 대해 확신하지 못하고 있다.

그러나 바야트는 조직 차원이 아닌, 지도자 차원에서 이뤄지는 것이란 점에서 한계를 지니고 있다.

지도자가 죽거나 제거되면 조직의 새 지도자는 알카에다 연계단체로 남아있기 위해 알자와히리에게 다시 바야트를 할 수 있지만 반대로 알카에다와의 관계를 끊을 수도 있으며 IS에 대한 지지를 선언하거나 독립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일례로 지난 1일 미국의 소말리아 공습으로 알샤바브의 지도자 아흐메드 압디 고다네가 사망했다는 설이 도는 상황에서 만약 사망설이 사실이라면 알샤바브의 새 지도자는 알자와히리에 대한 충성 맹세 대신 IS 지지를 선언할 수도 있다.

IS의 칼리파 국가 선언 이후 알카에다 연계단체들이 내놓은 성명의 문구들이 어느 한 쪽을 일방적으로 지지하는 대신 신중한 문구를 사용하고 있다는 점도 알카에다가 안심할 수 없는 이유 중 하나다.

FP는 이슬람 무장단체들이 이런 식으로 갈라지는 것은 각 분파가 자원과 지지를 얻고자 경쟁하고 적을 공격하는 대신 서로를 죽이는 데 상당한 시간을 쓸 수 있는 만큼 세계적인 '성전' 수행을 심각하게 약화할 가능성을 갖고 있다고 분석했다.

FP는 알자와히리가 IS의 칼리파 국가 선언 이후 지금까지 침묵을 지키고 있는데도 주목했다.

알카에다 지휘부가 내부 문제에 적절하게 반응하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은 과거에도 나왔지만, IS의 지도자 알바그다디가 위력을 과시하는 상황에서 자와히리가 몸을 웅크리는 것은 최근 상황에서 더욱 큰 문제로 두드러지고 있다.

알자와히리가 탈레반 지도자 물라 오마르에 대한 충성을 재천명하고 알카에다 인도 지부 설립 계획을 밝힌 것은 알카에다가 IS의 세력 확장에 적극 대응하겠다는 뜻을 드러낸 것으로 분석된다.

