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전골·쐐기골’ 이동국, 센추리 클럽 자축

입력 2014.09.05 (22:10) 수정 2014.09.05 (22: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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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이언킹' 이동국(35·전북 현대)이 날아드는 공을 노리고 훌쩍 뛰어올랐을 때 3만4천여 관중은 일순간 침묵했다.

그의 머리에 맞은 공이 크로스바를 맞고 골대 안으로 빨려들어가자 붉은 함성이 부천종합운동장을 뒤덮었다.

이동국은 5일 열린 베네수엘라와의 축구 대표팀 평가전에 선발 출전해 역전골과 쐐기골을 해결했다.

이날 경기는 그의 100번째 A매치 출전이었다. 그는 국제축구연맹(FIFA) 공인 센추리 클럽에 한국인으로는 9번째로 가입하는 위업을 달성했다.

그가 1998년 5월 16일 자메이카와의 평가전에서 '태극호'에 처음 승선한 지 16년 3개월만이다.

그 해 혜성처럼 나타난 이동국이 이후 한국 축구 사상 가장 깊은 굴곡을 경험하는 선수가 되리라고 예상한 이는 아무도 없었다.

1998 프랑스 월드컵은 한국 축구가 '세계의 벽'을 제대로 실감한 대회였다. 1승 제물로 꼽았던 멕시코에 역전패했고 네덜란드와의 2차전에서 0-5 참패를 당했다.

이 대회가 끝나고 축구팬들이 '4년 후의 희망'을 말할 때 가장 먼저 입에 올렸던 이름은 이동국이었다.

그가 네덜란드전에서 후반 교체 투입돼 강력한 중거리슛으로 상대 골문을 위협하던 모습은 팬들이 2002 한·일 월드컵을 기대하게 했다..

그러나 이동국은 '월드컵 4강 신화'의 주인공이 되지 못했다. 거스 히딩크 감독은 수비 가담이 부족하다는 이유로 그를 선택하지 않았다.

이동국은 4년 뒤를 기약했으나 이번에는 부상의 악령이 그의 발목을 잡았다.

그는 2006 독일 월드컵을 앞두고 대표팀 지휘봉을 잡은 딕 아드보카트 감독의 두터운 신임을 받았다.

부상을 당하기 전까지 아드보카트호의 13차례 공식 경기 가운데 12번 그라운드에 나섰다.

그러나 K리그 경기에서 공을 잡고 방향을 급격히 바꾸다 무릎이 틀어저 무릎 인대가 파열되는 중상을 입었다.

그가 거듭 고배를 마시는 동안 박주영(무적) 등 후배 공격수들의 실력은 일취월장했다.

2002년 이후 선수들의 해외 진출로 축구를 보는 눈높이가 크게 높아진 팬 중 일부는 이동국을 '게으른 반쪽짜리 스트라이커'로 치부했다.

2007년 이동국도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에 진출했으나 적응에 실패하고 1년여만에 쓸쓸히 귀국해야 했다.

2010 남아프리카공화국 월드컵을 앞두고도 그는 허벅지 부상을 입었다. 대표팀에 승선은 했으나 경기장에서 100퍼센트 기량을 보여주지는 못했다.

계속된 후배들의 해외 진출로 스타가 사라진 K리그를 그는 홀로 밝게 비췄다.

특히 2009시즌 평생의 은인이 될 최강희 전북 감독의 품에 안기면서 그의 득점포는 더욱 불을 뿜기 시작했다.

최 감독이 대표팀 '시한부 감독'이 되면서 그는 다시 대표팀에 중용됐다. 2014 브라질 월드컵 본선 진출에 큰 역할을 했으나 지휘봉을 넘겨받은 홍명보 감독은 그를 외면했다.

이동국의 A매치 출전 수는 99경기에서 멈추는 것처럼 보였으나 그는 자신의 힘으로 100번째 출전을 만들어냈다. 이동국은 올시즌 11골로 K리그 득점 선두에 올라있다.

이날 경기에서 후반 7분 김민욱의 코너킥을 헤딩골로 마무리한 이동국은 팬들에게 자신의 등번호 '20'을 두 손으로 가리키며 활짝 웃었다.

대표팀의 새로운 에이스 손흥민(레버쿠젠)은 이동국 앞에 무릎을 꿇고 그의 축구화를 닦아주는 세리머니를 펼쳤다.

이게 끝이 아니었다. 10분 뒤 이동국은 이명주(포항 스틸러스)가 올려준 코너킥이 수비수를 맞고 나오자 지체없이 오른발 슈팅을 날려 공을 왼쪽 하단 구석에 꽂으며 100번째 A매치를 온전히 자신의 것으로 만들었다.

후반 32분 이동국이 이근호(상주 상무)와 교체돼 그라운드를 나서자 관중은 기립박수를 쳤다.

