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태현 “‘슬로우비디오’서 변신은 아니어도 변화 시도”

입력 2014.09.20 (09: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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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제로 만났을 때 더 괜찮다 싶어서 반가운 배우들이 있다.

18일 서울 종로구 삼청동의 한 카페에서 만난 차태현(38)도 그랬다.

그는 말을 꺼내놓는 데 거침이 없었지만 거만하지 않았고, 굳이 삶의 양지만을 포장해 보여주려고도 하지 않았다.

예상한 대로 상대를 웃기게 하는 재주가 있었지만 그렇다고 가벼워 보이지도 않았다.

김영탁 감독이 다음 달 2일 내놓는 신작 '슬로우 비디오'의 주인공에 차태현을 캐스팅한 이유도 그런 이유에서일 것이다.

"집 앞에서 김영탁 감독으로부터 작품 이야기를 들었어요. 김 감독이 며칠 후 시나리오를 보여주더라고요. 저는 시나리오를 꽤 괜찮게 읽었어요. '시나리오가 정말 좋다', 이런 점을 떠나서 참 소소하게 좋더라고요."

차태현이 영화에서 맡은 여장부는 남들이 못 보는 찰나의 순간까지 보는, 이른바 '동체시력'의 소유자다.

어린 시절 놀림 받던 여장부가 이 기이한 능력을 인정받아 CCTV 관제센터 에이스가 되면서 영화는 본격적으로 시작된다.

'슬로우 비디오'가 자신의 필모그래피 사상 가장 차태현답지 않은 영화라고 앞서 여러차례 밝혔던 차태현은 이날 인터뷰에서도 "여장부는 제가 했던 배역 중 가장 자연스러움이 덜하다"고 설명했다.

여장부는 말투부터가 독특하다. 또 '동체시력'을 보호하기 위해 선글라스를 착용한 모습으로 등장한다.

차태현은 "눈을 선글라스로 가린 상황에서 그 감정을 어떻게 보여줄 수 있을지 가장 많이 고민했다"면서 "그래도 제한적인 환경 안에서 최고로 보여주기 위해 노력을 다한 것 같다"고 말했다.

후반부 선글라스를 벗는 장면이 워낙 중요한 지점인 만큼 선글라스를 고집했던 김 감독과는 달리, 선글라스와 마주해야 했던 상대역인 오달수는 얼마나 답답했는지 "달수 형은 술 먹고 나더니 태현이 안경 벗겨야 한다고 말했다"는 게 차태현의 설명이다.

차태현은 범상치 않은 여장부 역에 도전한 데 대해 꽤 만족감을 보였다.

"무리하게 변신할 수는 없지만, 변화 정도는 줘야 보는 분들도 지루해하지 않을 거라고 생각해요. 이번 작품은 변신까지는 아니어도 변화를 보여줄 수 있다는 점에 끌렸어요. 시사회 때 같이 온 아내가 '당신이 왜 이 작품 한다고 했는지 알겠더라'고 하더라고요. 아내가 원래 '재미없으면 중간에 소리지르고 나간다'고 했었는데 막상 보고 난 다음 무척 좋아했어요."

차태현은 부족한 점이 없지 않지만 다른 사람을 도와주는 선한 이미지의 배역을 많이 해왔다. 실제 삶이 투영됐는지를 물었다.

머뭇대던 그는 "누구를 괴롭히거나 하는 건 없고 다른 사람을 도와준 일은 많은 것 같다. 그나마 결혼한 다음 아내가 있어서 돈을 모으는 것 같다"면서 웃었다.

"작품을 고르는 이유도 여러 가지가 있겠지만 힘든 사람에게 먼저 가는 건 어쩔 수 없는 것 같아요. 시나리오가 나쁘지 않다면 흥행이 잘 안 된 제작사의 작품에 출연한다거나 하는 거요. 신인감독이나 재기하는 감독과도 많이 일했고요. 어떤 감독님으로부터는 '너는 재기 감독의 희망'이라는 이야기까지 들었네요.(웃음)"

언제고 순박함과 웃음기로 가득 찬 젊은이로 머무를 것 같은 차태현이지만 그도 올해 데뷔 20주년을 맞은 베테랑 연기자다.

차태현은 2001년 전지현과 함께 출연한 영화 '엽기적인 그녀'의 착한 남자친구 견우 역으로 하루아침에 스타가 됐다.

차태현 자신도 "많은 사람에게 축복을 내려줬으니 없어서는 안 될 영화"라고 말했지만 그가 이후 맡은 배역들이 견우의 잔상에서 자유롭지 못하다는 지적도 있었다.

차태현은 한중 합작으로 만들어지는 '엽기적인 그녀2'에 빅토리아와 함께 출연한다.

오는 20일 크랭크인을 앞두고 있다고 했다.

