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후] 쁘띠 성형 ‘필러’ 수술 아닌 시술이라 괜찮다구요?

입력 2014.10.01 (16: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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쁘띠 성형은 얼굴에 칼을 대지 않고 간단한 주사요법으로 외모를 바꿀때 말하는 신조어입니다. 이 쁘띠 성형의 대표주자가 바로 '필러'인데요. 필러는 우리말로 하면 충전재란 뜻인데, 피부를 탱탱하게 만들어주는 효과를 냅니다. 얼굴에 깊이 패인 이마나 팔자 주름에 주입하면, 주름이 펴지면서 볼륨감까지 얻을 수 있습니다. 기술이 어찌나 좋은지, 성형수술하지 않고도 코를 높이거나 콧방울 모양도 조절할 수 있고, 턱선을 갸름하게 할 수도 있습니다. 이렇게 주사 한방으로 해결할 수 있다보니, 성형 문턱이 낮아지는 효과가 있습니다. 실제 국내 필러 시장은 지난 2011년 430억원에서 올해는 900억원이 예상돼, 불과 3년새 시장규모는 2배가 넘을 전망입니다. 더욱이 필러는 시술효과가 재료에 따라 6개월에서 1년정도 지속되는데요. 영구적인건 아니기때문에 한번 감쪽같이 외모변화를 체험한 사람들은 다시 받을 확률이 높습니다. 결국 시술 건수는 줄지 않고 앞으로도 계속 늘 가능성이 높습니다. 그렇다면 시술이 간단한만큼 정말 안전한 걸까요?



'필러' 시술 부작용 피해자를 어렵게 만났습니다. 28살인 그녀는 2년 전 '필러' 제품 출시 시연회장에서 코에 필러를 넣다가 왼쪽 눈을 실명했는데요. 간단한 시술이란 말을 듣고, 안심하고 자원했다가 봉변을 당한 겁니다. 주최측은 필러는 고도의 기술이 필요하지 않다며 누구나 간단히 할 수 있다고 그녀를 안심시켰습니다. 실제로 그날 처음 행사장에 온 의사들에게도 그녀의 얼굴에 주사를 놓으라고 부추기기까지 했답니다. 아마 그녀는 시술 전까지 콧등이 좀 더 높아져 아름다워질 거란 기대를 했을 겁니다. 하지만, 콧방울부터 콧등 위로 주사 바늘을 깊게 넣은 뒤, 필러를 주입하면서 주사를 빼는 중에 그녀는 바로 앞이 안 보였고, 그 자리에서 구토를 하면서 쓰러졌습니다. 코와 이마가 순식간에 피멍이 들면서 피부조직은 썩어들어갔습니다. 그리고 한쪽 눈은 실명됐고, 오랫동안 사시로 고생해야 했습니다.



그렇다면 안전해보이는 필러가 어떻게 실명을 일으켰을까요?
눈과 멀리 떨어진 콧등에 필러를 주입했는데, 시력을 잃는다는 건 보통 상식으론 납득이 가질 않습니다. 그런데 얼굴 피부에는 눈혈관과 미세하게 연결된 혈관고리가 있다고 합니다. 평소에는 전혀 기능을 하지 않다가 갑자기 필러를 강하게 얼굴에 주입하면, 피부 미세혈관에 압력이 가해지겠죠? 그러면, '필러' 물질이 미세혈관을 타고 눈혈관까지 역류해 눈동맥을 막고 실명을 일으키는 겁니다. 주로 눈혈관과 연결된 미간이나, 팔자 주름, 콧등을 시술할때, 실명 위험이 높은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또, 재료에 따라서는 자가지방이 인공 물질보다 조금 더 위험했습니다.



사실 그녀처럼, 미용목적으로 얼굴에 필러주사를 맞고 실명까지 가는 경우는 흔한 일이 아닙니다. 이럴 경우 의학계에선 증례보고를 하는데요. 전세계적으로 얼굴 '필러 시술'을 받은 뒤 실명한 증례 건수는 지금까지 이십여 건에 불과할 정도로 많지는 않습니다. 그런데 최근 한국망막학회가 얼굴 '필러 시술'을 받은 뒤 실명한 한국인 44명을 분석해 세계적인 미국 안과의학회지에 발표를 했습니다. 드물다는 부작용이 우리나라에서만 2배 넘게 발생한 겁니다. 국내에서 '필러 시술'이 그만큼 광범위하게 행해지고 있음을 짐작할 수 있는 대목입니다.



