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우크라이나 불안한 휴전, 유럽 가스대란 오나?

입력 2014.09.13 (08:28) 수정 2014.09.13 (09: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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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멘트>

러시아와 우크라이나가 천연가스 가격 문제에 대한 이견을 좁히지 못하고 있습니다.

러시아는 이미 우크라이나에 대한 가스공급을 중단했는데요.

자칫 유럽으로 가는 가스공급까지 차질을 빚는 연쇄 '가스대란'이 우려되고 있습니다.

모스크바 연규선 특파원이 취재했습니다.

<리포트>

헝가리의 수도 부다페스트를 가로지는 도나우강은 동서 유럽을 잇는 관광과 물류의 젖줄입니다.

도나우강 덕분에 내륙 국가인 헝가리는 중세부터 교통의 요충지였습니다.

동유럽 관광의 중심지 헝가리가 에너지 확보에 비상이 걸렸습니다.

헝가리는 가스 에너지의 상당 부분을 러시아에 의존하고 있습니다.

러시아로부터 가스 공급이 차단될 경우 경제에 심각한 타격이 우려됩니다.

부다페스트 외곽에 살고 있는 유리 씨는 헝가리의 보통 중산층.

관광 택시 기사로 한 달에 우리 돈 3백 만원 안팎의 수입을 올리고 있습니다.

하지만 수입의 절반을 에너지 소비에 지출합니다.

<인터뷰> 도흐나니(유리씨 아내) : "헝가리 가정 대부분이 비슷할 겁니다. 우리 뿐아니라 헝가리 가정들은 대개 수입의 절반을 에너지 소비에 써요."

특히 취사와 난방에 꼭 필요한 천연 가스는 러시아 시베리아에서 출발해 우크라이나를 관통하는, 파이프라인을 통해 공급받고 있습니다.

그래서 유리 씨 부부는 최근 러시아가 우크라이나에 대한 가스 공급을 중단했다는 소식에 어느 때보다 긴장하고 있습니다.

<인터뷰> 도흐나니 : "모르겠어요. 유럽으로 가는 가스관 마저 잠근다면...어떻게 될지... (심각한 상황이 올 수 도 있네요?) 그렇죠"

러시아는 지난 6월 대금을 체불했다는 이유로 우크라이나에 대한 가스 공급을 중단했습니다.

이 미납 대금을 일부라도 지불해야 가스 공급을 재개할 것이며, 그것도 미리 요금을 내는 만큼만 가스를 공급하는 '선불제'를 시행하겠다고 밝혔습니다.

<인터뷰> 쿠프리야노프(국영 가스회사 가스프롬 대변인)

우크라이나는 친서방 정책을 펴는데 대한 정치적 압박이라고 반박했습니다.

친 러시아 성향의 야누코비치 전 대통령이 실각하고 친 유럽 정부가 들어선 지난 4월부터, 러시아가 갑자기 가스 가격을 80% 이상 인상했다는 겁니다.

우크라이나는 가스 가격을 이전 수준으로 되돌리고, 불합리한 공급 계약을 바꿔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습니다.

<인터뷰> 야체뉵(우크라이나 총리)

우크라이나를 지나는 가스관을 통해 유럽에 공급되는 천연 가스의 생산지는 서 시베리아 야말 반도 지역.

야말의 영구 동토층, 즉 툰드라 아래는 세계 최대의 에너지 저장고라고 할 수 있습니다.

러시아 가스 생산량의 90% 이상, 석유 매장량의 74%를 차지합니다.

한 겨울이면 영하 50도까지 내려가는 살인적인 추위.

어둠이 짙어지면 거대한 불기둥이 곳곳에서 하늘로 치솟는 곳.

한 때는 버려진 곳이었지만, 지금은 꺼지지 않는 불의 땅 입니다.

<인터뷰> 국영 가스프롬 관계자

직경 1 미터 이상의 대형 가스관을 통해 유럽으로 공급되는 천연 가스는 전체 사용량의 3분의 1이나 됩니다.

그래서 러시아 가스회사 직원들은 '자신들이 아니면 유럽은 추위에 떨 것'이라고 말합니다.

실제로 지난 2006년과 2009년, 러시아는 야말의 가스공급 밸브를 잠궈 유럽을 혹한에 떨게 한 적이 있습니다.

당시 총리였던 푸틴은 가즈프롬 사장에게 공개적으로 가스 공급 중단을 지시했습니다.

<녹취> 알렉세이 밀러(Gazporm 대표이사) : "우크라이나가 6500 세제곱미터의 러시아 가스를 훔치고 있습니다."

