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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후] ‘동물 국회’ VS ‘식물 국회’
입력 2014.09.13 (06:56) 수정 2014.09.13 (08:29) 취재후
2008년 12월 18일,

국회의사당은 전쟁터였습니다.

한미 FTA 안건 처리를 위해 격돌한 여야는, 국회 외통위 회의장 진입을 위해 전쟁을 치렀습니다. 문을 부수기 위해 해머가 등장하고, 소화기가 분무되는 험악한 물리적 충돌 양상이었습니다.

대형 유리창이 깨지고 국회 보좌진 사이에 주먹다짐과 고성이 오가는, 글자 그대로 폭력의 현장이었습니다.

18대 '동물 국회'의 시작이었습니다.

18대 국회를 출입하는 동안 2번의 대형 물리적 충돌을 경험했습니다.



두번째는 2009년 7월이었습니다.

미디어법을 처리하기 위해, 본회의장에서 격돌한 여야는 의원간에 육탄전을 벌였고, 몸을 날려 의장석으로 뛰어오르는 야당 의원에, 팔짱을 끼고 의장석을 사수하는 여당 의원. 그리고 여성 의원은 여성 의원이 담당해서 서로 끌어내고 하는 광경이었습니다.



해외 토픽까지 탔던 상황이었지만, 그리 먼 옛날의 이야기가 아닙니다. 불과 4~5년 전의 이야기입니다.

그런 과정을 거치고, 혹독한 비판 여론에 직면한 국회가 탄생시킨 것이 이른바 '국회 선진화법'입니다.

취지는 간단합니다.

다수당이 밀어붙이기 식으로 법안을 통과시키는 것을 막기위해 일정 수준 이상의 야당 동의를 받도록 한 것입니다.

현행 국회법 85조가 해당 조항인데, "국회에서 신속처리안건으로 지정하기 위해선 재적의원 5분의 3 이상의 동의나 소관 상임위 위원 5분의 3 이상의 동의가 있어야 한다"라고 규정해, 법안 처리를 위해 야당의 협조를 명문화 했습니다.

또 상임위를 제대로 거치지 않은 체 국회의장이 직권으로 법안을 본회의에 상정해 처리하는 것을 막기 위해

"법사위를 거치지 않은 법안이 본회의에 상정되기 위해서는 의장과 교섭단체 대표의원이 합의해야 한다"라는 규정도 뒀습니다.



2012년 5월 대선을 앞둔 상황에서, 황우여 여당 원내대표가 야당 측 김진표 원내대표와 함께 주도해 통과시킨 법입니다.

당시 192명이 투표에 나서 127명 찬성, 48명 반대, 17명 기권으로 가결됐습니다. 찬성자에는 박근혜 당시 비대위원장도 들어있었고요.



자 그럼 이번에는 19대 '식물 국회'이야기입니다. 잘 알려진 것처럼 19대 국회는 지난 5월 2일 이후 단 한 건의 법안도 처리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입법 제로 국회'라는 이야기를 듣고 있고, 여기에 아울러 '식물 국회'라는 말도 따라오고 있습니다.

새누리당 측에서는 추석 연휴 전부터 '국회 선진화법' 때문에 전혀 법안 처리가 되지 않는다며 문제점을 지적하더니, 다음주에는 관련 법 개정안을 제출할 방침이라고 밝혔습니다.

일단 내용은 '일정 기간이 되면 표결로 법안을 처리할 수 있도록 하는 것'입니다. 이미 18대 당시 야당이었던 박상천 의원이 선진화법 관련 법안을 제출하면서 넣었던 내용이라 합니다.

그리고 이와함께, 국회 의장 권한쟁의 심판 청구와 함께 헌법 소원을 내는 방안도 검토 중입니다.

"국회는 헌법 또는 법률에 특별한 규정이 없는 한 재적의원 과반수의 출석과 출석의원 과반수의 찬성으로 의결한다"는 헌법 49조에 이른바 선진화법이 위배돼 위헌이라는 취지입니다.

그러나 선진화법 개정안을 올리더라도, 역시 법 개정안이기 때문에, 야당의 동의가 없이는 개정을 못하는 것이 현재 상황이기도 합니다.



'동물 국회','식물 국회' 모두 제 기능을 하지 못하고 대립과 반목을 반복하는 국회의 다른 이름들입니다. 정치는 대화이고, 설득인데 이 과정이 제대로 되지 않으니 몸 싸움이 벌어지고, 이를 막자고 보니 아예 법안 처리가 안되는 아이러니가 발생하게 되는 겁니다.

식물 국회라 해도 결국은 대화와 협상의 장이 필요할 것인데, 이 부분이 안되고 진전이 있다 보니, 애꿎은 선진화법이 욕을 먹고 있습니다. 이 부분에서 여당의 잘못인지, 야당의 잘못인지에 대한 판단은 별 의미가 없어 보입니다.

선진화법 개정을 하면, 문제가 다 해결될지는도 잘 모르겠습니다. 다수당이 또 나서서 단독으로 법을 처리하자고 나서면, 충돌할 여지가 또 생기게 되니까요. 그럼 다시 '동물 국회'가 될까요?

