흔적없는 사기 ‘접합차’

입력 2014.10.10 (23:38) 수정 2014.10.11 (00: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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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멘트>

차를 살 때 한번쯤 중고차는 어떨까 생각해 볼 수 있는데요.

문제는 중고차의 성능에 대해 안심하고 믿을 수 없다는 점입니다.

실제로 중고차 시장에서 침수차는 물론이고 사고난 차들을 뜯어 붙인 이른바 '접합차'까지 버젓이 무사고 차량으로 둔갑해서 팔리고 있습니다.

그 실태를 김영민 기자가 밀착 취재했습니다.

<리포트>

경기도의 한 중고차 시장.

새로운 주인을 기다리는 만여 대의 중고차가 늘어서 있습니다.

한 매매상을 만나 보통 가격보다 싸게 나온 차가 있느냐고 물었습니다.

<인터뷰> 이경환(중고차매매상) : "한 300~400 정도 싸단 말이에요. 바닥침수 같은 경우는 아무리 안전벨트를빼고 어디를 봐도 침수인거를 확인을 못해요."

수입차쪽으로 관심을 보이자 평균 매매가 보다 600~700만원 싼 차도 있다며 소개합니다.

<인터뷰> "차를 겉에서 보면 지극히 정상이잖아요. 내가 이걸 속이려고 그냥 손님들한테 저거 뭐 볼트 몇개 고정하고 실리콘 다시 좀 고정하고 그렇게 하는 사람도 있다면 이거는 손님들한테 그냥 이천 칠팔백 받을 수 있는 차.."

겉은 비슷해보여도 그 속은 천차만별인 중고차.

특히, 돈이 되는 수입 중고차 시장에서는 사기 수법도 교묘해지고 있습니다.

올해 들어 우리나라 수입차의 등록대수는 백만대를 넘어섰습니다.

신차와 중고차의 비율이 일대일정도인데, 중고 수입차가 워낙 고가이다보니 이를 둘러싼 사기 판매 행위가 끊이지 않고 있습니다.

알았더라면 사지 않았을 차가 멀쩡히 유통되고 있는 겁니다.

서울 외곽의 한 공업사.

안으로 들어서자 차체 안을 쇠기둥으로 지탱한 차량이 보입니다.

<인터뷰> "이었잖아요. 다 이었잖아요. 성냥갑 끼듯이 차체바디와 앞부분에 뒷부분과 지붕하고 옆구리를 이렇게 끼워서 맞추는거.."

망가진 차량 2대를 분해하고 조립해서 멀쩡하게 보이는 차 1대를 만드는 겁니다.

밑부분은 전복 사고가 난 차량,, 윗부분은 화재차량을 가져다 붙였습니다.

밖으로 나가자 붙이고 남은 차량 일부가 한켠에 놓여있습니다.

<인터뷰> "이 차 것을 저기에 붙인거죠. 전손차량을 폐차로 떠다가 이 차하고 끼워맞추는..."

자동차 전문가들도 겉으로 봐서는 접합차인지 알아볼 수 없을 정도로 교묘한 기술이 동원됩니다.

<인터뷰> "상판만 땄잖아요. 거기 위에 보시면 여기만 교묘하게 이 점을 피해나갔어요. (접합 부분도) 다 갈아내거든요. 구별 못합니다."

이 업체에서는 침수된 수입차를 살리는 작업이 한창입니다.

부품을 다 들어내 닦고 시트도 떼어내 말립니다.

침수 흔적을 없애는 겁니다.

<인터뷰> "지방쪽으로 침수차들 엄청 많아요. 시동만 걸리면 다 사가요."

수입차 사고 전문 공업사라면 공식 서비스센터에나 있을 전자 점검장비와 비슷한 장치까지 보통 다 갖춰져 있다고 말합니다.

<인터뷰> "중국에서 카피본이 나옵니다. 카피본도 하루에 십만원, 하루에 십만원 주면.. 유럽차종 전차종 다 가능합니다."

경기도의 다른 공업사를 찾자 차량 앞부분 일부만 부숴진 듯 보이는 차량이 세워져있습니다.

일명 작업차입니다.

<인터뷰> "고의 사고요. 갖다 물에다 넣은거. 지금 팔아야 시세가 안 나오잖아요. 보험수가로는 시세가 더 높잖아아요."

수입차 수리비가 비싸다는 점을 악용해 수리 후 보험금을 노리는 차량입니다.

