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뉴스] 갈림길에 선 원전…수명 연장 ‘진통’

입력 2014.10.08 (21:23) 수정 2014.10.08 (22: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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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 멘트>

지금 제 뒤로 보이는 시설은 경북 월성원자력발전소입니다.

현재 원전 4기가 가동 중인데, 모두 합쳐 100만 가구가 쓸 수 있는 전력을 생산합니다.

이 월성원전을 포함해 우리나라의 원전은 23기로, 전체 전력량의 26%를 책임지고 있습니다.

정부가 이 비중을 2035년에 29%까지 높이겠다고 올해 초 발표했죠.

이를 위해선 원전 16기를 새로 지어야 하는데, 원전 건설이 3년 전 결정된 삼척에서는 오늘 찬반을 묻는 주민 투표가 시작됐습니다.

또, 정부 목표를 달성하려면 가동 연한이 끝나는 원전들도 모두 수명을 연장해야 하는데요,

이 문제 역시 진통을 겪고 있습니다.

이은정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리포트>

월성 원전에서 2km 떨어진 마을.

2년 전 가동이 중지된 원전 1호기의 수명을 연장하지 말라는 목소리가 거셉니다.

30년 설계 수명을 채운 원전의 안전성을 믿을 수 없다며, 다른 지역으로 이주시켜 달라는 요구까지 나옵니다.

<인터뷰> 석분름(주민) : "진짜 한시라도 빨리 나가고 싶어요. 진짜 살 마음 요만큼도 없어요."

월성 1호기의 수명 연장 심사가 시작된 것은 지난 2009년, 초기 서류 심사와 설비 개선, 현장 점검까지 5년이 지났지만 아직 결론을 내지 못하고 있습니다.

30년 전에 비해 안전 기준이 강화된데다, 후쿠시마 원전 사고 이후 비상발전기 확보 등 23개 조치가 추가됐기 때문입니다.

여기에, 가혹한 자연재해에도 안전이 유지되는지를 검증하는 '스트레스 테스트'가 진행중이어서 언제 결론이 날지 미지수입니다.

<인터뷰> 손명선(원자력안전위원회 원자력심사과장) : "스트레스 테스트 검증보고서가 아직 오지 않았는데 그게 오게 되면 공개를 하고 전문위 검토를 거쳐서 또 원안위에 상정하게 됩니다."

국내 23개 원전 가운데 절반인 12기가 15년 안에 설계 수명을 다합니다.

월성 1호기처럼 수명 연장 심사가 장기화되고 반대 여론까지 거세질 경우 정부의 에너지 정책에도 빨간불이 켜질 것으로 보입니다.

<기자 멘트>

2011년, 후쿠시마 원전 사고 이후 주변 마을은 이렇게 사람이 살 수 없는 땅이 돼 버렸습니다.

이 사고를 계기로 '탈원전'으로 돌아선 국가가 적지 않습니다.

세계 최대의 원전국가 프랑스가 현재 전력의 75%인 원전의 비중을 2025년에 50%까지 낮추기로 했고, 독일과 벨기에, 스위스는 모든 원전을 없애기로 하는 등 10개 나라가 원전 폐기나 재검토를 선언했습니다.

하지만, 여전히 30개 나라에서 원전을 가동 중이고, 노후 원전을 계속해서 쓰는 나라도 적지 않습니다.

전 세계에서 가동 중인 원전 435기 가운데 151기, 그러니까, 3개 가운데 1개는 수명을 연장한 상태입니다.

더 나아가 영국과 러시아, 핀란드 등 10여 개 나라는 원전을 더 지어서 '원전' 비중을 높이겠다고 발표했습니다.

우리나라 역시 발전단가가 월등히 싼 원전을 통해서 산업 경쟁력을 강화하고, 낮은 전기요금을 유지해 온 만큼 원전을 줄일 수가 없다는 건데요.

세계적으로 경제성 못지않게 안전성이 화두가 된 상황에서 원전 문제를 어떻게 풀어나가야 할지 취재했습니다.

<리포트>

2011년, 원전을 유치하기로 결정했던 강원도 삼척시.

결정 당시 원전에 대해 불안해하는 주민 여론이 반영되지 않았다며, 3년 만에, 유치를 철회할지를 묻는 주민 투표에 들어갔습니다.

<인터뷰> 삼척 지역주민 : "핵이라는건...사람이 어떻게 된다는 걸 모르잖아요.원자력은...일본에서 일어나는 걸 봐도 그렇고..."

최근 조사에서 국민 10명 중 7명이 우리나라 원전의 사고 가능성이 높다고 답했습니다.

'안전하다'는 응답은 다섯 차례의 조사에서 계속 감소했습니다.

원전의 안전성을 높이기 위한 투자와 노력을 한층 강화해야 하는 이유입니다.

<인터뷰> 윤순진(서울대 환경대학원 교수) : "안전이 상당히 더 중요한 가치라고 생각합니다. 경제성이라는 것은 어떤 변수를 어떻게 고려하느냐에 따라 달라질 수 있습니다."

여기에다, 원전 신축이든 연장이든 결정에 앞서 지역주민의 의견을 물어야 한다는 목소리도 높습니다.

<인터뷰> "계획이 다 확정되고 난 다음에 지역주민들의 의견을 묻는 거죠. 그것이 외국하고 우리나라의 가장 큰 차이겠고요. 그러다 보니, 지역주민들이 형식적인 절차에 대해서 반발하고..."

신재생에너지의 비중을 OECD 국가 중 꼴찌로 방치하는 것도 문젭니다.

장기적인 연구개발과 투자를 통해 신재생에너지의 비중을 높여가는 대안 모색도 절실합니다.