쁘띠 성형 열풍 이면에는 얼굴에 칼을 대고 뼈를 깎는 성형수술에 대한 부담감이 자리잡고 있습니다. 전신 마취나 수술후 부작용에 대한 걱정들인데요. 아무래도 '필러'는 상대적으로 부작용이 적을거라는 생각에 '한번 해도 괜찮겠지'라는 합리화가 쉽습니다.
그리고 외모에 대한 욕심이 '필러' 시술을 부추깁니다. 문제는 이런 심리를 병원들이 이용한다는 점입니다. 실제로 취재진이 찾아간 병원들은 한결같이 '당일 시술', '당일 회복' 등 미용 주사 성형의 간편함을 홍보하면서 부작용에 대해선 자세히 설명해주는 곳이 없었습니다.
취재를 하면서 느낀 건 아무리 간단한 시술이라고 해도 발생할 수 있는 부작용에 대해선 본인이 충분히 알고 판단할 수 있게 해줘야 한다는 겁니다. 설령 천명 중에 한명 꼴로 발생하는 치명적인 부작용이라고 해도 그 한 명이 자신일 경우엔, 그건 천분의 일이 아니라 100% 확률이 되기 때문입니다.



그렇다면, 필러 부작용에 대한 안전 장치는 무엇일까요?
일단 의료진이 안전하게 시술할 수 있는 방법을 교육받아야 합니다. 그리고 병원에서 의사가 시술 전에 환자에게 필러 부작용에 대해 충분히 설명하고 동의를 구해야 합니다. 또한 시술이 간단하기 때문에 무자격자들이 무분별하게 시술을 한다는 이야기가 종종 들리는데요. 보건당국은 이들을 지속적으로 감시·단속할 필요가 있습니다. 또, 필러 시술을 고려하는 분들도 부작용에 대해 미리 인식하고 신중한 결정을 하는게 좋겠습니다.