<인터뷰> "보험사에 잡혀있던 금액대로 그러면 천만원 주고 샀는데 보험수가로 이천만원 잡혔다 그럼 앉은 자리에서 천만원 버는 거죠."

고치기만 한다면 큰 사고가 없었다는 듯 시중에 돌아다니는 차량들.

수리할 경우 아무런 흔적도 남기지 않을 수 있기 때문입니다.

그렇다면 어느 정도까지 가능한 걸까?

한 공업사에 의뢰해서 고급 수입차 2대로 온전한 차량 한대를 만들어봤습니다.

먼저, 판금 작업을 통해 접합 부위를 붙인 뒤 흔적을 지우기 위해 표면을 기계로 갈기 시작합니다.

그런 다음 약품을 입혀 차량 표면을 말립니다.

<인터뷰> 00공업사 직원 : "판금한 자리에 이게 평평하지가 않으니까 퍼티를 입혀서 편편한 각을 만들어야 합니다."

수차례 같은 작업을 반복한 다음 미세한 흠집까지 가리기 위한 수작업까지 마치면 외관상 흔적은 온데간데없이 사라집니다.

<녹취> "퍼티가 굳으면서 안쪽에 공기가 스며들어서 조그마한 구멍 같은 게 있어요. (구멍을 다 메우는 건가요?) 네 그렇죠."

여기에 색을 맞춰 도색을 하면, 안을 뜯어보지 않는 한 구별이 거의 불가능합니다.

<인터뷰> "옷을 입혀놓으면 알 수가 없잖아요. (안쪽도) 어차피 내장재가 다 붙으니까. 수리를 진행할 때 똑같이 이런 방식으로 내장재를 들어내기 때문에 그때 확인이 가능한 거죠."

겉으로 보기에는 아주 멀쩡한 수입차량입니다.

그런데 이 차량은 사고로 차량 뒷부분이 부숴져 완전히 고친 차량입니다.

중고차 매매상이 속일 마음만 먹는다면 외관상 무사고 수입차로 둔갑시키기에 아무런 어려움이 없습니다.

바로 이 차입니다.

똑같은 기종의 폐차 차량에서 뒷부분을 잘라서 이식한 겁니다.

감쪽같이 소비자의 눈과 귀를 속일 수 있다보니 뒤늦게야 사기를 당했다는 사실을 알게 된 소비자들이 늘고 있습니다.

올해 초 3천만원이 넘는 돈을 주고 중고 수입차를 산 박모씨.

그날을 생각하면 지금도 아찔하기만 합니다.

<인터뷰> 중고 수입차 피해자 : "고속으로 1차선 달리고 있는데 갑자기 울컥울컥 거리면서 막 엔진경고등이 뜨더라구요. 차가 공회전이 가면서 갑자기 100킬로를 달리다가 20~30킬로로 뚝 떨어지면서 난리가 났었어요."

사고가 나서야 타서는 안 될 차를 샀다는 걸 알게 됐지만, 누구나 본인과 같은 상황이었으면 똑같이 당했을 거라고 말합니다.

<인터뷰> 겉은 진짜 멀쩡하더라구요. 앞범퍼가 이렇게 약간 교체한 부분이 제가 지적을 하니까 그거만 교체했다. 딴 거는 교체한 게 없다..

3천 3백여만 원에 산 차를 되팔아 받은 가격은 천 8백만원.

중고 매매상에게 속아 사고 차량을 사 낭패를 본 겁니다.

<인터뷰> "그 전에 산 사람이 (보험금) 2700만원을 받고 보험사한테 차를 팔은 거죠. 그래서 보험사는 그 차를 가지고 일반 딜러들한테 되판거죠. 그 딜러들이 그걸 갖다가 애매로 고쳐가지고 판매를 일반 서민한테 하는거죠."

문제는 대부분 수리가 불가능할 정도로 판정된 이른바 전손차량에서 발생합니다.

우리나라 중고차시장에서는 전손차, 즉 해당 차량만으론 가치가 없는 차량이 시중에 버젓이 유통되고 있습니다.

전손차량의 경우 보험사는 지급된 보험금 손실을 줄이기 위해 위탁매매업체에 일정액을 받고 차를 넘깁니다.

반드시 폐차를 하거나 제대로 고쳐야 하는 차량을 임의로 수리해 중고차매매상이 소비자에게 속여 판다면 속수 무책인 겁니다.

