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 대통령 언급한 ‘유럽 연금개혁’ 사례 주목

입력 2014.10.10 (07:04) 수정 2014.10.10 (08: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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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혜 대통령이 공무원 연금 개혁의 준거 모델로 독일과 오스트리아의 사례를 말한 것을 계기로 유럽 주요국들의 제도 개편 실상에 관심이 쏠린다.

박 대통령의 언급이 세부정책으로 연결되는 구상을 비친 것인지는 알 수 없으나 적어도 정부의 공무원 연금 개편 방향성의 일단이나마 엿볼 수 있다는 점에서다 주목된다.

다만 공무원 신분을 보는 철학, 공무원 노조 문화, 정부 재정 상태, 세금 부담에 맞물린 국가 보장 복지 구조, 인구 고령화와 경제성장률 전망 등 연금 운용을 둘러싼 기본 환경이 너무 다르다는 점에서 직접적 비교와 참고에는 한계가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 독일 = 박 대통령은 1998년 독일의 가입기간 조정 등을 통한 연금제도 개편을 언급했다.

그해에 가입기간을 35년에서 40년으로 늘리고 연금 신청 연령도 62세에서 63세로 늦춘 독일 정부의 선택을 말한 것이다.

'더 내고, 늦게 받는' 쪽으로 개편했다는 해석이 나오는 사례이다.

독일에선 공무원 연금이 연금보험적 성격보다는 부양제도적 성격이 강하다는 게 전문가들의 중론이다. 조세에 의한 국가 전액 부담이 기본이다.

그러다 보니 각별히 재정안정성 확보를 위해 다양하게 메스를 가해왔다. 가입기간과 신청연령 조정뿐 아니라 공공 예비기금 적립, 최고지급률 하향 조정, 소득심사제 강화 등 꾸준하게 개선책을 시행한 것이다.

조기퇴직 범칙금 제도를 두어 실질 정년퇴직을 유도하는 제도를 통해 62세와의 연령차 1년당 5%씩을 감액하는 것도 그런 판단에서다.

독일은 이러한 제도 변화 과정에 전문가들로 구성된 전문위원회의 논의를 적극적으로 활용했다는 게 공무원연금관리공단의 설명이다. 물론 연금수급자의 소득대체율이 급격히 감소하지 않는 범위 내에서의 점진적 개혁이라는 기조 위에서다. 또 모든 이해당사자가 공동으로 부담한다는 원칙이 개혁의 근본에 깔려 있다.

나아가 다른 공공연금의 소득대체율이 70%가 넘는 상황에서 공무원 연금은 그 이상을 보장받는 것을 기본으로 한다.

◇ 오스트리아 = 박 대통령은 또 2005년 오스트리아의 공무원 연금개혁을 예로 들었다.

당시 오스트리아 정부는 연금 수령 나이를 60세에서 65세로 늘리고 최대 액수의 연금을 받을 수 있는 재직 기간도 40년에서 50년으로 올렸다. 독립형 공무원연금제도를 일반 국민연금에 통합하면서다.

이를 통해 연금 산정시 기준이 되는 소득도 직전 소득에서 전체 평균 소득으로 바꿨다.

오스트리아 케이스는 제도의 점진적 진화를 노렸다기 보다는 급진적 변화를 이끈 것으로 '이례적'이라는 평가도 따른다.

65세에 퇴직하는 사람이 45년의 가입기간 자격을 가졌다고 했을 때 소득대체율 80%를 보장받는 구조이다.

민간연금이 70%의 소득대체율을 보이는 만큼 오스트리아도 독일처럼 공무원 연금의 소득대체율이 높은 편이다.

오스트리아는 이렇게 제도를 바꾸면서 '2005년 임용'을 기점으로 공무원들을 나누어 관리하고 있다.

◇ 프랑스 = 우파인 니콜라 사르코지 전 프랑스 대통령은 2010년 연금산정의 기준이 되는 퇴직 연령을 60세에서 62세로 2년 늘렸다. 29년 만에 노동계의 강한 반발을 무릅쓰고서다. 이유는 경제난과 평균 수명 증가에 따른 연금 적자 누적 때문이다.

이후 2012년 대선에서 좌파인 사회당의 프랑수아 올랑드 후보는 이 인기 없는 정책이던 연금 개혁에 반대하며 퇴직 연령을 되돌리겠다고 공약했다.

그러나 집권 후 올랑드 대통령은 10대 때부터 일을 시작한 육체 노동자 등 일부 계층에 대해서만 퇴직 연령을 60세로 환원했을 뿐 이전으로 완전히 되돌릴 수 없었다.

사르코지 정부에서 퇴직 연령을 올렸지만, 프랑스 정부는 이 제도를 유지하면 2020년에는 연금 적자가 200억 유로(약 27조2천억원)에 이를 것으로 예상했다.

이 때문에 올랑드 대통령도 연금 보험료를 더 오래, 더 많이 내도록 하는 방향으로 연금 개혁에 나설 수밖에 없었다.

