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오개·선바위·마들…한글 지하철역명에 얽힌 사연은?

입력 2014.10.08 (14: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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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일(9일) 568돌 한글날을 앞둔 가운데, 오늘(8일) 서울시가 지하철 1~9호선 중 한글 이름을 가진 지하철역을 소개했다.

서울 지하철의 전체 302개 역 가운데 한글 이름은 9.6%인 29개로 분석됐다.

한글 이름으로 된 역이 가장 많은 지하철 노선은 7호선으로 51개 역 가운데 6개 역(독바위역·돌곶이역·버티고개역 등)이 한글 이름이었다. 반면 1호선과 8호선은 한글로 된 역이 하나도 없었다.



지하철역 이름은 서울시 조례에 따라 지명위원회의 자문 의견을 받아 서울시장이 제정한다. 지명위원회는 지리학, 역사학, 국문학 등 관련 학문의 전·현직교수 등 전문가 10명으로 구성됐다.

역 이름을 정할 때는 '옛 지명'을 최우선으로 고려하고, 그다음으로 고적·사적 등 문화재, 고유명사화된 공공시설 이름 등으로 정한다.

◆뚝섬·마들 '전설이 담긴 이름'


((사진2.  뚝섬))

한글로 된 지하철 역명 중에는 뚝섬역(2호선)과 같이 지역의 전설이 담긴 것들이 많다.

뚝섬역은 그 주변이 조선 시대 당시 군대가 출병할 때 둑기를 세우고 제사를 지냈던 곳으로 둑섬, 둑도라 불렸던 데서 유래했다.

실제 섬은 아니지만 3면이 강으로 둘러싸여 그 모습이 섬과 같아 '뚝섬'이 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충정로에서 마포로 넘어가는 곳에 있는 애오개역(5호선)에 대해서는 여러 개의 이야기가 존재한다.

고개가 아이처럼 작다는 뜻으로 아이고개, 애고개라고 불렸다는 설이 있다.

또 과거 한성부에서 서소문을 통해 시체를 내보냈는데 아이의 시체는 이 고개를 넘어 묻게 했다는 이야기도 있다. 실제로 애오개 근처에는 아이 무덤이 있던 것으로 전해진다.

6호선 버티고개역의 경우, 조선 시대 당시 치안을 담당하던 군인들이 한남동에서 약수동으로 넘어가는 고개에서 도둑을 쫓으며 '번도(도둑)'라고 외치던 것이 번티, 버티로 바뀌면서 이름이 붙여졌다.

9호선 노들역은 수양버들이 울창하고 백로가 노닐던 옛 노량진을 '노들'이라고 부르던 데서 유래했다.

◆한글과 한자가 더해진 이름의 역은?

3호선 학여울역은 한글과 한자가 결합해 지어진 지하철역 이름이다.

과거 탄천과 양재천이 만나는 대치동 인근에는 백로가 자주 찾아왔는데, 물살이 센 곳을 이르는 우리말 '여울'과 '학'이 결합해 '학여울'이라는 이름이 탄생했다.

잠실나루(2호선), 여의나루(5호선), 광나루(5호선) 등 서울 지하철에는 '나루'가 붙은 역명이 많다.

나루란 강이나 바닷목 등에서 나룻배가 서는 곳을 말한다. 과거 나루터가 있던 곳에 역이 생기면서 이 같은 이름이 만들어졌다.

◆지형·상징물에서 유래한 당고개·선바위역



4호선인 당고개역과 선바위역은 인근 지형과 상징물에서 그 이름이 유래했다.

과거 당고개역은 과거 그곳의 고개에 성황당과 미륵당이 있었던 데서 그 이름이 유래했다. 선바위역은 개천 가운데 바위가 서 있는 모습과 유사해 이 같은 이름이 지어졌다.

6호선 독바위역은 바위산이 마치 장독과 유사한 모양이라 하여 지어졌으며, 돌곶이역은 석관동 주변의 천장산이 검은 돌을 꿰놓은 것 같은 모습으로 보인다는 데서 유래했다.

보라매역(7호선)은 과거 대방동에 있던 공군사관학교의 상징이 ‘보라매’라는 것에서 유래했다.