<인터뷰> "입찰이 1200만원에 나왔다는 거는 누가 지금 같은 차량을 고치려고 부속을 찾는거에요. 폐차 자체를 잘라가지고 그냥 딴 차에 붙여버리면 아무도 모르는 거니까. 1200이든 1500이든 주고 사는 게 낫죠. 사서 다 뜯어고치고.."

여기에, 특히 사고차가 보험처리를 하지 않은 경우, 아무런 이력이 남지 않기 때문에 어떤 사고가 나고, 어떤 수리를 했는지를 소비자가 판별하기란 거의 불가능합니다.

이같은 과정은 소비자의 안전과 직결돼 목숨을 위협할 수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입니다.

<인터뷰> 김필수(대림대 자동차학과 교수) : "반반씩 붙인 접합차라든지 이런 부분들은 혹시 사고가 나게되면 동강이 나게 될 수도 있구요. 안에 있는 탑승 공간 보장이 안 되기 때문에 사망사고가 있을 수도 있습니다."

현행법에선 사고차량에 대해 어느 정도의 접합, 용접이 가능한지 규정이 제대로 갖춰져 있지 않는데다 관리 감독 또한 미흡합니다.

중고차 성능 상태 점검 기록부조차 전체 거래의 40% 정도를 차지하는 개인간 거래시에는 정식으로 작성할 의무조차 없습니다.

<인터뷰> 김필수 : "정부에서도 이런 용접을 대는 범위에 대한 것들 규정을 좀 잡아서 어느 범위를 못 넘어가게 해주는 기준선같은 것들이 만들어진다면 사고차의 정도가 커서 폐챠해야되는 것 이런 것들은 폐차장에서 찍어 눌러서 완전히 고철로 만드는 걸 확인해야돼요.

차량 폐기나 중고 부품의 분리 과정이 허술할 수 밖에 없는 데는 또다른 이유가 있습니다.

경기도의 한 폐차 업체.

폐차 전 에어컨 냉매를 빼내는 작업 과정에서 프레온 가스가 뿜어져 나옵니다.

온난화 주범인 프레온 가스는 현행법상 재처리하도록 돼 있지만 회수기는 폐차장 창고 한쪽에 처박혀 있습니다.

<녹취> "(보관만 하고 계시네? 가동은 안하고요?) 네. (회수해야 한다는 걸) 저희는 잘 몰랐어요"

폐오일 역시 회수 처리되지 않고, 정화 장치도 전혀 가동되지 않고 있습니다.

<녹취> 환경청 단속반 직원 : "여기 왜 이렇게 쓰레기 같은게 많이 있어요?"

작업의 상당량이 영세업체에서 이뤄지다보니, 오염 물질 배출 등은 신경쓰기 어렵고.

특히 중고 부품과 관련해 별도의 인증제도가 없어, 제대로 된 재활용이 이뤄지기 어려운 구조입니다.

<인터뷰> "물론 때로는 부품도 이렇게 끝 부분이 살짝 깨져가지고 안에만 작동되면 괜찮게 숨겨 넣을 수 있겠죠. 그 안이 변형이 되면서 조금이라도 찌그러졌으면 손상이 가면 바꾸는 것을 원칙..."

경기도에 자리한 국내 최대 규모의 차량 재활용센터.

이곳에서는 하루 100여 대의 차량이 각 부품별로 해체되거나 수리돼 일반에 판매됩니다.

재활용률을 95% 이상으로 높였습니다.

<인터뷰> "만약에 신품을 산다 그러면 거의 뭐 8~9만원 많게는 비싼차는 15만원까지. 근데 여기서는 저희들이 2만원, 3만원에 하니까..."

엔진 등 주요 부품은 성능시험을 거치고, 보증 수리도 가능합니다.

가장 우선되는 건 인증 코드를 통해, 해당 차량과 부품의 사고 유무를 기록하고 고친 부분에 대해선 명확히 소비자에게 설명하는 겁니다.

혼탁한 중고차 시장에서 자체 인증제도를 통해 투명성을 높이려는 시도입니다.

<인터뷰> 김필수 : "재활용 재제조용품, 중고품 시장은 선진국은 30~40% 돼 있어요. 대신 시장에 나올 때 인증제를 통해서 품질 보증을 해주게 되어있습니다."

법의 허점만을 노려 사고 차량을 임의로 고치고 알면서도 모르는 양 버젓이 파는 행태는 이제 업계내에선 공공연한 비밀...