<녹취> 푸틴(당시 총리) : "그럼 오늘부터 끊으세요"

지난 6월 가스공급을 차단당한 우크라이나가 올 겨울 유럽으로 가는 가스를 몰래 빼내 쓸 경우 러시아는 이를 빌미로 또다시 유럽행 가스관까지 잠가버릴 수 있다는 얘기입니다.

유럽연합의 중재로 진행되는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간 가스 협상은 여전히 별다른 성과를 내지 못하고 있습니다.

우크라이나는 유럽 국가들이 러시아에서 수입한 가스를 역수입하고 비상용으로 비축한 가스까지 쓰면서 버티고 있습니다.

러시아는 우크라이나를 우회하는 유럽행 가스관을 새로 건설하려는 계획까지 추진하고 있습니다.

러시아 남부에서 흑해 해저를 거쳐, 세르비아와 헝가리 등으로 이어간다는 계획 입니다.

서유럽의 독일에서 발원해 헝가리와 세르비아 등 동유럽을 지나 흑해로 흘러가는 도나우강을 거슬러 올라가는 모양새입니다.

하지만 러시아에 대한 과도한 에너지 의존에서 벗어나려는 유럽 연합 측의 반대가 만만치 않습니다.

러시아의 가스관 건설 현장입니다.

러시아와 유럽 간의 갈등에 이처럼 공사가 잠정 중단됐습니다.

반면 에너지 자급도가 낮은 일부 유럽 국가들은 우크라이나 사태 같은 정치적 변수에 구애받지 않는 안정적인 가스관 사업에 기대를 걸고 있습니다.

<인터뷰> 나자트(세르비아) : "러시아와 유럽 연합의 입장이 서로 다르잖아요. 서방은 세르비아가 유럽연합 가입을 추진하려면 이렇게 해라, 러시아는 가스 받으려면 이렇게 해라 요구하니까, 우리는 중간에서 곤란할 상황이죠"

푸틴 대통령은 또다시 유럽행 가스관을 잠글 수 있을까?

과연 유럽에 3차 가스 대란이 올 것인가?

러시아와 우크라이나간 불안한 휴전은 어떤 영향을 줄까?

가스 공급을 무기로 에너지 패권을 내세우는 러시아와 에너지 독립을 원하는 유럽 연합의 갈등이 계속되고 있는 가운데, 가을로 접어든 계절은 겨울을 예고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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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러시아·우크라이나 불안한 휴전, 유럽 가스대란 오나?
    • 입력 2014-09-13 08:45:40
    • 수정2014-09-13 09:47:44
    특파원 현장보고
<앵커 멘트>

러시아와 우크라이나가 천연가스 가격 문제에 대한 이견을 좁히지 못하고 있습니다.

러시아는 이미 우크라이나에 대한 가스공급을 중단했는데요.

자칫 유럽으로 가는 가스공급까지 차질을 빚는 연쇄 '가스대란'이 우려되고 있습니다.

모스크바 연규선 특파원이 취재했습니다.

<리포트>

헝가리의 수도 부다페스트를 가로지는 도나우강은 동서 유럽을 잇는 관광과 물류의 젖줄입니다.

도나우강 덕분에 내륙 국가인 헝가리는 중세부터 교통의 요충지였습니다.

동유럽 관광의 중심지 헝가리가 에너지 확보에 비상이 걸렸습니다.

헝가리는 가스 에너지의 상당 부분을 러시아에 의존하고 있습니다.

러시아로부터 가스 공급이 차단될 경우 경제에 심각한 타격이 우려됩니다.

부다페스트 외곽에 살고 있는 유리 씨는 헝가리의 보통 중산층.

관광 택시 기사로 한 달에 우리 돈 3백 만원 안팎의 수입을 올리고 있습니다.

하지만 수입의 절반을 에너지 소비에 지출합니다.

<인터뷰> 도흐나니(유리씨 아내) : "헝가리 가정 대부분이 비슷할 겁니다. 우리 뿐아니라 헝가리 가정들은 대개 수입의 절반을 에너지 소비에 써요."

특히 취사와 난방에 꼭 필요한 천연 가스는 러시아 시베리아에서 출발해 우크라이나를 관통하는, 파이프라인을 통해 공급받고 있습니다.

그래서 유리 씨 부부는 최근 러시아가 우크라이나에 대한 가스 공급을 중단했다는 소식에 어느 때보다 긴장하고 있습니다.

<인터뷰> 도흐나니 : "모르겠어요. 유럽으로 가는 가스관 마저 잠근다면...어떻게 될지... (심각한 상황이 올 수 도 있네요?) 그렇죠"

러시아는 지난 6월 대금을 체불했다는 이유로 우크라이나에 대한 가스 공급을 중단했습니다.

