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성없는 전쟁터’ 서해서 급기야 중국 선원 총상 사망

입력 2014.10.10 (14:59) 수정 2014.10.10 (15: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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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어선과 해경의 '총성 없는 전쟁터'라 불리던 서해 상에서 급기야 해경이 쏜 총에 맞아 중국 선원이 숨지는 사고가 발생했다.

불법조업 어선에 맞서 해양주권 수호에 강력하게 대처하면서도 인도적 구조나 지원은 아끼지 않겠다던 해경이 '두 마리 토끼'를 다 잡기에는 역부족이었다.

10일 서해지방해양경찰청에 따르면 이날 오전 8시께 전북 부안군 왕등도 서쪽 약 144㎞ 해상에서 중국선적 80t급 타망어선 노영호 50987호 선장 송호우무(45)씨가 해경의 단속과정에서 복통과 호흡 곤란 증세를 보였다.

송씨는 병원으로 옮겨지던 중 숨졌다. 해경이 쏜 총에 맞아 숨진 것으로 추정된다.

호시탐탐 우리 어장을 노리는 중국어선을 나포하고 퇴거시키는 과정에서 군사작전을 방불케 하는 단속이 이뤄진 지는 이미 오래다.

그동안 중국 어선의 대응도 진화했다. 강철판으로 어선을 두르고 쇠꼬챙이를 꽂은 무허가 '철갑선'이 등장했으며 단속 해경을 향해 볼트나 쇠구슬을 던지고 낫, 망치, 손도끼로 저항하는 것도 다반사가 됐다.

불법 조업 어선들은 그물코가 작은 그물 등으로 치어까지 싹쓸이해 어장을 황폐화시키고 있다.

지난 4일 오후에도 전남 신안군 흑산면 홍도 남서쪽 해상에서 중국 어선과 해경의 추격전이 벌어졌다.

어선은 해경의 정선명령을 무시하고 도주하다가 1시간 가까이 추격한 해경에 나포됐다.

어선에는 쇠꼬챙이가 달린 높이 1m가량의 강철판이 선수부터 선미까지 24개 설치됐었다. 해양경찰관 2명이 무릎과 손가락을 다쳤다.

단속정에 특수기동대원과 특공대원을 탑승시키는 것이 흔한 풍경이 될 만큼 과격해진 마찰로 인명피해도 속출하고 있다.

2008년 9월 목포해경 박경조 경위가 중국 선원이 휘두른 둔기에 맞아 순직했으며 2011년 12월 인천해경 특공대원 이평호 경장이 중국 선장이 휘두른 유리조각에 찔려 숨졌다.

이듬해 10월 중국 선원이 해경이 쏜 고무탄에 맞아 숨진 데 이어 이날에는 중국 선원이 실탄에 맞아 숨지는 사고가 발생했다.

전쟁터와 다름없는 단속 현장에서 검거작전을 수행하다 보니 매년 20~30명의 해양경찰관이 외상후 스트레스 장애나 우울증을 호소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김수현 서해지방해양경찰청장은 과거 단속현장을 지휘하면서 "우리 해역에서 외국 어선의 불법조업 행위가 날이 갈수록 흉포화되고 있다"며 "해양주권 수호를 위해 강력하게 대처하겠지만, 인도적 구조나 지원은 아끼지 않겠다"고 밝힌 바 있다.

그러나 인도적 태도로 일관하기 어려울 만큼의 급박한 상황이 시시각각 펼쳐지면서 불법 조업과 단속 문제는 외교적인 분쟁의 불씨가 되고 있다.

사고 직후 전남 목포해경을 찾은 광주 중국총영사관 장소매 부총영사는 기자들과 만나 "아주 경악하고, 강력히 불만을 표한다"고 밝혔다.