교묘한 상술에 대한 관리 감독이 뒤처지고 제도적인 대안이 마련되지 못한다면 그 피해는 고스란히 소비자에게 돌아갈 수밖에 없을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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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흔적없는 사기 ‘접합차’
    • 입력 2014-10-10 23:05:58
    • 수정2014-10-11 00:23:04
    취재파일K
<앵커 멘트>

차를 살 때 한번쯤 중고차는 어떨까 생각해 볼 수 있는데요.

문제는 중고차의 성능에 대해 안심하고 믿을 수 없다는 점입니다.

실제로 중고차 시장에서 침수차는 물론이고 사고난 차들을 뜯어 붙인 이른바 '접합차'까지 버젓이 무사고 차량으로 둔갑해서 팔리고 있습니다.

그 실태를 김영민 기자가 밀착 취재했습니다.

<리포트>

경기도의 한 중고차 시장.

새로운 주인을 기다리는 만여 대의 중고차가 늘어서 있습니다.

한 매매상을 만나 보통 가격보다 싸게 나온 차가 있느냐고 물었습니다.

<인터뷰> 이경환(중고차매매상) : "한 300~400 정도 싸단 말이에요. 바닥침수 같은 경우는 아무리 안전벨트를빼고 어디를 봐도 침수인거를 확인을 못해요."

수입차쪽으로 관심을 보이자 평균 매매가 보다 600~700만원 싼 차도 있다며 소개합니다.

<인터뷰> "차를 겉에서 보면 지극히 정상이잖아요. 내가 이걸 속이려고 그냥 손님들한테 저거 뭐 볼트 몇개 고정하고 실리콘 다시 좀 고정하고 그렇게 하는 사람도 있다면 이거는 손님들한테 그냥 이천 칠팔백 받을 수 있는 차.."

겉은 비슷해보여도 그 속은 천차만별인 중고차.

특히, 돈이 되는 수입 중고차 시장에서는 사기 수법도 교묘해지고 있습니다.

올해 들어 우리나라 수입차의 등록대수는 백만대를 넘어섰습니다.

신차와 중고차의 비율이 일대일정도인데, 중고 수입차가 워낙 고가이다보니 이를 둘러싼 사기 판매 행위가 끊이지 않고 있습니다.

알았더라면 사지 않았을 차가 멀쩡히 유통되고 있는 겁니다.

서울 외곽의 한 공업사.

안으로 들어서자 차체 안을 쇠기둥으로 지탱한 차량이 보입니다.

<인터뷰> "이었잖아요. 다 이었잖아요. 성냥갑 끼듯이 차체바디와 앞부분에 뒷부분과 지붕하고 옆구리를 이렇게 끼워서 맞추는거.."

망가진 차량 2대를 분해하고 조립해서 멀쩡하게 보이는 차 1대를 만드는 겁니다.

밑부분은 전복 사고가 난 차량,, 윗부분은 화재차량을 가져다 붙였습니다.

밖으로 나가자 붙이고 남은 차량 일부가 한켠에 놓여있습니다.

<인터뷰> "이 차 것을 저기에 붙인거죠. 전손차량을 폐차로 떠다가 이 차하고 끼워맞추는..."

자동차 전문가들도 겉으로 봐서는 접합차인지 알아볼 수 없을 정도로 교묘한 기술이 동원됩니다.

<인터뷰> "상판만 땄잖아요. 거기 위에 보시면 여기만 교묘하게 이 점을 피해나갔어요. (접합 부분도) 다 갈아내거든요. 구별 못합니다."

이 업체에서는 침수된 수입차를 살리는 작업이 한창입니다.

부품을 다 들어내 닦고 시트도 떼어내 말립니다.

침수 흔적을 없애는 겁니다.

<인터뷰> "지방쪽으로 침수차들 엄청 많아요. 시동만 걸리면 다 사가요."

수입차 사고 전문 공업사라면 공식 서비스센터에나 있을 전자 점검장비와 비슷한 장치까지 보통 다 갖춰져 있다고 말합니다.

<인터뷰> "중국에서 카피본이 나옵니다. 카피본도 하루에 십만원, 하루에 십만원 주면.. 유럽차종 전차종 다 가능합니다."

경기도의 다른 공업사를 찾자 차량 앞부분 일부만 부숴진 듯 보이는 차량이 세워져있습니다.

일명 작업차입니다.

<인터뷰> "고의 사고요. 갖다 물에다 넣은거. 지금 팔아야 시세가 안 나오잖아요. 보험수가로는 시세가 더 높잖아아요."

수입차 수리비가 비싸다는 점을 악용해 수리 후 보험금을 노리는 차량입니다.