"'엽기적인 그녀2'를 해야 하나 정말 고민을 많이 했어요. 지현이만 없는 엽기적인 그녀를 해도 될까 하는 생각을 했어요. 그런데 갑자기 견우를 저 자신도 너무 보고 싶다는 생각을 했어요. 이상하죠? 잘못 연기하면 욕을 먹겠지만 감당해야 하겠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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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차태현 “‘슬로우비디오’서 변신은 아니어도 변화 시도”
    • 입력 2014-09-20 09:48:28
    연합뉴스
실제로 만났을 때 더 괜찮다 싶어서 반가운 배우들이 있다. 18일 서울 종로구 삼청동의 한 카페에서 만난 차태현(38)도 그랬다. 그는 말을 꺼내놓는 데 거침이 없었지만 거만하지 않았고, 굳이 삶의 양지만을 포장해 보여주려고도 하지 않았다. 예상한 대로 상대를 웃기게 하는 재주가 있었지만 그렇다고 가벼워 보이지도 않았다. 김영탁 감독이 다음 달 2일 내놓는 신작 '슬로우 비디오'의 주인공에 차태현을 캐스팅한 이유도 그런 이유에서일 것이다. "집 앞에서 김영탁 감독으로부터 작품 이야기를 들었어요. 김 감독이 며칠 후 시나리오를 보여주더라고요. 저는 시나리오를 꽤 괜찮게 읽었어요. '시나리오가 정말 좋다', 이런 점을 떠나서 참 소소하게 좋더라고요." 차태현이 영화에서 맡은 여장부는 남들이 못 보는 찰나의 순간까지 보는, 이른바 '동체시력'의 소유자다. 어린 시절 놀림 받던 여장부가 이 기이한 능력을 인정받아 CCTV 관제센터 에이스가 되면서 영화는 본격적으로 시작된다. '슬로우 비디오'가 자신의 필모그래피 사상 가장 차태현답지 않은 영화라고 앞서 여러차례 밝혔던 차태현은 이날 인터뷰에서도 "여장부는 제가 했던 배역 중 가장 자연스러움이 덜하다"고 설명했다. 여장부는 말투부터가 독특하다. 또 '동체시력'을 보호하기 위해 선글라스를 착용한 모습으로 등장한다. 차태현은 "눈을 선글라스로 가린 상황에서 그 감정을 어떻게 보여줄 수 있을지 가장 많이 고민했다"면서 "그래도 제한적인 환경 안에서 최고로 보여주기 위해 노력을 다한 것 같다"고 말했다. 후반부 선글라스를 벗는 장면이 워낙 중요한 지점인 만큼 선글라스를 고집했던 김 감독과는 달리, 선글라스와 마주해야 했던 상대역인 오달수는 얼마나 답답했는지 "달수 형은 술 먹고 나더니 태현이 안경 벗겨야 한다고 말했다"는 게 차태현의 설명이다. 차태현은 범상치 않은 여장부 역에 도전한 데 대해 꽤 만족감을 보였다. "무리하게 변신할 수는 없지만, 변화 정도는 줘야 보는 분들도 지루해하지 않을 거라고 생각해요. 이번 작품은 변신까지는 아니어도 변화를 보여줄 수 있다는 점에 끌렸어요. 시사회 때 같이 온 아내가 '당신이 왜 이 작품 한다고 했는지 알겠더라'고 하더라고요. 아내가 원래 '재미없으면 중간에 소리지르고 나간다'고 했었는데 막상 보고 난 다음 무척 좋아했어요." 차태현은 부족한 점이 없지 않지만 다른 사람을 도와주는 선한 이미지의 배역을 많이 해왔다. 실제 삶이 투영됐는지를 물었다. 머뭇대던 그는 "누구를 괴롭히거나 하는 건 없고 다른 사람을 도와준 일은 많은 것 같다. 그나마 결혼한 다음 아내가 있어서 돈을 모으는 것 같다"면서 웃었다. "작품을 고르는 이유도 여러 가지가 있겠지만 힘든 사람에게 먼저 가는 건 어쩔 수 없는 것 같아요. 시나리오가 나쁘지 않다면 흥행이 잘 안 된 제작사의 작품에 출연한다거나 하는 거요. 신인감독이나 재기하는 감독과도 많이 일했고요. 어떤 감독님으로부터는 '너는 재기 감독의 희망'이라는 이야기까지 들었네요.(웃음)" 언제고 순박함과 웃음기로 가득 찬 젊은이로 머무를 것 같은 차태현이지만 그도 올해 데뷔 20주년을 맞은 베테랑 연기자다. 차태현은 2001년 전지현과 함께 출연한 영화 '엽기적인 그녀'의 착한 남자친구 견우 역으로 하루아침에 스타가 됐다. 차태현 자신도 "많은 사람에게 축복을 내려줬으니 없어서는 안 될 영화"라고 말했지만 그가 이후 맡은 배역들이 견우의 잔상에서 자유롭지 못하다는 지적도 있었다. 차태현은 한중 합작으로 만들어지는 '엽기적인 그녀2'에 빅토리아와 함께 출연한다. 오는 20일 크랭크인을 앞두고 있다고 했다. "'엽기적인 그녀2'를 해야 하나 정말 고민을 많이 했어요. 지현이만 없는 엽기적인 그녀를 해도 될까 하는 생각을 했어요. 그런데 갑자기 견우를 저 자신도 너무 보고 싶다는 생각을 했어요. 이상하죠? 잘못 연기하면 욕을 먹겠지만 감당해야 하겠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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