☞ 바로가기 [뉴스9]‘필러 성형’ 인기…피부 괴사에 실명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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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취재후] 쁘띠 성형 ‘필러’ 수술 아닌 시술이라 괜찮다구요?
    • 입력 2014-10-01 16:10:08
    취재후·사건후
쁘띠 성형은 얼굴에 칼을 대지 않고 간단한 주사요법으로 외모를 바꿀때 말하는 신조어입니다. 이 쁘띠 성형의 대표주자가 바로 '필러'인데요. 필러는 우리말로 하면 충전재란 뜻인데, 피부를 탱탱하게 만들어주는 효과를 냅니다. 얼굴에 깊이 패인 이마나 팔자 주름에 주입하면, 주름이 펴지면서 볼륨감까지 얻을 수 있습니다. 기술이 어찌나 좋은지, 성형수술하지 않고도 코를 높이거나 콧방울 모양도 조절할 수 있고, 턱선을 갸름하게 할 수도 있습니다. 이렇게 주사 한방으로 해결할 수 있다보니, 성형 문턱이 낮아지는 효과가 있습니다. 실제 국내 필러 시장은 지난 2011년 430억원에서 올해는 900억원이 예상돼, 불과 3년새 시장규모는 2배가 넘을 전망입니다. 더욱이 필러는 시술효과가 재료에 따라 6개월에서 1년정도 지속되는데요. 영구적인건 아니기때문에 한번 감쪽같이 외모변화를 체험한 사람들은 다시 받을 확률이 높습니다. 결국 시술 건수는 줄지 않고 앞으로도 계속 늘 가능성이 높습니다. 그렇다면 시술이 간단한만큼 정말 안전한 걸까요? '필러' 시술 부작용 피해자를 어렵게 만났습니다. 28살인 그녀는 2년 전 '필러' 제품 출시 시연회장에서 코에 필러를 넣다가 왼쪽 눈을 실명했는데요. 간단한 시술이란 말을 듣고, 안심하고 자원했다가 봉변을 당한 겁니다. 주최측은 필러는 고도의 기술이 필요하지 않다며 누구나 간단히 할 수 있다고 그녀를 안심시켰습니다. 실제로 그날 처음 행사장에 온 의사들에게도 그녀의 얼굴에 주사를 놓으라고 부추기기까지 했답니다. 아마 그녀는 시술 전까지 콧등이 좀 더 높아져 아름다워질 거란 기대를 했을 겁니다. 하지만, 콧방울부터 콧등 위로 주사 바늘을 깊게 넣은 뒤, 필러를 주입하면서 주사를 빼는 중에 그녀는 바로 앞이 안 보였고, 그 자리에서 구토를 하면서 쓰러졌습니다. 코와 이마가 순식간에 피멍이 들면서 피부조직은 썩어들어갔습니다. 그리고 한쪽 눈은 실명됐고, 오랫동안 사시로 고생해야 했습니다. 그렇다면 안전해보이는 필러가 어떻게 실명을 일으켰을까요? 눈과 멀리 떨어진 콧등에 필러를 주입했는데, 시력을 잃는다는 건 보통 상식으론 납득이 가질 않습니다. 그런데 얼굴 피부에는 눈혈관과 미세하게 연결된 혈관고리가 있다고 합니다. 평소에는 전혀 기능을 하지 않다가 갑자기 필러를 강하게 얼굴에 주입하면, 피부 미세혈관에 압력이 가해지겠죠? 그러면, '필러' 물질이 미세혈관을 타고 눈혈관까지 역류해 눈동맥을 막고 실명을 일으키는 겁니다. 주로 눈혈관과 연결된 미간이나, 팔자 주름, 콧등을 시술할때, 실명 위험이 높은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또, 재료에 따라서는 자가지방이 인공 물질보다 조금 더 위험했습니다. 사실 그녀처럼, 미용목적으로 얼굴에 필러주사를 맞고 실명까지 가는 경우는 흔한 일이 아닙니다. 이럴 경우 의학계에선 증례보고를 하는데요. 전세계적으로 얼굴 '필러 시술'을 받은 뒤 실명한 증례 건수는 지금까지 이십여 건에 불과할 정도로 많지는 않습니다. 그런데 최근 한국망막학회가 얼굴 '필러 시술'을 받은 뒤 실명한 한국인 44명을 분석해 세계적인 미국 안과의학회지에 발표를 했습니다. 드물다는 부작용이 우리나라에서만 2배 넘게 발생한 겁니다. 국내에서 '필러 시술'이 그만큼 광범위하게 행해지고 있음을 짐작할 수 있는 대목입니다. 쁘띠 성형 열풍 이면에는 얼굴에 칼을 대고 뼈를 깎는 성형수술에 대한 부담감이 자리잡고 있습니다. 전신 마취나 수술후 부작용에 대한 걱정들인데요. 아무래도 '필러'는 상대적으로 부작용이 적을거라는 생각에 '한번 해도 괜찮겠지'라는 합리화가 쉽습니다. 그리고 외모에 대한 욕심이 '필러' 시술을 부추깁니다. 문제는 이런 심리를 병원들이 이용한다는 점입니다. 실제로 취재진이 찾아간 병원들은 한결같이 '당일 시술', '당일 회복' 등 미용 주사 성형의 간편함을 홍보하면서 부작용에 대해선 자세히 설명해주는 곳이 없었습니다. 취재를 하면서 느낀 건 아무리 간단한 시술이라고 해도 발생할 수 있는 부작용에 대해선 본인이 충분히 알고 판단할 수 있게 해줘야 한다는 겁니다. 설령 천명 중에 한명 꼴로 발생하는 치명적인 부작용이라고 해도 그 한 명이 자신일 경우엔, 그건 천분의 일이 아니라 100% 확률이 되기 때문입니다. 그렇다면, 필러 부작용에 대한 안전 장치는 무엇일까요? 일단 의료진이 안전하게 시술할 수 있는 방법을 교육받아야 합니다. 그리고 병원에서 의사가 시술 전에 환자에게 필러 부작용에 대해 충분히 설명하고 동의를 구해야 합니다. 또한 시술이 간단하기 때문에 무자격자들이 무분별하게 시술을 한다는 이야기가 종종 들리는데요. 보건당국은 이들을 지속적으로 감시·단속할 필요가 있습니다. 또, 필러 시술을 고려하는 분들도 부작용에 대해 미리 인식하고 신중한 결정을 하는게 좋겠습니다. ☞ 바로가기 [뉴스9]‘필러 성형’ 인기…피부 괴사에 실명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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