<인터뷰> "보험사에 잡혀있던 금액대로 그러면 천만원 주고 샀는데 보험수가로 이천만원 잡혔다 그럼 앉은 자리에서 천만원 버는 거죠."

고치기만 한다면 큰 사고가 없었다는 듯 시중에 돌아다니는 차량들.

수리할 경우 아무런 흔적도 남기지 않을 수 있기 때문입니다.

그렇다면 어느 정도까지 가능한 걸까?

한 공업사에 의뢰해서 고급 수입차 2대로 온전한 차량 한대를 만들어봤습니다.

먼저, 판금 작업을 통해 접합 부위를 붙인 뒤 흔적을 지우기 위해 표면을 기계로 갈기 시작합니다.

그런 다음 약품을 입혀 차량 표면을 말립니다.

<인터뷰> 00공업사 직원 : "판금한 자리에 이게 평평하지가 않으니까 퍼티를 입혀서 편편한 각을 만들어야 합니다."

수차례 같은 작업을 반복한 다음 미세한 흠집까지 가리기 위한 수작업까지 마치면 외관상 흔적은 온데간데없이 사라집니다.

<녹취> "퍼티가 굳으면서 안쪽에 공기가 스며들어서 조그마한 구멍 같은 게 있어요. (구멍을 다 메우는 건가요?) 네 그렇죠."

여기에 색을 맞춰 도색을 하면, 안을 뜯어보지 않는 한 구별이 거의 불가능합니다.

<인터뷰> "옷을 입혀놓으면 알 수가 없잖아요. (안쪽도) 어차피 내장재가 다 붙으니까. 수리를 진행할 때 똑같이 이런 방식으로 내장재를 들어내기 때문에 그때 확인이 가능한 거죠."

겉으로 보기에는 아주 멀쩡한 수입차량입니다.

그런데 이 차량은 사고로 차량 뒷부분이 부숴져 완전히 고친 차량입니다.

중고차 매매상이 속일 마음만 먹는다면 외관상 무사고 수입차로 둔갑시키기에 아무런 어려움이 없습니다.

바로 이 차입니다.

똑같은 기종의 폐차 차량에서 뒷부분을 잘라서 이식한 겁니다.

감쪽같이 소비자의 눈과 귀를 속일 수 있다보니 뒤늦게야 사기를 당했다는 사실을 알게 된 소비자들이 늘고 있습니다.

올해 초 3천만원이 넘는 돈을 주고 중고 수입차를 산 박모씨.

그날을 생각하면 지금도 아찔하기만 합니다.

<인터뷰> 중고 수입차 피해자 : "고속으로 1차선 달리고 있는데 갑자기 울컥울컥 거리면서 막 엔진경고등이 뜨더라구요. 차가 공회전이 가면서 갑자기 100킬로를 달리다가 20~30킬로로 뚝 떨어지면서 난리가 났었어요."

사고가 나서야 타서는 안 될 차를 샀다는 걸 알게 됐지만, 누구나 본인과 같은 상황이었으면 똑같이 당했을 거라고 말합니다.

<인터뷰> 겉은 진짜 멀쩡하더라구요. 앞범퍼가 이렇게 약간 교체한 부분이 제가 지적을 하니까 그거만 교체했다. 딴 거는 교체한 게 없다..

3천 3백여만 원에 산 차를 되팔아 받은 가격은 천 8백만원.

중고 매매상에게 속아 사고 차량을 사 낭패를 본 겁니다.

<인터뷰> "그 전에 산 사람이 (보험금) 2700만원을 받고 보험사한테 차를 팔은 거죠. 그래서 보험사는 그 차를 가지고 일반 딜러들한테 되판거죠. 그 딜러들이 그걸 갖다가 애매로 고쳐가지고 판매를 일반 서민한테 하는거죠."

문제는 대부분 수리가 불가능할 정도로 판정된 이른바 전손차량에서 발생합니다.

우리나라 중고차시장에서는 전손차, 즉 해당 차량만으론 가치가 없는 차량이 시중에 버젓이 유통되고 있습니다.

전손차량의 경우 보험사는 지급된 보험금 손실을 줄이기 위해 위탁매매업체에 일정액을 받고 차를 넘깁니다.

반드시 폐차를 하거나 제대로 고쳐야 하는 차량을 임의로 수리해 중고차매매상이 소비자에게 속여 판다면 속수 무책인 겁니다.