한 시대를 함께 해준 스타를 향한 축하와 그의 업적에 걸맞은 사랑을 주지 못한 미안한 마음이 한데 뒤섞인 듯한 박수소리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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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역전골·쐐기골’ 이동국, 센추리 클럽 자축
    • 입력 2014-09-05 22:10:09
    • 수정2014-09-05 22:25:21
    연합뉴스
'라이언킹' 이동국(35·전북 현대)이 날아드는 공을 노리고 훌쩍 뛰어올랐을 때 3만4천여 관중은 일순간 침묵했다. 그의 머리에 맞은 공이 크로스바를 맞고 골대 안으로 빨려들어가자 붉은 함성이 부천종합운동장을 뒤덮었다. 이동국은 5일 열린 베네수엘라와의 축구 대표팀 평가전에 선발 출전해 역전골과 쐐기골을 해결했다. 이날 경기는 그의 100번째 A매치 출전이었다. 그는 국제축구연맹(FIFA) 공인 센추리 클럽에 한국인으로는 9번째로 가입하는 위업을 달성했다. 그가 1998년 5월 16일 자메이카와의 평가전에서 '태극호'에 처음 승선한 지 16년 3개월만이다. 그 해 혜성처럼 나타난 이동국이 이후 한국 축구 사상 가장 깊은 굴곡을 경험하는 선수가 되리라고 예상한 이는 아무도 없었다. 1998 프랑스 월드컵은 한국 축구가 '세계의 벽'을 제대로 실감한 대회였다. 1승 제물로 꼽았던 멕시코에 역전패했고 네덜란드와의 2차전에서 0-5 참패를 당했다. 이 대회가 끝나고 축구팬들이 '4년 후의 희망'을 말할 때 가장 먼저 입에 올렸던 이름은 이동국이었다. 그가 네덜란드전에서 후반 교체 투입돼 강력한 중거리슛으로 상대 골문을 위협하던 모습은 팬들이 2002 한·일 월드컵을 기대하게 했다.. 그러나 이동국은 '월드컵 4강 신화'의 주인공이 되지 못했다. 거스 히딩크 감독은 수비 가담이 부족하다는 이유로 그를 선택하지 않았다. 이동국은 4년 뒤를 기약했으나 이번에는 부상의 악령이 그의 발목을 잡았다. 그는 2006 독일 월드컵을 앞두고 대표팀 지휘봉을 잡은 딕 아드보카트 감독의 두터운 신임을 받았다. 부상을 당하기 전까지 아드보카트호의 13차례 공식 경기 가운데 12번 그라운드에 나섰다. 그러나 K리그 경기에서 공을 잡고 방향을 급격히 바꾸다 무릎이 틀어저 무릎 인대가 파열되는 중상을 입었다. 그가 거듭 고배를 마시는 동안 박주영(무적) 등 후배 공격수들의 실력은 일취월장했다. 2002년 이후 선수들의 해외 진출로 축구를 보는 눈높이가 크게 높아진 팬 중 일부는 이동국을 '게으른 반쪽짜리 스트라이커'로 치부했다. 2007년 이동국도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에 진출했으나 적응에 실패하고 1년여만에 쓸쓸히 귀국해야 했다. 2010 남아프리카공화국 월드컵을 앞두고도 그는 허벅지 부상을 입었다. 대표팀에 승선은 했으나 경기장에서 100퍼센트 기량을 보여주지는 못했다. 계속된 후배들의 해외 진출로 스타가 사라진 K리그를 그는 홀로 밝게 비췄다. 특히 2009시즌 평생의 은인이 될 최강희 전북 감독의 품에 안기면서 그의 득점포는 더욱 불을 뿜기 시작했다. 최 감독이 대표팀 '시한부 감독'이 되면서 그는 다시 대표팀에 중용됐다. 2014 브라질 월드컵 본선 진출에 큰 역할을 했으나 지휘봉을 넘겨받은 홍명보 감독은 그를 외면했다. 이동국의 A매치 출전 수는 99경기에서 멈추는 것처럼 보였으나 그는 자신의 힘으로 100번째 출전을 만들어냈다. 이동국은 올시즌 11골로 K리그 득점 선두에 올라있다. 이날 경기에서 후반 7분 김민욱의 코너킥을 헤딩골로 마무리한 이동국은 팬들에게 자신의 등번호 '20'을 두 손으로 가리키며 활짝 웃었다. 대표팀의 새로운 에이스 손흥민(레버쿠젠)은 이동국 앞에 무릎을 꿇고 그의 축구화를 닦아주는 세리머니를 펼쳤다. 이게 끝이 아니었다. 10분 뒤 이동국은 이명주(포항 스틸러스)가 올려준 코너킥이 수비수를 맞고 나오자 지체없이 오른발 슈팅을 날려 공을 왼쪽 하단 구석에 꽂으며 100번째 A매치를 온전히 자신의 것으로 만들었다. 후반 32분 이동국이 이근호(상주 상무)와 교체돼 그라운드를 나서자 관중은 기립박수를 쳤다. 한 시대를 함께 해준 스타를 향한 축하와 그의 업적에 걸맞은 사랑을 주지 못한 미안한 마음이 한데 뒤섞인 듯한 박수소리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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