이 미납 대금을 일부라도 지불해야 가스 공급을 재개할 것이며, 그것도 미리 요금을 내는 만큼만 가스를 공급하는 '선불제'를 시행하겠다고 밝혔습니다.

<인터뷰> 쿠프리야노프(국영 가스회사 가스프롬 대변인)

우크라이나는 친서방 정책을 펴는데 대한 정치적 압박이라고 반박했습니다.

친 러시아 성향의 야누코비치 전 대통령이 실각하고 친 유럽 정부가 들어선 지난 4월부터, 러시아가 갑자기 가스 가격을 80% 이상 인상했다는 겁니다.

우크라이나는 가스 가격을 이전 수준으로 되돌리고, 불합리한 공급 계약을 바꿔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습니다.

<인터뷰> 야체뉵(우크라이나 총리)

우크라이나를 지나는 가스관을 통해 유럽에 공급되는 천연 가스의 생산지는 서 시베리아 야말 반도 지역.

야말의 영구 동토층, 즉 툰드라 아래는 세계 최대의 에너지 저장고라고 할 수 있습니다.

러시아 가스 생산량의 90% 이상, 석유 매장량의 74%를 차지합니다.

한 겨울이면 영하 50도까지 내려가는 살인적인 추위.

어둠이 짙어지면 거대한 불기둥이 곳곳에서 하늘로 치솟는 곳.

한 때는 버려진 곳이었지만, 지금은 꺼지지 않는 불의 땅 입니다.

<인터뷰> 국영 가스프롬 관계자

직경 1 미터 이상의 대형 가스관을 통해 유럽으로 공급되는 천연 가스는 전체 사용량의 3분의 1이나 됩니다.

그래서 러시아 가스회사 직원들은 '자신들이 아니면 유럽은 추위에 떨 것'이라고 말합니다.

실제로 지난 2006년과 2009년, 러시아는 야말의 가스공급 밸브를 잠궈 유럽을 혹한에 떨게 한 적이 있습니다.

당시 총리였던 푸틴은 가즈프롬 사장에게 공개적으로 가스 공급 중단을 지시했습니다.

<녹취> 알렉세이 밀러(Gazporm 대표이사) : "우크라이나가 6500 세제곱미터의 러시아 가스를 훔치고 있습니다."

<녹취> 푸틴(당시 총리) : "그럼 오늘부터 끊으세요"

지난 6월 가스공급을 차단당한 우크라이나가 올 겨울 유럽으로 가는 가스를 몰래 빼내 쓸 경우 러시아는 이를 빌미로 또다시 유럽행 가스관까지 잠가버릴 수 있다는 얘기입니다.

유럽연합의 중재로 진행되는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간 가스 협상은 여전히 별다른 성과를 내지 못하고 있습니다.

우크라이나는 유럽 국가들이 러시아에서 수입한 가스를 역수입하고 비상용으로 비축한 가스까지 쓰면서 버티고 있습니다.

러시아는 우크라이나를 우회하는 유럽행 가스관을 새로 건설하려는 계획까지 추진하고 있습니다.

러시아 남부에서 흑해 해저를 거쳐, 세르비아와 헝가리 등으로 이어간다는 계획 입니다.

서유럽의 독일에서 발원해 헝가리와 세르비아 등 동유럽을 지나 흑해로 흘러가는 도나우강을 거슬러 올라가는 모양새입니다.

하지만 러시아에 대한 과도한 에너지 의존에서 벗어나려는 유럽 연합 측의 반대가 만만치 않습니다.

러시아의 가스관 건설 현장입니다.

러시아와 유럽 간의 갈등에 이처럼 공사가 잠정 중단됐습니다.

반면 에너지 자급도가 낮은 일부 유럽 국가들은 우크라이나 사태 같은 정치적 변수에 구애받지 않는 안정적인 가스관 사업에 기대를 걸고 있습니다.

<인터뷰> 나자트(세르비아) : "러시아와 유럽 연합의 입장이 서로 다르잖아요. 서방은 세르비아가 유럽연합 가입을 추진하려면 이렇게 해라, 러시아는 가스 받으려면 이렇게 해라 요구하니까, 우리는 중간에서 곤란할 상황이죠"

푸틴 대통령은 또다시 유럽행 가스관을 잠글 수 있을까?

과연 유럽에 3차 가스 대란이 올 것인가?

러시아와 우크라이나간 불안한 휴전은 어떤 영향을 줄까?

가스 공급을 무기로 에너지 패권을 내세우는 러시아와 에너지 독립을 원하는 유럽 연합의 갈등이 계속되고 있는 가운데, 가을로 접어든 계절은 겨울을 예고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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