<인터뷰> "입찰이 1200만원에 나왔다는 거는 누가 지금 같은 차량을 고치려고 부속을 찾는거에요. 폐차 자체를 잘라가지고 그냥 딴 차에 붙여버리면 아무도 모르는 거니까. 1200이든 1500이든 주고 사는 게 낫죠. 사서 다 뜯어고치고.."

여기에, 특히 사고차가 보험처리를 하지 않은 경우, 아무런 이력이 남지 않기 때문에 어떤 사고가 나고, 어떤 수리를 했는지를 소비자가 판별하기란 거의 불가능합니다.

이같은 과정은 소비자의 안전과 직결돼 목숨을 위협할 수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입니다.

<인터뷰> 김필수(대림대 자동차학과 교수) : "반반씩 붙인 접합차라든지 이런 부분들은 혹시 사고가 나게되면 동강이 나게 될 수도 있구요. 안에 있는 탑승 공간 보장이 안 되기 때문에 사망사고가 있을 수도 있습니다."

현행법에선 사고차량에 대해 어느 정도의 접합, 용접이 가능한지 규정이 제대로 갖춰져 있지 않는데다 관리 감독 또한 미흡합니다.

중고차 성능 상태 점검 기록부조차 전체 거래의 40% 정도를 차지하는 개인간 거래시에는 정식으로 작성할 의무조차 없습니다.

<인터뷰> 김필수 : "정부에서도 이런 용접을 대는 범위에 대한 것들 규정을 좀 잡아서 어느 범위를 못 넘어가게 해주는 기준선같은 것들이 만들어진다면 사고차의 정도가 커서 폐챠해야되는 것 이런 것들은 폐차장에서 찍어 눌러서 완전히 고철로 만드는 걸 확인해야돼요.

차량 폐기나 중고 부품의 분리 과정이 허술할 수 밖에 없는 데는 또다른 이유가 있습니다.

경기도의 한 폐차 업체.

폐차 전 에어컨 냉매를 빼내는 작업 과정에서 프레온 가스가 뿜어져 나옵니다.

온난화 주범인 프레온 가스는 현행법상 재처리하도록 돼 있지만 회수기는 폐차장 창고 한쪽에 처박혀 있습니다.

<녹취> "(보관만 하고 계시네? 가동은 안하고요?) 네. (회수해야 한다는 걸) 저희는 잘 몰랐어요"

폐오일 역시 회수 처리되지 않고, 정화 장치도 전혀 가동되지 않고 있습니다.

<녹취> 환경청 단속반 직원 : "여기 왜 이렇게 쓰레기 같은게 많이 있어요?"

작업의 상당량이 영세업체에서 이뤄지다보니, 오염 물질 배출 등은 신경쓰기 어렵고.

특히 중고 부품과 관련해 별도의 인증제도가 없어, 제대로 된 재활용이 이뤄지기 어려운 구조입니다.

<인터뷰> "물론 때로는 부품도 이렇게 끝 부분이 살짝 깨져가지고 안에만 작동되면 괜찮게 숨겨 넣을 수 있겠죠. 그 안이 변형이 되면서 조금이라도 찌그러졌으면 손상이 가면 바꾸는 것을 원칙..."

경기도에 자리한 국내 최대 규모의 차량 재활용센터.

이곳에서는 하루 100여 대의 차량이 각 부품별로 해체되거나 수리돼 일반에 판매됩니다.

재활용률을 95% 이상으로 높였습니다.

<인터뷰> "만약에 신품을 산다 그러면 거의 뭐 8~9만원 많게는 비싼차는 15만원까지. 근데 여기서는 저희들이 2만원, 3만원에 하니까..."

엔진 등 주요 부품은 성능시험을 거치고, 보증 수리도 가능합니다.

가장 우선되는 건 인증 코드를 통해, 해당 차량과 부품의 사고 유무를 기록하고 고친 부분에 대해선 명확히 소비자에게 설명하는 겁니다.

혼탁한 중고차 시장에서 자체 인증제도를 통해 투명성을 높이려는 시도입니다.

<인터뷰> 김필수 : "재활용 재제조용품, 중고품 시장은 선진국은 30~40% 돼 있어요. 대신 시장에 나올 때 인증제를 통해서 품질 보증을 해주게 되어있습니다."

법의 허점만을 노려 사고 차량을 임의로 고치고 알면서도 모르는 양 버젓이 파는 행태는 이제 업계내에선 공공연한 비밀...

교묘한 상술에 대한 관리 감독이 뒤처지고 제도적인 대안이 마련되지 못한다면 그 피해는 고스란히 소비자에게 돌아갈 수밖에 없을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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