강력한 대처도 불가피하지만 양측의 인명피해가 반복되는 상황을 고려해 불법조업을 차단할 수 있는 외교적인 시도 등 더 근본적인 대책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오는 대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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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총성없는 전쟁터’ 서해서 급기야 중국 선원 총상 사망
    • 입력 2014-10-10 14:59:42
    • 수정2014-10-10 15:01:40
    연합뉴스
중국 어선과 해경의 '총성 없는 전쟁터'라 불리던 서해 상에서 급기야 해경이 쏜 총에 맞아 중국 선원이 숨지는 사고가 발생했다. 불법조업 어선에 맞서 해양주권 수호에 강력하게 대처하면서도 인도적 구조나 지원은 아끼지 않겠다던 해경이 '두 마리 토끼'를 다 잡기에는 역부족이었다. 10일 서해지방해양경찰청에 따르면 이날 오전 8시께 전북 부안군 왕등도 서쪽 약 144㎞ 해상에서 중국선적 80t급 타망어선 노영호 50987호 선장 송호우무(45)씨가 해경의 단속과정에서 복통과 호흡 곤란 증세를 보였다. 송씨는 병원으로 옮겨지던 중 숨졌다. 해경이 쏜 총에 맞아 숨진 것으로 추정된다. 호시탐탐 우리 어장을 노리는 중국어선을 나포하고 퇴거시키는 과정에서 군사작전을 방불케 하는 단속이 이뤄진 지는 이미 오래다. 그동안 중국 어선의 대응도 진화했다. 강철판으로 어선을 두르고 쇠꼬챙이를 꽂은 무허가 '철갑선'이 등장했으며 단속 해경을 향해 볼트나 쇠구슬을 던지고 낫, 망치, 손도끼로 저항하는 것도 다반사가 됐다. 불법 조업 어선들은 그물코가 작은 그물 등으로 치어까지 싹쓸이해 어장을 황폐화시키고 있다. 지난 4일 오후에도 전남 신안군 흑산면 홍도 남서쪽 해상에서 중국 어선과 해경의 추격전이 벌어졌다. 어선은 해경의 정선명령을 무시하고 도주하다가 1시간 가까이 추격한 해경에 나포됐다. 어선에는 쇠꼬챙이가 달린 높이 1m가량의 강철판이 선수부터 선미까지 24개 설치됐었다. 해양경찰관 2명이 무릎과 손가락을 다쳤다. 단속정에 특수기동대원과 특공대원을 탑승시키는 것이 흔한 풍경이 될 만큼 과격해진 마찰로 인명피해도 속출하고 있다. 2008년 9월 목포해경 박경조 경위가 중국 선원이 휘두른 둔기에 맞아 순직했으며 2011년 12월 인천해경 특공대원 이평호 경장이 중국 선장이 휘두른 유리조각에 찔려 숨졌다. 이듬해 10월 중국 선원이 해경이 쏜 고무탄에 맞아 숨진 데 이어 이날에는 중국 선원이 실탄에 맞아 숨지는 사고가 발생했다. 전쟁터와 다름없는 단속 현장에서 검거작전을 수행하다 보니 매년 20~30명의 해양경찰관이 외상후 스트레스 장애나 우울증을 호소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김수현 서해지방해양경찰청장은 과거 단속현장을 지휘하면서 "우리 해역에서 외국 어선의 불법조업 행위가 날이 갈수록 흉포화되고 있다"며 "해양주권 수호를 위해 강력하게 대처하겠지만, 인도적 구조나 지원은 아끼지 않겠다"고 밝힌 바 있다. 그러나 인도적 태도로 일관하기 어려울 만큼의 급박한 상황이 시시각각 펼쳐지면서 불법 조업과 단속 문제는 외교적인 분쟁의 불씨가 되고 있다. 사고 직후 전남 목포해경을 찾은 광주 중국총영사관 장소매 부총영사는 기자들과 만나 "아주 경악하고, 강력히 불만을 표한다"고 밝혔다. 강력한 대처도 불가피하지만 양측의 인명피해가 반복되는 상황을 고려해 불법조업을 차단할 수 있는 외교적인 시도 등 더 근본적인 대책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오는 대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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