KBS 뉴스 김진화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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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4-10-08 21:24:13
    • 수정2014-10-08 22:08: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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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제 뒤로 보이는 시설은 경북 월성원자력발전소입니다.

현재 원전 4기가 가동 중인데, 모두 합쳐 100만 가구가 쓸 수 있는 전력을 생산합니다.

이 월성원전을 포함해 우리나라의 원전은 23기로, 전체 전력량의 26%를 책임지고 있습니다.

정부가 이 비중을 2035년에 29%까지 높이겠다고 올해 초 발표했죠.

이를 위해선 원전 16기를 새로 지어야 하는데, 원전 건설이 3년 전 결정된 삼척에서는 오늘 찬반을 묻는 주민 투표가 시작됐습니다.

또, 정부 목표를 달성하려면 가동 연한이 끝나는 원전들도 모두 수명을 연장해야 하는데요,

이 문제 역시 진통을 겪고 있습니다.

이은정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리포트>

월성 원전에서 2km 떨어진 마을.

2년 전 가동이 중지된 원전 1호기의 수명을 연장하지 말라는 목소리가 거셉니다.

30년 설계 수명을 채운 원전의 안전성을 믿을 수 없다며, 다른 지역으로 이주시켜 달라는 요구까지 나옵니다.

<인터뷰> 석분름(주민) : "진짜 한시라도 빨리 나가고 싶어요. 진짜 살 마음 요만큼도 없어요."

월성 1호기의 수명 연장 심사가 시작된 것은 지난 2009년, 초기 서류 심사와 설비 개선, 현장 점검까지 5년이 지났지만 아직 결론을 내지 못하고 있습니다.

30년 전에 비해 안전 기준이 강화된데다, 후쿠시마 원전 사고 이후 비상발전기 확보 등 23개 조치가 추가됐기 때문입니다.

여기에, 가혹한 자연재해에도 안전이 유지되는지를 검증하는 '스트레스 테스트'가 진행중이어서 언제 결론이 날지 미지수입니다.

<인터뷰> 손명선(원자력안전위원회 원자력심사과장) : "스트레스 테스트 검증보고서가 아직 오지 않았는데 그게 오게 되면 공개를 하고 전문위 검토를 거쳐서 또 원안위에 상정하게 됩니다."

국내 23개 원전 가운데 절반인 12기가 15년 안에 설계 수명을 다합니다.

월성 1호기처럼 수명 연장 심사가 장기화되고 반대 여론까지 거세질 경우 정부의 에너지 정책에도 빨간불이 켜질 것으로 보입니다.

<기자 멘트>

2011년, 후쿠시마 원전 사고 이후 주변 마을은 이렇게 사람이 살 수 없는 땅이 돼 버렸습니다.

이 사고를 계기로 '탈원전'으로 돌아선 국가가 적지 않습니다.

세계 최대의 원전국가 프랑스가 현재 전력의 75%인 원전의 비중을 2025년에 50%까지 낮추기로 했고, 독일과 벨기에, 스위스는 모든 원전을 없애기로 하는 등 10개 나라가 원전 폐기나 재검토를 선언했습니다.

하지만, 여전히 30개 나라에서 원전을 가동 중이고, 노후 원전을 계속해서 쓰는 나라도 적지 않습니다.

전 세계에서 가동 중인 원전 435기 가운데 151기, 그러니까, 3개 가운데 1개는 수명을 연장한 상태입니다.

더 나아가 영국과 러시아, 핀란드 등 10여 개 나라는 원전을 더 지어서 '원전' 비중을 높이겠다고 발표했습니다.

우리나라 역시 발전단가가 월등히 싼 원전을 통해서 산업 경쟁력을 강화하고, 낮은 전기요금을 유지해 온 만큼 원전을 줄일 수가 없다는 건데요.

세계적으로 경제성 못지않게 안전성이 화두가 된 상황에서 원전 문제를 어떻게 풀어나가야 할지 취재했습니다.

<리포트>

2011년, 원전을 유치하기로 결정했던 강원도 삼척시.

결정 당시 원전에 대해 불안해하는 주민 여론이 반영되지 않았다며, 3년 만에, 유치를 철회할지를 묻는 주민 투표에 들어갔습니다.

<인터뷰> 삼척 지역주민 : "핵이라는건...사람이 어떻게 된다는 걸 모르잖아요.원자력은...일본에서 일어나는 걸 봐도 그렇고..."

최근 조사에서 국민 10명 중 7명이 우리나라 원전의 사고 가능성이 높다고 답했습니다.

'안전하다'는 응답은 다섯 차례의 조사에서 계속 감소했습니다.

원전의 안전성을 높이기 위한 투자와 노력을 한층 강화해야 하는 이유입니다.

<인터뷰> 윤순진(서울대 환경대학원 교수) : "안전이 상당히 더 중요한 가치라고 생각합니다. 경제성이라는 것은 어떤 변수를 어떻게 고려하느냐에 따라 달라질 수 있습니다."

여기에다, 원전 신축이든 연장이든 결정에 앞서 지역주민의 의견을 물어야 한다는 목소리도 높습니다.

<인터뷰> "계획이 다 확정되고 난 다음에 지역주민들의 의견을 묻는 거죠. 그것이 외국하고 우리나라의 가장 큰 차이겠고요. 그러다 보니, 지역주민들이 형식적인 절차에 대해서 반발하고..."

신재생에너지의 비중을 OECD 국가 중 꼴찌로 방치하는 것도 문젭니다.

장기적인 연구개발과 투자를 통해 신재생에너지의 비중을 높여가는 대안 모색도 절실합니다.

KBS 뉴스 김진화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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