서울시 백호 교통정책관은 "지하철역 이름은 단순히 지명을 붙이는 게 아니라 역사문화 전문가, 국립국어원 등 각 분야의 문헌 참조와 고증을 통해 제정된다"며 "어떤 시설물보다 지역의 역사와 특색을 잘 담고 있는 객관적인 지표"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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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애오개·선바위·마들…한글 지하철역명에 얽힌 사연은?
    • 입력 2014-10-08 14:38:26
    사회
내일(9일) 568돌 한글날을 앞둔 가운데, 오늘(8일) 서울시가 지하철 1~9호선 중 한글 이름을 가진 지하철역을 소개했다. 서울 지하철의 전체 302개 역 가운데 한글 이름은 9.6%인 29개로 분석됐다. 한글 이름으로 된 역이 가장 많은 지하철 노선은 7호선으로 51개 역 가운데 6개 역(독바위역·돌곶이역·버티고개역 등)이 한글 이름이었다. 반면 1호선과 8호선은 한글로 된 역이 하나도 없었다. 지하철역 이름은 서울시 조례에 따라 지명위원회의 자문 의견을 받아 서울시장이 제정한다. 지명위원회는 지리학, 역사학, 국문학 등 관련 학문의 전·현직교수 등 전문가 10명으로 구성됐다. 역 이름을 정할 때는 '옛 지명'을 최우선으로 고려하고, 그다음으로 고적·사적 등 문화재, 고유명사화된 공공시설 이름 등으로 정한다. ◆뚝섬·마들 '전설이 담긴 이름' ((사진2.  뚝섬)) 한글로 된 지하철 역명 중에는 뚝섬역(2호선)과 같이 지역의 전설이 담긴 것들이 많다. 뚝섬역은 그 주변이 조선 시대 당시 군대가 출병할 때 둑기를 세우고 제사를 지냈던 곳으로 둑섬, 둑도라 불렸던 데서 유래했다. 실제 섬은 아니지만 3면이 강으로 둘러싸여 그 모습이 섬과 같아 '뚝섬'이 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충정로에서 마포로 넘어가는 곳에 있는 애오개역(5호선)에 대해서는 여러 개의 이야기가 존재한다. 고개가 아이처럼 작다는 뜻으로 아이고개, 애고개라고 불렸다는 설이 있다. 또 과거 한성부에서 서소문을 통해 시체를 내보냈는데 아이의 시체는 이 고개를 넘어 묻게 했다는 이야기도 있다. 실제로 애오개 근처에는 아이 무덤이 있던 것으로 전해진다. 6호선 버티고개역의 경우, 조선 시대 당시 치안을 담당하던 군인들이 한남동에서 약수동으로 넘어가는 고개에서 도둑을 쫓으며 '번도(도둑)'라고 외치던 것이 번티, 버티로 바뀌면서 이름이 붙여졌다. 9호선 노들역은 수양버들이 울창하고 백로가 노닐던 옛 노량진을 '노들'이라고 부르던 데서 유래했다. ◆한글과 한자가 더해진 이름의 역은? 3호선 학여울역은 한글과 한자가 결합해 지어진 지하철역 이름이다. 과거 탄천과 양재천이 만나는 대치동 인근에는 백로가 자주 찾아왔는데, 물살이 센 곳을 이르는 우리말 '여울'과 '학'이 결합해 '학여울'이라는 이름이 탄생했다. 잠실나루(2호선), 여의나루(5호선), 광나루(5호선) 등 서울 지하철에는 '나루'가 붙은 역명이 많다. 나루란 강이나 바닷목 등에서 나룻배가 서는 곳을 말한다. 과거 나루터가 있던 곳에 역이 생기면서 이 같은 이름이 만들어졌다. ◆지형·상징물에서 유래한 당고개·선바위역 4호선인 당고개역과 선바위역은 인근 지형과 상징물에서 그 이름이 유래했다. 과거 당고개역은 과거 그곳의 고개에 성황당과 미륵당이 있었던 데서 그 이름이 유래했다. 선바위역은 개천 가운데 바위가 서 있는 모습과 유사해 이 같은 이름이 지어졌다. 6호선 독바위역은 바위산이 마치 장독과 유사한 모양이라 하여 지어졌으며, 돌곶이역은 석관동 주변의 천장산이 검은 돌을 꿰놓은 것 같은 모습으로 보인다는 데서 유래했다. 보라매역(7호선)은 과거 대방동에 있던 공군사관학교의 상징이 ‘보라매’라는 것에서 유래했다. 서울시 백호 교통정책관은 "지하철역 이름은 단순히 지명을 붙이는 게 아니라 역사문화 전문가, 국립국어원 등 각 분야의 문헌 참조와 고증을 통해 제정된다"며 "어떤 시설물보다 지역의 역사와 특색을 잘 담고 있는 객관적인 지표"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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