프랑스 정부가 입법해 올해 1월 공포된 현행 연금법은 고용주와 노동자가 소득의 일정부분을 부담하는 연금 보험료를 올해부터 인상해 2017년까지 각각 0.3%씩 올리도록 했다. 일반 사기업 종사자뿐 아니라 공무원, 공사직원도 똑같이 인상했다.

또 연금을 전액 받기 위한 보험료 납부 기간을 2020년까지 현행 41.5년을 유지하지만 이후 점차 늘려 2035년에는 43년으로 정했다.

◇ 영국 = 영국은 국가에 재정부담 책임을 지우는 공적연금은 국민연금으로 통합돼 공무원을 포함한 모든 시민은 공적연금에 관한 한 누구나 같은 체계를 적용받는다. 공무원 연금이 따로 없는 이유다. 따라서 연금 체계 간 차이로 형평성 시비가 파고들 여지가 없다.

마거릿 대처 총리 시절인 1980년대 이후 인구고령화 및 수급자 증가에 따른 재정 부담 완화를 목표로 지속적인 연금 개혁 작업을 거쳤다. 가입자의 부담은 늘리면서, 수급 연령을 늦추는 게 초점이었다.

노동당 집권기와 데이비드 캐머런 총리가 이끄는 현 보수당 정부로도 이런 전통은 이어져 영국의 공적연금 지출 규모는 하향곡선을 계속 그리고 있다. 퇴직연금 등 사적연금 장려정책과 저소득층에 대한 최저소득 보장제 등으로 공적연금의 허점을 보완해왔다.

하지만 2030년대에는 65세 이상 노인 비율이 전체 인구의 4분의 1을 넘을 것으로 전망돼 연금재정의 장기균형 확보는 심각한 문제가 되고 있다.

이런 가운데 공적연금 수급자의 연금소득 수준이 하락으로 노령인구의 3분의 1 이상이 빈곤에 허덕이는 부작용마저 가중되고 있다. 현재 영국의 공사연금 합산소득은 은퇴 전 소득의 41.5%로 유럽연합(EU) 국가 중 최저 수준으로 한국의 47.5%에도 뒤진다. 무상의료와 주거비 지원 등 발달한 복지제도가 노인 빈곤층을 위한 최후의 보호막이 되는 실정이다.

영국 정부는 이에 따라 연금 수급연령을 단계적으로 67세까지 높여 소득보장에 대한 국가 책임은 줄이고, 빈곤층 보호는 강화하는 기초연금 개편방안을 2016년부터 시행할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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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박 대통령 언급한 ‘유럽 연금개혁’ 사례 주목
    • 입력 2014-10-10 07:04:20
    • 수정2014-10-10 08:18:00
    연합뉴스
박근혜 대통령이 공무원 연금 개혁의 준거 모델로 독일과 오스트리아의 사례를 말한 것을 계기로 유럽 주요국들의 제도 개편 실상에 관심이 쏠린다.

박 대통령의 언급이 세부정책으로 연결되는 구상을 비친 것인지는 알 수 없으나 적어도 정부의 공무원 연금 개편 방향성의 일단이나마 엿볼 수 있다는 점에서다 주목된다.

다만 공무원 신분을 보는 철학, 공무원 노조 문화, 정부 재정 상태, 세금 부담에 맞물린 국가 보장 복지 구조, 인구 고령화와 경제성장률 전망 등 연금 운용을 둘러싼 기본 환경이 너무 다르다는 점에서 직접적 비교와 참고에는 한계가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 독일 = 박 대통령은 1998년 독일의 가입기간 조정 등을 통한 연금제도 개편을 언급했다.

그해에 가입기간을 35년에서 40년으로 늘리고 연금 신청 연령도 62세에서 63세로 늦춘 독일 정부의 선택을 말한 것이다.

'더 내고, 늦게 받는' 쪽으로 개편했다는 해석이 나오는 사례이다.

독일에선 공무원 연금이 연금보험적 성격보다는 부양제도적 성격이 강하다는 게 전문가들의 중론이다. 조세에 의한 국가 전액 부담이 기본이다.

그러다 보니 각별히 재정안정성 확보를 위해 다양하게 메스를 가해왔다. 가입기간과 신청연령 조정뿐 아니라 공공 예비기금 적립, 최고지급률 하향 조정, 소득심사제 강화 등 꾸준하게 개선책을 시행한 것이다.

조기퇴직 범칙금 제도를 두어 실질 정년퇴직을 유도하는 제도를 통해 62세와의 연령차 1년당 5%씩을 감액하는 것도 그런 판단에서다.

독일은 이러한 제도 변화 과정에 전문가들로 구성된 전문위원회의 논의를 적극적으로 활용했다는 게 공무원연금관리공단의 설명이다. 물론 연금수급자의 소득대체율이 급격히 감소하지 않는 범위 내에서의 점진적 개혁이라는 기조 위에서다. 또 모든 이해당사자가 공동으로 부담한다는 원칙이 개혁의 근본에 깔려 있다.