FP는 알카에다가 이런 상황에서 서방에 대한 대규모 테러 공격을 통해 이슬람권에서 자신들의 신뢰성을 재정립하려 할 가능성이 있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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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슬람 무장단체 맹주는 누구?…알 카에다에 도전하는 IS
    • 입력 2014-09-05 13:04:23
    연합뉴스
최근 이슬람 근본주의 무장단체 이슬람국가(IS)가 급속도로 세력을 확장하면서 기존 이슬람 무장단체의 맹주 격이었던 알카에다의 지위를 넘보고 있다. 이슬람 무장단체는 셀 수 없지 많지만 대체로 9·11 테러 이후 오사마 빈 라덴과 그의 후계자 아이만 알자와히리의 지도를 받은 알카에다 및 그 연계단체와 알카에다와 우호적인 관계를 맺으면서 독립성을 유지하는 세력 등 두 그룹으로 분류할 수 있다. 현재 자와히리가 인정한 공식 알카에다 연계단체는 예멘을 중심으로 한 알카에다아라비아반도지부(AQAP)와 알카에다북아프리카지부(AQIM), 소말리아를 중심으로 하는 알샤바브, 시리아의 알누스라전선이다. 원래 '이라크·레반트 이슬람국가'(ISIS)라는 이름이었던 IS도 알카에다에 뿌리를 두고 있으며 올해 봄까지만 해도 알카에다의 연계단체 중 하나였다. 그러다 명령에 따르지 않았다는 이유로 알자와히리가 ISIS를 부인하자 지난 6월 시리아 동부와 이라크 서북부 일대에 아부 바크르 알바그다디(43)를 최고지도자(칼리프)로 하는 이슬람 국가 설립을 공식 선언했으며 이름도 IS로 바꿨다. IS가 칼리프 국가 선포와 함께 세를 불려가면서 알카에다를 떠나 IS 지지를 선언하는 이슬람 무장단체들도 늘고 있다. 워싱턴포스트(WP)는 미국 정보기관 관계자들을 인용해 최근 몇 달 사이 예멘과 아프리카에 있는 알카에다 연계조직의 조직원 일부가 알카에다를 탈퇴하고 IS로 합류하는 사례가 급격히 늘어났다고 전하기도 했다. 외교전문지 포린폴리시(FP)에 따르면 올해 초만 해도 IS에 충성을 맹세한 알카에다 분파는 AQIM의 소규모 조직 등 소수에 불과했다. 그러나 IS가 칼리프 국가를 선포한 뒤 AQAP의 저명한 성직자인 마모운 하템이 공개적으로 IS 지지를 선언했고 이 밖에도 많은 AQAP 인사들이 소셜미디어에서 IS를 지지하는 등 AQAP의 조직원 상당수가 IS 지지 쪽으로 기울었다고 FP는 분석했다. 또 오랫동안 알카에다와 강한 관계를 유지해온 인도네시아 테러단체 제마 이슬라미야(JI)를 창설한 아부 바카르 바시르도 IS 지지로 돌아서는 등 많은 인도네시아 이슬람 분파가 IS 지지를 선언하거나 내부적으로 지지 여부를 검토하고 있다. 아프리카에서는 지난 2월 이집트에서 한국인 탑승 관광버스 테러를 저지른 것으로 알려진 안사르 베이트 알마크디스(ABM)가 IS와 강한 유대관계를 맺은 것으로 알려졌다. 튀니지 안사르 알사리아(AST)는 공식적으로는 IS의 칼리프 국가 선언 지지를 거부하고 있긴 하지만 AST 조직원들은 소셜미디어 등에서 IS 동조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IS는 영어권 이슬람 급진단체에서도 상당한 지지를 확보하고 있다. 자메이카 국적으로 알카에다 지지자 온라인 모임인 '혁명 무슬림'의 정신적 지도자인 압둘라 파이잘은 IS의 칼리파 국가 선언 이후 강한 지지를 표명했다. 영국에서 금지된 단체인 알무하지로운을 이끄는 영국인 이슬람 성직자 안젬 초우다리는 소셜미디어에서 IS의 지지자를 자처하고 있다. 그러나 FP는 아직 IS가 알카에다 공식 연계단체와 저명한 학자들을 포섭하지 못한 만큼 완전한 승리를 거두지는 못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공식 연계단체의 최고 지도자들은 알자와히리에게 '바야트'(bayat)라는 충성 맹세를 했다. 종교적으로 구속력을 가진 바야트는 쉽게 깨기 어려운 것인 만큼 현 단계에서 알카에다 조직망을 묶어주는 일종의 린치핀(핵심축) 역할을 하고 있다. 이밖에 시리아에서의 '성전'을 지지하던 온라인 자금 지원조직은 IS의 칼리프 국가 선언 이후 상당한 적대감을 드러내고 있으며 지하드 학자들은 IS가 선언한 칼리파가 종교적 정통성을 기반으로 한 것인지에 대해 확신하지 못하고 있다. 그러나 바야트는 조직 차원이 아닌, 지도자 차원에서 이뤄지는 것이란 점에서 한계를 지니고 있다. 지도자가 죽거나 제거되면 조직의 새 지도자는 알카에다 연계단체로 남아있기 위해 알자와히리에게 다시 바야트를 할 수 있지만 반대로 알카에다와의 관계를 끊을 수도 있으며 IS에 대한 지지를 선언하거나 독립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일례로 지난 1일 미국의 소말리아 공습으로 알샤바브의 지도자 아흐메드 압디 고다네가 사망했다는 설이 도는 상황에서 만약 사망설이 사실이라면 알샤바브의 새 지도자는 알자와히리에 대한 충성 맹세 대신 IS 지지를 선언할 수도 있다. IS의 칼리파 국가 선언 이후 알카에다 연계단체들이 내놓은 성명의 문구들이 어느 한 쪽을 일방적으로 지지하는 대신 신중한 문구를 사용하고 있다는 점도 알카에다가 안심할 수 없는 이유 중 하나다. FP는 이슬람 무장단체들이 이런 식으로 갈라지는 것은 각 분파가 자원과 지지를 얻고자 경쟁하고 적을 공격하는 대신 서로를 죽이는 데 상당한 시간을 쓸 수 있는 만큼 세계적인 '성전' 수행을 심각하게 약화할 가능성을 갖고 있다고 분석했다. FP는 알자와히리가 IS의 칼리파 국가 선언 이후 지금까지 침묵을 지키고 있는데도 주목했다. 알카에다 지휘부가 내부 문제에 적절하게 반응하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은 과거에도 나왔지만, IS의 지도자 알바그다디가 위력을 과시하는 상황에서 자와히리가 몸을 웅크리는 것은 최근 상황에서 더욱 큰 문제로 두드러지고 있다. 알자와히리가 탈레반 지도자 물라 오마르에 대한 충성을 재천명하고 알카에다 인도 지부 설립 계획을 밝힌 것은 알카에다가 IS의 세력 확장에 적극 대응하겠다는 뜻을 드러낸 것으로 분석된다. FP는 알카에다가 이런 상황에서 서방에 대한 대규모 테러 공격을 통해 이슬람권에서 자신들의 신뢰성을 재정립하려 할 가능성이 있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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