국회 선진화법 개정 문제, 여도 야도 편의적으로 봐서는 안되는 이유가, 바로 이 때문입니다.
  • [취재후] ‘동물 국회’ VS ‘식물 국회’
    • 입력 2014-09-12 15:59:52
    • 수정2014-09-13 08:29:48
    취재후
2008년 12월 18일,

국회의사당은 전쟁터였습니다.

한미 FTA 안건 처리를 위해 격돌한 여야는, 국회 외통위 회의장 진입을 위해 전쟁을 치렀습니다. 문을 부수기 위해 해머가 등장하고, 소화기가 분무되는 험악한 물리적 충돌 양상이었습니다.

대형 유리창이 깨지고 국회 보좌진 사이에 주먹다짐과 고성이 오가는, 글자 그대로 폭력의 현장이었습니다.

18대 '동물 국회'의 시작이었습니다.

18대 국회를 출입하는 동안 2번의 대형 물리적 충돌을 경험했습니다.



두번째는 2009년 7월이었습니다.

미디어법을 처리하기 위해, 본회의장에서 격돌한 여야는 의원간에 육탄전을 벌였고, 몸을 날려 의장석으로 뛰어오르는 야당 의원에, 팔짱을 끼고 의장석을 사수하는 여당 의원. 그리고 여성 의원은 여성 의원이 담당해서 서로 끌어내고 하는 광경이었습니다.



해외 토픽까지 탔던 상황이었지만, 그리 먼 옛날의 이야기가 아닙니다. 불과 4~5년 전의 이야기입니다.

그런 과정을 거치고, 혹독한 비판 여론에 직면한 국회가 탄생시킨 것이 이른바 '국회 선진화법'입니다.

취지는 간단합니다.

다수당이 밀어붙이기 식으로 법안을 통과시키는 것을 막기위해 일정 수준 이상의 야당 동의를 받도록 한 것입니다.

현행 국회법 85조가 해당 조항인데, "국회에서 신속처리안건으로 지정하기 위해선 재적의원 5분의 3 이상의 동의나 소관 상임위 위원 5분의 3 이상의 동의가 있어야 한다"라고 규정해, 법안 처리를 위해 야당의 협조를 명문화 했습니다.

또 상임위를 제대로 거치지 않은 체 국회의장이 직권으로 법안을 본회의에 상정해 처리하는 것을 막기 위해

"법사위를 거치지 않은 법안이 본회의에 상정되기 위해서는 의장과 교섭단체 대표의원이 합의해야 한다"라는 규정도 뒀습니다.



2012년 5월 대선을 앞둔 상황에서, 황우여 여당 원내대표가 야당 측 김진표 원내대표와 함께 주도해 통과시킨 법입니다.

당시 192명이 투표에 나서 127명 찬성, 48명 반대, 17명 기권으로 가결됐습니다. 찬성자에는 박근혜 당시 비대위원장도 들어있었고요.



자 그럼 이번에는 19대 '식물 국회'이야기입니다. 잘 알려진 것처럼 19대 국회는 지난 5월 2일 이후 단 한 건의 법안도 처리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입법 제로 국회'라는 이야기를 듣고 있고, 여기에 아울러 '식물 국회'라는 말도 따라오고 있습니다.

새누리당 측에서는 추석 연휴 전부터 '국회 선진화법' 때문에 전혀 법안 처리가 되지 않는다며 문제점을 지적하더니, 다음주에는 관련 법 개정안을 제출할 방침이라고 밝혔습니다.

일단 내용은 '일정 기간이 되면 표결로 법안을 처리할 수 있도록 하는 것'입니다. 이미 18대 당시 야당이었던 박상천 의원이 선진화법 관련 법안을 제출하면서 넣었던 내용이라 합니다.

그리고 이와함께, 국회 의장 권한쟁의 심판 청구와 함께 헌법 소원을 내는 방안도 검토 중입니다.

"국회는 헌법 또는 법률에 특별한 규정이 없는 한 재적의원 과반수의 출석과 출석의원 과반수의 찬성으로 의결한다"는 헌법 49조에 이른바 선진화법이 위배돼 위헌이라는 취지입니다.

그러나 선진화법 개정안을 올리더라도, 역시 법 개정안이기 때문에, 야당의 동의가 없이는 개정을 못하는 것이 현재 상황이기도 합니다.



'동물 국회','식물 국회' 모두 제 기능을 하지 못하고 대립과 반목을 반복하는 국회의 다른 이름들입니다. 정치는 대화이고, 설득인데 이 과정이 제대로 되지 않으니 몸 싸움이 벌어지고, 이를 막자고 보니 아예 법안 처리가 안되는 아이러니가 발생하게 되는 겁니다.

식물 국회라 해도 결국은 대화와 협상의 장이 필요할 것인데, 이 부분이 안되고 진전이 있다 보니, 애꿎은 선진화법이 욕을 먹고 있습니다. 이 부분에서 여당의 잘못인지, 야당의 잘못인지에 대한 판단은 별 의미가 없어 보입니다.

선진화법 개정을 하면, 문제가 다 해결될지는도 잘 모르겠습니다. 다수당이 또 나서서 단독으로 법을 처리하자고 나서면, 충돌할 여지가 또 생기게 되니까요. 그럼 다시 '동물 국회'가 될까요?

국회 선진화법 개정 문제, 여도 야도 편의적으로 봐서는 안되는 이유가, 바로 이 때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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