나아가 다른 공공연금의 소득대체율이 70%가 넘는 상황에서 공무원 연금은 그 이상을 보장받는 것을 기본으로 한다.

◇ 오스트리아 = 박 대통령은 또 2005년 오스트리아의 공무원 연금개혁을 예로 들었다.

당시 오스트리아 정부는 연금 수령 나이를 60세에서 65세로 늘리고 최대 액수의 연금을 받을 수 있는 재직 기간도 40년에서 50년으로 올렸다. 독립형 공무원연금제도를 일반 국민연금에 통합하면서다.

이를 통해 연금 산정시 기준이 되는 소득도 직전 소득에서 전체 평균 소득으로 바꿨다.

오스트리아 케이스는 제도의 점진적 진화를 노렸다기 보다는 급진적 변화를 이끈 것으로 '이례적'이라는 평가도 따른다.

65세에 퇴직하는 사람이 45년의 가입기간 자격을 가졌다고 했을 때 소득대체율 80%를 보장받는 구조이다.

민간연금이 70%의 소득대체율을 보이는 만큼 오스트리아도 독일처럼 공무원 연금의 소득대체율이 높은 편이다.

오스트리아는 이렇게 제도를 바꾸면서 '2005년 임용'을 기점으로 공무원들을 나누어 관리하고 있다.

◇ 프랑스 = 우파인 니콜라 사르코지 전 프랑스 대통령은 2010년 연금산정의 기준이 되는 퇴직 연령을 60세에서 62세로 2년 늘렸다. 29년 만에 노동계의 강한 반발을 무릅쓰고서다. 이유는 경제난과 평균 수명 증가에 따른 연금 적자 누적 때문이다.

이후 2012년 대선에서 좌파인 사회당의 프랑수아 올랑드 후보는 이 인기 없는 정책이던 연금 개혁에 반대하며 퇴직 연령을 되돌리겠다고 공약했다.

그러나 집권 후 올랑드 대통령은 10대 때부터 일을 시작한 육체 노동자 등 일부 계층에 대해서만 퇴직 연령을 60세로 환원했을 뿐 이전으로 완전히 되돌릴 수 없었다.

사르코지 정부에서 퇴직 연령을 올렸지만, 프랑스 정부는 이 제도를 유지하면 2020년에는 연금 적자가 200억 유로(약 27조2천억원)에 이를 것으로 예상했다.

이 때문에 올랑드 대통령도 연금 보험료를 더 오래, 더 많이 내도록 하는 방향으로 연금 개혁에 나설 수밖에 없었다.

프랑스 정부가 입법해 올해 1월 공포된 현행 연금법은 고용주와 노동자가 소득의 일정부분을 부담하는 연금 보험료를 올해부터 인상해 2017년까지 각각 0.3%씩 올리도록 했다. 일반 사기업 종사자뿐 아니라 공무원, 공사직원도 똑같이 인상했다.

또 연금을 전액 받기 위한 보험료 납부 기간을 2020년까지 현행 41.5년을 유지하지만 이후 점차 늘려 2035년에는 43년으로 정했다.

◇ 영국 = 영국은 국가에 재정부담 책임을 지우는 공적연금은 국민연금으로 통합돼 공무원을 포함한 모든 시민은 공적연금에 관한 한 누구나 같은 체계를 적용받는다. 공무원 연금이 따로 없는 이유다. 따라서 연금 체계 간 차이로 형평성 시비가 파고들 여지가 없다.

마거릿 대처 총리 시절인 1980년대 이후 인구고령화 및 수급자 증가에 따른 재정 부담 완화를 목표로 지속적인 연금 개혁 작업을 거쳤다. 가입자의 부담은 늘리면서, 수급 연령을 늦추는 게 초점이었다.

노동당 집권기와 데이비드 캐머런 총리가 이끄는 현 보수당 정부로도 이런 전통은 이어져 영국의 공적연금 지출 규모는 하향곡선을 계속 그리고 있다. 퇴직연금 등 사적연금 장려정책과 저소득층에 대한 최저소득 보장제 등으로 공적연금의 허점을 보완해왔다.

하지만 2030년대에는 65세 이상 노인 비율이 전체 인구의 4분의 1을 넘을 것으로 전망돼 연금재정의 장기균형 확보는 심각한 문제가 되고 있다.

이런 가운데 공적연금 수급자의 연금소득 수준이 하락으로 노령인구의 3분의 1 이상이 빈곤에 허덕이는 부작용마저 가중되고 있다. 현재 영국의 공사연금 합산소득은 은퇴 전 소득의 41.5%로 유럽연합(EU) 국가 중 최저 수준으로 한국의 47.5%에도 뒤진다. 무상의료와 주거비 지원 등 발달한 복지제도가 노인 빈곤층을 위한 최후의 보호막이 되는 실정이다.

영국 정부는 이에 따라 연금 수급연령을 단계적으로 67세까지 높여 소득보장에 대한 국가 책임은 줄이고, 빈곤층 보호는 강화하는 기초연금 개편방안을 2016년부터 시행할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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